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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281화 (281/339)

281화

“최대현 대표님 아니십니까?”

나는 너무나 익숙한 회사명을 보자마자 부스 앞으로 달려갔다.

내 부름에 최대현은 화들짝 놀란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아니, 이게 누구야. 민 과장님을 여기서 뵙네요?”

로보틱스 메디컬.

대표적인 회사 제품으로는 관절 로봇이 있다.

광주에서 근무 당시.

그러니까 마지막 근무지였던, 광주 메디컬에서 근무를 할 때.

나에게, 그리고 광주 메디컬에게 관절 로봇 총판을 주었던 회사였지.

그와의 첫 만남은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잊을 수가 없던 장면 중 하나다.

병원에 급히 수술 재료를 넣으러 가는 중.

주차장에서 접촉 사고가 났었고, 그는 내가 수술 소독 알코올 냄새를 술로 착각했었지.

그래서 내가 음주 운전을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수술 재료를 급하게 수술실로 넣어야 하는 나로서는 그가 붙잡는 상황이 너무나 답답했었다.

하지만 그 수술 재료로 수술이 급했던 환자는 날 붙잡았던.

지금 내 앞에 있는 최대현의 장모였었고.

우리는 서로의 오해를 풀었던 잊지 못할 첫 만남의 기억이 존재했다.

그런데 그 이후.

너무나도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데, 이런 박람회에서 만날 줄이야.

나와 그는 손을 맞잡고 악수하며 반가움을 표했다.

“그러니까요. 최 대표님 잘 지내셨어요?”

“그럼요. 민 과장님은 광주에서 이 박람회 보러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지방에서도 메디컬 박람회가 열리기는 한다.

물론 서울처럼 크게 열리거나, 자주 열리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박람회 하나 때문에 서울까지 왔을 거라고 생각한 최 대표는 놀란 얼굴로 내게 물었다.

“하하. 아닙니다. 저 지금 서울에서 일하고 있거든요.”

내 말에 그는 반가운 얼굴로 내게 물었다.

“오오. 서울에 계셨습니까? 하긴, 민 과장님이 평소에 워낙 일을 잘하셨으니까. 서울로 올라오실 법하죠.”

나는 미소를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휴, 아닙니다. 하하.”

“그럼 어느 회사에 계신 겁니까?”

최 대표 역시 메디컬 업계에 오래 있었기에, 곧바로 내게 회사 이름을 물어봤고.

나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명함을 그에게 건넸다.

“지금 JH 메디컬에 있습니다.”

그는 처음 듣는 듯한 회사라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명함을 받아들었고.

명함 속 ‘민지훈 대표’라는 글씨를 보는 순간.

눈을 휘둥그레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이고. 회사를 차리신 거예요, 민 과장님? 아니, 민 대표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

“처음에 코리아 메디컬에서 근무를 좀 하다가, 얼마 전에 독립하게 됐습니다.”

최 대표는 흥미로운 얼굴로 내 이야기를 들었고.

서둘러 부스 바로 안쪽의 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지 말고, 앉으셔서 이야기 좀 나누다 가세요. 오랜만에 얼굴 뵀는데.”

“그럴까요?”

나는 그와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아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최 대표님 서울에 계셨었는데 제가 인사드리러 가는 걸 잊었네요. 죄송합니다.”

내 말에 그는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아닙니다. 제가 민 대표님 코리아 메디컬 그만두고 회사 차리신 것도 챙기지 못했는데요, 뭘.”

그는 나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 갔다.

“이렇게 오랜만에 얼굴 뵙게 된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그러게요. 저도 최 대표님 여기서 뵐 줄은 몰랐는데, 좋네요. 하하.”

최 대표는 테이블에 내려놨던 내 명함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젊으신 나이에 회사까지 설립하시고,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닙니다. 아직은 아주 작은 회사입니다.”

“시작이 중요한 거죠.”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나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알만한 그런 메디컬 회사로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내 말에 그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충분히 민 대표님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광주에서도 워낙 영업으로 유명하셨잖습니까.”

“어휴, 과찬이십니다.”

“과찬이라니요. 서울까지 그런 소문이 나서, 제가 민 과장님. 아니, 지금 민 대표님을 만나러 광주까지 갔던 거고요.”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꾸벅 숙이며 답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저를 평가해 주신 만큼, 그 평가에 부응할 수 있게 앞으로도 더 멋있고 잘 나가는 회사 만들어 보겠습니다.”

“좋죠. 하하하.”

나는 그의 부스 안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근데 최 대표님은 이미 관절 로봇으로 대성하고 계시는데, 박람회는 어쩐 일이십니까?”

그가 판매하는 관절 로봇 기계는 내가 광주 메디컬에서 판매할 당시부터.

지금까지 쭉 한결같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

잘 나가는 회사는 굳이 박람회에 참여를 하지 않는 추세였다.

이미 충분히 잘 팔리고 있는데, 시간을 쓰면서까지 박람회에서 홍보하지 않아도 될 터.

그는 앞에 놓인 카탈로그를 바라보며 내게 답했다.

“이번에 관절 로봇 기계에 새로운 기능을 넣었거든요. 훨씬 향상한 능력치가 있어, 박람회에서 선보이고 싶어서 오랜만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야. 진짜 대단하십니다.”

최 대표의 대단한 능력과 근성은 광주에서 그를 만났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최 대표의 회사는 처음부터 이렇게 잘 나가는 회사가 아니었다.

아주 작은 회사부터 시작해 한 계단씩 차분히, 그리고 천천히 내공을 쌓아 간 사람이었고.

그래서 그의 견고함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었지.

그 덕에 지금 최 대표가, 그리고 로보틱스 메디컬이 잘 나가고 있는 회사가 된 것이다.

자수성가, 그 자체인 최 대표.

그래서인지 그는 끝을 모르고 점점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최 대표의 모습에 나는 감탄이 쏟아졌고.

배울 점이 많은 선배이자, 메디컬 대표라고 생각했다.

그는 내 칭찬에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며, 서둘러 대화 주제를 환기시켰다.

“근데 민 대표님은 여기 어쩐 일이십니까?”

“저는 다름이 아니라, 제조사를 좀 찾고 싶어서 박람회에 오게 되었습니다.”

“제조사를요?”

그의 말에 나는 머리를 흔들며 답했다.

“네. JH 메디컬이 판매 회사가 아니라, 제조 회사거든요.”

“그렇게 영업을 잘하시는 분이 제조 쪽으로 오신 겁니까?”

“예. 제가 애초에 메디컬 업계에서 일하는 이유가 환자를 위해서 하는 것이었습니다. 보다 더 효과가 좋고, 이왕이면 고통이 덜하고. 회복이 빠른 제품을 영업하고 판매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내 말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집중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제품들로 몇 년간 영업을 한 결과, 제가 생각한 제품을 직접 제조해 병원에 판매하고. 그 제품이 환자들에게 쓰이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음… 맞죠. 애초에 메디컬 제품의 목적, 목표가 그런 거잖습니까.”

“네. 그래서 메디컬 제조 회사를 차리게 됐습니다. 아직 회사가 크지 않아, 직접 제조 공정을 하는 공장까지는 없지만. 처음이라, 우선은 OEM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면서 입지를 다지고 싶습니다.”

내 말에 그는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근데 제조 쪽은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제조 회사를 찾는 건부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하긴, 이곳도 텃세가 심한 편이거든요. 뭐, 어떤 업계든 마찬가지겠지만요.”

“맞습니다. 쉽게 생각하고 들어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쉽지가 않네요.”

그는 눈썹을 들썩이며 걱정스러워하는 얼굴로 내게 물었다.

“그래서 아직 회사는 못 찾으신 건가요?”

“예. 업체도 따로 알아보고, 오늘 박람회도 왔는데… 마음 맞는 업체 찾기가 어렵네요.”

“요즘 마음까지 맞는 업체가 어디 있나요. 물건만이라도 원하는 대로 나오면 다행이죠.”

물건이 잘 나와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완벽한 물건을 위해 제조사를 찾고 또 찾는 것이니까.

그런데 앞으로 함께, 상생하는 관계가 되어 일을 헤쳐 나가야 하는 입장이기에.

나는 마음까지 잘 맞는 회사였으면 했다.

그저 각자의 이익만을 추구해, 물건을 소홀히 하거나 회사 간의 작은 트러블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내가 너무 모든 것을 맞는 회사를 찾는 건 아닌가?

최 대표의 말에 고민이 깊어질 찰나.

“근데 물건은 어떤 종류입니까? 인공 관절이나 기계?”

그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아니요. 소모품입니다.”

“아… 제가 아는 건 다들 큰 기계들이나 인공 관절 쪽이긴 한데, 이런 회사들이라도 필요하시면 연결시켜 드릴 수는 있습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감사 인사와 함께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말씀은 정말 감사하지만, 제가 작은 소모품 제조를 하려고 해서요. 스플린…….”

그때.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불쑥 부스 뒤편에서 튀어나오는 누군가.

“형. 이거 물건 어디에 내려 둘까?”

갑자기 들려오는 남성의 목소리에 나는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 목소리에 최 대표 역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부스 뒤편에 소리쳤다.

“그거 벽 옆에 붙여 두면 돼.”

목소리가 들려오는 커튼 뒤로 소리친 최 대표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 죄송합니다. 뒤에 동생이 잠시 와서……. 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그는 갑자기 손가락을 튕기며, 무슨 좋은 묘안이 떠올랐는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더니 커튼 뒤에 크게 소리쳤다.

“대훈아, 최대훈!”

“왜.”

“짐 내려놓고 빨리 여기로 와 봐.”

최대훈……?

최대현, 최대훈.

박람회에서 서로의 이름을 편하게 부르고.

최 대표를 형이라고 부르는 최대훈이라는 사람.

회사 직원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뭐지, 둘이 가족이라도 되는 건가?

그때, 최대훈이라는 사람이 커튼을 열고 내 앞으로 다가왔고.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단숨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최대현, 최대훈이 형제라는 것을.

“어? 손님이 계셨네요. 안녕하십니까.”

그는 나를 향해 허리를 접었고.

나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와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십니까, 민지훈이라고 합니다.”

“네, 반갑습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최 대표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형, 근데 왜?”

최 대표는 최대훈의 물음에도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민 대표님. 여기는 제 친동생 최대훈이라고 합니다.”

“아… 형제셨구나. 닮으셨습니다.”

“그런가요? 하하.”

최대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고.

최 대표는 최대훈을 바라보며 내게 말했다.

“제 동생이 이번에 제조 회사를 차렸는데, 이야기 좀 나눠 보시겠습니까?”

그의 말에 나는 놀란 얼굴로 최대훈을 바라보았다.

“와아. 동생분도 메디컬 업계 대표님이셨군요?”

내 말에 최대훈은 옅은 미소를 지었고.

최 대표를 바라보며 물었다.

“민 대표님은 어떤…….”

내가 누군지, 나에 대해 묻는 모양.

최 대표는 서둘러 그에게 입을 열었다.

“형이 예전에 이야기했던 거 기억나? 장모님 급하게 광주에서 수술하셨다고…….”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최대훈이 소리쳤다.

“아! 그때 그 광주 메디컬 그분?”

“어, 맞아.”

“헐. 반갑습니다, 민 대표님. 저희 형 장모님 수술 기구 급하게 안 주셨으면 큰일 났을 거라고 그때 들었는데. 진짜 감사했습니다.”

“아닙니다. 감사 인사 들을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최 대표님이 충분히 감사 인사도 주셨었고요.”

“형 장모님이면, 저랑도 가족인데… 정말 감사합니다.”

그는 내게 고개를 꾸벅 숙였고.

나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아, 근데 제조 회사를 찾으시는 겁니까?”

최대훈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답했다.

“네. 제가 소모품 제조 OEM을 좀 맡기고 싶은데, 업체를 아직 정하지 못해서요.”

“어떤 소모품인지…….”

“스플린트입니다.”

“어? 어떤 제품인지 자세히 좀 들을 수 있을까요?”

그는 내 말에 솔깃한 얼굴로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고.

흥미로워하는 그의 표정에 나는 서둘러 설명을 시작했다.

“일반 스플린트에 특수 파우더를 이용해…….”

내 설명이 한참을 이어졌고.

최대훈은 자신의 옷 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를 꺼내 메모하며 내 말을 경청했다.

“음… 무슨 말씀인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이제 처음 의뢰를 맡기시는 건가요?”

“아니요. 이미 샘플은 있는데, 정확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기존 업체와 계약을 성사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는 내 말에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그 샘플 좀 볼 수 있을까요?”

“당연하죠.”

나는 그에게 가져온 샘플을 건넸고.

한참 샘플을 관찰하던 그는 스플린트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이거 저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정말요?”

이렇게 당차게 확신의 한마디를 던졌던 제조 회사가 없었기에.

나는 놀란 얼굴로 그에게 되물었고.

그는 어깨를 들었다 내려놓으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네. 충분합니다.”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조심스레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근데 이게 물건이 좀 급해서요. 샘플이 적어도 2주 뒤까지는 나와야 하는데…….”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최대훈이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희 형. 그러니까 저희 가족 살려 주셨었는데 꼭 보답하고 싶습니다.”

“네?”

“그러니까 샘플 작업, 일주일만 주십시오.”

그의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주일 만에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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