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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151화 (151/339)

151화

“부장님이 뭔데 저한테 가정 교육을 운운하시는 겁니까?”

얼굴이 터질 것마냥 화가 난 내 얼굴을 보고, 최권호 부장은 주춤거리며 변명을 시작했다.

“나야 네 선임이었고 인생 선배기도 하고, 그리고 나이가 내가 너보다 많잖냐. 네가 하도 싸가지 없이 구니까…….”

나는 한숨을 세차게 내쉬며 그에게 말했다.

“자꾸 나이, 나이 하시는데. 내세울 게 나이밖에 없으십니까? 나이 많은 게 자랑이세요?”

“뭐?”

“네. 저도 부장님 나이가 저보다 많으시니까, 저도 최대한 존중해 드리려고 참고 또 참았습니다. 근데 더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이 새끼가 진짜! 너 선 넘지 마라.”

“나이 그거, 세월 흘러가면서 얻으신 거잖아요. 노력 없이 얻으신 거라고요. 그게 권력인 양, 생색내지 마십시오. 어른이면 어른답게, 인생 선배면 선배답게 행동하셔야 제가 군말 없이 존중하면서 말 들을 거 아닙니까.”

“민지훈. 너 말 다 했어?”

“아니요. 부장님이 일 제대로 못 하셔서 거래처 빼앗기신 겁니다. 그러게 거래처 관리 좀 똑바로 하시지 그러셨어요.”

최 부장은 내 일침에 얼굴이 불타오르듯 빨개졌다.

씩씩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내가 거래처 관리를 뭘 어쨌는데!”

“툭하면 기구 잘못 넣으셨다면서요. 저도 다 알고 있습니다. 거래처 관리하는 게 영업 후 해야 할 기본 아닙니까?”

“너 짬 좀 찼다고 막말한다?”

“영업은 나이와 경력이 아니라, 실력으로 말하는 거 아닙니까? 한때 부하 직원으로서 부장님 믿고 따랐던 제가 쪽팔려지려고 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로 부딪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하. 나이도 어린 게 따박따박…….”

“자꾸 나이 이야기하시는데, 나잇값 좀 하시죠. 그리고 다시는 어디서 나이, 나이 거리지 마십시오. 요새 애들한테는 그거 안 먹힙니다.”

“이 새끼가 진짜!”

말문이 막힌 듯 소리만 질러대는 최 부장.

“부장님. 저는 욕 못해서 참고 있는 거 아닙니다. 더 하실 말씀도 없는 것 같고, 저도 더 이상 나눌 이야기 없는데. 저는 영업맨답게, 영. 업. 하러 가보겠습니다.”

나는 할 말을 모두 쏟아낸 뒤 뒤를 돌았다.

내가 뒤를 돌자마자 한숨을 크게 내쉬며 내게 소리를 지르는 최 부장.

“야!”

그를 무시한 채 나는 바로 앞, 차 트렁크를 열어 발목 수술 기구를 꺼냈다.

그리고 그 기구를 들고 유유히 리오 정형외과 안으로 들어갔다.

최 부장에게 할 말을 쏟아냈다고 내 분노가 누그러들지는 않았다.

화를 풀기 위해 소리를 지르고, 최 부장과 싸운 것은 아니니까.

나 역시 가슴 속이 터질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로 두 번을 참게 된다면, 내가 호구로 잡히고 말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가족을 건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선을 넘은 건, 내가 아닌 최 부장이었으니까.

* * *

리오 정형외과에서 나와 담배를 한 대 피우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최 부장과의 일과 내 업무는 또 다른 것이니, 그 마음을 더 끌고 가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마음을 훌훌 털고, 차에 올라탔다.

끼익.

빨간불 신호에 맞춰 나는 발을 브레이크 페달에 옮겨 밟았다. 그리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을 멍하니 쳐다보며 그들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렇게 사람들을 따라 눈을 옮기다 길가에 카페까지 이동했고,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나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통유리 카페. 그 유리 쪽에 앉아 있는 한 남자와 여자.

그중 남자의 얼굴은 내가 바라보는 쪽에서 정면으로 얼굴이 보였는데, 그 사람은 다름 아닌 한태준이었다.

한태준인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말 찰나의 순간 한태준인 것을 알아냈고, 나는 곧바로 앞에 앉은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병원의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듯 보였다.

내가 모든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의 얼굴을 외우지는 못하지만, 그녀의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만을 보아도 대충 알 수 있었다.

혹여나 의료 종사자라도 하더라도 그녀는 지금 병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근무를 하지 않는 쉬는 날일 것이다.

그녀는 긴 웨이브 머리에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한태준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병원에서 나온 것이라면 간호사복을 입고 있었을 것이다.

의사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왜냐, 광주에 정형외과 여자 의사는 모던 정형외과의 김사랑 원장, 단 한 명뿐이기 때문이지.

한태준 앞에 앉은 그녀가 의료 종사자가 아님을 확신한 뒤, 나는 곧바로 시선을 차 안에 있는 시계로 옮겼다.

현재 시각은 오후 4시 10분.

나는 시간을 확인하자마자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유는 바로 이 시간에 내가 이곳에서 한태준을 보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한태준은 분명 오전 회의 시간, 오후에 여수 쪽 병원을 돌러 간다고 보고를 했었다.

그의 동선을 생각했을 때, 한태준은 지금 전남 여수에 있거나, 혹은 여수에서 돌아오는 길이여야만 한다.

나는 시계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빵.

그사이 내 눈앞의 신호는 빨간 불에서 초록 불로 바뀌었고, 내 뒤차는 나를 향해 클랙슨을 울려댔다.

곧바로 나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다. 그리고 나는 애써 한태준의 동선을 맞추기 위해 짱구를 굴려댔다.

한태준을 항상 믿어 왔었고, 그가 늘 착실한 후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리라 합리화를 시키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생각에 잠긴 사이, 차는 금방 사무실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곧장 휴대전화를 열어 한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얼마 울리지 않아 그는 전화를 받았다.

- 네, 대리님.

“어. 태준아, 통화 가능하니?”

- 그럼요. 무슨 일 있으십니까, 대리님?

“어디니?”

나는 설마설마하는 마음으로 한태준에게 물었다.

아니라고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태준이 카페에 있다는 것을 말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아니었다.

그가 나에게 사실대로 여수에 가지 않은 이유, 그리고 광주에 있다는 말을 듣기를 바랄 뿐이었다.

- 어……. 저 이제 막 광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어디에서?”

- 당연히 여수죠!

“오늘 여수 갔었어?”

- 그럼요. 여수에서 일 보고, 광주 거의 도착했습니다.

“언제 여수에서 출발했는데?”

- 한참 됐습니다. 한 시간 전부터 차 타고 광주로 열심히 달려가는 중입니다.

“그래? 이미 광주 아니고?”

- 곧 광주 IC입니다. 바로 사무실 복귀할 예정입니다. 무슨 일 있으신 겁니까, 대리님?

“…아니다. 나도 사무실이거든. 오면 이야기하자. 조심히 오고.”

- 네! 금방 가겠습니다.

“그래.”

나는 그와의 전화를 끊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한태준이 여수를 가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다.

영업직이라는 일이 그때그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에 오전에 보고했다고 해서 무조건 그 일정대로 따를 필요는 없는 것.

일정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해서 그 누구도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내가 굳이 한태준에게 현재 위치를 물어본 것은 그가 나에게까지 거짓말을 하느냐를 묻기 위해서였다.

물론 사람이 살다 보면 거짓말을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 때때로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영업 직원에게, 같은 회사 사람에게는 거짓말이 용납되지 않는다.

병원에 응급 수술이 잡혀, 근처에 있는 직원이 급하게 가야 하는 일이 다반사인 것이 이쪽 일이다.

이런 곳에서 일하면서 서로 간에 거짓말한다는 것은 내 기준에서 더더욱 허용되지 않는 일.

우선 그가 외부에 있기 때문에 별 이야기를 하지 않은 채 사무실에서 한태준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에게 직접 이유를 들은 뒤 판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녀왔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사무실에 들어오니 나를 반기는 한 사람.

바로 박수진 주임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받고, 질문을 던졌다.

“사무실에 아직 아무도 안 왔어요?”

“네. 다들 늦으시나 봐요. 오전에 회의 끝나고 다 나가신 후 대리님이 제일 먼저 들어오셨어요.”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뒤 내 자리로 걸어가 앉았다.

자리에 앉아 서류 작업을 하고 있는 그때.

“대리님, 이거 좀 드세요.”

박 주임이 내게 내민 것은 회사 앞에 있는 카페 커피.

조금 전, 그녀는 볼일이 있는 듯 사무실을 나갔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돌아온 것을 보면 커피만을 사러 나갔다 온 모양.

나는 그녀가 건넨 커피를 받으며 박 주임을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박 주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그녀는 나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침에…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네?”

나는 눈동자를 빠르게 굴려 아침에 박 주임이 나에게 고마워할 일이 뭐가 있었나 생각했다.

그녀는 내가 고민할 틈도 없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지각한 거, 대리님이 도와주셔서 안 걸렸잖아요.”

“아! 고맙긴요, 뭘. 다행히도 장 사장님도 안 오셨었고, 또 주임님이 그렇게 많이 늦으신 것도 아닌데요. 어제 회식해서 그러셨을 테니까.”

그녀는 입술을 다물고 옅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도 저 혼날까 봐 도와주신 거잖아요. 감사해요, 대리님. 앞으로는 안 늦을게요.”

나는 그녀의 말에 농담을 섞어 혼내듯 말했다.

“당연하죠! 또 늦으시면 바로 장 사장님께 보고 올릴 겁니다. 하하.”

“넹! 오늘 늦은 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에요.”

그녀는 검지를 들고 코와 입 앞에 가져다 대고, 활짝 웃으며 내게 말했다.

박 주임의 표정은 나와 더 돈독해졌다며 좋아하는 듯한 얼굴.

나는 평소 박 주임이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혹여나 내가 그녀를 도와준 일이 단지 회사 동료로서, 선임으로서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그녀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생각할까 그게 걱정이 됐다.

하지만 내가 과하게 앞서 나가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속으로 머쓱한 마음이 들었다.

박 주임은 미소를 지은 뒤, 조심스럽게 나를 불렀다.

“민 대리님.”

나는 눈썹을 들썩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내가 아닌 내가 들고 있는 커피에 시선을 고정한 채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 혹시 이번 주 주말에 뭐 하세요?”

“네?”

박 주임의 말을 모두 알아들었지만, 나는 예상 밖의 질문에 그녀에게 되물었고, 그녀는 나에게 재차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번 주 주말이요! 약속…있으세요?”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짧은 찰나에 고민했다.

그녀가 던진 질문의 의도가 어떤 일 때문인지를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주말’이라는 말에는 공적인 의도보다는 사적인 일일 것임이 더 클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일 있으세요?”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코를 살짝 찡그리며 눈동자를 빠르게 굴렸다.

“저……. 사실 주말에 연극 표가 생겨서요. 대리님 시간 되시면 같이 보러 가자고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나는 그녀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연속으로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내 표정을 보고 양손을 들고 손바닥을 빠르게 흔들며 말을 이어 갔다.

“부담 가지지 마세요! 공짜 표예요. 진짜예요. 마침 두 장이 생겼는데, 친구는 이미 본 연극이라고 하고, 같이 볼 사람도 없고……. 그리고 오늘 도와주신 것도 정말 감사해서 그래요. 제가 연극 보고 나서 밥도 살게요.”

횡설수설 말을 더듬으며 나에게 랩을 하듯 속사포로 말을 쏟아내는 그녀.

박 주임의 말을 듣고 내 생각이 맞았음을 깨달았다.

내가 과하게 앞서 나가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나에게 여전히 마음이 있는 게 분명한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마음을 더 이상 모른 체할 수 없었다.

내 마음을 몇 번이고 전달했음에도 그녀의 생각은 변함이 없는 듯 보였고, 나는 내 마음을 정확히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박 주임에게 미안한 마음에 나는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고 입을 열었다.

“저… 주임님.”

그녀는 내 부름에 긴장을 했는지, 침을 꼴깍 넘기는 소리가 내 귀까지 선명히 들려왔다.

“저 연극은 보러 못 갈 것 같아요. 그리고…….”

그녀는 내 말을 잘라내고 황급하게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그게 시간도 바꿀 수가 있어서, 다른 날짜로 예약을…….”

박 주임은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고, 나는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잘라냈다.

“아니요. 이번 주도, 다음 주도 안 될 것 같아요, 미안해요.”

“…….”

그녀는 당황스러워하는 얼굴로 내 눈을 피했다.

“저번에 말했지만, 저는 아직 누군가를 만날 시간도, 준비도 되지 않아서요. 그래서 사적으로 박 주임님을 만난다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해요.”

박 주임은 내 말에 나를 바라보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부담스러워하실 필요 없어요. 그냥 어쩌다가 생긴 표이기도 하고, 오늘 일이 정말 감사해서…….”

“오늘 일이 고마워서 그런 거라면 괜찮아요. 직장 동료로서 충분히 도와드릴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박 주임님이 아니었어도, 태준이나 태석이었어도 그랬을 거예요.”

박 주임은 내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나에게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 같아 보이지만, 나는 어쩔 수 없었다.

그녀가 나에 대한 마음에 변화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에 내뱉은 말이었으니.

“다녀왔습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사무실의 어색하게 얼어붙은 공기를 환기시켜 주는 한 사람.

한태준이었다.

나는 한태준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태준아, 나 좀 보자.”

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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