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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141화 (141/339)

141화

내가 이음 정형외과 수간호사 아들에게 건넨 것은 바로 명함.

그는 내가 내민 명함을 집어 들고 나서 입을 열었다.

“이게 뭔데요?”

“보면 몰라? 명함이잖아.”

그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내게 이야기했다.

“명함인 건 나도 알아요. 이걸로 뭐 하라는 건데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수간호사의 아들.

속마음을 통해 그의 속사정을 알아버렸고, 나는 그를 도울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었다.

내가 나서서 친구들에게 괴롭히지 말아라, 라는 말을 하는 것도 이상했다.

나와는 모르는 사이였기에.

학생의 엄마인 이음 정형외과 수간호사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 또한 할 수 없었다.

나는 그들과 생판 남이었고, 내가 속마음을 통해 들었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무슨 연유인지는 몰라도 아버지가 없이 컸다는 이 아이.

그렇기에 더욱더 수간호사에게 사실을 알릴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아버지 없이 키운 자신이 잘못한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의 방안을 생각하던 중, 내가 내린 결론은 이 학생이 자신의 몸을 스스로 지키게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가장 베스트라고 생각했다.

사회에서 알게 된 친구 중 광주에서 복싱 학원을 하는 친구 놈이 하나 있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의 복싱 학원 명함을 내 앞에 앉아 있는 이 아이에게 건넨 것이다.

“복싱 학원이야. 배워보면 좋잖아.”

“이걸 제가 왜 배워요?”

조금 전 담배 이야기를 자신의 엄마에게 하지 말아달라 부탁을 하며, 나에게 조심스럽게 말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다시금 반항기가 가득한 중학생의 모습으로 내게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그.

“말했잖아.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고.”

그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걸 속마음을 들어 명확하게 알고 있었지만, 티를 낼 수가 없어 에둘러 표현을 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그는 내 말에 쉽게 수긍하지 않았고, 결국 다른 핑계로 알은척을 하기로 했다.

“복싱 배워서 친구들 괴롭히라는 거 아니야. 여기저기 멍든 모습 보이고 엄마한테 넘어졌다고 거짓말하지 말고.”

“넘어져서 다친 거라니까요!”

“나라고 안 넘어져 봤겠냐? 그게 어디 넘어져서 생긴 상처야?”

“…….”

그는 내가 자신이 친구들에게 맞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말에 놀란 눈치였다.

“친구들 괴롭히고 때리는 놈들 똑같이 복수해 주라는 뜻 아니야. 주먹은 그럴 때 쓰는 게 아니거든. 힘으로 으스대는 거, 제일 멋없어. 그러니까 같이 싸우지 말고 스스로 방어하는 방법을 배워.”

그는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여기 꼭 가 봐. 가서 민지훈 삼촌한테 이야기 듣고 왔다고 하면 알 거야. 여기 내 번호니까, 무슨 일 있으면 편하게 전화해. 담배 같은 거로 속상함 풀지 말고.”

나는 주머니 속에서 내 명함을 꺼내 복싱 학원 명함 옆에 나란히 놓았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한 손을 테이블 위에 올려 명함 두 개를 집어, 내 앞으로 밀어내며 입을 열었다.

“싫어요. 저 여기 갈 일 없어요. 삼촌이 뭔데요!”

“그냥 인생 선배라고 생각해.”

그리고 곧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그에게 대답했다.

“알아서 해. 근데 또 여기저기 다치고 멍들어서, 엄마 마음에 멍들게 하고 싶지 않으면 군말 말고 가 봐.”

나는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에게 한마디를 더 던졌다.

“아까 본 건 이야기 안 할게, 그러니까 너도 내가 이거 줬다는 거 엄마한테 이야기하지 마.”

그의 어깨를 토닥인 후 자리를 벗어났다.

수간호사에게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내가 영업을 하고 있는 이음 정형외과.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겠지.

하지만 영업을 따내고 싶어 이 학생에게 호의를 베푼 것이 아니기에, 굳이 알려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나는 학교 폭력이 싫었다.

이런 일로 중학생밖에 되지 않는 이 어린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타깝고, 싫었다.

그걸 아무에게도 말 못 하고, 혼자 끙끙 앓는 모습에 내가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다행이지 않는가.

카페를 벗어나 안을 바라보니, 그는 여전히 카페에 앉아 테이블에 놓인 두 개의 명함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지이잉.

퇴근 후 집에 들어와 맥주 한 캔을 마시며 TV를 보고 있던 그때.

거실 소파 위에 올려둔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친구.

복싱 학원의 친구였다.

나는 수간호사의 아들에 관한 이야기일 거라 확신하고 서둘러 리모컨에 음소거 버튼을 클릭했다.

“여보세요?”

- 어, 지훈아. 네가 우리 학원에 올 거라고 말한 애가 윤하준 맞지?

윤하준.

바로 이음 정형외과 수간호사의 아들이다.

처음 병원에서 봤을 때는 급하게 스쳐 지나갔기에 그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낮에 보았던 아이. 그와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교복에 달린 명찰을 보았었다.

“어. 윤하준 맞아. 복싱 학원에 왔어?”

- 응. 조금 전에 왔다 갔어. 민지훈 삼촌한테 이야기 듣고 왔다면서. 근데 걔 얼굴은 왜 그래? 어디서 맞았대? 멍들어 있더라. 넘어졌다는데, 맞아?

“학교에서 괴롭히는 애들이 있나 보더라고. 하준이한테 티는 내지 말고, 걔 맞지 않게 호신술이라도 좀 가르쳐줘라.”

- 뭐? 학교에서 맞아? 참, 요즘 애들 무섭다.

“그러니까 말이야. 그리고 학원비 알려줘. 바로 보낼게.”

- 됐어, 인마.

“됐기는. 내가 너한테 부탁하려고 보내는 애인데, 당연히 내야지.”

- 당연히 받으려고 했는데, 그런 이유로 보낸 애라면 학원비는 내가 사양이다. 내가 화가 나서 안 되겠어. 안 나 온다고 해도 내가 붙잡고 가르쳐야겠어.

“그래도 돈은 받아야지.”

- 나 장사 잘돼. 어차피 애들 가르치는 반에 얘 하나 끼는 건데 뭐. 친구 좋다는 게 뭐냐. 다음에 거하게 밥이나 한번 사.

“그럼, 당연하지. 고맙다, 친구야. 괜히 부탁하게 된 것 같아 미안하네.”

- 미안하기는 무슨. 우리 운동하는 복싱인들은 이런 거 또 못 참지. 내가 잘 교육해 봐야겠다.

“그래. 얼른 시간 한번 내주라. 거하게 한턱 쏠게.”

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웃음을 피식하고 터트렸다.

윤하준, 안 간다고 버티더니 이렇게 바로 갔네?

내 설득으로 그의 마음을 돌렸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들었다.

더불어 기특한 마음과 함께.

* * *

출근 시간.

나는 출근 도장을 찍듯, 사무실에 들렀다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커다란 병원.

바로 하라 정형외과에 오기 위해서다.

지난번, 치매가 걸린 할아버지를 도와드린 적이 있다.

그 할아버지의 아들이 바로 하라 정형외과의 병원장이었지. 그래서 이 유명하고 큰 병원이 내 담당 병원이 되었다.

오늘 하라 정형외과에 온 이유는 병원장의 호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병원장이 나를 부른 이유는 아직 나도 알지 못한다.

출근 시간 나에게 문자로 병원에 와달라는 이야기를 했고, 거기에 왜 부르시냐 물을 수는 없었기에 나는 곧장 병원으로 온 것이지.

이미 물건을 납품하고 있는 병원이었기에, 물건에 대한 피드백 또는 불편 사항을 이야기하려는 것인가란 생각을 하며 병원장실로 걸어갔다.

똑똑.

“병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어. 민 대리, 어서 오게.”

그는 커다란 명패가 올려져 있는 책상 의자에 앉아 있다가 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병원장실에 있는 소파로 걸어오며 나에게 앉으라는 듯한 눈짓을 보냈다.

“여기 앉지.”

“네.”

이어 그는 소파 테이블 옆, 협탁 위 전화를 들고 이야기했다.

“여기, 차 좀 줘요.”

전화를 끊은 뒤 나를 바라보는 그.

나는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잘 지내셨습니까, 병원장님?”

“그럼. 나야 뭐 똑같이 살고 있지, 환자들 보면서. 민 대리는 요즘 바쁜 것 같더라?”

“회사가 신생 회사인만큼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보였다.

“근데 신생 회사치고는 너무 커졌던데?”

“예?”

나는 그의 말에 무슨 의미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똑똑.

병원장실의 문이 열리고, 전화를 기다렸다는 듯 바로 들어오는 차 두 잔.

나와 병원장 앞에 하나씩 놓인 고급 찻잔.

“감사합니다.”

나는 찻잔이 놓임과 동시에 인사했다.

그리고 차를 들고 온 직원은 내게 눈인사를 보낸 뒤, 곧바로 병원장실을 빠져나갔다.

“들게.”

찻잔과 찻잔 받침을 양손으로 들고 나에게 말하는 병원장.

“예. 잘 마시겠습니다.”

나는 그에게 말을 한 뒤, 찻잔을 입에 가져다 댔다.

그 역시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자가혈 주사 말이야. 광주 메디컬에서 총판 먹었다며?”

자가혈 주사.

이번에 모던 정형외과와 광주 권역외상센터의 계약으로 인해 따올 수 있었던 자가혈 주사의 총판.

언제 소문이 퍼졌는지, 하라 정형외과 병원장에게까지 들어간 모양이다.

나는 그의 말에 입에 대고 있던 잔을 황급히 내려놓고 대답했다.

“예, 맞습니다. 바로 얼마 전 일인데, 어떻게 아셨습…….”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입을 열었다.

“나 하라 정형외과 병원장일세. 그래도 나름 광주에서 유명한 병원 중 하나 아니겠는가.”

그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

광주에서 척추 전문 병원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병원이기에, 높게 솟은 그의 어깨에는 이유가 있었다.

“나름이라니요. 광주에서 척추 전문 병원 1위 아닙니까.”

“하하. 그런가?”

“예. 자타공인 척추는 하라 정형외과인걸요.”

나는 그에게 엄지를 치켜들어 보였다.

그러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아무튼, 말이야. 내가 자가혈 주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다가, 기구 좀 봐볼까 싶더라고. 내가 알기로는 총판이 대전에 하나였던 걸로 아는데, 광주에 총판이 생겼다더라고?”

그가 말하는 총판.

바로 나.

내가 속해 있는 광주 메디컬이었기에 나는 미소가 절로 새어 나왔다.

나는 입술을 움찔거리며 그의 말에 경청했다.

그와 한참을 자가혈 주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둘 다 이야기에 열중해 앞에 놓인 차가 모두 차갑게 식어버릴 때까지.

그는 기구를 들이고 싶어 했고, 이미 결정을 다 한 뒤에 나를 부른 것이다.

계약서를 들고 오라는 말을 끝으로 그와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마지막으로 물을 게 있다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우리 병원에는 자가혈 주사 영업 안 왔던 건가?”

“병원장님께서 저를 좋게 평가해 주셔서 물건을 납품하게 해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큰 기구를 영업하러 온다는 게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러자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우리 병원 돈 많아. 좋다는 기구 충분히 투자할 수 있네. 내가 광주 메디컬 민 대리를 담당으로 놔둔 건, 자네가 내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언제든 좋은 물건, 좋은 기구가 있으면 추천해 줬으면 하네.”

“네. 좋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하라 정형외과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상의 제품들만 선별하여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자가혈 주사 총판을 따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지금.

벌써 한 대의 기구 계약을 추가로 따냈다.

그것도 내가 그렇게 영업하고 싶어 했던 이곳.

하라 정형외과.

곧 내 미래가, 그리고 우리 회사의 미래가 눈앞에 그려졌다.

승승장구하는 모습.

광주에서 제일가는 대표 메디컬이 되어 있는 모습 말이다.

* * *

다시 찾아온 출근 시간.

하루하루 쳇바퀴처럼 굴러간다고 생각했던 첫 회사 입사 초반.

그 시절에는 출근 시간이 괴로웠던 적도 있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오늘은 또 어떤 일을 해야 할까.

하지만 목표가 뚜렷이 생긴 지금, 나는 매일이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며, 달성해 나가는 기분을 느끼는 일이 얼마나 짜릿한 것인지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오늘 역시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기대하며 집을 나섰다.

집 문이 닫힘과 동시에 울리는 휴대전화.

나는 서둘러 주머니에 있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이음 정형외과의 수간호사에게서 온 문자였다.

한 번도 먼저 연락을 한 적이 없던 그녀.

나는 괜히 걱정되는 마음으로 제자리에서 천천히 심호흡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손을 움직여 문자 수신함을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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