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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125화 (125/339)

125화

- 환자분 보호자 찾았습니다.

응급실 간호사의 밝은 목소리.

할아버지의 보호자를 찾았다는 그 말에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정말 다행이네요!”

- 네. 그래서 보호자 서명받아서 수술도 진행해서 잘 마쳤어요.

“그런데 병원에는 무슨 일로…….”

- 환자분 아들분께서 선생님을 뵙고 싶어 하셔서요. 어제 내셨던 병원비도 사례하시고, 감사 인사를 전하신다고 하시는데, 지금 오실 수 있나요?

“아……. 그런 거라면 괜찮습니다. 저도 지금 업무 중이라, 광주가 아니어서요. 할아버지 괜찮으신 거 확인했으니 됐습니다.”

- 그래도 어제 병원비도 내시고…….

“괜찮아요. 추후에 어떻게 됐는지 연락 주셔서 감사해요, 선생님.”

- 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가 가족에게 버림받은 것이 아닌, 치매로 인해 가족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할아버지의 수술과 회복에 대한 이야기도 물론 반갑고 좋았지만 할아버지가 가족을 찾았다는 사실이 굉장히 반갑고 뿌듯했다.

이런 맛에 사람들이 항상 좋은 일을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을 가지며 차에 올라탔다.

광주로 올라오는 길 내내 행복한 미소와 함께.

* * *

“다녀왔습니다.”

사무실에 복귀하자 오랜만에 만나는 회사 식구들.

요즘 항상 바쁜 탓에 만나지 못했던 얼굴들이다.

“사장님, 차장님. 무슨 일로 사무실에 계셨네요?”

내 말에 손지혁 차장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게. 나도 잠깐 서류 챙기러 들어 왔는데, 타이밍이 딱 맞았네.”

손 차장과 대화를 나누던 그때, 장홍석 사장이 손짓으로 나를 불렀다.

“민 대리.”

“예, 사장님.”

나는 들고 있던 짐을 책상 위에 내려두고 재빨리 장 사장의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하라 정형외과 알지?”

“예. 알고 있습니다.”

“거기 병원장님이 민 대리 좀 만나자고 그러시네?”

나는 뜬금없는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하라 정형외과 병원장님이 저를요?”

그는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어. 오늘 중으로 좀 와달라고 해서 알았다고 했거든? 별일 없으면 바로 좀 가봐.”

“아… 지금 다른 일이 없기는 한데, 거기서 저를 왜…….”

당황스러운 호출에 나는 눈썹을 들썩이며 장 사장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는 미간에 힘을 준 채 내게 답했다.

“나도 병원장님한테 조금 전에 연락받았어. 곧 병원 문 닫을 시간 되어 가니까 어서 가봐.”

“아… 무슨 일인지는 알아야…….”

장 사장은 내게 아무 이야기도 건네지 않은 채 단호하게 답했다.

“가보면 되지 않겠어? 급한 것 같던데.”

“예, 알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혹시 모르는 마음에 들고 왔던 짐을 다시 챙겼다.

사무실에 복귀하자마자 자리에 한 번 앉지 못하고, 바로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내가 짐을 챙겨 문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손 차장이 장 사장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사장님, 하라 정형외과에서 민 대리한테 무슨 일로 호출을 하는 거예요? 저희 담당 병원도 아니고, 민 대리가 작업 중인 병원도 아니잖습니까?”

그의 질문에 장 사장은 내가 나가고 있는지 눈치를 살핀 후 입을 열었다.

“그게…….”

* * *

회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하라 정형외과.

하라 정형외과는 광주에서 척추 수술로 유명한 병원 1위이다.

정형외과는 뼈에 관련된 과목 병원이기에, 병원마다 잘하는 수술 부위가 조금씩 다른 편이다.

물론 모든 수술을 대부분 잘하지만, 특출나게 한 부위 수술을 잘해서 유명한 곳들이 있다.

그중 척추 수술로는 광주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예약을 잡고 올 만큼 유명한 병원이 바로 ‘하라 정형외과’.

이곳은 WG 메디컬에 있을 당시, 최권호 부장이 영업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하던 병원이다.

유명한 만큼 납품하고 있는 메디컬 회사가 뚜렷했고, 그 벽을 허물기가 쉽지 않았던 게지.

최 부장처럼 높은 직책, 오래된 연차에도 누누이 실패했다는 건 밑에 직원들인 우리는 더더욱 영업 시도조차 못 했던 병원이라 할 수 있다.

강화 유리로 된 큰 건물. 맨 위에는 척추뼈 모양으로 된 조형물이 붙어 있는 병원이다. 이 건물 자체가 하라 정형외과 건물이라는 뜻이지.

나는 병원 건물을 1층에서 올려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병원에서 대체 나를 왜?

특히나 병원 일반 의사도 아닌, 병원장이 대체 나를 무슨 일로?

장 사장이 이유를 끝까지 알려주지 않은 탓에 병원에 떠밀려 오듯 왔지만, 정말 아무 이유도 모르는 나는 긴장 가득한 마음을 가지고 입구로 들어갔다.

병원에 들어가 로비에 병원장님을 만나러 왔다는 이야기를 하고, 안내를 받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병원을 두리번거렸다.

좋은 이유인지, 나쁜 이유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 병원에 내가 드디어 들어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살짝 벅찬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는 한 층, 한 층 올라 가장 위에 자리해 있는 관계자실 층에 도착했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병원장실 문을 두드렸다.

똑똑.

“안녕하십니까, 광주 메디컬에서…….”

내가 온다는 이야기를 이미 들었는지, 병원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곳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뜻밖에, 그리고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다.

“고맙네.”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덥석 내 손을 잡아 악수하는 그.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고, 그가 하라 정형외과의 병원장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되물었다.

“고맙다니……. 무슨 일로…….”

생전 처음 보는 얼굴. 그리고 생전 처음 오는 병원.

대체 이 하라 정형외과의 병원장이 나에게 고마운 일이 무엇이지?

혹여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착각을 하는 것 아닐까?

나는 당황스럽고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잡고 있던 손을 잡아당기며 나를 앞에 놓인 커다란 소파로 안내했다.

“우선 여기 앉지.”

그는 큰 병원의 병원장이라 나이가 지긋해 보였다.

머리는 중간중간 흰 머리가 자리 잡고 있었고, 머리를 보지 않아도 나이가 상당해 보였음은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했다.

그는 인자한 얼굴로 내게 이야기를 하며 소파를 가리켰다.

“아… 네.”

나는 그의 안내에 소파에 착석했다. 그 역시 소파에 앉은 뒤, 협탁에 올려져 있는 전화의 수화기를 들었다.

“여기 차 두 잔 줘요.”

입구에 비서까지 있는 모양. 큰 병원이라 돈을 많이 벌고 있을 것이라 생각 했지만, 내 예상보다 더 큰 병원인 것 같았다. 그리고 정말 짧은 시간 내에 고급 찻잔 두 잔이 들어왔다.

“들어요. 향이 좋은 차야.”

“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의 시선은 찻잔을 향해 있었고, 내 시선은 그런 그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저… 혹시 어떤 일로…….”

병원장은 그제야 내 질문에 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제 고마웠네. 뭐라 이야기를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보상을 해야 할지…….”

“예? 어제요?”

어제…….

어제 나와 병원장이 마주쳤던 적이 있던가?

아니면 내가 하라 정형외과와 관련된 일이 있었던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도무지 알 수 없어 그에게 물었다.

“민 대리가 어제 병원에 모시고 갔던 분 말이야.”

“어제 응급실에 모시고 갔던 분 말씀하시는 겁니까?”

병원장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우리 아버지일세.”

“예?”

뜻밖의 말에 나는 두 배쯤은 커진 눈으로 병원장을 바라보았다.

“어제 자네 덕분에 우리 아버지 수술도 무사히 하셨어.”

나는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는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얼마 전부터 아버지가 치매기가 있으시더라고. 그런데 갑자기 집에서 사라지신 거야. 며칠을 찾고, 경찰서에 신고까지 해서 찾는 중이었거든.”

“아……. 그래서 거기에 계셨던 거구나.”

그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갑자기 오늘 아침에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는데, 병원이라고 하더라고. 급하게 갔더니 다리를 다치셨다기에 너무 놀랐지.”

“맞아요. 제가 발견했을 때 이미 앵클 골절이신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어쩌다가 다치신 건지, 아직 기억을 못 하시더라고. 그래도 민 대리가 우리 아버지를 발견해서 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정말 고맙네, 고마워.”

“아닙니다. 그런데 저를 어떻게 아시고…….”

그가 나를 어떻게 찾았는지에 대해 묻기 위해 질문을 던지는 그때, 그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들고 있던 명함을 내게 내밀었다.

병원장이 내미는 명함은 다름 아닌 광주 메디컬의 내 명함.

바로 내가 어제 응급실에 건넸던 명함이었다.

“이걸 병원장님께서 어떻게 가지고 계시는 겁니까?”

그러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내게 대답했다.

“어제 민 대리가 갔던 응급실. 그 병원의 병원장이 내 대학 동기 놈이야. 병원에 갔더니, 어제 메디컬 직원 하나가 우리 아버지 모시고 병원 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더라고. 응급실 직원이 받았었다면서 말이야.”

“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그때, 그는 협탁 서랍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며 이야기를 했다.

“이거 받게.”

하라 정형외과 로고가 새겨진 소봉투.

그 안에는 누가 보아도 돈이 들어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하얀 봉투로 비치는 오만 원권.

나는 봉투를 본 뒤, 바로 시선을 옮겨 병원장을 바라보았다.

“어제 우리 아버지 응급실 비용이네.”

“그 돈이라면 괜찮습니다. 수술한 게 아니라서 비용이 얼마 나오지 않았습니다.”

기본 진료에 통증 링거만 맞았기에 금액이 얼마 되지 않아, 덥석 돈을 받기가 민망했다.

나는 그 봉투를 양손으로 눌러 병원장 쪽으로 살짝 밀었다. 그러자 그는 봉투를 손으로 들어 내 몸 앞으로 가져다 대며 이야기했다.

“받아주게. 내가 고마워서 그래.”

그는 계속해서 내 손으로 봉투를 밀어 넣었다.

결국 내 손안으로 들어오게 된 돈 봉투. 그리고 그는 말을 이어 나갔다.

“돈을 떠나서 자네에게 보답을 좀 하고 싶은데…….”

“아닙니다. 제가 병원장님 아버지이신 줄 알고 한 일도 아니고, 그리고 어제 병원비도 주셨는걸요.”

나는 그가 준 봉투를 그에게 보여주며 대답했다.

“그건 당연히 내가 내야 할 돈이고. 어제 자네 아니었으면, 그리고 그 누군가가 우리 아버지를 도와주지 않았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

병원장은 그의 아버지가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며 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광주 메디컬에 장홍석 사장 밑에서 일한다고?”

“예, 맞습니다.”

“그래. 홍석이, 일은 여전히 잘하지?”

그는 우리 회사의 장 사장과의 친분이 있는 듯했다.

“네. 사장님 일은 최고시죠. 근데 저희 사장님과는 어떻게 아시는 사이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나는 그에게 물었고, 그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내게 이야기했다.

“그게 벌써 10년 정도 됐나?”

그는 10년 전을 회상하는 듯 허공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장 사장이 그러니까, 홍석이가 저 밑에 말단 직원이었을 때지, 아마?”

장 사장의 10년 전이라…….

신입까지는 아니어도 대리쯤 됐을 때의 일인 것 같았다.

“그때는 나도 병원장이 아니었지. 이렇게 높이 올라오지 않았을 때였어.”

그는 앞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이야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열심히 경청하고 있었다.

“예전에 WG 메디컬에 최권호라고 알지?”

“네. 지금 WG 메디컬에 부장으로 있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구먼. 최권호가 한참 우리 병원으로 영업 올 때쯤이었지,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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