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95화 (195/200)

[195]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5)

나는 회사에서 웹예능 「The Solar」를 감상했다.

미국에 오기 전부터 주 피디가 열심히 찍었으니.

소미의 학교 생활.

주희의 헬스 생활.

다이애나의 작업실.

일상 생활 속에 녹아든 그녀들의 네츄럴 라이프.

대중은 생각보다 솔라의 생활에 관심이 많았다.

'뭔가 이상하네.'

방송을 보면서 기이한 현상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

예지랑 가상 결혼 기사가 나갔는데.

어떻게 주가는 오히려 오르는 건지.

똑, 똑─

이내, 지유는 대표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오빠!"

한국과 달리 대표실이 따로 있는 미국지사.

지유는 들어오자마자 하이텐션으로 말했다.

"오늘 기사 봤어!?"

"아, 봤지."

지유는 메리드 커플 뉴스 기사를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이거, 구 팀장님도 모르시더라."

"응. 그냥 나 혼자 잡았으니까."

"여윽시!"

이내, 엄지유는 바깥 사무실을 곁눈질하며 말했다.

"예지 언니랑 합법 연애하고 싶어서!"

"원래 불법은 아니야."

"아무튼!"

그냥 뒤통수 픽이었다니까.

"그래서 첫촬영은 언제야?"

"며칠 뒤에."

대본은 없지만, 제작진은 다양한 컨텐츠를 준비했다.

나는 그저 편하게 예지랑 연애를 즐기면 그만이었다.

데이트 코스도 알아서 다 짜주고,

로맨틱한 소품이나 준비물도 사주고.

게다가, 역배각이라 방송 흥행까지 보장됐으니.

'이거 완전 개꿀이네.'

방송국 돈으로 카메라 앞에서 하는 데이트.

예능 하나 잡으니까 가성비가 너무 좋았다.

"오빠, 팬들 반응 봤어?"

"응. 당연히 봤지."

회사 대표가 소속 가수랑 가상 결혼을 하는데.

예상했던 반응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역배각도 뜬 거였지만.

"그냥 사귀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아."

"그러게."

이내, 지유는 스페이스 어플 커뮤니티 반응을 보여주었다.

-미국에서 믿을 건 대표님뿐이지

-예지랑 잘 어울림

-솔라의 아버지....? 오라버지? 오라버니? 오빠?

-세기의 연예계 커플인듯

-진짜 결혼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ㄹㅇㅋㅋ

왜 다들 이렇게 호의적일까.

타팬도 아니고, 태양빛 팬들 반응이 이럴 수 있나.

보통 걸그룹 멤버가 연애하면 엄청 까이지 않았나.

"오빠, 그동안 방송 욕심낸 이유가 이거였구나!"

"무슨 말이야."

"예지 언니랑 연애해도 팬들한테 인정받으려고!"

"...."

그게 말이 되냐.

댄싱머신 때부터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내가 방송 출연한 건 오직 뒤통수 때문에.

".... 아."

그동안 뒤통수 픽에 대한 의문을 거의 품지 않았다.

언제나 성공만 했으니까.

과학보다 정확했으니까.

"내가 그동안 방송에 노출 많이 했잖아."

"그건 맞지."

"솔라랑 케미도 키우고 이미지 메이킹도 해서...."

"...."

할머니께서 정말 말도 안 되는 능력을 물려주신 것 같다.

살아계셨다면 듣고 싶은 말이 많은데.

3년 전부터 이런 상황을 예측한 걸까.

"오빠, 진짜 처음부터 계획한 거였어!?"

"설마 그러겠냐."

"와아, 큰 그림 장난 아니네."

"...."

진짜 아니라고.

내가 의도한 게 아니야.

"앞으로 예지 언니를 잘 부탁해."

"네가 왜 부탁해."

"나도 진심으로 솔라를 아끼는 팬 중의 한 명이거든."

"그래. 알았다."

다른 건 몰라도, 예지를 위하는 마음은 진심이었다.

언제부턴가 가슴 속에서 피어난 연애 세포.

솔라 멤버 다섯 명을 모두 똑같이 아끼지만.

'그중에서도....'

여자로 생각하는 사람은 예지뿐이었다.

띠리리링─

이내, 한국에서 부모님께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어머니?"

-수호야, 전화할 수 있니?

"네. 어머니."

당연히 뉴스 기사에 대해 언급하셨다.

-나는 예지랑 잘 될 줄 알았어!

"...."

은서 아니었나요.

-예지랑 같이 집에 한번 들러라.

"준비되면 그렇게 할게요."

-알겠다.

예지는 언제나 옳다.

* * *

다음 날.

아침부터 미국 지부에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핀 브라운 씨!"

"오랜만입니다."

"그러게요."

하늘 소리, 유통으로 연락한 이후 처음이었다.

"결혼 축하드립니다."

"감사해요."

예능인 걸 알고, 농담으로 건네는 말이었다.

"촬영은 시작했습니까?"

"아뇨, 아직이요."

"메리드 커플, 제가 이전 시즌을 봤거든요."

"아 그래요?"

그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마지막 촬영이 항상 결혼식으로 끝나죠."

"...."

결혼이라니까 갑자기 민망하네.

이 방송 마지막 촬영이 언제더라.

"3월 말이네요."

"오우, 그래미 어워드 시상식 이후군요."

"아, 그래요?"

"사실 시상식 때문에 방문했습니다."

"네?"

핀 브라운은 씨익 웃으며 내게 서류를 건넸다.

"하늘 소리 싱글 앨범, 그래미 어워드에 출품한 결과입니다."

"...."

Album of the Year, 후보 명단.

신인상에 이어서 다시 올랐다.

"싱글 앨범으로 앨범상 후보에 오르기 쉽지 않은데, 이걸 해냈군요."

"그러네요."

너무 큰 상이라 실감이 안 났다.

그래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부문이었으니.

앨범에 참여한 모든 이에게 상이 주어진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결국, 정상까지 한 걸음만 남겨두었다.

"그래미에서 앨범상도 타고, 결혼식 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그래미 어워드 이후에 결혼식 촬영이라니.

하필이면 날짜가 이렇게 됐네.

괜히 불안한 마음에 뒤통수를 긁적였다.

"오옹....!"

그때, 주변에 있던 직원들은 소리를 질렀다.

"대표님이 긁적거렸어!"

"됐다, 이건 됐다!"

"아."

그냥 긁었어요.

습관이에요, 여러분.

"정수호가 뒤통수 긁었으면 끝났지!"

"그래미 앨범상은 우리 거야!"

"...."

세상에, 이 사람들 진심이야.

나보다 무속신앙을 더 믿어!

핀 브라운 씨와 함께 다이애나의 작업실로 걸음을 옮겼다.

"직원들 믿음이 굳건하군요."

"네. 그러네요."

"대표님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뜻이겠죠."

"그냥 운이 좋았어요."

"운이라뇨."

그는 나를 보며 신뢰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저도 믿고 있습니다."

"...."

졸라 부담스럽네.

드르륵─

이내, 다이애나 작업실에 들어가 그녀에게 인사했다.

"대표님!"

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다이애나와 에일리 프로듀서.

솔라와 다른 그룹들의 노래를 만들고 있던 모양이다.

"핀 브라운 씨도 오셨네요."

"네. 좋은 소식이 있어서."

"좋은 소식?"

그래미 후보 소식에, 두 사람은 입을 떡 벌리고 기뻐했다.

"대박, 우리 작년에 신인상 탔는데!"

"그러니까."

미국에서 태어난 그녀들에겐 감회가 더 남다른 듯했다.

"그럼 우리 그래미 무대 준비해야겠네요!"

"그렇지."

다이애나도 이제 프로페셔널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한동안 작업을 진행하고,

그녀와 단둘이 남았을 때.

"대표님."

다이애나는 나직하게 질문을 건넸다.

"소미가 진짜 이상해요."

"이상하다니?"

"대표님이랑 예지 언니랑 진짜 사귀는 것 같대요! 꺄하하하."

"...."

진짜 사귀는 거 맞아.

너만 모르는 것 같아.

"에휴, 진짜 이래서 고등학생이란."

"그러게."

"소미 졸업 기념으로 예능 하나 찍는 거 어때요?"

"무슨 예능?"

"그냥 펑키하고 신나는 거요."

"알아보고 있어."

안 그래도 들어오는 예능은 많았다.

그중에 뒤통수 간지러운 것도 있고.

"생존 일기라고."

".... 생존?"

너랑 소미랑 같이 가면 재밌을 것 같아.

아직 시즌 중이라 들어가긴 어렵겠지만.

"다음 시즌에 알아볼게."

"왜 저를 보고 말씀하세요?"

"응. 아니야. 곡 작업해."

"???"

같이 가면 재밌을 거야.

* * *

그날 저녁.

예지는 솔라 멤버들 앞에서 솔직하게 전부 고백했다.

물론, 이미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애초에 숨기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니까.

"나 대표님이랑 실제로 사귀어."

"뭐!?"

다이애나는 혼자서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며 벌떡 일어섰다.

"말도 안 돼!!!"

"...."

너만 몰랐던 것 같아.

"나만 몰랐다고?"

"그런가 봐."

"뭐지, 나만 왕따야? 한국말 때문이야?"

"...."

네가 이제 한국말 제일 잘해.

랩도 잘하고, 욕도 잘하고.

"그렇게 됐어. 축하해주라."

"아, 으응."

예지는 다이애나의 포옹을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축하해 언니."

"고마워."

이내, 소미는 팔짱을 끼고 눈을 부릅떴다.

"나한테 연애하는 거 들키지 마라니까."

"들키지 않고 고백하는 거야."

"아, 그럼 다른가."

"다르지."

예지는 막내의 손을 꼭 붙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솔라 활동에 피해 주지 않을 거야. 약속할게."

"아이 진짜."

"고마워."

이어서, 맏언니를 축하해주는 다른 멤버들.

주희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속마음을 밝혔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것 같더라."

"처음 언제?"

양주희는 은서의 질문을 받고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처음 우리 데뷔했을 때부터. 벌써 정수호 바라기였는데?"

"엥, 데뷔 때부터라고!?"

"몰랐어? 예지 언니는 그때부터 똑같았다니까."

".... 아하."

은서는 고개를 얕게 끄덕이며 말했다.

"에이, 그럼 인정해야겠네."

"뭐를?"

"흥, 몰라. 그냥 축하나 해."

"흐음"

띠링─

그때, 예지의 스마트폰에 비친 누군가의 톡.

그녀는 동갑즈의 싸움을 말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잠깐 나갔다 올게."

"어디 가는데."

"헤헤."

남친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앞으로 방송을 어떻게 할지 의논도 하고."

"갔다 와."

"응!"

예지는 한국에서 가져온 트로피를 챙겨 숙소를 벗어났다.

한편, 숙소에 남은 멤버들.

소미는 멀어지는 예지를 보며 말했다.

"지금 언니 뭐 가져간 거야?"

"오스카상 여우조연상 트로피."

"아하."

조만간 내년 오스카상 후보를 발표할 텐데.

LA에 상영관이 걸린 왕의 품격도 가능성 있었다.

어쩌면, 이번에는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수도.

"방송에서 자랑하려고?"

"그런가 봐."

남아있는 멤버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저렇게 좋을까."

"첫 연애잖아."

소미의 말에, 다른 멤버들이 시선이 집중되었다.

은서는 자신만만한 소미의 태도를 보며 질문했다.

"우리 막내는 연애해봤니?"

"에휴, 당연하지."

"오호."

솔라 멤버들은 다들 연애와 거리가 멀었다.

어릴 때부터 연예인을 목표로 연습했으니.

"언제 해봤는데."

"그때가 6살이었나."

"...."

지금 장난하나.

"그해 여름은 아주 뜨거웠지."

"소미야, 그거 연애 아니야."

"뭐가, 유치원 때 손잡았으면 연애 아니야?"

".... 아니야."

"아니야?"

"응. 아니야. 그거 연애 아니야."

"...."

불쌍한 처자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말했다.

"잠깐만, 그럼 우리 중 첫 번째 연애가....?"

"예지 언니네."

"지져스."

다이애나는 자기도 모르게 영어로 욕설을 뱉었다.

"왓더헬."

* * *

「Married couple」 제작진은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했다.

스튜디오와 외부 세트장을 오가는 일정.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촬영을 준비했다.

"컷! 다음 장면 가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촬영이 끝나도 여전히 딱 달라붙어 있는 정 대표와 예지.

방송을 위해서 메소드 연기를 펼치는 출연진이라니.

필립 프로듀서는 그들의 열정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

'촬영 밖에서도....'

두 사람은 진짜 사귀는 연인처럼 가까워 보였다.

원래 이 방송의 목적은 오직 대리만족.

태양빛 팬들은 당연히 미소를 지을 터.

'근데 정수호 대표님도....'

가상 결혼이 아닌, 실제 남편처럼 자상했다.

방송 나가면 얼마나 많은 여성 팬이 생길까.

잠시 후,

외부 촬영장에서 수호와 예지는 손을 잡고 걸었다.

"저기, 아직 카메라 안 켰는데요."

"아 그래요?"

그들은 여전히 손을 놓지 않았다.

'이거 왜 이렇게 리얼한....?'

필립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다시 촬영을 이어갔다.

"스탠바이, 액션."

카메라에 담기는 두 사람의 따뜻한 눈빛.

애정어린 말투와 부드러운 속삭임.

시즌 3을 찍으면서 이렇게 달콤한 촬영은 처음이었다.

"피디님."

메인 작가는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말을 걸었다.

"이번 시즌은 진짜 미쳤어요."

"동감이야."

두 사람의 케미는 역대급이었다.

대표와 소속 아티스트가 아니라.

"예지야."

수호는 예지가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뺏어 먹었다.

"아이 치사해. 저도 한 입 주세요."

"엥, 내가 먹던 건데."

"괜찮아요."

예지는 미소를 짓더니 그가 먹던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었다.

아무리 봐도, 두 사람은 서로 진짜 사귀는 사이처럼 보였다.

'이거 찐이잖아!'

예지는 몰라도, 정 대표는 배우가 아니지 않나.

이렇게 자연스러운 멜로 연기를 할 리가 없지.

촬영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엄청 가까워진 거야!?'

다른 방송에서도 두 사람의 케미는 아주 좋았다.

그래서 캐스팅 제안을 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메인작가 뿐만 아니라, 스탭들의 얼굴도 바보처럼 풀렸다.

아름다운 커플을 보면 나오는 따스한 감정.

첫 시즌에서 원했던 것도 이런 모습이었다.

필립은 카메라에 담긴 연인을 바라보며 확신했다.

"우리 방송, 무조건 뜬다."

"당연하죠!"

미국의 대박 영화 「노팅헐」 한 장면처럼.

일반인 수호를 바라보는 슈퍼스타 예지.

탑가수이자 탑배우는 꿀이 떨어질 듯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예상컨대, 조만간 전 세계 모든 사람의 부러워할 한 남자를.

'.... 졸라 부럽네.'

당연히 필립 피디, 본인도 포함이었다.

* * *

시간이 흐르고,

전 세계적으로 가상 연애 프로그램의 시대가 열렸다.

그 대단한 열풍의 중심에는 미국의 한 방송이 있었다.

「Married couple」 시즌 3.

미국에서 시작한 돌풍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으니.

메리드 커플은 TPLA를 단숨에 메이저 방송국으로 끌어올렸다.

"대표님."

오늘 아침 미국 지사에 도착한 구 팀장님.

그는 한국에서 데려온 직원을 소개했다.

"앞으로 대표님을 모실 로드 매니저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내게 꾸벅 인사하는 청년.

"굳이 매니저까지 필요할까요?"

"네. 어제 백화점에서 인파에 갇히셨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로드 매니저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내 매니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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