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80화 (180/200)

[180] 공연 준비(3)

소원 뮤직 미디어.

'나만 봐' M/V로 스타덤에 오른 송유환 감독의 소속 회사.

뮤비 스튜디오의 스탭들은 오늘따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완성곡이 아니네요."

"거의 완성 단계라고 합니다."

"그렇군요."

송 감독은 오늘 포탈 메인에 걸린 뉴스를 언급했다.

"오늘 기사 보셨죠?"

"네. 중국이 중국했네요."

"그러게요."

그래서 그럴까.

전화를 받자마자 당일 날 바로 미팅 약속을 잡았다.

스카이 엔터 측에서도 그만큼 진심이라는 의미였다.

"정수호 대표님 오셨습니다!"

"와아."

정수호 대표님과 그의 오른팔, 구 팀장이 함께 들어왔다.

그의 등 뒤로 후광이 비추는 듯 새하얀 광채를 뿜어냈다.

「나만 봐」 뮤비를 찍을 때는 상상도 못했다.

'이렇게 거물이 될 줄은....'

전세계 연예계에서도 전무후무한 천재 중 한 명이겠지.

현재 프렌즈 방 의장님에 준하는 영향력을 끼치는 걸그룹 프로듀서.

고작 2년 만에 이룩한 성과라는 사실은 놀랍다 못해 경이적이었다.

이내, 근처에 다가와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송 감독님, 오랜만이네요."

"안녕하십니까! 또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하죠. 나만 봐 뮤비 덕분에 솔라가 떴는데요."

"어후, 그런 말씀 마십쇼!"

"진심이에요."

그 당시 무명 감독인 자신을 발탁해서 스타감독을 만들어준 은인 아닌가.

'지, 진심이시구나.'

저런 눈빛이 거짓이라면 배우를 하셨겠지.

이 마인드가 그를 최고의 위치에 올렸을까.

"그럼 일 얘기 좀 해볼까요?"

"아, 넵!"

음악적인 부분은 주로 구 팀장과 자신이 대화를 나누었다.

뒤에서 침묵을 지키는 대표님.

마치 시험하는 듯한 그의 눈빛에 바짝 긴장했다.

아씨, 눈 마주쳤다.

"아, 저는 음악을 잘 몰라서 그냥 듣고만 있을게요."

"...."

진짜 시험하시는 거였구나.

음악을 전혀 모르는 대중이 들어도 완벽한 뮤비를 찍어내라고!

"대, 대표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뇨. 편하게 하세요."

"...."

불편한데 어떻게 편하게 할까요.

남들이 스타감독이라고 떠받들어주는 게 무슨 의미인가.

이런 거인 앞에서는 고작 태양 앞의 반딧불에 불과했으니.

"그럼 이번 뮤비 촬영 컨셉은...."

사극풍의 분위기.

스타일링은 한복.

특히, 솔라 멤버들의 한복 착샷은 너무 잘 어울렸다.

현재 사극 영화를 찍는 예지, 은서.

예능에서 표지 촬영한 주희, 소미.

심지어, 미국 혼혈인 다이애나까지.

곧이어, 정수호 대표는 처음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뮤비에 악기 다루는 장면을 추가하면 어떨까요."

"무슨 악기를...."

"그건 아직 안 정했는데 살짝 한국적인 느낌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러면...."

한국적인 느낌의 악기라.

"그럼 이 중에서 하나 골라보시겠어요?"

"아, 그럴까요."

이내, 너튜브로 십여 개의 악기 소리를 들려주었다.

대표님은 그중 한 악기에 꽂혀서 계속 반복 청취했다.

"아, 생황이라는 악기인데."

"아, 네. 관악기네요."

이런 비주류 악기에 관심을 두시네.

봉황을 닮은 듯 신비로운 음색을 들려준다는 전통악기.

아코디언 소리와 비슷해서 현대 음악에도 잘 어울렸다.

"괜찮은데요?"

"오, 그렇습니까?"

"네."

슥슥 뒤통수를 긁적이는 대표님.

송 감독은 씨익 웃으며 전문가를 소개했다.

"제가 국악 하는 친구를 한 명 알거든요. 그 친구가 뮤비에 등장하면 어떨까요?"

"아뇨. 저는 솔라 멤버들만 출연했으면 합니다."

"...."

솔라 멤버가 뮤비에서 직접 연주하겠다는 뜻인가.

생황의 역사는 한국의 역사만큼 오래되었는데.

국악인 중에서도 숙련된 연주자를 찾기 어려웠다.

"그 친구가 가르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요?"

"넵!"

물론, 금방 배울 수 있는 악기는 아니었다.

"그럼 일단 그 국악인 선생님과 함께 다음 미팅 잡아보죠."

"스카이 엔터에서 뵐까요?"

"네. 가능한 그전까지 곡은 완성해 놓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손목시계를 확인하는 대표님을 불렀다.

"오늘 끝나고 식사라도...."

"죄송해요. 선약이 있네요."

"아하."

하긴, 이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니까.

여자 만날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겠지.

"다음에 식사하시죠."

"네. 대표님!"

* * *

스윽─

장은서는 스마트폰을 들고 수호의 톡을 확인했다.

그렇게 따뜻하지도 않은 메시지가 왜 이리 설렐까.

[저녁 8시까지 데리러갈게]

오늘 저녁에 잡은 봄날의 벚꽃 데이트.

은서의 입가에 둥그런 미소가 걸렸다.

"언니 뭐야, 좋은 일 있어?"

"내가? 아닌데?"

이내, 소미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뭐야, 좋은 일 있네."

"아니라니까."

"오오, 촬영 없어서 누구 만나러 가는구나."

"...."

셜록 홈즈야?

큰일 났다. 소미몬이 관심을 가진다.

어그로 분산 안 시키면 대참사인데.

"너는 고 3이 공부 안 하니?"

"공부 끝났어."

"우리 막내야, 공부에는 끝이 없어요."

"수능 공부에는 끝이 있지."

"이제 봄인데 벌써 끝났다고!?"

"응."

해맑게 웃는 소미의 표정엔 한 치의 가식도 없었다.

'너는 왜 걸그룹을....'

할만 하네. 솔라잖아.

전국 1등을 찍어도 월드 스타보다 낫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천재끼리 통한다고, 대표님을 가장 먼저 알아봤을지도 몰라.

'그나저나....'

이 똑똑한 친구를 어떻게 떼어놓고 런하지.

"소미야, 나 오늘 할머니 뵈러 가려고."

"오, 나도 인사드릴래!"

".... 인사 싫어하셔."

"엥, 인사를 싫어하신다고?"

"그럴 수 있어."

"아으으. 너무해."

"내가 잘 말씀 드려볼게. 다음에는 인사받아주실 거야."

"정말?"

"응."

띵동─

그때, 숙소에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소미는 냉큼 달려서 현관문을 열었다.

"은서야, 할미 왔다."

".... 아."

할머니가 여기서 왜 나와요.

"안녕하세요, 할머니이!!"

"오오, 소미도 있구나."

"인사드려도 돼요?"

"그럼 당연하지. 우리 막둥이, 할매가 용돈이라도 줄게. 기다려 봐."

"...."

이내, 소미는 고개를 돌리더니 썩쏘를 지었다.

'웃어....?'

신소미, 저번에 예지 언니 갈대밭 데이트 때도 기어코 따라갔지.

띠링─

그때, 대표님께서 집 앞이라는 톡을 보냈다.

오늘은 꼭 단둘이 벚꽃 구경하고 싶었는데.

순간, 자신에게 신호를 보내는 한 사람.

'하, 할머니....?'

과연, 일류 투자자의 눈치는 비상했다.

-내가 붙잡고 있을게!

손녀딸의 연애를 위해 이렇게 노력하셨다.

눈빛으로 보내는 텔레파시.

이게 바로 K-핏줄의 위대함.

은서는 소미몬을 피해 무사히 숙소를 벗어났다.

그 와중에 대표님이 누구 데려왔으면 뚝배기를.

'.... 안 깨도 되겠네.'

다행히 혼자 기다리며 손을 흔들었다.

벚꽃을 구경하는 게 얼마 만인가.

팬들의 눈을 피해 시간을 보냈다.

흩날리는 벚꽃을 차 안에서 구경만 했다.

"이게.... 벚꽃 구경?"

"미안. 이게 최선이었어."

"푸흡."

밖에서는 월드 스타니, 천재 프로듀서니 칭찬하지만.

"우리는 똑같네요."

"그러게."

오래 만난 친구처럼 편한 사람.

은서는 운전 중인 수호의 반대쪽 손을 잡았다.

이내, 민망한 마음에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냥 이대로....'

대표님이 멀어지지만 않으면 상관없을 것 같다.

누구의 옆에 서 있든, 자신을 떠나지만 않는다면.

"은서야."

"오늘만요."

"...."

두 사람은 말없이 그저 편안한 시간을 즐겼다.

* * *

며칠 뒤, 스카이 엔터테인먼트.

나는 출근하자마자 다이애나의 작업실로 향했다.

특히, 오늘은 뮤비 제작진과 2차 미팅이 있었으니.

드르륵─

"대표님, 오셨어요?"

"응."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던 다이애나와 에일리 프로듀서.

두 사람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완성본을 들려주었다.

「하늘 소리」

사내 최고의 작곡가들이 머리를 모아 만든 노래였다.

류시아와 한지아가 함께 쓴 탑 라인.

다이애나와 에일리가 편곡한 단체곡.

"미디로 생황 소리도 넣어봤어요."

"악기 다룰 줄 알아?"

"아뇨. 너튜브로 몇 번 봤어요."

"그게 된다고?"

"요즘 시대에 미디로 못 만드는 악기는 없어요."

"음, 그래."

다이애나는 진짜 천재가 아닐까.

미디 시대에 최적화된 프로듀서.

곧이어, 다이애나가 틀어주는 곡을 듣는 순간 확신했다.

'이 짜릿한 감각.'

올해도 음원 시장은 솔라가 집어삼킬 것 같다.

기존 멜로디와 어우리지는 새로운 악기의 화성.

하모니카 같기도 하고, 아코디언 느낌도 나오는.

'.... 역배각!'

역배각 중에서도 상역배각.

내가 싫어하는 이 고전 음악의 향기.

저릿저릿한 뒤통수에서 나오는 확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 다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

잠시 후,

뮤비 스탭들과 생황 선생님이 스카이 엔터에 방문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갓을 쓴 상남자.

국악 전문가의 등장에 프로듀서들은 긴장했지만.

함께 완성된 곡을 청취하고, 하나같이 극찬을 쏟아냈다.

"와, 분위기가 확 달라졌소."

"정말요?"

다이애나는 활짝 웃으면서 국악인과 대화를 나눴다.

"우리 대표님이 추가하라고 하셨어요!"

"허허허. 수십 가지 악기 중에서도 콕 짚으셨다고 들었소만."

"네에!"

부담스러운 눈빛에 괜히 민망했다.

그냥 듣기 싫은 악기를 골랐을 뿐이에요.

그중에서도 가장 뒤통수가 간질간질하는.

"흠흠."

이내, 국악 선생은 생황 두 대를 가방에서 꺼냈다.

그러고는, 새 제품을 다이애나에게 건네며 말했다.

"제자여, 아쉽게도 금방 배울 수 있는 악기는 아니라오."

"리코더랑 비슷하네요. 단소 같기도 하고."

"어허, 많이 다르오."

"그런가."

선생님, 말투가 좀 이상해요.

그는 전형적인 소리꾼이었다.

"생물이 돋아나는 형상을 상징하여 생황이라고 부르며...."

"설명추.... 응."

나는 다이애나의 입을 급하게 막았다.

선생님한테 벌레하고 말할 뻔했잖아.

"선생님, 그냥 계속 설명해주세요! 하하."

"일단 소리부터 들려 드리고 다시 설명하겠소."

"이잉. 대표님 손바닥 너무 짜요."

"가만 있숴."

이런 게 전통 국악인의 자세인가.

그는 경건한 자세로 생황을 부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오묘한 소리가 작업실을 가득 채웠다.

전통적인 음악에 흥이 절로 생겼다.

"제자의 수준에 맞춘 곡이라오."

"와아."

스탭들의 박수 갈채가 이어지고.

국악인의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자, 음계를 맞추기 위해 중임무황태 기본 개념부터 천천히...."

"아, 그건 저도 알아요!"

"오호라, 그럼 제자가 한번 불러보게나."

"그럴까요."

이어서, 생황의 대나무 끝에 입을 가져다 대는 다이애나.

그녀는 서너 번쯤 삑사리를 내더니 음을 찾기 시작했다.

"??"

"???"

뮤비 스탭들은 갈고리를 띄우고 국악인을 바라봤다.

「하늘 소리」

다이애나는 다이렉트로 이번 곡을 연주했다.

연습을 한 번도 안 하고 이게 된다고?

프로듀서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과연, 청출어람이로다!"

"...."

당신이 가르친 게 아니에요.

"제자여, 이제 하산해도 좋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

다이애나는 신이야. 음악의 신.

* * *

뉴욕 주, 뉴욕 시티.

미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팝스타들을 케어하는 소속사.

WAA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로서 세계화를 추구했다.

"결국, 성적으로 증명했네요."

"...."

로버트 기획실장 오락실 유니버스의 성적에 혀를 내둘렀다.

비욘세이, 아티스트의 뜻에 어쩔 수 없이 허락하긴 했지만.

'이렇게 성공할 줄이야.'

예고편만 보고 가능성을 알아본 걸까.

"그래. 그녀의 말이 맞았어."

"스카이 엔터는 아시아 최고의 사업 파트너가 될 거로 확신합니다."

"오늘 그쪽에서 음원을 보냈다면서."

"네. 맞습니다."

"한번 들어보지."

"네. 잠시만요."

로버트는 음원을 가져오는 직원을 뒤로한 채 뉴스 기사를 살폈다.

WAA와 스카이 엔터의 콜라보.

제법 흥미로운 가십거리였다.

그만큼 좋은 곡이 나오면 앞으로도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겠지만.

드르륵─

그때, 문이 열리고 비욘세이는 직접 사무실을 방문했다.

"오, 여긴 무슨 일로...."

"제가 부를 곡이니까 같이 들으러 왔죠."

"아, 음."

사실, 회사 측에서 커트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전세계 탑 아티스트가 부를 곡인데.

아무렇게나 선정할 수는 없으니까.

'.... 마음대로 잘라내지도 못하겠구만.'

아마 오늘도 일부러 찾아온 게 분명했다.

저 탑스타의 고집을 누가 꺾을 수 있을까.

이내, 직원이 곡을 가져오고 곡의 정보를 확인했다.

[Sky sound]

일단, 곡 이름부터 특이했다.

하늘의 소리를 담았다는 걸까.

"뭐지, 스카이 엔터 단체곡이네."

"아, 그래요?"

솔라만 콜라보 하려는 게 아니구나.

지금 다른 그룹까지 버스 태우려고.

"오락실 유니버스, 멤버들이 나오는 그 팀들인가요?"

"그, 그렇긴 한데."

"한번 들어보죠."

"...."

비욘세이는 이미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노래니까.

노래만 좋으면 문제가 아니었는데.

-띠리리리─♬

굉장히 생소한 노랫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하이엔드가 비슷한 느낌의 곡을 부른 적이 있었다.

제목이 휘모리 장단이었나.

'노래가 좋긴 한데....'

누가 봐도 일반적인 분위기의 곡은 아니었다.

이런 독특한 곡을 선택하고 망하면.

자신은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려웠다.

"저기, 아무래도 이 곡은...."

"역시, 그게 맞겠죠?"

"오, 그럼요."

다행이다.

비욘세이의 생각도 자신과 비슷한 모양이다.

"역시, 뮤비에도 제가 출연하는 게 맞겠죠?"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비행기 티켓 끊어주세요. 제일 빠른 걸로."

"아."

이렇게 된 이상, 한 번 더 그녀의 판단을 믿어보는 수밖에.

날고 기는 팝스타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팝의 여왕 아닌가.

"스카이 엔터에 연락하겠습니다."

"좋아요."

이전에도, 저런 눈빛을 본 적이 있었다.

비욘세이를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한 최고 히트곡.

Say again을 처음 들었을 때의 눈빛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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