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79화 (179/200)

[179] 공연 준비(2)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이수연 씨와 술자리를 파하고 집에 돌아오니.

아랫집에서 솔라 멤버들 넷은 술판을 벌였다.

'하아, 그래.'

한 번쯤 술 마시고 싶을 수도 있지.

그동안 너무 오래 금주령을 내렸다.

"얘들아."

네 명의 멤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

미성년자 소미만 혼자 방에서 자고 있었다.

"오오, 대표님 오셨다!!!"

"꺄아악."

다이애나는 술에 많이 취한 듯 내게 비틀비틀 다가왔다.

"대표니임!!!"

"응. 다이애나."

"취하니까 막 욕이 나올 것 같아요오."

".... 누가 얘 데려가."

양주희는 한숨을 푹 쉬고 다이애나를 챙겼다.

남아 있는 예지와 은서.

그녀들의 옆에 앉았다.

"예지야, 많이 취했어?"

"아뇨. 취한 게 아니라 기분 좋은 거에요."

"...."

우리는 그걸 취했다고 하기로 했어요.

예지의 양 볼이 발그레 붉게 물들었다.

"주희야."

이내, 힘쎈여자 양주희는 예지까지 들쳐업고 방으로 들어갔다.

결국, 은서와 단둘이 남아 술잔을 기울였다.

솔라 멤버 중에는 은서가 술이 제일 세구나.

"술은 엄지유가 사다 준 거고?"

"저희가 부탁했어요. 뭐라고 하지 마세요."

"그래도 너는 술 좀 하나 봐."

"네. 회사 몰래 가끔 마셔서요."

"...."

지금 내가 알았으니까 몰래가 아닌데요.

"아, 방금은 비밀이에요."

"누구한테."

"대표님."

그게 나야.

얘도 취했네.

물끄럼─

나를 빤히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담겨있었다.

국민 첫사랑. 장폭스.

은서는 나직하게 말했다.

"우리 벚꽃 지기 전에 데이트해요."

".... 단둘이?"

"네. 우리 썸이잖아요."

"...."

그럼 여긴 투썸 바운더리인가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은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

"거절은 거절한다."

"어. 그래."

분위기에 취해 수락해 버렸다.

드르륵─

이내, 멤버들을 챙기고 거실로 나오는 양주희.

은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술잔을 채웠다.

"고생했어. 너도 한잔해."

"후우, 맥주잔에 따라줘."

"소주를?"

"응. 이제 형님이랑 2차 시작해야지."

".... 주희야?"

주희는 맥주잔에 가득 채운 소주를 건네며 말했다.

"형님, 적셔!"

"뭘 적셔."

"소주로 목구멍 적셔!"

"...."

양주희 Young하네요.

이거 완전 MZ인데요.

"아휴, 모르겠다."

"에헤헤."

그동안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멤버들과 제대로 술을 마셔본 기억이 없었다.

그래도 일단 회사 대표와 아티스트 관계라서.

'오늘은 좀 풀어지긴 했지만....'

오늘 같은 날도 있어야지.

내일부터 다시 일할 거니가.

"형님, 우리 삼촌들이 얼굴 한 번 보자고 하시네요."

"나를?"

"네. 조카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얼굴 좀 보자시네요."

감사해서 허리를 반으로 접어주시는 건 아니겠지?

"으음, 그럼 내가 찾아가서 인사 드려야 하나?"

"아뇨. 삼촌들이 회사 찾아오셔도 되고."

"아니야. 내가 갈게."

"네. 형님."

언제 한번 소미 어머니도 찾아뵈어야 했다.

아무래도, 고 3이라 걱정이 많으신 듯해서.

"우응."

그때, 소미는 문을 열고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잠옷을 입고 곰 인형을 끌어안고 있는 모습.

소미는 데뷔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귀엽다.

"우아, 대표님이당."

그대로 걸어와 내 무릎을 베고 다시 잠을 청하는 막내.

"뭐야, 왜 여기서 자. 일어나."

"벌써 자는데요."

"야, 입 돌아가."

"...."

가타부타 말도 없이 왜 남의 무릎에서 자.

"너희는 전체적으로 내가 편하긴 한가 봐."

"대표님."

은서는 배시시 웃으며 내게 말했다.

"계속 여기 계실 거에요?"

"아니, 이제 가야지."

"약속 잊지 마시고."

"???"

그녀의 뇌쇄적인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깨달았다.

'장폭스한테 홀렸네.'

국민 첫사랑과 벚꽃 데이트라니.

태양빛 팬들이 알면 난리 나겠어.

* * *

「오락실 유니버스」 국내 첫 촬영일.

촬영 시각은 늦은 초저녁 시간대였는데.

Tvm 사옥 앞에 수많은 팬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솔라의 스케줄 정보를 태양빛 팬카페에 공유했으니.

"회사 앞에서 촬영은 어렵겠네."

"그러게요."

운전대를 돌려 첫 촬영 목적지로 이동하려던 찰나.

민지는 창문을 열고 손을 들어 팬들에게 인사했다.

"와아아아아아─!!!!"

"소미! 소미! 소미!"

"양주희이이!!!"

"...."

역시, 아직 솔라의 인기를 따라잡긴 어려웠다.

"민지야, 창문 닫자."

".... 네."

바보냐. 괜히 창문 열어서 마상만 입었잖아.

잠시 후, 오늘의 첫 촬영 장소.

멤버들과 경복궁에 도착했다.

"오늘 경복궁 홍보할 거예요."

"아하."

"이미 문화재청에서 촬영 허가는 받았어요."

"근데 여기...."

오늘 예지랑 은서도 여기서 촬영 있지 않나.

운 좋으면 마주칠 수도 있겠는데.

슬쩍 나현석 피디님 표정을 보니.

'노렸네, 노렸어.'

그는 빙그레 웃으며 멤버들을 둘러봤다.

"그럼 차에서 한복으로 갈아입고 나오실게요."

"그래요."

스타일리스트와 멤버들을 남기고 밖으로 나왔다.

"이 시간에는 아무도 없네."

"그러게요."

폐장 이후의 시간이라 관광객은 없었다.

영화 스태프들만 간간이 스쳐 지나갔다.

"경복궁은 밤에도 예쁘네."

"그렇죠."

나 피디님은 시선을 돌려 영화 촬영장소를 힐끔거렸다.

"제가 한번 여쭤볼까요?"

"네?"

"김 감독님이나 스탭들 인사하고 싶으신 거 아니에요?"

"아휴, 무슨요."

얼굴에서 티 나요.

"오늘 영화 촬영 한 시간이면 끝날 걸요."

"오오, 그래요?"

"네. 그때까지 저희 팀끼리 촬영하시죠."

"넵. 하하하핳."

촬영 시간까지 다 조사하고 오셨구만.

하여튼, 능구렁이 같은 사람이라니까.

'그나저나....'

오락실은 지금 넥플렉스에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는 방송인데.

한복 입고 경복궁 방송도 나가면.

진짜 국뽕 기업 이미지 박히겠네.

솔라 뿐만 아니라, 루나와 이클립스 멤버들까지 모여 있었으니.

드르륵─

이내, 한복으로 갈아입은 멤버들이 한 명씩 밴에서 내렸다.

'양주희, 뭐냐.'

근육 좀 가리니까 은근히 여자 여자 하네.

본인은 부끄러워서 계속 두리번거렸지만.

"형님, 그냥 다른 옷 입으면 안 돼요?"

"왜 그래."

"이거 너무 불편한데."

"영화 촬영 때도 불편하게 입었잖아."

"그건 도복이죠. 편해요."

"그런가."

한복 입은 모습이랑, 무복 입은 스틸컷.

둘 다 나가면 팬서비스도 되고 좋겠네.

"그냥 오늘만 좀 참자."

"아이, 알겠어요."

이내, 귀엽게 머리를 땋은 소미를 시작으로.

다른 멤버들도 각자 내려 카메라 앞에 섰다.

류시아, 양주희, 신소미.

한지아, 엠마, 남민지.

자연스럽게 이클립스와 다른 그룹이 나란히 섰다.

"자, 오늘은 팀전이에요. 보물찾기할 겁니다."

"팀은 이렇게 3대 3인가요?"

"네. 지금 서 있는 그대로."

"...."

저 게임은 언제 끝나는 거야.

"보물 수색 범위는 노랑색 테이프를 붙여놨어요."

"피디 사마! 조또 마떼."

"???"

엠마는 의욕적으로 손을 번쩍 들고 물었다.

"보상이랑 벌칙이 뭐예요?"

"오, 예리해졌어."

"당연하죠."

"이기는 팀은...."

나 피디님은 씨익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정수호 대표님이 소원 들어주실 거예요."

"???"

그게 무슨 개소리에요.

* * *

난데없이 경복궁에서 보물찾기라니.

류시아는 한복을 잡고 낑낑거리며 주변을 수색했다.

그래도 이 순간은 아이돌 인생 최고의 황금기였으니.

"언니!"

그때, 한지아가 다가와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혹시 찾았어요?"

"아니."

"저는 벌써 찾았는뎅. 헤헤."

"...."

자랑이었냐.

어른 손바닥만 한 공을 들고 휘적거렸다.

내친김에 공을 열고 안쪽을 확인했는데.

[1분간 제자리에 서서 반성하기]

"꽝이네."

"으아, 이게 뭐에유."

"...."

지아의 입에서 당황한 듯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그럼 1분간 반성하자."

"이잉."

소미의 친구로 너튜브에도 출연한 지아.

큐앤지 연습생 때부터 미모로 유명했다.

"언니, 저랑 같이 다녀요!"

"아, 그럴까."

근데 우리 같은 팀 아닌데.

어쩌다 보니 적과 티밍했다.

오랜만에 나온 바깥나들이, 솔직히 보물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나, 나나─♬"

의미 없는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

예쁜 등이 일렁이는 경복궁.

좋은 친구와 함께하는 밤 산책.

그냥 소풍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게 아름다웠다.

한지아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한참을 걸었는데.

"언니."

우뚝 멈춰선 지아는 자신을 빤히 바라봤다.

"방금 콧노래 부른 거 다시 불러주세요."

"응? 아, 음."

까먹었다.

"도시미.... 라?"

"아니, B 마이너 세븐."

"오, 맞아."

그냥 대충 부른 노래에서 즉시 코드를 뽑아내는 한지아.

두 사람은 정리한 코드를 다시 입으로 뱉어내기 시작했다.

".... 좋은데요?"

"응. 나도."

류시아는 카메라 감독님께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감독님., 이거 방송 나가면 안 돼요."

"맞아요! 편집해 주세요!"

"아.... 넵."

한편,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솔라 멤버들.

소미는 한껏 우쭐한 표정으로 주희에게 말했다.

"언니, 이거 봐! 역시 단순한 게임 아니라고 했지."

"너 혹시 천재냐."

"무조건 스파이 있다니까."

"지니어스, 지니어스."

애초에 보물찾기는 그냥 표면상의 게임에 불과했다.

이렇게 된 이상, 전부 의심의 대상이었다.

눈앞의 주희 언니와 정수호 대표님까지도.

"우리는 이제 룰을 찾는 거야."

"무슨 룰?"

"아우, 근육 언니. 띵킹 어바웃."

".... 혼날래?"

"지송."

법보다 빠른 주먹 앞에, 소미는 얌전히 입을 열었다.

"스파이 상대로 이기는 룰이 있을 거야. 그 정보가 보물일 수도 있고."

"오오. 일리 있어."

"자 그럼 보물 찾자고."

"오케이."

.

.

.

.

.

잠시 후,

보물찾기는 이클립스의 승리로 허무하게 끝을 맺었다.

세 명이 전부 헛짓거리를 하고 돌아다녔으니 당연했다.

"이거 꽁승이네."

"대표님 소원 개꿀."

"...."

솔라 멤버들은 기분 좋아 보이는 이클립스 멤버들을 바라봤다.

"소미야."

"응?"

자신의 가녀린 어깨에 손을 감싸는 주희 언니.

소미는 가벼운 어깨동무에도 몸을 움찔거렸다.

"스파이 어딨는데."

"...."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었다.

* * *

얼마 후,

넥플렉스 전세계 88개국에서 1위를 찍은 예능.

「오락실 유니버스」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오늘이구나.'

은서랑 벚꽃 구경하러 가기로 했는데.

오늘도 미루면 벚꽃이 전부 질 것 같다.

일단, 저녁 스케줄은 없으니까 밤에 모자 쓰고 잠깐....

"오빠."

이내, 엄지유는 내게 다가와 한복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오락실 멤버들이 한복을 곱게 입고 찍은 표지.

새 멤버들이 추가된 만큼, 프로모션은 필수였다.

"이 사진, Tvm 너튜브에 올라왔더라."

"그래? 우리 채널에도 올리자."

"오, 그래도 돼?"

"응. 본방송 말고는 올려도 된다고 허락하셨어."

"오키오키."

오히려 Tvm보다 소미 채널 규모가 더 컸으니까.

예고편이라든지, 다양한 홍보 영상을 함께 올렸다.

띠링─

그때, 다이애나는 내게 연속으로 톡을 보냈다.

[대표님, 지아랑 시아 언니가 멜로디 뽑았어요]

[일단 가볍게 만져서 보내드릴게요]

[완성본은 아니에요]

노래 한 곡쯤 금방 뽑네.

우리 회사에 인재가 많다.

곧바로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흐음."

명불허전, 역배각 장인의 비트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이어지는 도입부.

사극 느낌의 간드러진 멜로디.

솔직히, 비욘세이의 취향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내 취향이랑은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역배각 떴냐.'

순간, 뒤통수에서 스멀스멀 느껴지는 달달한 감각.

'아직 이 정도로는 부족해.'

뭔가, 딱 하나만 바꿔주면 더 내 취향이랑 멀어질 텐데.

내가 사극 드라마는 안 챙겨 보니까.

그에 어울리는 악기는 뭐가 있을지.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이제부터 그림을 그려 봐야지.

"대표님."

그때,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구 팀장은 조금 난처한 표정으로 사무실에 들어왔다.

그 옆에 따라온 홍보팀장님도 표정이 심각해 보였다.

"무슨 일 있어요?"

"네. 중국에서."

"???"

이내, 홍보팀장님은 조만간 터질 뉴스 기사를 보여주셨다.

《중국의 일부 네티즌, 한복은 자국 문화라고 주장하며 Tvm 방송국에 항의 전화를....》

소국이라고 하기엔 땅이 너무 크고.

대국이라고 하기엔 속이 너무 좁다.

그래서 우리는 그 나라를 중국이라고 부른다.

"어떡할까요, 대표님."

"어떡하긴요."

중국은 넥플렉스 불법으로 보는데요.

"그쪽은 소비자가 아니에요."

"아."

사실, 제법 많은 중국인 태양빛 팬들이 존재했다.

그래서 마음이 살짝 찝찝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특히, 너튜버 중에 하나가 강하게 솔라 불매를 주장합니다."

"그래요?"

"네. 니하오라는 300만 채널인데. 영상도 올라왔습니다."

".... 잘 됐네요."

"네?"

슬슬 뒤통수에서 간질간질한 감각이 느껴졌다.

"이참에 기강 잡고 가죠."

"네?"

마침, 우리 단체곡 분위기도 사극 느낌이니까.

"단체곡 뮤직비디오, 사극 느낌으로 찍어보죠."

"아, 그럴까요?"

"네. 뮤비 스튜디오 섭외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구 팀장님의 눈빛이 열정으로 이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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