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43화 (143/200)

[143] 버라이어티(1)

한국에서 빌보드 핫100에 오른 여섯 번째 아티스트.

솔라의 미국 진출은 포탈 메인 기사로 실렸다.

아직도 갈 길은 멀었지만, 이제 시작이었으니.

솔라와 이클립스.

두 그룹과 함께 「굿버스킹」 미팅을 마치고.

피디님을 따라 버스킹 촬영지를 방문했다.

'이 정도면 버스킹이 아니라....'

계단식으로 끝없이 올라가는 원형 객석.

사실상, 버스킹 스킨을 씌운 콘서트였다.

"대표님, 장소는 마음에 드십니까?"

"그럼요."

굿버스킹 촬영지는 매번 바뀌는데, 이 정도면 상위권이었다.

"본부장님께서 쇼케이스 무대를 보고 정말 감탄했다고 하십니다."

"아, 정말요."

"네. 예열 무대에 오른 이클립스도 그렇고."

"...."

어쩐지, 예능국에서 갑자기 이클립스도 부르더라고.

굿버스킹 시청률은 보통 1프로대.

미국에서는 어마어마한 수치였다.

미국의 너튜브나 OTT 인기는 한국 이상으로 심했으니.

"그럼 촬영 날 뵙겠습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현장 검증을 마치고, 곧장 회사로 복귀하는 길.

뚜루루루─

스마트폰을 들고 구 팀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팀장님 지금 솔라 라디오 스케줄 시작했나요?"

-네. 방금 시작했습니다.

"저도 그쪽으로 갈게요."

-알겠습니다.

미국은 한국처럼 뮤직스타, 음악센터 등의 '음방' 문화가 없었다.

신인이고 나발이고, 알아서 각자도생하는 수밖에 없었다.

너튜브나 라이브 방송, 토크쇼, 코미디, 라디오 같은 걸로.

그럴만도 한 게, 값비싼 팝스타 출연료를 무슨 수로 감당하겠는가.

'그래도 우리는....'

솔라는 빌보드에 오르자마자 찾아주는 곳이 많았다.

결국엔 노래가 좋으면 뜬다.

그건 국적 불문 공통이니까.

끼이익─

이내, 방송국에 도착해 라디오 스튜디오에 방문했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네. 팀장님."

부스에서 떠들던 멤버들은 나를 발견하고 눈을 맞췄다.

이내, 솔라 멤버들은 라디오 진행자와 대화를 이어갔다.

-은서 씨는 언제부터 패션에 관심이 있었나요?

-아, 옷가게 아르바이트한 적이 있거든요.

-어메이징. 힘든 시절을 견디면서 지금의 아티스트가 탄생했군요!

-아뇨. 그렇게 힘든지는 않았어요.

-오, 긍정적인 마인드.

진짜 안 힘들었을걸.

다이아 숟가락인데.

"팀장님, 굿버스킹 스케줄 잡혔습니다."

"그럼 이클립스는 미국 스케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까요?"

"네. 그래야죠."

이참에, 이클립스도 후속곡 활동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처음부터 세 곡을 준비했는데.

두 번째 곡도 인기가 많으니까.

"솔라랑 연습실은 같이 쓰죠."

"알겠습니다."

지이이이잉─

그때,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진동 소리.

미국에서 연락하는 캐스팅 디렉터였다.

"여보세요. 정수호 대표입니다."

-미팅 잡혔습니다.

"무슨 미팅이요?"

상대는 뿌듯한 음성으로 내게 말했다.

-무적 해병대.

미국에서 역배각 잡힌 세 가지 예능 중 하나.

그런데, 아주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ABS 예능국 측에서 두 명 출연을 요청했습니다.

"흠, 두 명이요?"

-네. 미팅 잡을까요?

"그러시죠."

두 명이면 누가 좋을까.

솔라 멤버들은 해맑은 표정으로 이쪽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예지나 은서는 배우님이니까 안 돼.

군인 이미지 생기면 배역 안 들어와.

"그럼 주희랑 다이애나...."

근데 양주희는 다른 예능 컨택 중이고.

다이애나는 곡 작업하느라 바쁠 텐데.

그때, 옆에서 구 팀장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무적 해병대 스케줄 말씀이십니까?"

"아, 네. 맞아요."

"이클립스 멤버들도 지금 미국에 있지 않습니까."

"에이, 그래도 신인인데...."

신인 아이돌을 군대 보내기는 싫지만.

지금 뒤통수가 간질간질한 것을 보니.

".... 어쩔 수 없네요."

* * *

「굿버스킹」 촬영장.

이클립스 멤버들은 부푼 마음을 안고 무대에 올랐다.

"와아, 우리가 여기서....!"

블루숄츠 여동생 그룹이라는, 러비돌스와 비교되는 행보.

민지는 회사를 바꾸고 뭐든 잘 풀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얘들아, 지금 바로 굿버스킹 인터뷰 있다."

"네에!!"

오늘도 센터 욕심에 폴짝폴짝 뛰어가는 남민지.

다른 멤버들은 그 모습을 웃는 얼굴로 지켜봤다.

처음에는 그냥 나쁘게만 보였는데.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올리비아는 미소를 지으며 멤버들을 챙겼다.

잠시 후,

인터뷰 중 MC의 질문에 손을 번쩍 드는 남민지.

특이하게도, 굿버스킹 진행자는 한국인이었는데.

"저요!!! 여기서 제가 팔굽혀펴기 제일 잘해요!"

"어, 몇 개 정도?"

"안 세어 봤는데."

"그럼 엄청 잘하시는구나."

"그렇다고 봐야죠."

모든 질문에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민지.

"그럼 달리기는 누가 제일 잘해요?"

"제가요! 제가 달리기 제일 잘해요!!!"

"오, 아육대 나가셔야겠네."

"당연하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멤버도 마찬가지.

"저요오!!! 저는 학생이라 학교도 가니까요!"

"그럼 아침에 일찍 일어나시겠네."

"당연하죠! 칼 기상!"

"브라보."

이내, 진행자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마지막 질문을 건넸다.

"군대 가면 제일 군 생활 잘할 것 같은 멤버는?"

".... 엉?"

민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다시 한 번 손을 들었다.

"저, 저요."

"역시, 가장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 보네요."

"그렇죠."

그래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게 보였다.

질문이 조금 특이해도 다 받아주는 걸 보니.

몇몇 질문은 조금 이상하지만.

"자, 그럼 이제부터 굿버스킹 인터뷰 시작하죠."

"????"

멤버들은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운 채 진행자를 바라봤다.

"그럼 지금까지 한 인터뷰는 뭐예요?"

"아, 그건 대표님이 따로 요청하셨어요."

".... 따로?"

"네. 바로 인터뷰 시작할게요."

"아, 넵!"

뭔가 찝찝한 기분을 떨쳐낼 수는 없었지만.

금세 잊고 굿버스킹 촬영에 집중했다.

무대 관련 예능 출연 기회는 귀하니까.

잠시 후,

「굿버스킹」 포스터를 보고 모여든 관객들이 소리를 질렀다.

-와아아아아─!!

솔라를 아는 사람 반, 모르는 사람 반.

빌보드 핫100에 오른 아티스트였으니.

다이애나는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내 이름이 뭐라고!?

-와아아아─!!

다음 순서의 이클립스는 초조한 마음으로 무대를 지켜봤다.

".... 힙합 밀당녀."

"멘토님들 멋있다."

"그러게."

이어서, 조명이 무대를 비추고.

예지 선배는 도입부를 시작했다.

「Losing Star」

별이 지고, 해가 떠오르는 순간을 표현한 희망적인 가사.

올리비아는 숨을 죽인 채 노래를 감상했다.

가끔 아름다운 음악을 여행에 비유하는데.

밤하늘에 떠오른 별들이 쏟아지는 풍경이 떠올랐다.

'나도 언젠가는....'

솔라의 뒤를 이어,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아버지의 음악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마침내, 별과 함께 음악이 저물었다.

-감사합니다!

-땡큐 쏘 머치!

어느새 버스킹에 모여든 관객은 원형 계단을 가득 채웠다.

어림 잡아도 천 명은 넘는 관객.

팬은커녕 한국인도 아니었으니.

두근, 두근─

떨리는 심장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착각이 들었다.

"으아, 진짜 떨린다. 심장 터질 것 같아."

"야유받으면 어쩌지?"

"아잇, 그런 말 하지 마!"

"으응."

이클립스 멤버들은 진행자의 소개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자, 이클립스를 큰 박수로 맞아주세요!

* * *

다음 날.

미국 메이저 언론에 솔라와 이클립스 멤버들이 실렸다.

다행히 대중 반응은 거의 호의적이었다.

걸스온탑에서 이미 인지도를 쌓았으니.

특히, 솔라 멤버들은 벌써 공연이 여기저기서 들어왔다.

미국은 방송보다는 공연 문화였으니.

이 단계까지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 이렇게 빠르냐."

솔라는 전설이다.

똥촉은 무적이고.

그런 의미에서, 역배각 잡힌 또 하나의 예능을 떠올렸다.

'인터뷰에서....'

의외로 남민지가 군대 체질이라고 나왔네.

여고생 두 명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 건가.

똑, 똑─

이내, 엄지유가 대표실에 노크하고 들어왔다.

"오빠, 뉴스 봤어?"

"응. 봤지."

"이참에 이클립스도 같이 미국 진출해야 하는 거 아냐!?"

"아니. 일단 한국에서 입지를 다져야지."

"그런가."

신인 걸그룹이 벌써 한국을 떠나 외국만 돌아다니면.

이제 막 생성된 팬덤이 등을 돌려도 할 말이 없었다.

한국팬 없이 미국에서 성공해도 마찬가지.

"결국 돌아갈 집이 없으면 애들 멘탈 잡기도 어려울걸."

"아, 그런가."

"응. 미성년자도 있으니까."

"오빠."

지유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미성년자도 군대에 보내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잖아."

"...."

그건 뒤통수 픽이라 어쩔 수 없음.

"애들은 지금 연습실에 있어?"

"응. 무대 연습하느라."

"그럼."

나는 책상에 올려둔 낡은 팔찌를 보며 말했다.

"그럼 은서 좀 잠깐만 불러줘."

"은서 언니만?"

"응. 여기로 불러줘."

"알겠어."

처음에는 잘못 준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부모님 유품을 대충 다룰 리는 없으니까.

'예지도 아직 정리가 안 됐는데....'

그저 설마 하는 마음뿐이었다.

똑, 똑─

이내, 은서는 땀을 흘리며 대표실에 들어왔다.

"와아, 여기만 에어컨 빵빵한 거 봐."

".... 연습실 에어컨 안 나오니?"

"네. 수리 중이에요."

"그건 미안."

"한 번만 봐줌."

은서는 자연스럽게 커피포트에 물을 올렸다.

"커피 한 잔 마실래요?"

".... 내 방인데요."

"싫음 말구."

"...."

저러고 있는데, 내가 괜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닐까.

"은서야."

"네."

"이거 팔찌는 무슨 의미야?"

"...."

괜히 어색해질까 봐, 다른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은서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저한테 제일 고마운 사람이니까요, 대표님은."

"아, 그래?"

"네."

고마운 사람.

"나한테는 너희 모두 고마운 사람이야."

"...."

나는 민망해서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 다시 말했다.

"크음, 시간 날 때 쇼핑이나 할까?"

"단.둘.이.요.?"

스타카토 뭔데.

"그래. 알겠어. 단둘이 가면 되잖아요."

"스케줄 되는지 보고요."

".... 니 스케줄 관리를 내가 하는데요."

"조용히 하세요."

은서는 내 말을 무시하고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했다.

"은서야, 쉬는 날도 별로 없는데 그냥 쇼핑은 다음에...."

"누, 누가 싫대요!? 기다리니깐!"

".... 예."

"흐음, 시간 되겠네요."

"...."

아직 날짜는 말을 안 했는데요.

* * *

그날 오후.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여고생 두 명.

나도 이러고 싶지는 않았다고.

원망하려면 뒤통수에 하세요.

ABS 방송국 예능 피디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굿버스킹 뉴스는 봤습니다. 하하하하"

"그래요?"

"이렇게 큰 결정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레인의 천재 소녀가 군대에 가면 시청률이 얼마나 나올지....!"

".... 소미는 재입대예요."

"오, 경력직!"

피디님은 말이 정말 많은 편이었다.

"원래 여자 연예인 특집이 어렵거든요. 특히,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하려니까."

"아, 예."

"그렇다고 아무나 데리고 올 수도 없는 노릇이라...."

"저기요."

"예?"

알겠으니까 닥치고 계약서에 사인이나 해주세요.

우리 애들 울 것 같아요.

뭐라도 멕여야겠으니까.

"아하, 오케이! 바쁘시군요!"

"네. 피디님, 그럼 2박 3일 동안 잘 부탁합니다."

"부탁은 해병대 조교한테 하셔야죠! 하핫."

"...."

순간, 남민지 눈가에서 눈물이 찔끔 나온 것 같다.

"우리 애들 울잖아요!"

"아하, 미안합니다."

"...."

이거 봐, 당신 때문에 애들이 나를 원망 섞인 눈으로 보잖아.

"애들아, 괜찮아. 괜찮아. 그만 가자."

"뿌애애앵."

"울지 말고, 뚝."

"뚝."

나는 곧장 소미와 민지를 챙겨 방송국을 벗어났다.

그래도 이번에는 미리 알려줬네.

저번에는 촬영 날까지 숨겼는데.

"애들아,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고등어조림."

그 와중에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는 소미.

".... 맛있게 해줄게. 숙소 가서 먹자."

"히잉."

이내, 남민지는 훌쩍거리며 입을 열었다.

"나 생선 안 먹어."

"...."

군대 가면 알아서 맛있게 먹게 될 거야.

이렇게 말하면 또 울 것 같아서 참는다.

뚜루루루─

그때, 방금 만난 피디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운전 중이라서 무선 이어폰으로 받았는데.

-대표님, 혹시 잠깐 통화 가능하십니까?

"아, 네."

-혼자 듣고 계신가요?

"네. 왜 그러시죠?"

이 사람, 또또또 말 많이 하려고 밑밥까나 싶었는데.

-입대 날짜를 하루만 앞당길 수 있을까요?

"예?"

-둘 중에서 아무나 한 명만요. 펑크가 났거든요.

"...."

소미는 라디오 스케줄 있어서 안 되고.

"민지는 괜찮을 것 같아요."

-오오, 이왕이면 서프라이즈로 하루 먼저 입대시키죠! 하핫.

"...."

미국이나, 한국이나, 방송국 놈들은 다 똑같네.

일단, 서프라이즈는 둘째 치고.

남민지가 하루 먼저 입대하면.

'그렇게 되면....'

군대 선임이 되는 건가.

그것도 미국 해병대에서.

얼마 후,

남민지는 소리소문 없이 회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하루 뒤에 소미 입대 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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