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97화 (97/200)

[97] 개별활동(4)

국내 모 대형 커뮤니티에서 조사한 설문조사를 확인하니.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이돌을 총 네 팀으로 꼽았다.

하이엔드, 블루숄츠, 송나연, 그리고.

".... 솔라."

진짜 많이 컸네.

송나연이 직접 「모해모해」에 출연 제의를 할 정도라니.

아이돌 출신으로는 거의 독보적인 '아티스트'가 아닌가.

'한때 나도 송나예뻐 회원이었는데.'

그것도 돈 내고 가입한 유료 회원이었지.

송나연 노래는 역배각도 안 뜨더라.

이미 뜨고 나서 관심을 가졌으니까.

똑, 똑─

그때, 지유가 사무실에 들어와 상념을 깨트렸다.

"오빠, 여기 스케줄표."

"어. 그래."

주희 공차녀와 소미 모해모해 스케줄.

그리고, 루나 컴백 스케줄을 정리했다.

"루나 컴백 쇼케이스 무대 세팅은?"

"당연히 끝났지."

급하게 컴백을 준비하는 루나.

한 달 뒤에 컴백하는 송나연 때문에 선택지가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방송 활동과 앨범 활동 구색은 맞췄다.

"오빠, 미리 알고 있었던 거지? 송나연 컴백 날짜."

"아니, 몰랐는데."

"뭐야, 근데 어떻게 섭외까지 한 거야?"

"그쪽에서 먼저 연락해주셨지."

"그게 말이 돼?"

내가 봐도 우연의 일치가 절묘했다.

이제 뒤통수 신호를 100% 활용해서.

"그게 중요하니."

"중요.... 하진 않지."

"일단 내일 루나 컴백 준비만 생각해."

"알겠엉."

원래 지유는 솔라 매니저였지만, 지금은 구 팀장님 대리였으니.

"시간 됐네."

송나연 측 관계자와 잡은 미팅 시간이 다가왔다.

"지유야, 갔다 올게."

"아, 응."

일단, 쇼케이스 무대가 중요하긴 한데.

모해모해는 내 투자랑 연관이 있어서.

이래서 사람들이 너튜브, 너튜브 하나 봐.

잠시 후,

회사 근처 한식집에서 관계자와 인사를 나누는 순간.

"안녕하세요!"

송나연은 발랄한 목소리로 내게 인사를 건넸다.

설마 스케줄 잡는 미팅 때 직접 나오실 줄이야.

"정수호 실장님, 맞죠?"

"네? 아, 네!"

"TV에서 자주 봬서 만나고 싶었어요."

"아...."

한때 송나예뻐 회원으로서 갑자기 부끄럽다.

댄싱머신도 있고, 시상식장에도 참석했는데.

"생각보다 엄청 멋있으세요."

"으음, 감사합니다. 하하."

성덕이 이런 거구나.

"여기 모해모해 컨셉이랑 대본입니다."

"그래요?"

나연 씨는 내가 건넨 서류를 스윽 훑어보고 입을 열었다.

"요리도 해주고, 노래도 부르고.... 반말?"

"아, 반말은 원치 않으시면 빼겠습니다."

"아뇨! 오히려 좋아요!"

방긋 웃으며 말하는 모습은 천사가 따로 없었다.

"저 연예인 친구 별로 없어요. 소미 씨랑 친해지고 싶었는데."

".... 있잖아요."

나름 송나예뻐 짬이 있어서.

친한 연예인을 줄줄 읊었다.

"제이, 마유미, 박소윤, 김주인...."

"와아, 그걸 어떻게 다 아세요?"

"팬이니까요."

"자료 조사 열심히 하셨네요."

"팬이라니까요."

"네, 믿을게요."

믿는 게 아니라 진짜라니까요.

"나연 씨."

"네?"

".... 젓가락 거꾸로 잡으셨어요."

"아, 그러네."

우리 아티스트님, 덤벙대는 성격은 여전하시고.

"근데 실장님, 내일 루나 쇼케이스 아니에요?"

"네. 맞아요."

"열심히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역시, 실제로도 성격이 진짜 좋구나.

솔직히, 가식적으로 행동하기는 더 힘들겠지.

워낙 미디어에 노출이 많이 된 연예인이니까.

"그럼 모해모해 촬영 때 뵙겠습니다."

"좋아요."

* * *

다음 날.

어느 초대형 스타의 SNS 계정에 진심이 담긴 응원 게시물이 올라왔다.

《송나연 : 게시물 533 / 팔로워 21.6백만 / 팔로잉 156명》

[루나의 컴백을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가요계에서 반짝이는.... <더보기>]

[#오늘 15시 너튜브 라이브 #신곡 Blood Moon #솔라도 좋아]

홍보가 아닌 순수한 응원.

당연히 솔라의 SNS보다 훨씬 도움이 되었다.

솔라와 루나의 관계는 모르는 사람이 없어서.

"오빠가 홍보 부탁드린 거야?"

"아니. 그냥 해주신 거."

"와, 진짜 고맙네."

"그러게."

지유와 함께 쇼케이스 마지막 리허설을 보며 대화를 나눴다.

"오늘 루나 팬카페 회원 엄청 늘었어."

"얼마나?"

"거의 5천 명 정도."

"하루 만에?"

"응."

역시, 솔라가 루나를 홍보하는 건 거의 의미가 없었다.

저번처럼 두 그룹이 합동 무대를 또 준비하면 모를까.

'.... 연말도 다가오는데.'

천천히 고민 좀 해봐야지.

"지유야, 태양빛 운영진 미팅 날짜 잡았다."

"오, 진짜? 마스터 뒤졌다."

"...."

잠시 후,

오후 시각에 맞춰 급격히 올라가는 라이브 시청자 수.

새삼 초대형 가수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깨달았다.

"만약 한 달 뒤에 컴백했으면...."

"망했겠지."

이 화력은 그대로 경쟁자의 팬층이 됐겠지.

1위 한 번 못해 보고 차트에서 밀려날 수도.

거의 솔라랑 루나가 비슷한 시기에 컴백하는 꼴이었다.

"오빠, 이제 곧 시작한다."

"응."

마침내, 오후 3시 정각에 맞춰 조명이 반짝거렸다.

싱글 앨범, Blood Moon의 안무에 맞춰 춤을 추는 소녀들.

「댄싱 스트릿」 댄서가 창작한 안무는 음악과 찰떡이었다.

스크린 배경에 그림 같은 적색 달이 화려하게 떠올랐다.

최초 컨셉에 맞춰 섹시한 분위기를 발산하는 4인조 걸그룹.

루나는 각자 최선의 보컬과 춤을 선보이며 매력을 어필했다.

'.... 잘하네.'

물론, 간질간질한 역배각이 뜨는 곡을 골랐지만.

지금도 네 사람의 실력은 최상위권이라고 생각한다.

"오빠, 댓글 반응 엄청 좋아."

"그래?"

"응."

똥촉만 찾겠다고 실력을 배제할 순 없지 않은가.

뒤통수 원툴에 의지하지 않아도,

객관적으로 뛰어난 실력은 충분히 뜰 수 있었다.

이어서, 무대를 마치고 등장한 MC.

그는 뮤비를 틀어주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의 힘찬 응원과 함께 뮤직비디오를 감상하겠습니다!

슬쩍 댓글을 확인해 보니 칭찬 일색이었다.

-곡 잘 뽑았네 ㄷㄷ

-송나연 인별그램 보고 옴

-루나 코인 떡상 가즈아

-솔라 자매 그룹 ㅎㅎ

-소신 발언) 류시아가 예지보다 좋아

-근데 해랑 달 컨셉은 평생 가져가는 거냐

-와 류시아 존예네

댓글을 보다가, 문득 처음 솔라와 루나를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루나를 보고 깜짝 놀랐지.

어떻게 이런 멤버로 구성했는지.

당연히 솔라는 존망하는 수많은 걸그룹 중 하나가 될 줄 알았다.

'.... 루나는 왜 안 뜰까?'

가끔 걸그룹 중에 얘들이 왜 안 뜨지 싶은 친구들이 있다.

류시아는 진짜 물건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똥촉 때문에 묻히는 건 아닐 거 아냐.

"오빠, 루나도 진짜 많이 컸어. 그치?"

"응?"

"벌써 차트 10위권에 드는 걸그룹이 됐잖아."

"아."

내게 스마트폰을 건네며 활짝 미소 짓는 지유.

차트 순위를 확인하고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8위 Blood Moon <루나>]

".... 그러네."

앨범을 공개하자마자 10위권에 들었으면 현역 걸그룹 중에 1티어지.

루나와 솔라의 데뷔 개월 차이는 석 달 정도.

데뷔한 지는 고작 2년밖에 안 됐다는 거니까.

'루나가 안 뜬 게 아니라....'

솔라 때문에 내 기준이 졸라 높아진 거였어.

* * *

루나의 성공적인 쇼케이스 이후.

매니지먼트 1팀은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솔라 개인 스케줄에 루나 앨범 활동까지.

"일단 태양빛 운영진 미팅에, 모해모해 촬영이랑 공차녀...."

조만간 미국도 가야지.

이럴 때마다 한 번씩 매니저를 충원해야 하나 싶은데.

그러다 보니 실장급 역시 로드를 뛰는 수밖에 없었다.

"주희야, 타."

"실장 형님!"

얘는 한동안 안 그러더니, 아직도 형님이라고 부르나.

"그냥 실장님이라고 불러."

"한번 형님은 영원한 형님이죠."

"...."

공차녀 시즌 2 첫 녹화일.

기존 걸그룹 팀원들과 감독님께 주희를 소개하는 날이었다.

이전부터 함께 필드를 뛴 멤버들 사이에 잘 섞일 수 있을까.

'같은 팀원들 중에서는....'

그나마 인지도 있는 사람들이 축구 실력도 제일 좋네.

박수아는 2세대 삼대장 걸그룹 출신.

이민영은 3세대로 지금도 현역이고.

"지유랑도 축구 연습 많이 했다며."

"얍. 이제 영철이랑 비슷한 정도?"

".... 네가?"

"꼬꼬마잖아요."

"...."

그 꼬꼬마 영철이가 유소년 축구 선수라니까요.

운동 하나 배울 때마다 진짜 뒤지게 열심히 하네.

"너는 왜 태릉에 안 가고...."

"네?"

"아니다."

걸그룹을 못 하면 말을 안 하지.

솔라에 부족한 멤버는 없으니까.

"주희야, 손에 든 건 뭐야?"

"이거 영화 시나리오긴 한데."

"그걸 왜?"

주희는 손에 든 시나리오를 건네며 말을 이었다.

"은서가 보여주길래 봤는데 재밌네요."

"연기하려고?"

"놉. 아직은 관심 없쥬."

"흐음."

「첫 사랑」

제목으로만 봐서는 멜로 느낌 같은데.

요즘 영화 제목치고는 살짝 진부했다.

"작가님이 돌아가셨대요."

"뭐?"

"시나리오만 완성하시고 교통사고로...."

"아, 인생."

그럼 현실적으로 영화 제작하긴 어렵겠네.

보통 영화 감독이 실시간으로 수정하니까.

".... 작가 잃은 작품인 건가."

"그런 셈이죠."

"근데 왜 은서가 가지고 있는 거야?"

"그건 안 물어봤어요."

"뭐, 됐고."

일단, 운전대를 잡고 SBC 방송국 근처 축구장으로 향했다.

사실, 조금 막힐 줄 알았는데.

너무 일찍 도착해도 문제였다.

"주희야, 밴에서 기다릴래?"

"살짝 졸린데. 그냥 먼저 나가서 바람 좀 쐴게요."

"그럴래?"

"네. 필요하면 연락 드릴게요."

"그래, 그럼."

어차피 SBC 부속 축구장이라 일반인이 들어오는 장소는 아니었다.

"그나저나...."

주희가 가져온 대본이 자꾸 신경 쓰였다.

안 그래도 은서 차기작을 찾고 있었으니.

촤라락─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 시나리오 첫 페이지를 펼쳤다.

첫 사랑의 따뜻한 추억을 그린,

감성적인 멜로 영화 「첫 사랑」.

남자 주인공의 절절한 짝사랑이 메인이었다.

즉, 여주인공의 매력이 중요한 작품이었으니.

'.... 캐스팅 쉽지 않겠는데.'

짝사랑에 매달리는 남주보다는 여주인공 캐릭터에 눈길이 갔다.

완전히 여주인공 원툴로 매력을 쏟아부었으니까.

이 연기를 누가 소화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뜨기만 하면 국민 첫 사랑 예약인가.'

사실상, 제작도 캐스팅도 굉장히 어려운 작품.

순간, 뒤통수에서 신호가 찾아왔다.

은근히 잔잔하면서도 제법 찐하게.

원작자가 이 세상에 없는 대본을 읽으면서.

* * *

SBC 예능 공차녀 촬영장.

시즌 2를 맞이해 새로운 멤버들 영입하는 D-day.

걸그룹 팀 주장 수아는 팀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카메라 켜졌나?"

"아뇨, 꺼졌어요."

"그래?"

수아는 슬쩍 팀원들을 돌아보며 인원을 파악했다.

"민영이는 인사도 안 하고 자네."

"제일 먼저 왔던데요."

"에휴."

담요로 얼굴을 덮고, 구석의 벤치에서 잠만 자는 에이스 민영.

수아는 그녀를 뒤로한 채 다른 팀원들에게 신입 멤버들 언급했다.

"너희 오늘 영입 소식 들었지?"

"솔라요?"

"어, 양주희."

솔직히, 수아는 그녀의 존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솔직히 나는 마음에 안 들어."

뻥축구만 해도 아깝게 안 들어갔다고 감독님들 놀라는 편집이나 넣겠지.

대대장님 접대 축구도 아니고.

축구 실력도 변변치 않을 텐데.

"에이, 언니. 잘할 수도 있잖아요."

"잘하긴."

축구는 배운 기간과 실력이 정비례한다.

운동 신경으로 실력을 커버할 수 없었다.

"그래도 저는 급이 올라가는 느낌이라 좋아요."

"나두. 언제 솔라랑 축구해보겠어."

"저는 SNS에 같이 찍은 사진만 올려도 좋을 것 같은데."

"에휴, 이것들이."

누구는 한때 전성기 없었나.

걸그룹 잘 나가 봐야 3년이지.

"아무튼!"

수아는 주장으로서 인기보다는 실력으로만 평가할 생각이었다.

"나는 카메라 앞에서도 소신 발언할 거야."

"오, 진짜요?"

"응. 솔라고 뭐고 축구 못하면 못 들어옴."

".... 언니 그러다 잘리면 어캄."

"장난해? 내가 주장인데?"

"...."

그때, 팀원 줄 한 명이 슬쩍 손을 들고 입을 열었다.

"언니, 제가 작년 추석에 아육대 나간 거 아시죠."

"어. 그랬지."

그녀는 그때의 기억을 회상하며 입을 열었다.

"그때 7관왕이었나, 양주희 혼자서 금메달 다 쓸어갔어요. "

".... 올해는?"

"올해는 바빠서 솔라 안 나왔잖아요."

"바쁜 게 아니라 폼 떨어져서 안 나왔을걸?"

"에이, 설마요."

수아는 팔짱을 낀 채로 그녀의 말에 반박했다.

"양주희 아육대, 거품인 거 몰라?"

"엥, 말도 안 돼."

"어휴, 그거 다 몰아주기야. MBS 예능국이랑 솔라가 얼마나 친한데."

"으음."

수아는 소심한 팀원들의 태도에 한숨을 뱉었다.

축구장에서 축구만 잘하면 되지.

인기가 많은 게 뭐 그리 중요한가.

"그래서 양주희가 축구도 잘할 것 같아?"

"그건 모르죠."

"나보다 축구 잘하면 주장 자리 넘긴다."

"진짜요?"

"어. 카메라 앞에서도 당당하게 말할게."

"이야."

그만큼 말이 안 된다는 뜻이지.

"크으, 우리 주장님 패기."

"근데 언니보다 잘하는 게 말이 안 되긴 함."

"그건 맞지."

최약팀 걸그룹에서 가장 잘하는 두 명 중 한 명이었다.

박수아와 이민영.

둘 다 20대 후반이지만, 여기서는 유망주 취급을 받았다.

드르륵─

그때, 대기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엥, 민영아....?"

"네, 언니."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지금 왔으니까요."

".... 그럼."

오싹─

대기실에 있던 팀원들은 천천히 시선을 돌려 누군가를 바라봤다.

담요로 얼굴을 덮고 누워 있는 여인.

처음부터 대기실에 있던 저 사람은 누구인가.

"저기."

수아는 슬쩍 다가가 손가락으로 꾹꾹 어깨를 건드렸다.

"아, 음."

이내, 부스스한 머리를 털어내며 몸을 일으키는 한 사람.

"양주희!?"

"쏠라!!"

"샌즈!"

양주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주위를 둘러봤다.

"주, 주희 씨, 먼저 와서 기다리고 계셨구나."

"다들 안녕하세요."

"아, 음, 안녕하세요!"

"너무 졸려서 그런데, 조금만 더 자도 될까요?"

"그, 당연하죠."

수아는 다시 몸을 뉘이려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저기, 주희 씨."

"네."

".... 혹시 들었어요?"

"뭘요?"

"저희가 방금 나눈 대화...."

"아."

혹시 자느라 못 들었나.

"주장빵 내기요?"

들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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