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91화 (91/200)

[91] 콘서트 투어(3)

솔라 없는 솔라 숙소.

저분은 왜 남의 집에서 이러고 있냐.

가출하려면 자기네 나라에서 하든가.

찰칵─

'.... 뭐 이렇게 해맑아?'

여기서 셀카는 왜 찍는 건데.

예지가 껴안고 자는 인형이랑.

"저기요."

"네?"

"일단 그쪽 소속사에 전화할게요."

"아, 그건 아니 돼요!"

"...."

우에다 유이 씨는 불쌍한 눈빛으로 애원했다.

"여기서 딱 하루만 자고 갈게요!"

"아니."

삐, 삐삐삑─

그때, 지유는 숙소 문을 열고 들어오며 입을 열었다.

"오빠! 문 앞에 왜 짜장면이랑 탕수육이....?"

이내, 눈길을 돌려 유이를 바라보더니.

나와 그녀를 번갈아 가면서 쳐다봤다.

"와아.... 대박."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말아줄래?"

"내가 이수연 배우님 때부터 알아봤어."

"뭐를."

지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엄지를 척 들었다.

"마성의 남자! 일본 탑스타는 또 언제 꼬셨어!?"

"헛소리하지 말고, 문밖에 음식 가져와."

"아, 짜장면 가져올까?"

"아니다, 내가 가져올게."

나는 유이의 눈치를 살피고 지유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너는 저분 소속사 번호 알아봐."

"아, 응!"

일단 오늘은 지유한테 여기서 자라고 해야겠네.

끼이익─

곧장 현관문 밖에 차갑게 식어버린 그릇들을 확인했다.

냉큼 따라와 짜장면과 탕수육을 챙기는 일본 탑가수님.

'... 스트레스받아.'

멤버들은 콘서트 일정으로 태국에 갔으니.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이런 일이 생기나.

"오오, 이게 한고쿠 짜장멘!"

"아, 불어터졌네. 다시 시켜 드릴게요."

"아니, 그냥 먹을래요."

유이는 젓가락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

"오코노미야키처럼 생겼어요!"

"...."

원래는 안 그래요.

불어서 떡이 된 새하얀 짜장면 면발을 젓가락으로 드는 그녀.

이어서, 소스도 없이 그대로 한 입 베어 물고 입을 오물거렸다.

"약간 싱거운....?"

"아니, 그렇게 먹는 게 아니라."

".... 건강식!"

아니야.

"거기 소스 있잖아요."

"아아!!!"

뭔가 큰 깨달음을 얻은 듯 탕수육 소스에 짜장면을 찍어 먹는 그녀.

"오오, 상큼 시큼한 오코노미야키! 이거 마자요?"

".... 그 옆에 소스를 부어 먹으라고."

"아하!"

내 말을 듣고, 탕수육에 짜장면 소스를 부어버리는 유이.

아까부터 제멋대로 먹을 거면 왜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아니, 왜 자꾸만."

"오이시이!!!!"

"...."

당신의 취향을 존중합니다.

"스고이! 마시쏘요!"

"...."

혹시 일부러 이러는 건 아니겠지. 너튜브에서 비슷한 거 본 듯한데.

우에다 유이는 본격적으로 먹방을 시작했다.

탕수육 소스 맛 면발과 짜장면 맛 돼지 튀김.

그 모습을 불쌍한 듯 빤히 바라보니, 팔을 크게 펼쳐 음식을 감싸 안는 그녀.

"제 거예요."

".... 줘도 안 먹어요."

"안 줘요."

근데 원래 내가 사준 거 아니냐.

"헤에, 우리 예지 사마는 이런 음식을 먹는구나."

"...."

절대 안 먹어요.

"오빠, 번호 알아왔어."

"수고했어."

이내, 지유에게 전화번호를 받아 소속사 측에 전화를 걸었다.

-모시모시.

짧은 일본어 실력이었지만 내 의사를 전달하기에는 충분했다.

"큐앤지 레이블 정수호 실장입니다."

-예, 어쩐 일로....?

소속사 입장에선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겠지.

갑자기 예지가 일본에서 가출한다고 생각하면.

'.... 끔찍하네.'

일단, 상대 측에 양해를 구하고 상황을 설명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죽다 살았네요.

"유이 씨가 오늘은 꼭 솔라 숙소에서 자야겠다고 하네요."

-후우, 한번 고집부리면 못 막아요.

"내일 아침에 우리 회사로 매니저를 보내주십쇼."

-네. 꼭 사례하겠습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뚝.

괜한 오해를 살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별일은 없었다.

상대도 양국 뉴스 기사에 실리는 건 원치 않을 테니까.

'.... 벌써 친해졌냐.'

어느새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나는 고개를 젓고 지유에게 말을 걸었다.

"유이가 예지 언니 찐팬이래!"

"두 사람, 말을 놨어?"

"응! 나랑 동갑이야!"

"...."

엄지유, 출세했네.

탑스타 친구도 생기고.

"유이가 내일 연습실에 가도 되느냐는데?"

"그래. 그 정돈 괜찮지."

순간, 유이 씨의 표정이 화사하게 밝아졌다.

"감사하므니다!"

* * *

한편, 같은 시각.

예지는 지유에게 전화를 받고,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일본에서 만난 가수가 회사를 찾았다는 내용이었으니.

-수호 오빠네 집에서 재우면....

"안 돼!!!!!"

-.... 안 될 것 같아서 언니네 숙소에서 자기로 했다고.

"아, 어. 음, 그래."

-응! 콘서트 잘하고, 또 연락할게!

"그래."

뚝.

여자의 직감이 날카로운 신호를 보냈다.

"우에다 유이....!"

이제는 하다 하다 일본의 탑스타도 정 실장님의 진가를 알아보는구나.

정 실장님 집에서 자려고 끼를 부렸어.

다행히 이번에는 지유가 잘 막아줬지만.

"하아."

이래서야, 마음 놓고 미국에 가서 영화 촬영을 마칠 수 있을까.

끼이익─

태국에서 대여한 어느 연습실.

소미는 하품을 하며 다가왔다.

"언니, 엄청 일찍 나왔네."

"응."

"뭐야, 표정이 왜 그래?"

"표정이 왜?"

"거의 울 것 같아."

"...."

소미는 옆자리에 앉더니 재차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소미야, 사랑이 뭘까."

".... 로이랜드 연기 연습하는 거야?"

"어. 비슷해."

모든 게 완벽한 여인이 처음으로 사랑에 빠지는 연기.

본인 스스로 사랑이 뭔지 헷갈리는 감정이 핵심이었다.

"옥시토신 호르몬이 분비되면 행복하다는 착각을 하거든. 이게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그만해도 괜찮아."

"응."

아무튼, 오늘부터 우에다 유이는 견제 1순위였다.

사랑을 찾아 한국에 건너올 정도의 행동력이라니.

이번 상황이 「로이랜드」 대본과 겹치는 듯한 기분이었다.

현실에서도 영화처럼 바보 같이 빼앗길 수는 없지 않은가.

"언니, 일찍 왔네!"

"하암, 여기 헬스장 구려."

".... 졸려."

한편, 예지에 이어 태국 연습실에 들른 멤버들.

은서는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슬쩍 입을 열었다.

"검은 태양, 오리콘 차트에서 탑 10에 올랐네."

"오오, 대박."

도쿄돔 콘서트 효과는 그만큼 대단했다.

"이게 다 우에다 유이 씨 덕분이지."

"그렇지."

순간,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는 리더.

은서는 그 모습을 확인하고 슬쩍 입을 열었다.

"유이 님, 예쁘고 귀엽더라."

"으응."

"혹시 견제하는 거야?"

"응? 아니!"

예지 언니가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건 오랜만이었다.

연습생 시절, 루나 리더로 뽑힌 류시아 언니 이후로.

"얼굴에 쓰여 있네."

"티가 나?"

"응."

다시 볼 일이야.

김 리다한테 이런 귀여운 모습도 있었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떡하긴."

계속 연습하고, 가수로서 실력으로 찍어눌러야지.

"지금도 노력은 충분해."

"그래?"

"응."

예지 언니만큼 연습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연습만으로는 해외 인기를 따라잡을 수 없을 테니.

"이제는 실적을 쌓아야지. 커리어."

"아아, 실천으로?"

"그렇지."

지금 해외 투어하는 것도 가수로서 입지를 다지는 과정이었다.

"고마워. 열심히 들이대 볼게."

".... 들이대?"

뭔가 핀트가 어긋난 것 같지만.

"너한테 털어놓으니까 속 시원하네."

"그, 그래?"

"응."

그냥 언니만 좋으면 됐다.

* * *

띠리리링─

아침 일찍부터 울려대는 벨 소리.

박 본부장님의 전화를 받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이내,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담배 타임을 가졌다.

"일본 소속사에서 매니저 보냈대."

".... 느려."

한국이었으면 어제 새벽부터 숙소 근처에서 대기했을걸.

"저쪽도 감사한 마음인 것 같아."

"네. 뭐...."

인간이라면 그런 도리는 있어야지.

"그래서 방송 출연 제안을 해볼까 해."

"방송이요?"

"우에다 유이 정도면 반쯤은 월드 스타니까."

"...."

그런 사람이 왜 다른 나라에서 가출을 하냐.

워낙 탑스타라 회사에서도 애지중지할 텐데.

"아무튼...."

이번 기회에 일본에서 입지를 다지면 더 좋겠지.

"수호야."

박철민 본부장님은 스마트폰을 확인하더니 민머리를 문질렀다.

"유이 씨가 또 뭔가 하는 것 같은데?"

"네?"

스윽─

내게 스마트폰을 건네 SNS 라이브 방송을 보여주는 본부장님.

"유이, 지금 라방 켰나 봐."

".... 연습실에서요?"

"어."

그 사람은 가만히 있으면 어디 좀이 쑤시나 봐.

"가봐야겠네"

곧장 걸음을 옮겨 연습실을 돌아다녔다.

몇 군데 확인하니 금방 그녀를 발견했다.

"Happy ending. My sunshine...."

솔라 정규 앨범 수록곡 중 하나.

언제 저 곡을 익혔는지 모르겠네.

'자유로운 영혼이냐.'

우에다 유이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연습생이 눈에 띄었다.

'.... 한지아?'

지금 유이 씨가 치는 기타의 주인.

어떻게 또 저런 인연이 생겼는지.

유이는 라방 댓글을 확인하더니 입을 열었다.

"오, 검은 태양 프로듀서에요?"

"네? 아.... 네. 하하."

"와우, 몰라봤어요!"

자시의 옆자리를 툭툭 치며 부르는 우에다 유이.

한지아는 얼굴을 붉히며 라방에 얼굴을 드러냈다.

"우리 같이 노래해요."

"저, 저랑요?"

그녀는 지아에게 다시 기타를 건네며 마이크를 들었다.

'.... 무슨, 라이브 시청자 수가.'

3만을 넘어, 4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고도 없이 그냥 편하게 켰을 텐데.

한지아는 솔라의 수록곡 중 자신이 직접 작곡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본인이 직접 생각한 가사에 덮어씌운 멜로디.

이내, 두 사람의 하모니가 연습실을 뒤덮었다.

라이브 방송에 찾아오는 해외 팬들은 열정적인 무대에 피드백을 남겼다.

".... 야레야레."

그때, 뒤에서 낯선 일본어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제가 한발 늦었군요."

"누구...."

"유이 상 매니저입니다."

"아."

늦었다는 게 무슨 뜻일까.

"한국에 더 머무르려고 저러는 거예요."

"네?"

마침, 우에다 유이는 노래를 멈추고 내 의문을 풀어주었다.

"나머지 공연을 보려면 사흘만 기다려요!"

솔라가 돌아오는 날짜와 같았다.

"그때도 지아 씨랑 같이 있으면 더 좋은 무대 보여줄게요!"

"...."

유이는 이쪽을 바라보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든 예지를 꼭 만나고 돌아가겠다는 의지.

'.... 곰인 척하는 여우였네.'

인터넷 상의 5만 명 앞에서 공약을 걸었으니.

"정수호 실장님."

"네."

"사흘만 더 부탁드립니다."

"엥, 그럼 그쪽은요?"

"아, 물론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

아휴,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한지아는 5만 명 앞에서 노래를 부른 거네.

* * *

며칠 뒤.

태국 콘서트를 마치고, 무사히 귀국한 솔라 멤버들.

우에다 유이는 예지를 만나자마자 냉큼 달려갔다.

"예지 사마! 팬이므니다!"

".... 제 팬이요?"

"네! 제팬 사람 마자요!"

"아하."

한동안 예지 옆에 딱 붙어서 귀찮게 하는 그녀.

예지는 슬글슬금 내게 다가와 소매를 붙잡았다.

"내 거. 빼앗길 뻔했네."

"응?"

"유이 씨, 엄청 예쁘잖아요."

"너가 더 예뻐."

"정말요? 헤헤."

"태국 콘서트 힘들었지? 오늘은 푹 쉬어."

"에이, 괜찮았어요."

다른 멤버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게 어떻게 괜찮을 수 있지?"

"거기 엄청 더워요!"

"힘들어어."

어쩐지, 멤버들 표정을 보니 많이 고생한 느낌이었다.

"이제 해외는 영국 콘서트만 남았네. 좀만 더 힘내자."

"네에."

나는 소미를 바라보며 오늘 일정을 알렸다.

"소미야, 너튜브 촬영할 거야."

"으아, 저 오늘 귀국했어요!"

"오늘 우에다 유이 씨가 떠나기 전에 출연해 주신다던데."

".... 그래서 오늘 주제가 뭐라고요?"

"태세 전환 빠르네."

"그래야 살죠."

오늘은 소미 너튜브 채널에서 진행하는 첫 라이브 방송.

「모해모해」의 초대 게스트인 한지아와 공동 출연이었다.

"고품격 음방 방송이야."

"와우."

타이밍 봐서 소미랑 함께 부를 기회가 올 수도 있었다.

"일단 이동하자고."

"네에."

유이는 마지막까지 예지를 따라다니며 깊은 팬심을 드러냈다.

".... 가시죠."

"이잉."

잠시 후,

「우주아이돌 갓소미」 너튜브 촬영 스튜디오.

오랜 만에 제작진이 모여서 장비를 설치했다.

"오늘은 라이브예요."

"네. 알고 있습니다!"

특급 게스트가 출연해 주었으니, 소미는 지아와 함께 오프닝을 진행했다.

"여러분! 오늘 게스트 누규?"

"혹시 저에요?"

"놉! 당신은 그냥 제 친구 한지아. 오늘 게스트는 따로 있어요."

"설마 저랑 같이 듀엣을 부르신 분?"

"딩동댕!"

첫 번째 라이브 방송부터 수많은 댓글이 미친 듯이 올라갔다.

당연히 얼마 전 SNS에서 화제가 된 영상을 모를 리는 없으니.

"우에다 유이 상! 나와주세요!"

"아뇨하세요!"

내가 여기 너튜브 채널에 얼마 정도 투자했더라.

돈 굴러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기분이야.

"솔라 한국에서 첫 단독 콘서트 축하해요!"

"오, 어떻게 아셨어요?"

"찐팬이니까!"

티켓팅 홍보도 자연스럽게 해주시네.

방송으로 뽑을 건 다 뽑아먹을 것 같다.

"지아야, 오늘을 위해 새로운 곡을 썼다며?"

"맞아! 솔라의 찐팬인 유이 언니를 위한 헌정곡!"

"오오."

며칠 전,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영감이 떠올랐다고 하더니.

"대충 무슨 곡인지 말해줘요."

"그, 막, 있잖아. 동경하는 사람을 보러 일본에서 건너오는 기분."

".... 사랑 노래?"

"아니. 이성 간에 사랑은 아니고 팬심에 가깝지."

"노래 제목이 뭔데?"

한지아는 슬쩍 미소를 짓더니 입을 열었다.

"제목은.... 오덕!"

"오덕?"

"솔라 다섯 명 덕분에 행복하다는 뜻이지."

"...."

아, 제목 누가 지었냐.

노래를 듣기도 전부터 뒤통수 간지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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