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72화 (72/200)

[72] 복수 소녀(5)

Tvm 「호러 메이즈」 첫 촬영장.

나는 구현식 매니저님과 함께 소미의 촬영을 지켜봤다.

"꺄아아악!!!"

살아있는 리액션을 보여주는 소미.

스탭들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오케이, 망둥어 귀신 투입!"

"피디님, 지금도 무서워하는데...."

"괜찮아. 군필 여고생이잖아!"

"...."

김지훈 피디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소미를 몰아붙였다.

'저 악마 같은 놈.'

이거 괜히 고정으로 잡았나.

소미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솔직히, 방송에서는 귀엽게 나올 것 같다.

"정 팀장님."

그때, 구현식 매니저는 내게 말을 걸었다.

"저는 잠시 후에 영화 촬영장에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래요."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한 영화 「복수 소녀」.

어느새 액션 씬은 마무리를 짓고 있었다.

벌써 2월도 끝나갈 무렵이 다 되어갔으니.

"이번 주에 양주희 액션 촬영은 끝나는 거죠?"

"네. 맞습니다."

"은서 나머지 촬영도 얼마 안 남았고."

"그렇죠."

영화 촬영만 끝나면 바로 정리할 사람이 있었다.

본부장님은 이미 모기업에 법무팀을 요청했으니.

"연출팀 조감독은 조만간 잘라낼 겁니다."

"네? 복수 소녀 조감독이요?"

"맞아요. 금성 프로덕션에서도 제작비 떼먹은 놈들은 정리됐을 겁니다."

"아, 그럼."

구 매니저님은 뭔가를 깨달은 듯 입을 열었다.

"어쩐지, 제작사에 뭔가 변화가 있더군요."

"그럴 겁니다."

방 마담이라는 분이 정리했으니까.

"그걸 정수호 팀장님이 하신 거였군요."

"네?"

"역시 대단하십니다."

"저 아닌데요."

"하하. 언제나 겸손하시고."

"...."

나를 뭐로 보는 걸까.

똑같이 월급 받는데.

"조감독, 10년 동안 예술 영화만 찍은 사람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네. 김춘수 감독님 밑에서."

"아아."

무조건 한탕 하고 싶었겠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 저는 조감독님 성격 좋아 보였는데."

"털어보면 뭐가 나올 겁니다."

인생에 딱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멍청하게 날려버렸네.

이번 영화만 대박 나면 다음엔 메인 감독도 했을 텐데.

"아무튼."

이제 주희는 스케줄 잡아도 되는 건가.

건강이나 먹방 프로에서 엄청 찾더라.

"아, 레드와인 쌤 춤 예능도 있구나."

"네?"

"그 해외 댄서들이랑 경쟁하는 프로요."

"아, 댄싱 스트릿."

저번에 예지 인터뷰를 찍으러 간 적이 있었다.

각국의 댄서들과 경쟁하는 댄스 예능이던데.

"그거 아직도 제작 안 하고 있네요."

"팀장님, 그게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라뇨?"

이내, 구 매니저님은 난색을 보이며 스마트폰을 들었다.

"여기, 얼마 전에 기사 떴습니다."

[댄싱 스트릿, 제작비 먹튀로 열악한 환경. 투자금이 없으면 사실상 폐지 수순으로....]

".... 요즘 먹튀가 유행인가 보네."

"뭐, 인간 본성이 그렇죠."

"주희가 출연하면 투자자도 붙으려나."

"쉽진 않을 겁니다."

망해가는 프로에 출연을 강행할 이유는 없었지만.

뒤통수가 가려운 걸 보면 출연하는 게 정답이었다.

"홍주 선생님께서 SAS 고양이춤도 완성해 주셨잖아요."

"네?"

"은혜 갚아야죠."

"오, 의리."

의리는 아니고, 뒤통수에서 신호가 왔네요.

"미팅 한번 잡죠."

* * *

「복수 소녀」 영화 촬영장.

장비를 설치 중인 깊은 산 속.

오랜만에 촬영장 분위기가 굉장히 엄숙했다.

양주희의 맨손 등반 장면이 있는 날이었으니.

오늘은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되는 마지막 액션 씬이 있는 날이었다.

"감독님, 위험하지 않을까요?"

"위험하지 않소."

지유는 무술감독에게 질문을 건넸지만 그는 진중한 표정으로 답했다.

"안전 장비도 고려했고, 양가의 딸은 충분한 실력을 갖췄소."

".... 그럼."

"나만 믿고 진행시키시게."

"음."

이내, 지유는 무술감독의 어깨에 시선을 빼앗겼다.

감독님의 어깨에 앉은 부엉이는 고개를 까딱였다.

'진짜 도인 같으시네.'

기인열전 같은 프로에서 본 것 같아.

맹금류를 키우시다니.

엄청 위험해 보이는데.

"감독님, 그럼 주희 언니 데려올까요?"

"그렇게 하시오."

"저기."

지유는 참지 못하고, 무술감독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부엉이 이름이 뭐예요?"

"부엉이?"

"지금 어깨에...."

"아 시박! 깜짝이야!"

후두드득─

순간, 부엉이는 날개를 펼쳐 산기슭으로 날아가 버렸다.

"아씨, 깜짝 놀랐네. 뭐야 이거!"

"으음."

"아 진짜 뭐야. 부엉이 쉑."

".... 언니 데려올게요."

"아오 씨, 놀랬잖아."

지유는 고개를 저으며 은서와 주희가 대기 중인 밴으로 향했다.

"주희 언니! 준비하면 될 것 같아."

"그래?"

"오늘이 마지막 액션 촬영인데 기분이 어때?"

"어떻긴, 홀가분하지."

문득, 지유는 수호가 잡고 있는 스케줄이 떠올랐다.

"언니, 댄싱 스트릿 알지?"

"응. 홍주 쌤이 오래 준비한 프로."

"언니가 그거 나갈 수도 있어."

"오, 진짜?"

"응. 아직 미팅 단계."

주희는 은서의 격려를 받으며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오늘 화끈하게 잘 끝내야겠네."

"응."

"가즈아."

곧이어, 주희는 스탭들이 준비한 와이어를 착용했다.

액션 스쿨에서 얼마나 열심히 연습한 장면이었던가.

"주희 씨."

이내, 김춘수 감독이 다가오며 걱정스레 말을 꺼냈다.

"이번 장면만 그냥 전문 스턴트 우먼을 쓰는 건...."

"절대 안 되죠. 연습한 시간이 있는데."

".... 그렇겠지?"

"당연하죠."

주희는 씨익 미소를 짓더니 손을 털었다.

"믿고 맡겨주세요."

살며시 가파른 돌벽을 올려다봤는데.

아찔한 각도는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 해야 해.'

문득, 연예인이 되기로 결심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존경하는 국대 출신 넷째 삼촌이 방송에 출연하셨을 때.

촬영장에서 유명 연예인과 MC들의 뒷담을 들었던 순간.

운동선수를 포기하고 아이돌이 되기로 결정했다.

'그 누구보다 강하고....'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 있는 스타가 되는 꿈.

정수호라는 선장을 만나서 목표를 실현하고 있었다.

그분이 직접 선택한 영화였고, 자신에게 스턴트 액션을 맡기셨으니까.

"주희 씨, 바로 가실까요?"

"네! 준비됐습니다."

"레디...."

양주희는 마음을 다지고 절벽 앞에 섰다.

뒤에서 쫓아오는 조연들을 슬쩍 돌아보고.

"액션!"

맨손으로 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스탭들은 그 장엄한 모습을 두 눈에 담았다.

이번 영화의 하이라이트.

「복수 소녀」의 영화 주인공, 장은서처럼.

오직 어깨와 등만으로도 열연을 펼쳤다.

'.... 브라보.'

제작진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양주희의 연기를 감상했다.

* * *

며칠 뒤, 큐앤지 레이블 사옥 휴게실.

소미를 제외한 멤버들은 TV 앞에 모여들었다.

MBS 「백스토랑」 본방송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희야, 촬영 끝난 거 축하해."

"축하는 무슨."

예지는 이미 촬영장 소식을 전해 들었다.

주희 덕분에 엄청난 장면이 탄생했다고.

이내, 주희는 민망한 듯 소미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언니, 오늘 소미 입학선물 뭐 사줄까?"

"아, 선물."

서광예고의 홍보모델이자 입학생 대표.

성적도 좋고 가장 유명한 연예인이니까.

"숙소에 준비해놨지."

"오, 김 리다 준비성 무엇."

"얘들아, 소미가 오늘 입학생 대표인 거 들었지?"

"응."

예지는 아쉬운 목소리로 말을 늘어뜨렸다.

"으음, 내가 따라갔어야 했는데."

"누가 입학식을 따라가. 그건 부모님도 안 가."

"그래도 우리 막내잖아."

"언니야, 방송 시작한다."

"그러네."

양주희는 예지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대화를 이어갔다.

"입학식보다 촬영이 걱정이겠지."

".... 호러 데이즈?"

"응. 소미 그거 고정이잖아."

"...."

공포 예능 특성상, 시청률은 잘 나올 확률이 높았다.

게다가, 팀장님이 직접 잡아온 스케줄인데 어련할까.

"나중에 거기 촬영장 갈 때 같이 가주면, 소미한테 최고의 입학선물일걸?"

"출연하려고?"

"아니, 구경만."

".... 팀장님께 말해볼게."

"응. 그나저나 오늘은 팀장님이 안 보이시네."

"솔라 스케줄 없어서 어디 간다고 하시던데."

"어디?"

"동문...."

그때, 시청 중인 방송에 예지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새하얗고 깔끔한 조리복에 정갈한 헤어.

멤버들은 언니의 등장에 환호를 질렀다.

"와우, 우리 김 리다 너무 예쁘자너."

"어느 팀 리더인지, 실허네."

"아이, 그만 놀려."

예지는 얼굴을 붉히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잠깐 손 좀 씻고 올게."

"어디 도망가."

"오오, 바로 요리하네."

백성원 님의 지도 아래, 제자들은 요리를 시작했다.

'.... 편집 뭐냐.'

은서는 기대와 달리 이상하게 흘러가는 방송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백 주부님께서 분명히 음식 맛을 봤는데.

그 오묘한 표정에서 '맛없음'을 느꼈거늘.

-예지 씨, 직접 요리하셨어유?

-네. 직접!

-빨리 배영선 씨 불러야겠네. 먹어보라고.

-제 요리가 그렇게 맛있어요!?

-그냥 그렇다고 할게유.

아니, 말을 해주셔야 현실을 깨닫죠.

본인이 요리 잘하는 줄 알고 있다고.

이내, 은서는 배영선의 등장을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저분은 내가 잘 알지.'

예지 언니처럼 순둥한 사람은 절대로 상대 못 해.

독설을 듣고 눈물 쏙 빠지게 울었을지도 모르겠....

-어머, 예지 씨! 결혼해도 되겠어!

-정말요!?

-어쩜 이렇게 요리를 잘해? 국민 며느릿감이네!

-와아, 그런 말 처음 들어봐요.

-에이, 그럴 리가!

이게 그 악편인가 뭔가 그거냐.

위대한 편집의 힘으로 예지는 요리퀸이 되었다.

"예지 언니는 어디 갔어."

"손 씻으러."

".... 저분 미각이 정상이야?"

"이상하지."

"그러게."

"편집의 신인가."

"그렇지."

멤버들은 한마디씩 거들며 감독의 편집 실력을 칭찬했다.

곧이어, 화장실에서 돌아온 예지가 휴게실의 문을 열었다.

"배영선 씨, 진짜 참맛을 아네. 참맛을."

"맛잘알."

"신의 혓바닥."

"거의 소믈리에급."

"???"

여기서 더 말을 꺼내면 놀리는 거 알 것 같다.

은서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말을 돌렸다.

"저기, 언니."

"응?"

"내가 지유한테 들었거든."

"뭐를."

오늘 정수호 팀장님이 한국대 동문회에 갔다는 소식.

엄지유 피셜, 여자 꼬시러 갔다는 말은 농담이겠지만.

".... 대학교 동문회?"

"응. 그 보통은 애인 만들러 많이들 가지."

"뭐어!?"

"얼마 전에는 소개팅도 들어오셨다던데."

"오, 그건 나도 들음."

"...."

멤버들은 타격감 좋은 리더를 놀리기 시작했다.

솔라 멤버 중에서도 유독 팀장님을 잘 따르니까.

"첫 사랑 만나려나 봐."

"첫 키스 상대 만나겠지."

"첫 여자친구 만나러 가지 않을까?"

"첫 놀이공원...."

"거기 어디야."

예지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지유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뭐를 이렇게 꼬치꼬치 물어봐.

주소까지 물어볼 필요가 있나.

"지유야, 모임에서 술 한잔하려고."

-그으래....?

"아, 지훈이 왔다. 끊을게."

-아니, 잠까....

뚝.

약속 장소 앞에서 김지훈 피디가 손을 흔들었다.

"선배님!"

Tvm 방송국의 젊고 잘나가는 예능 피디.

방탈출 메이즈 이후로 인지도까지 생겼다.

"오늘 옷 멋있게 입으셨네요."

"그냥 주워 입은 거야."

사실, 괜찮은 옷을 사도 입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아직도 직접 로드 뛰는 일이 많은데.

매니저 일은 편한 복장이 기본이니까.

"지훈아, 너 촬영 때문에 바쁘지 않냐?"

"에이, 일은 일이고 모임은 모임이죠."

"우리 소미는...."

"선배님, 오늘은 일 얘기 좀 내려놓고!"

"음."

소변기 빌런이랑 이런 데를 다 오네.

그때 김지훈은 입봉도 못 했었는데.

"자자, 여기예요. 들어가요."

"그래."

그냥 치킨집 전세 내는 정도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더 품격이 있는 장소를 대절했다.

"무슨 대학 동문회를 이런 곳에서...."

"우리 한국대 경영이에요."

"...."

이내, 지훈이와 함께 호텔 로비에 들어섰다.

잘나가는 스타트업 CEO.

판검사 출신 로펌 변호사.

행시 붙은 고위직 공무원.

대충 그런 사람들이 발에 채이는 연회장.

딱 봐도 인싸와 아싸 그룹이 나뉘어 있었다.

"선배님, 우리도 인싸예요."

"깝치지 말고 따라와."

"넵."

한편, 인싸 그룹 내에서도 독보적인 여인.

여배우 한 명은 도도한 자세를 유지했다.

'14학번 진세은....'

아직도 섹시 컨셉을 유지하는 탑급 여배우.

소속사 덕분인지, 스캔들은 한 번도 안 났다.

화려한 외모와 연기력이 뒷받침 하고 있기에.

"오, 이게 누구야."

그때, 누군가 내게 슬쩍 말을 걸며 다가왔다.

"너구나, 정수호 맞지?"

"어, 잘 지냈냐."

"네가 동문회를 다 나오고 어쩐 일이냐."

"...."

굳이 인싸 그룹에 끼지 않고 여기서 왕 노릇을 하는 친구.

"진수야, 요즘 회사는 잘 되냐."

"에이, 요즘 힘들다. 인마."

어깨를 툭툭 치는 버릇은 여전했다.

"요즘 홍보 모델이 필요하거든."

"그래?"

"저기, 진세은 배우님께 부탁하러 나온 건데."

".... 인사는 했고?"

"못 했지."

"힘내."

부탁을 들어주실 것 같진 않지만.

"수호야, 너는 드림 에이전시에서 로드 뛰는 거야?"

"아니, 큐앤지 레이블로 이직했어."

"어휴, 거기 중소 엔터 아니야? 고생이 많네."

"고생은 무슨."

이래서 내가 오기 싫었던 거야.

일단 선입견부터 갖고 본다니까.

"로드 뛰면 입에 풀칠은 하고 사냐?"

".... 팀장이긴 한데."

"오늘 회비는 내지 마라. 내가 대신 낼게."

"그걸 니가 왜 내."

주변에 듣고 있던 사람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여기서 팀장이나, 성과급이라는 말을 꺼내봤자 똑같지.

"즈기요, 선배님들?"

그때, 옆에서 나서려는 김지훈이.

나는 바로 막아서고 입을 열었다.

"여기는 Tvm 예능 피디. 14학번 김지훈."

"와우, 예능 피디님?"

"방탈출 메이즈라고, 시청률 잘 나왔어."

"오, 그거 봤는데!"

어느새 김지훈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럼 아는 연예인 많겠네?"

"네. 뭐...."

지훈은 내 눈치를 살피며 한 명씩 답변했다.

"지훈 선배! 재밌게 잘 봤어요."

"고마워."

"호러 메이즈 촬영 시작했어요?"

"예. 뭐."

"소미 씨, 실물은 어때요?"

".... 그건 수호 선배한테 물어봐요."

"응?"

김지훈은 씨익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수호 선배가 혼자서 솔라를 키웠으니까."

"...."

순간 얼어붙은 듯 조용해진 주변 분위기.

다들 믿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냥 집에 갈까.'

그때, 멀리서 진세은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김지훈 피디님."

"아."

그래도 동종업계라는 건가.

말이나 붙이러 오시는구나.

"방송 잘 봤습니다."

우아한 몸짓으로 고개를 숙이는 진세은.

이내, 그녀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정수호 팀장님?"

"네."

"혹시 이수연 선배님이랑 무슨 사이에요?"

"배우 이수연?"

"네. 저는 연인 사이인 줄 알았는데."

"???"

저한테 왜 이러세요.

여기 기자도 있는데.

"수연 선배가 정 팀장님 때문에 큐앤지로 옮긴다던데."

"저 때문 아닌데요."

"진짜 사귀는 사이 아니에요?"

"당연히 아니죠."

갑자기 인싸 친구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학교 다닐 때는 아싸였는데.

졸업하니까 내가 인싸라니.

그때, 동기 중 한 명 입구에서 큰 소리로 소리쳤다.

"호텔 로비에 솔라 왔어요!"

"솔라라니."

"진짜 그 솔라?"

"...."

뭔 소리야.

순간, 우르르 몰려나가는 사람들 틈에 끼어 따라나섰는데.

로비에서 단정한 원피스를 입은 예지가 내게 손을 흔들었다.

'.... 쟤는 여기 왜 왔어?'

엄지유랑 같이 왔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또각, 또각─

예지는 내 앞에 다가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내 옆에 서 있는 진세은 배우를 슬쩍 보더니.

"안녕하세요, 선배님!"

"네 반가워요."

나는 어이가 없어서 습관적으로 뒤통수를 긁었다.

"여긴 왜 온 거야?"

"팀장님 찾으러 왔죠."

"???"

예지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슬쩍 입을 열었다.

"오늘 저녁에 멤버들이랑 술 한잔 하기로 했잖아요."

".... 내가?"

"아니다, 노래방 가기로 했나?"

"...."

뭐지, 이유는 모르겠는데.

방긋 웃는 예지가 오늘따라 더 예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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