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서바이벌(4)
MC 이수연은 작가를 기다리며 지난 날들을 떠올렸다.
아무리 무너져도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난 연기자의 삶.
배우 외길인생의 첫 예능에서 예상치 못한 대박을 쳤다.
현재 매니저가 정수호는 아니지만, 조금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사람 일 모른다더니.'
이렇게 성공한 데에는 솔라와 아이솔레이션의 활약이 가장 컸는데.
두 팀의 출연은 정수호 덕분이라고 스탭들이 입을 모아 칭찬했으니.
드르륵─
그때, 미팅룸에 작가가 들어오며 수연에게 인사를 건넸다.
"수연 씨, 빨리 오셨네요."
"아, 네. 작가님. 대본이군요."
"시청률 보셨죠? MC님 덕분에 방송이 잘 됐네요."
"에이, 작가님 덕분이죠."
첫 방송부터 시청률이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그래서 이렇게 따로 반응 영상도 찍는 거지만.
"수연 씨, 여기서 프로듀싱 장면 보면서 리액션 딸 거예요."
"아, 네. 작가님."
곧이어, 함께 감상할 작곡가와 트레이너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서태성 프로듀서와 유형준 보컬 트레이너.
잠깐 출연할 패널인데 이름값이 상당했다.
"다들 방송은 보셨나요?"
"재밌게 봤습니다."
"솔라 딱밤쓰?"
"...."
초반 활약이 두드러진 솔라 위주로 편집된 방송.
그녀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최대치였다.
"저는 솔라가 대결 상대로 아이솔레이션을 골라서 놀랐습니다."
"아."
방송에도 잠깐 출연했는데, 정수호가 제안한 선택이었다.
사실, 아직도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기, 다들 그 뉴스는 봤습니까?"
"무슨....?"
서태성 프로듀서는 얼마 전에 접한 뉴스 기사를 언급했다.
"요즘 다이애나 실력 논란이 이슈가 되던데."
"아, 들었어요. 큐앤지 레이블은 아예 반응이 없던데요."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죠."
"뭐, 오늘 보면 알겠네요."
큐앤지 레이블 같은 중소 엔터에서 가능하려나.
들리는 소문으로는 정수호 혼자 도맡아서 키우고 있다던데.
그런 알량한 안목으로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한번 보고 평가하시죠."
"그래요."
곧이어, 프로듀싱 및 리메이크 영상을 한 팀씩 감상했다.
그중에 몇몇 팀은 꽤나 괜찮은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아이솔레이션은 역시 대단하군요."
"뭐, 아이돌치고는 제법."
이수연 역시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 마디씩 거들었다.
"괜히 강팀이 아니죠."
"맞습니다."
솔라의 영상을 보기도 전에 이미 결과는 정해진 듯했다.
프로듀싱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리메이크도 완벽했다.
'에휴, 그러게 왜....'
겁도 없이 아이솔레이션을 골랐을까.
정수호 매니저의 선택을 믿고 덥석 물어버리는 꼴이라니.
그의 추천을 받고 자신이 선택했던 어떤 작품이 떠올랐다.
옛날 생각하니까 갑자기 또 빡치네.
"그럼 이제 마지막 팀인가?"
"솔라의 차례네요."
곧이어, 스탭은 작가의 지시와 함께 마지막 영상을 틀었다.
영상 초반부엔 솔라 멤버들에게 동정의 눈빛을 보냈는데.
'어라....?'
본격적인 프로듀싱 장면부터는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두 명의 패널은 젖히고 있던 의자 등받이에서 허리를 뗐다.
"뭐, 뭐야. 이거 장난 아니야."
"이 비트를 직접 찍었다고? 한국에서 나오는 그루브가 아닌데."
"다이애나는 외국인이잖아."
"아, 그러네."
전문가가 아닌 자신이 봐도 다이애나의 실력은 범상치 않았다.
요즘 트렌드에 맞춘 부드럽고 감성적인 비트 메이킹.
그 위에서 메인보컬을 청아한 음색을 마음껏 뽐냈다.
"다이애나, 저 친구 물건이네."
"고작 스무 살에 이 정도면.... 그냥 천재야."
"그러니까. 완전 프로잖아."
힙합 전문 프로듀서, 서태성은 눈빛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이거 나도 협업하고 싶은데."
"뭐야, 벌써 제이콥이랑 같이 하기로 한 거 아니었어?"
"계약서는 안 썼거든."
"형은 아이돌이랑 안 어울려."
"그런 게 어딨냐."
힙합씬에서 서태성의 인지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그러니 유명 래퍼들도 고개를 숙이고 DM을 보내겠지.
"아 진짜 협업하고 싶은데."
"그러다 제이콥이 디스라도 하는 거 아냐?"
"몰라. 일단 큐앤지에 연락해 봐야겠다."
"다이애나는 진짜 보석이긴 해."
"그러니까."
다른 참가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온도 차이.
그들의 반응에서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
즉, 이번에도 정수호의 선택이 옳았다는 의미가 아닌가.
'뭐지....?'
그 사이에 정수호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사람이 바뀔 수가 있어.
* * *
데뷔 이후 가장 중요한 무대.
<탑아이돌> 첫 번째 경연 스테이지, 결전의 날이 밝았다.
오늘의 결과에 따라 기획사 관계자와 팬들은 울고 울겠지.
끼이이익─
나는 엔넷 방송국에 도착하자마자 솔라 멤버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내리자."
"네에!"
".... 지유야, 너는 남고."
"아하."
스타일리스트의 뒤를 따라 쫄래쫄래 움직이는 병아리들.
요즘 솔라 성장하는 맛에 매니저 업무도 재미가 붙었다.
'이전 회사보다 낫네.'
드림 에이전시 시절에는 꿈도 못 꾸었던 인센티브.
통장에 꽂힐 숫자를 생각하면 없던 힘도 생겨났다.
"지유야, 너 혹시 행사 잡은 거는 확인했어?"
"그럼. 확인했지!"
"당분간 고생 좀 하자. 활동 기간만 끝나면 여유 있으니까."
"알겠어."
첫 방송 이후, 스케줄은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지금 들어오는 행사도 걸러가면서 받을 만큼.
"수호 오빠, 오늘 언니들 무대 잘할 수 있을까?"
"당연히 잘해야지."
"오빠는 어떻게 그렇게 평정심을 유지해?"
"누가 그래."
나도 불안해서 뒤질 것 같은데.
스타일리스트가 의상 준비만 마치면 드디어 첫 번째 경연.
각종 커뮤니티와 연예부 기자들은 물어뜯을 준비를 마쳤다.
"오늘 솔라 걱정하는 연락이 엄청 들어왔어."
"음, 어떤 기자들은 지금 벼르고 있더라."
"언니들, 괜찮을까?"
"...."
나도 모르지.
오늘 무대에서 솔라가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기대감이 너무 높으면 실력파 가수도 떨리는 법인데.
"무대는 멤버들한테 맡기고. 너 오늘 참석하는 팬클럽은 확인했어?"
"벌써 객석에 앉아있을 거야."
"빠르네."
큐앤지 레이블에서 관리하는 공식 유료 팬카페.
단결력도 괜찮고, 회원수도 빠르게 늘고 있었다.
"저기, 오빠도 태양빛 알지?"
"사설 팬카페?"
"거기서도 오고 싶다고 했다던데."
"응. 안 돼."
관리가 안 되는 팬카페는 팬카페가 아니었다.
아무나 방문할 수 있는 무법지대에 불과했다.
"거기 해제하는 쪽으로 얘기해봐야겠어."
"내가 팬매니저잖아. 한번 말해볼게."
"그래. 힘들면 나한테 도와달라고 하고."
"오키."
마지막으로 멤버들 직계 가족 방청석 초청까지 확인했다.
"지유야, 가족분들은 도착하셨대?"
"은서 언니 할머니만 빼고 벌써 도착하셨을걸."
"그래?"
"응. 할머니께선 혼자 알아서 오신대."
"...."
직접 모시러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극구 사양하시니까 어쩔 수가 없었다.
"조심히 오셔야 할 텐데."
"내가 다시 한번 연락드릴게."
"그래."
가족분들은 관객석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며 얼마나 뿌듯하실까.
은서 할머니께서는 어려운 형편에도 예쁜 손녀딸을 키우셨으니.
잠시 후, 모든 준비를 마친 솔라 멤버들이 천천히 걸어왔다.
팬들도 부끄러워하는 태양 여신 세계관.
슬슬 컨섭질은 약빨이 떨어질 때가 됐다.
<탑아이돌> 무대에서 선보이는 실력에 따라 미래가 달라지겠지.
실력과 컨셉을 동시에 잡는 매력적인 걸그룹으로 남을 수 있기를.
"매니저님! 저희 준비 끝났어요!"
"잘했어. 무대 올라갈 준비 하자."
"저기."
예지는 헤실헤실 웃으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오늘 경연이요.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요?"
"글쎄. 무대를 보기 전엔 모르지."
솔직히 너희가 개처발릴 것 같아.
걔네는 대형 소속사 에이스니까.
"우린 그냥 최선을 다하자. 그러면 되는 거야."
"에이, 긴장하지 말라고 일부러 그러시는구나?"
"응?"
순간, 예지는 내 귓가에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매니저님."
숨 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
영롱한 음색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그냥 우리가 이길 것 같다고 말해주셔도 돼요."
"무슨."
"저는 그래도 긴장 같은 거 안 하니까요."
"...."
그런 거 아니라니까.
진짜 발릴 것 같다고.
"아우...."
간지러운 귀를 살짝 만지고, 조심스럽게 예지의 어깨를 밀어냈다.
"예지야, 이렇게 가까이 붙는 건 조심해야지."
"네? 왜요?"
"남자 매니저랑 너무 붙으면 팬들이 싫어해."
"치, 알겠어요."
그때, 멀리서 조감독이 다가와 순서를 재차 확인했다.
"아이솔레이션 무대 다음이 바로 솔라니까, 준비해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승패를 떠나서,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으니.
모든 것을 쏟아내면 후회하지 않을 터였다.
"그럼 바로 무대 올라가자."
"네에!"
이내, 멤버들은 내게 가벼운 눈인사를 건네고 세트장 뒤쪽으로 걸어갔다.
압도적인 스케일의 경연 스테이지.
화려한 조명과 최신식의 음향기기.
'바로 아이솔레이션 차례인가.'
엔넷 방송국에서 이번에 정말 제대로 준비한 모양이다.
이런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솔라에겐 엄청난 기회지.
'여윽시 역 베팅. 탑아이돌 나오기 잘했네.'
그때, 누군가 반가운 목소리로 내게 인사를 건넸다.
"수호 선배님!"
"어. 상모야 오랜만이네."
"잘 지내시죠?"
"그럼."
각자 걸그룹 키우느라 사무실에서 얼굴 볼 일도 많지 않았다.
'류시아는 여전히 당당해 보이던데.'
망했다 어쩐다 해도 어떻게든 잘살고 있는 듯했다.
루나 멤버들에게 이번 방송은 마지막 기회일 테니.
"루나가 두 번째 무대였지? 완전 내 취향이야. 잘했더라."
"하하. 감사합니다."
아, 내 취향이라고 하면 악담인가.
아마 탁 PD님은 처음부터 솔라와 루나의 경쟁을 염두에 뒀겠지.
DK 뮤직의 합류로 판이 워낙 커져서 계획이 살짝 틀어졌겠지만.
'다음 경연 때는 붙으려나.'
이내, 마침내 아이솔레이션의 차례가 다가왔다.
MC의 소개와 함께 등장한 아이솔레이션 멤버들.
".... 와우."
역시 대형 엔터, DK 뮤직답다고 해야 할까.
'기깔나네.'
등장부터 압도적인 피지컬을 자랑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괜히 실력파 아이돌 수식어가 붙은 게 아니었구나.
어떻게 해야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지 알고 있어.
"진짜 존경합니다. 선배님!"
"응? 갑자기 웬 존경?
"첫 방송에서요. 선배님께서 아이솔레이션을 고르셨잖아요!"
"...."
나는 그냥 제안만 했지.
팬들이 욕 많이 하더라.
"어떻게 그렇게 강심장이신지."
"그런 거 아냐."
"아니긴요!"
그때, 마침 근처에서 다가오는 경현식 팀장을 발견했다.
어색한 사이라 가볍게 눈인사를 건네며 시선을 돌렸다.
짧은 도입부 퍼포먼스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무대를 시작하는 아이솔레이션.
펑키한 무대의상을 입고 트렌디한 무대를 선보이는 모습.
화려한 신호탄과 함께 리드리컬한 반주가 흘러나왔는데.
'미쳤네, 편곡 장난 아닌.... 아.'
순간, 뒷목에서부터 스멀스멀 가려움이 밀려왔다.
언제부턴가 결과보다는 촉에 의지하기 시작했다.
"쟤들 망하겠네."
"네? 이렇게 실력이 좋은데요?"
"...."
그래서 망하겠다고.
* * *
경현식 팀장은 후배와 쑥덕거리는 수호를 힐끔 쳐다봤다.
'방금 나한테 일부러 인사한 건가.'
찔리는 게 있어서 그런지 괜스레 찝찝했다.
솔라 실력 논란 기사를 자신이 터트렸으니.
더군다나, 큐앤지 측에선 예상과 달리 무대응으로 일관하지 않았던가.
'대체 왜 반박 기사를 안 내지?'
그냥 대충 얼버무리기에는 논란이 너무 커졌을 텐데.
무대응으로 일관하면 대중은 인정한다고 판단할 터.
이내,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는 아이솔레이션 멤버들을 확인했다.
모든 것을 쏟아낸 것처럼 최선을 다한 스테이지.
작년 데뷔 때도 이렇게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멤버 전원이 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밝았으니.
'이건 무조건 우리가 이긴 게임이야.'
곧이어, MC 이수연은 다음 무대 순서를 진행했다.
신인 걸그룹 수준에서 프로듀싱이 거기서 거기겠지.
사실상, 실력의 차이를 극복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솔라의 다이애나가 프로듀싱한 나만 봐 무대. 바로 확인하시죠!"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건만.
도입부에서 흘러나오는 감성적인 비트를 듣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러고는, 이어지는 김예지의 보컬을 듣고 불안감을 점차 커져만 갔다.
'이건.... 아예 다른 곡이잖아!?'
방금 MC가 다이애나의 프로듀싱이라고 말했던가.
도입부 이후, 첫 소절을 듣는 순간 크게 좆됨음을 깨달았다.
과연 이 곡을 듣고 실력 논란을 생각하는 시청자가 있을까.
'하필이면.... 다이애나가 천재였어?'
연습생 6개월 차 솔라의 멤버.
소심하고 과묵한 혼혈 미국인.
가장 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멤버가 오히려 최고 실력자라니.
정말로 이 트랙을 걸그룹 멤버 혼자서 직접 프로듀싱했다는 건가.
'아씨, 이건 억까잖아.'
미친 음색을 마음껏 뽐내며 날아다니는 메인보컬.
무대의 완성도는 프로듀서의 실력과 정비례했기에.
".... 어이가 없네."
기존의 <나만 봐> 원곡을 떠올릴 수 없는 압도적인 무대.
정말 다이애나가 직접 프로듀싱하고 리메이크한 곡이라면.
"하, 시바 어떡하지."
하필이면 저런 괴물 신인을 실력 논란으로 묻어버리려고 했으니.
프로듀싱 실력은 오로지 본인 고유의 것.
대충 시늉만 하는 다른 아이돌과 달랐다.
성 실장님과 함께 꾸민 뒷공작은 희대의 똥볼이 되어버렸다.
오히려 천재 프로듀서를 대신 홍보해주는 병신짓을 했으니.
"와아, 인생."
실력 논란에 관심을 꺼버린 이유가 이거였어.
원곡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완벽하네.
경 팀장은 슬쩍 시선을 돌려 정수호 매니저를 바라봤다.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솔라를 바라보는 모습.
그때, 그는 고개를 돌려 자신과 눈을 마주쳤다.
"음, 안녕하세요?"
아까 눈을 마주쳤을 때, 묘한 표정의 의미를 알 수가 있었다.
이 바닥 생활이 몇 년인데 어색한 눈빛만 봐도 뻔하지 않나.
'여우 같은 놈.'
이 자식, 벌써 알고 있었구나.
우리가 뒷수작을 부렸다는걸.
"으음, 솔라는 아직 많이 부족하죠?"
"뭐, 뭐라고요?"
심지어 놀리고 있어!
"어휴, 아이솔레이션 선배님들 따라가려면 멀었네요."
"...."
제발 그만 해.
네가 이겼다고.
"그만 좀 하시죠."
"네?"
뻔뻔한 새끼, 연기하는 거 보소.
자신도 이 바닥에서 위치가 있지 않은가.
스카웃 받고 당당하게 DK에 입사했는데.
"정수호 씨, 그렇게 모든 일이 그쪽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겁니다."
"????"
마치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이 된 기분이 이럴까.
중소 엔터 피라미 로드에게 지독한 패배감을 맛봤다.
"경 팀장님, 혹시 저한테 유감 있으신가요?"
"...."
유감은 오히려 당신이 있겠지.
치사하고 더러운 짓을 했으니.
"남자답게 풀 거 있으면 여기서 푸시죠."
"여, 여기서 풀자고요?"
"네. 뮤직스타든 뭐든, 다 지난 일이니까요."
"...."
솔라에게 뒷공작을 펼쳤는데 고작 말 몇 마디로 풀겠다니.
'이런 미친 대인배를 봤나.'
내가 이 사람의 그릇을 너무 작게 봤구나.
처음부터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였어.
"하아, 최초 보도는 내리겠습니다."
"네?"
"후속 기사는 어쩔 수 없네요. 죄송합니다."
".... 뭔 소리예요?"
끝까지 모르는 척 해주는 승자의 아량까지.
이미 모든 면에서 자신의 완벽한 패배였다.
"후우, 제가 봐도 저희가 너무 추했네요."
"...."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세트장을 벗어나는 경현식 팀장.
리허설 무대만 봐도 본선 무대의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뭐지."
한편, 수호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새끼 왜 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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