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 공항
김올팬은 눈을 뜨자마자 네스트 기사를 보다가 나비의 외모에 눈을 껌뻑였다.
“…얼굴 미쳤네?”
김올팬도 네스트의 외모에 대해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공항에서 찍힌 나비의 사진은 미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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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나비 외모 미쳤다…
애가 성인이 되더니 방송물을 먹었나
점점 잘생겨져;;
미치겠다
나비야 날로 잘생겨지면 나는 너무 벅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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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외모 성수기임 ㅅㅂ
└ 속눈썹이 왜 저렇게 길어?
└ 나비라서
└ 아 나비라서?
-ㄹㅇ 나비 외모 훨훨 날아다님 키도 컸다며
└ ㅇㅇ 2cm 커서 이제 화목현보다 큼
└ 나비 뭔가 어른 같아서 설렌다
└ 이러면 안 되는데 나비가 남자로 보여요
└ 나비 원래 남자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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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아침부터 이게 무슨 일이야?
네온들아
이게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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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외모가 미쳤는데요
└ 22 애들 외모에 눈이 돌아가
-처음으로 해외 간다고 옷 맞춰 입었더라
└ 존나 ㄱㅇㅇ…
└ ㄹㅇ 귀여워 죽는 줄
-우리 네스트 맨날 귀여운 짓만 해서 나 죽으면 어떡하지? 애들 고소하면 애들 만날 수 있겠지
└ 워워
└ 진정해
└ 나도 고소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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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헐 이거 봄?
(새해복많이_jpg)
(새해복많이_gif)
나비가 가방에서 종이 꺼내더니
기자들한테 저렇게 이벤트 해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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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웃는 소리 들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ㅇㅇ 귀엽다는 말도 함
└ ㅋㅋㅋㅋㅋ나라도 귀엽다고 할 듯
-‘새해복많이’라고 적혀 있는 종이 펼치고 ‘받으세요!’라고 소리침
└ ㅋㅋㅋㅋㅋㅋ얘들아 설날 지났는데
-이 뒤에 팬들이 준 머리띠도 함ㅠㅠ
└ 그 하트 머리띠?
└ 헐! 머리띠를 했다고?
└ 프리뷰 제발 미친ㅠㅠㅠㅠㅠ
다들 공항은 처음이라서 그런지 멤버들끼리 옷을 맞춰 입었다. 회색 후드티와 검은색 바지에 회색 코트.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얼마나 귀여운가.
김올팬은 저절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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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나비 윙크 영상 봐줄 사람?
www.skqlwhswk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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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커뮤니티에 올라온 영상을 클릭하자마자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기자 1 : 나비 씨! 하트 해주세요!]
[기자 2 : 요셉 씨! 여기 보고 윙크해 주세요!]
하트랑 윙크를 해달라는 요청에 멤버들의 표정이 바삐 움직였다. 그러다가 나비가 에러가 난 것처럼 윙크를 버벅거렸다.
[범나비 : 어?]
그러자 정진이가 나비의 오른쪽 눈을 감겨주었다.
[이정진 : 윙크.]
[범나비 : 하트 윙크.]
윙크를 한 채로 나비가 하트를 하며 한쪽 다리를 올리자 기자들이 귀엽다며 크게 웃었다. 네스트가 처음으로 해외로 나가는 날이라 기자들이 많은 것 같았다.
“기자들 마음, 내 마음.”
[화목현 :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목현이가 예의 있게 인사하며 공항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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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와 기자도 기자인데 팬들 봄?
홈마들 엄청 많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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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러다가 사고 날까 봐 두려움
└ 프리뷰 보니까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 있더라ㅠ
└ 애들 다치면 어떡해?
-아 홈마들 작작 해 ㅡㅡ
└ 홈마는 ㄱㅊ 폰붙이들이 문제임
└ 폰으로 찍으려고 미는 애들이 있네
-ㅁㅊ 사고 남
└ ?
└ 어쩌다가
└ 무슨 일인데
└ 폰으로 찍으려다가 넘어짐
└ www.tkrhsksdudtjd.com 여기 실시간 사고 영상 바로 올라옴
김올팬이 댓글에 올라와 있는 주소를 클릭했다.
어떤 팬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다가, 그만 지나가던 사람의 발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그런데 나비가 그 팬을 품에 안았다.
“안겨?”
이게 무슨 일이야.
* * *
‘이게 무슨 일일까?’
핸드폰으로 날 찍으려고 하던 팬을 잡아주려다가 끌어안아 버렸다. 나는 품에 안긴 팬을 바닥에 앉혀놓고 물었다.
“…어, 괜찮아요?”
“…어, 어.”
“어디 다친 곳은 없어요?”
“…어, 어.”
“괜찮아요?”
잘못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라 팬이 정신을 차리길 기다렸다. 사생은 아닌 것 같은데.
“괜찮죠?”
“…어, 어.”
“괜찮으면 일어날래요?”
충격이 컸는지 팬이 대답을 못 한 채 일어났다. 나는 팬이 일어난 모습을 보다가 경호원들에게 이끌려 갔다.
‘괜찮은가?’
위험한 상황이긴 했지만 팬이 내 품에 안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멤버들이 내 주변으로 모였고, 화목현이 물었다.
“나비야, 몸은 괜찮아?”
“예, 저 튼튼해요.”
“어디 아픈 곳은?”
“없어요.”
내가 몸에 힘을 주자 화목현이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럼 다행이다. 팬은 다친 곳 없대?”
“글쎄요. 정신이 없던 것 같긴 한데.”
“그래? 어디 다친 거 아니야?”
“그렇다기엔 어디 부딪힌 곳이 없어서.”
화목현이 이러면 안 되겠다는 듯이 팔짱을 꼈다.
“다음부터 공항 오게 될 때는 팬들한테 조심하라고 공지를 해줘야겠어. 이러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저도 동의해요.”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지.’
어쩌면 큰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빠르게 조치를 취하는 편이 좋았다. 지나가는 팬들에게 인사를 해주는데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나비야!”
“네?”
“몸은 괜찮아?”
벌써 네온들 사이에서 내가 넘어지려는 팬을 품에 안았다는 소식이 퍼진 모양이었다.
“괜찮아요.”
나는 멀쩡한 몸을 보여주기 위해서 주먹을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온들은 아침 먹었어요?”
내가 밥 먹었냐는 듯이 손짓하자 네온들은 안 먹었다고 대답했다. 이른 아침부터 공항에 오느라 아침도 거른 것 같았다.
그때였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화목현이 내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네온들, 밥을 안 먹었다고요?”
“어! 안 먹었어!”
당당한 네온의 태도에 화목현이 어지러운 듯 머리를 부여잡았다.
“밥은 당연히 먹어야죠?”
나도 화목현의 말에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밥은 거르면 안 되지.
“우리를 보러 오는 건 좋아요. 하지만 밥을 거르면 안 돼요. 밥을 먹어야 몸의 밸런스가 유지된다고요.”
“어?”
“알겠어요?”
네온들도 화목현의 잔소리에 뒤로 물러났다.
‘이거, 화목현의 잔소리만 있으면 팬들이 물러나겠는데?’
화목현의 잔소리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다음부터 밥 안 먹은 네온들은 공항에 출입하지 마세요. 알겠어요?”
“…….”
“알겠어요? 팬들, 대답.”
화목현이 한 번 더 말하자 네온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온들, 다음부터는 제대로 밥 먹고 만나서 제대로 이야기해요. 알겠어요?”
“응…….”
“소리가 작은데요?”
“응……!”
네온들이 화목현의 잔소리에 얼어붙어 있자 나도 말을 거들었다.
“목현 형이 네온들 걱정해서 하는 말이니까 앞으로 밥은 꼭 먹고 와요. 알겠죠?”
“…응!”
“그리고 네온들, 앞으로 우리 딱 이 정도의 거리에서 봐요. 그리고 서로 질서를 유지하면서 만났으면 좋겠어요. 이러다 사고가 나면 큰일이잖아요?”
내가 조곤조곤한 말투로 네온들을 설득했다.
“네온도 큰일, 나도 큰일, 모두가 큰일이 나는 거니까…….”
“…응!”
“조심히 만납시다. 썸 타는 것처럼.”
나는 탑승 수속을 하기 전 마지막으로 네온들에게 인사했다.
“우리 막내, 컨디션 좋긴 하네?”
“컨디션은 항상 좋죠.”
나는 씩 웃으면서 최상의 컨디션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비행기 안에서 사생을 발견했다. 그것도 내 옆자리. 사생은 대놓고 나를 찍진 않았지만 뒷좌석에 앉은 멤버들을 찍었다.
‘나를 안 찍어?’
사생은 별로다. 하지만 나에게도 자존심이 있다. 내가 옆자리에 있는데…….
“…흐음?”
하지만 뒷좌석에 앉은 멤버들은 사생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나는 계속 뒷좌석에 앉은 멤버들을 찍는 사생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우릴 찍으려고 온 거니까 나도 대놓고 봐도 되지 않겠는가.
“…왜 그렇게 저를 보세요?”
드디어 사생이 입을 열었다.
“사생이죠?”
“…아닌데요.”
“사생인데.”
“아니에요.”
“사생인데? 핸드폰 배경 화면이 목현 형이던데요?”
화목현의 사생이다. 그러니까 나를 안 찍은 거겠지.
나는 사생을 좋아하지도 않고, 팬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궁금하기는 했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목현 형 사생이에요?”
“…예?”
“그냥 궁금해서.”
“…사생은 아니고. 그냥 좋아하는 건데요.”
그러면 그냥 좋아하면 되지, 왜 따라다닐까.
“이렇게 따라다니면서 사진 찍으려면 돈 많이 들지 않아요?”
이렇게 사생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일은 드물기에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물었다.
“…돈 많이 들죠.”
“얼마나?”
“그걸 왜 물어요? 오지랖 아닌가?”
아, 그런가.
“제가 원래 오지랖이 넓은 편은 아니거든요.”
“예? 예…….”
“그런데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예요.”
사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면 부모님한테 안 혼나요?”
“…안 혼나는데요?”
“신기하네요.”
기내식으로 사생은 김치볶음밥을, 나는 비빔밥을 골랐다. 김치볶음밥 때깔이 좋네.
사생이 김치볶음밥을 입에 넣자마자 나는 질문을 했다.
“김치볶음밥 맛있어요?”
그 질문에 사생은 놀라서 목이 막혔는지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맛, 맛있어요.”
“와… 나도 김치볶음밥 시킬걸.”
비빔밥이 맛있다는 말이 있길래 비빔밥을 시켰는데, 어쩐지 김치볶음밥이 더 맛있어 보였다. 슬슬 사생이 질렸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왜요? 김치볶음밥 맛이 없어요?”
“아니요…….”
“그러면 웃으면서 밥을 먹어야죠. 아, 혹시 저 때문에 체할 것 같아요?”
“아니에요.”
사생은 나에게 향했던 시선을 돌리면서 정면을 응시했다.
“저, 있잖아요.”
또 질문을 하려고 했더니 사생이 울상을 지었다.
“…저 이제 혼자 있고 싶어요.”
“일본에 가면 여행할 거예요?”
“…그럴 거예요.”
그래도 대답은 꼬박꼬박 해준다.
“우리 안 따라다니고?”
“모르겠어요…….”
“따라다닐 거죠?”
“…아니요.”
“일본까지 왔는데 여행은 안 하고 우리만 따라다니면 너무 재미없지 않아요?”
“…하아.”
…흠, 내가 기운을 너무 쏙 뺐나. 그럼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야겠지.
“목현 형이 제일 좋아요?”
“…네, 뭐 그냥.”
“혹시 목현 형 라이브 방송 때 전화했었어요?”
“…예, 예?”
“당황하는 거 보니까 전화도 했네. 그러면 안 돼요.”
아이돌에게 혼나는 건 처음인지 사생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다음엔 그러지 마세요. 목현 형이 직접 잔소리한다니깐요?”
“…예.”
“그리고 숙소에도 오면 안 돼요.”
“…예.”
서서히 사생의 말이 느려졌다. 뒤늦게 비빔밥을 한 입 먹자 맛있어서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역시 비빔밥이네.
“다음에 이 항공을 타면 꼭 비빔밥 먹어야 해요.”
“…저도 이제 밥 좀.”
“아, 죄송해요.”
비행시간이 짧아 자기도 애매해서 사생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그렇게 밥을 먹는 내내 혼잣말까지 했더니.
“…제발.”
“…예?”
“죄송해요.”
사생은 죄송하다는 말을 하더니 귀가 아프다며 헤드셋을 꼈다. 아쉽네. 묻고 싶은 게 많았는데.
곧 일본에 도착한다는 안내에 나는 사생의 헤드셋을 잡고 위로 들었다.
“일본 도착했대요.”
“…예, 감사해요.”
사생이 기운 없는 말투로 나에게 말했다.
“근데 노래도 안 듣고 있었네요?”
“…그냥 혼자 있고 싶어서요.”
기력이 빨린 건지 사생은 아예 눈을 감았다. 비행기가 착륙한다는 안내에 사생은 분주해졌다. 빨리 나가려고 그러나?
“제가 도와드릴까요?”
하지만 사생은 질린다는 듯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싫어요.”
“왜요?”
…아니, 왜 거절하지?
비행기가 착륙하고 문이 열리자 사생은 급히 일어나 나가 버렸다. 나한테 인사도 안 하고. 뒤에서 일어난 멤버들이 나를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나라도 싫겠다…….”
주이든이 혀를 찼다.
“이야… 우리 막내, 대단한데?”
“…뭐가 대단해요?”
“55분 내내 쉴 새 없이 떠들었어.”
그랬나?
나는 머쓱해져 손가락으로 뺨을 긁으면서 비행기에서 내렸다. 입국 심사를 하고 나오는데 일본 팬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이렇게 일본 팬들이 많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