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계곡 라이브 방송(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법 뻔뻔스럽네
-나비는 귀엽잖아~
그러자 주이든이 대뜸 말했다.
“귀엽긴 하지.”
“예?”
웬일로 내 칭찬을 하는가 했더니.
“귀를 접고 싶을 만큼.”
나는 체념하면서 고개를 들어 투두 네스트를 시청했다.
그때 우리가 계곡에서 싸우는 모습이 나왔다. 하필 내 옷이 찢어지는 장면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뮤직비디오에서 보고 개놀랐는데 멀리서 보니까 고자극^^
-이야 이렇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다니
-옷ㅋㅋㅋㅋ
-선생님 진도가 너무 빨라요ㅠ
진도라니? 노골적인 채팅에 이정진과 정요셉은 기절할 정도로 웃었다.
“진도라니… 제가 빠른 적이 있었나요……?”
…더더욱 몸을 숨겨야겠다. 화목현이 내 등을 토닥여 주었다.
“나비야, 진도가 너무 빠르긴 하지.”
“목현 형이 제 옷을 찢었으면서 그러기 있어요?”
“내가 찢긴 했지만 실수였잖아.”
“…실수니까 참는 거예요.”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화목현 : 얘들아, 우리 침착하게…….]
나와 주이든, 정요셉이 합세하여 화목현을 쓰러트리는 장면이 나왔다. 그런데 머리를 뒤로 넘기는 화목현의 모습에 샤랄라한 BGM이 나왔다.
-이야 샤랄라하다~
-ㅋㅋㅋㅋㅋㅋㅋ브금 ㅁㅊ
-목현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생기긴 더럽게 잘생겼네
화목현은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다.
“아니, 제작진분들! 너무한 거 아니에요?”
“제작진분들도 실수할 수 있잖아요?”
“나비야…….”
나는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계곡에서 놀건 다 놀고 펜션으로 들어가서 씻으려는 찰나였다.
[이정진 : 우리 짐이 사라졌는데…….]
이정진의 한마디에 화목했던 분위기가 눈치 싸움으로 번져갔다.
-?
-뭐야
-헐 짐이 왜 사라져?
-설마?
-이런 식으로?
[범나비 : 우리 짐을 찾으려면 무당집에 가야겠는데요?]
[눈치 보는 주이든과 정요셉]
[주이든 : 나 떨고 있냐?]
무당집을 찾기 위해서 마트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무서운 BGM이 흘렀다.
무당집에 관한 사장님의 상세한 설명에 채팅창이 떨고 있었다.
-ㄷㄷㄷ 너무 무서운데요
-…무섭잖아요ㅠ
-역시 공포 테마였어
-아니 저런 곳이 있었어? 나 저기 갔었는데
-ㄷㄷ
무당집이 있는 곳이 어딘지 확인하려고 멤버들이 먼저 마트에서 빠져나가고 나만 마트에 남았다.
구석에 있던 카메라가 나와 마트 사장님을 비췄다.
[범나비 : 무당집은 왜 생긴 건데요?]
[마트 사장님 : 왜 생긴 것 같아?]
[범나비 : 글쎄요…….]
그리고 내가 나간 뒤, 마트 사장님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웃었다.
-…마트 사장님이 무당은 아니겠지?
-에이 설마
-연기자라고 하기엔 너무…
채팅창에서 마트 사장님이 무당이라는 말이 나왔다.
“설마…….”
“…에이.”
정요셉과 주이든은 아닐 거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 후에 무당집으로 가는 내내 벌벌 떠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눈을 껌뻑였다.
“저렇게 무서워했어요?”
멤버들이 나를 보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막내가 신기한 사람인 거야.”
“예?”
그때였다.
[쾌애애애액!]
갑자기 무덤 근처에서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우리는 무덤가에 도착했다.
-헉!
-ㅁㅊ
-ㄷㄷㄷㄷ
-개무서워
-아니 화면도 어두워서 무섭다
으스스한 분위기 속에서 내가 손전등으로 무덤가를 가리켰다.
[범나비 : 형들, 저 갑니다?]
[형들 : 어!]
[멀리서 들려오는 우렁찬 함성]
[범나비 : 형들?]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비만 쫄보가 아니네
-이건 나비와 형들 아닌가요?
-정정합시다. 나비가 형이네요;
내가 당당하게 무덤가로 가서 돼지 코에 꽂혀 있는 종이를 가져오는 찰나였다. 갑자기 무덤 위에 있는 귀신 인형이 나를 덮쳤다.
‘저때만 생각하면 아찔하네.’
처음으로 팬들한테 놀란 모습을 보여준 거니까.
[범나비 : 억!]
[절]
하릴없이 무덤 앞에 절한 나는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절
-저 절은 나비의 절규와도 같다…
-ㅋㅋㅋㅋㅋ한 글자로 웃기기 있냐고
[형들 : 나비야!]
우르르 달려와 나를 일으켜 세우는 멤버들을 보면서 마음을 놓았다.
-그래도 형들밖에 없네~
-나비를 앞세워서 가긴 했지만
진흙이 묻은 내 옷을 이정진이 손수 털어주었다. 그리고 돼지 코에 꽂혀 있던 종이의 내용을 따라 우리는 무당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제야 알게 된 사실은, 겁에 질린 멤버들 때문에 주변에 있던 귀신들을 못 봤다는 사실이었다. 알고 보니 사방팔방 귀신들이 나무 뒤에 숨어 있었다.
-와 저걸 못 봐?
-역시 이런 건 앞만 보고 가야 한다
“나는 저런 걸 못 봤는데?”
화목현이 지나가는 귀신을 보더니 눈을 깜빡였다.
“나비도 못 봤어?”
“…전 앞만 보고 가서 못 봤어요.”
뒤에서 조심스레 걸어오는 멤버들이 신경 쓰여서 어쩔 수 없이 앞만 보고 갔다. 제작진들은 저걸 지금 보여주네.
[무당집]
제작진은 무당집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알고 보니 무당이 들어가 있는 관까지 준비된 상태였다.
-와씨 진짜 귀신 나오게 생겼다
-…난 저기 못 들어가
-와 이건 나도 무서운데?
-나비는 겁도 없나?
나는 태평하게 무당집을 살폈다.
[범나비 : 형들, 무당집으로 들어갈게요. 다 같이 갈 거예요?]
[형들 : …응.]
안경을 올린 이정진은 떨리는 손길로 우리를 붙잡았다.
[주이든 : 나, 나도!]
[화목현 : 우리도 갈게.]
나머지 멤버들도 차례차례 손을 붙잡고 무당집에 들어갔다.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마치 귀신이 속삭이는 것처럼 들렸다.
[꿀꺽]
-누가 침을 삼켰는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섭긴 하다
-…나는 절대 안 들어가
그러다가 구석진 우물 근처에 도착했는데, 이상한 소리와 함께 검은색 천이 우리를 덮쳤다. 그러자 이정진이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멤버들이 넘어졌다.
[멤버들 : 으아아아악!]
[도미노가 된 멤버들]
-?뭐야
-검은색 천?
-미친 뭔데 뭔데!
놀라서 검은색 천을 벗기자 눈앞에 뭔가가 떨어졌다.
[《(축) 투두 네스트의 힐링 캠프 (하)》]
[범나비 : 힐링 캠프?]
[이정진 : 어디가… 힐링?]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힐링 캠프요? 힐링이 안 되지 않았나ㅋㅋㅋㅋㅋ
-애들 표정 봐ㅋㅋㅋㅋㅋㅋㅋ
“…저때 진짜 오금이 저려서.”
주이든이 아직도 생각이 나는지 몸을 떨었다. 화면이 바뀌고, 우리는 사태 파악을 위해서 질문을 했다.
[범나비 : 마트 사장님의 정체는 뭐예요?]
[PD : 그냥 마트 사장님입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PD가 마트 사장님을 섭외하는 장면이 나왔다.
[마트 사장님 : 내가 한때 무당을 했었어.]
알고 보니 마트 뒤에 무당집이 있는 게 아니겠는가.
“와!”
“미친!”
우리도 몰랐다. 멤버들은 놀라서 감탄사를 계속 뱉었다. 그럴 수밖에.
-왜왜왜?
-설마 몰랐었어?
네온들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계속 물었다. 그러자 화목현이 정리해 주었다.
“저희도 마트 사장님의 정체를 몰랐어요. 연기자가 아닐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정말이었다.
-진짜?
-뭔가 비하인드 듣는 느낌ㅋㅋㅋㅋㅋㅋ
[힐링 캠프의 꽃]
[소고기]
소고기를 먹는 우리의 얼굴은 밝아 보였다.
[정요셉 : 무당집은 공포였는데 소고기 먹는 건 힐링이네…….]
-이제야 진짜 힐링 캠프 같네
-아까는 진짜 무서웠다
-소고기 맛있겠다
그리고 PD가 제안했던 첫인상 토크가 진행되면서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리고 뒤풀이를 위해 우리끼리 숙소로 들어갈 때였다.
-뭐야
-아 갑자기 훈훈해서 입안이 달달하다
-괜히 눈물도 나고
-나비야ㅠㅠㅠㅠ
그런데 그때 나만 했다고 생각했던 멤버별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형들도 했어요?”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나만 한 줄 알았는데.
[PD : 화목현에게 네스트란?]
[화목현 : …음, 가족?]
[PD : 왜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화목현 : 사실 곧 1년이 다가오는데… 이젠 멤버들이 없으면 가족이 없는 것처럼 허전해요.]
다음은 이정진.
[PD : 이정진에게 네스트란?]
[이정진 : 선물.]
[PD : 그게 무슨 뜻인가요?]
[이정진 : 제가 힘들 때 언제라도 선물처럼 저를 그 힘듦에서 벗어나게 해주거든요. 그래서 선물이라고 말해봤습니다.]
다음은 정요셉.
[PD : 정요셉에게 네스트란?]
[정요셉 : …내 존재?]
정요셉이 은은하게 웃었다.
[PD : 왜 자신의 존재라고 생각하나요?]
[정요셉 : …음, 뭐라고 해야 할까요. 그동안 언제나 제 존재는 미미했거든요. 그런데 우리 멤버들이랑 있으면 제 존재가 확실해지는 것 같아서요~ 그치, 멤버들?”]
다음은 주이든.
[PD : 주이든에게 네스트란?]
[주이든 : 친구!]
[PD : 왜 친구라고 생각하나요?]
[주이든 : 싸워도 얼굴만 보면 웃음이 나오거든요!]
그리고 마지막은 나였다.
[PD : 범나비에게 네스트란?]
[범나비 : …조금 고민해 봐도 되나요?]
[PD : 네.]
“뭐야? 고민했어~?”
“…생각이 잘 안 나서.”
“왜 안 나?”
정요셉이 끈질기게 나한테 물었다.
[범나비 : 운명.]
그러자 일제히 멤버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PD : 왜 운명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범나비 : AA 엔터로 옮기지 않았더라면 네스트가 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서 운명이라는 단어를 선택했습니다.]
처음으로 보인 내 속마음.
-나비야…
-뭔가 뭉클하다
-한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하기도 하지
-참 어른스럽네
HI 엔터에 몇 년간 연습생으로 있다가 키오의 데뷔 멤버에서 나가게 되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으나 키오의 데뷔가 뒤로 밀리면서 돌연프에 나오자 혹독한 악플이 달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에게 어그로가 끌렸다.
[범나비 : 팀장님, 항상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었는데,
“야야, 팀장님 운다!”
주이든이 단톡방에서 울고 있는 팀장님의 톡을 보여주었다.
-훈훈 그 자체ㅋㅋㅋㅋㅋ
-ㅠㅠㅠㅠ밤중에 우네 ㅅㅂ
그러면서 화면이 전환되었는데,
[붕 뜬 나비]
내가 이불 속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이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투두 네스트가 나를 들었다 놨다 하네
-울었다가 웃었다가…
[좀(비)+(나)비]
어슬렁대는 내 모습이 좀비 같긴 하네… 정자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는데 경쾌하게 흘러나오는 런엑스런에 멤버들이 뛰쳐나왔다.
[PD : 지금 당장 일어나서 계곡에 있는 한방능이삼계탕 획득권을 얻으세요!]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우리는 계곡으로 뛰어갔다. 그런데 멤버들은 계곡물에 들어가지 않고 나뭇가지를 이용해서 한방능이삼계탕 획득권을 가져오려고 했다.
-나비야, 뭐 해?
-나비야?????
나만 계곡물로 마사지를 하고 계곡에 뛰어들었다.
옆에 있던 주이든은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저 장면은 처음 봤네. 내가 튜브 위에 올라가 있는 한방능이삼계탕 획득권을 다 가져오자 멤버들이 소리쳤다.
[주이든 : 범나비?!]
[화목현 : 나비야?]
그리고 계곡에서 빠져나오면서 나는 PD에게 물었다.
[범나비 : 저는 안 먹을게요. 그래도 되죠?]
PD는 놀라서 커진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PD:(진짜 당황)]
-생각도 못 했어ㅋㅋㅋㅋ
-나도 놀람ㅋㅋㅋㅋㅋ
-PD도 놀라서 나비 쳐다보는 거 봐
그렇게 정자에 한방능이삼계탕이 올라오고, 멤버들은 작당모의를 했다.
[화목현 : 이걸 나비한테 주자.]
[정요셉 : 어떻게 주지?]
그런데 문제는,
[PD : 다 들리지 않아?]
[작가 : 이번에는 봐주죠.]
그렇게 멤버들이 몰래 주는 삼계탕을 먹으면서 촬영이 종료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쿠키 영상에 멤버들이 PD에게 다음 촬영 장소는 병원이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들자,
[본 영상에 민감한 장면이 나올 수 있습니다. 시청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이런 화면이 튀어나왔다.
‘저 화면은 처음 보는데?’
[음산한 병원]
“…어?”
주이든이 먼저 반응했다.
[퀘에엑…….]
병실 침대에서 좀비가 붙잡힌 채 움직이고 있었다.
-헐?
-얘들아 좀비 보러 가?
-투두 네스트 이 갈았다
-이든이랑 정진이 새하얗게 질린 거 봐 ㅋㅋㅋㅋ
화목현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어. 투두 네스트는 한 달에 한 번 너튜브에 올라올 예정입니다. 네온들,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고 연말 무대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저희가 열심히 준비하고 있거든요.”
-기대 중!
-벌써 떨린다
-얘들아 그때 봐~
“그때 봐요. 네온들!”
멤버들이 일어나 허리를 숙여 인사하다가 그만 핸드폰이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라이브 방송이 꺼졌다.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녕~
-라방 또 켜줘!
SNS에 갑작스러운 종료에 죄송하다는 글을 올린 뒤 화목현이 우리한테 말했다.
“얘들아, 라이브 방송 끝났으니까 시상식 무대 연습하러 가자.”
아, 맞다. 시상식 무대 연습이 남아 있었지.
‘젠장.’
쉬고 싶다.
* * *
그리고 시상식 당일. 눈앞에 있는 다이아몬드의 무대 장식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이게 도대체.’
HOR 엔터에서 돈을 쓴다고 하긴 했는데. 무대가 이렇게 장대할 줄은. 우리 노래인 플라워 무대였음에도 자기들의 무대 장식으로 짓누를 생각인 것 같았다.
가만히 있던 주이든이 무대를 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돈으로 처발라 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