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32화. >
“대충 감이 오나?”
완전한 하대.
공개적인 자리에서 난 이러지 않았다. 어느정도는 상대를 존중해준다. 그러나 이 회사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단순한 감정 때문이 아니었다. 비지니스적인 마인드로 다가가도 이 회사는 거지같은 회사였다.
직원들을 단순한 아랫사람으로 개처럼 부려먹는 좋소기업의 전형적인 행태, 오너 일가만 배불리고 일하는 직원들의 피와 살을 갉아먹는 아주아주 전형적인 안 좋은 예.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대양실업이었다.
“저울 가져와.”
내 명령에 사전에 준비된 대양실업의 플라스틱 부품들과 저울이 대양실업 마당에 준비된다. 각 부품마다 대양실업에서 제출한 품질검사표와 설계도면이 함께 동봉되어 있었다.
나는 대충 이상한 모양의 플라스틱을 하나 집어들었다.
“중량 812g 오차범위 +-5g, 배터리 트레이. 이 제품 대양실업이 생산한거 맞나?”
“예···”
오 부장의 확답을 듣고 해당 부품을 저울위에 올렸다. 디지털 저울에 적힌 숫자는 730.
“730g 오차범위를 넘었군, 다른거 다 측정해보세요.”
“예, 회장님.”
우리 직원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와 같은 부품의 샘플 나머지 2개의 무게를 더 확인한다.
“하나는 731g, 다른 하나는 729g이 나왔습니다.”
직원의 말에 대양실업 임원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도면과 품질검사서에 있는 중량과 교차검증 해보세요, 전 샘플 다.”
“예, 회장님.”
“당신들은 해당 제품들 검사구 준비해, 검사구에는 부품들이 얼마나 잘 맞는지 확인해봐야겠어.”
대양실업의 임원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아보이는 인물이 내게 다가왔다.
“회장님··· 저는 대양실업의 회장 오영구입니다.”
“그래서?”
“이러지 마시고 안쪽에서 잠시 차라도 한 잔 하시면서.”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전형적인 옛날 비지니스다.
그리고 그 옛날 비지니스가 통하는 사람이 있고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SKY그룹의 오너인 내게 뇌물을 줄 수 있을까? 내가 그 뇌물을 받고 만족할 수 있을까? 이 정도면 내게 말을 붙인 회장이란 작자가 ‘뇌’가 없는 건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이 먼저 떠오른다.
“이봐 오영구씨, 살고 싶으면 지금부터 은행에 전화 돌려, 돈이 많이 필요할테니까.”
마침 직원이 내게 다가왔다.
“회장님 모든 부품들을 체크했습니다.”
“어떻습니까?”
“단 하나의 부품도 품질검사표와 도면, 두가지 모두의 스펙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이건 뭐, 검사구에 올려 볼 필요도 없네요.”
“예.”
“라인 세우세요.”
털썩.
“회, 회장님 살려주십시오!”
오영구 회장이 무릎을 꿇고 내 바짓가랑이를 붙들었다.
“부품 불량이니 라인세우라는 얘깁니다.”
나는 듣지도 않고 고개를 돌려 우리 직원에게 말했다.
“예! 회장님.”
오영구가 내게서 멀어지려는 직원에게 무릎으로 기어가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 직원의 바지를 잡았지만 두 눈은 날 향해 있었다.
“회장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그러게 부품을 똑바로 만드셨어야지, 원료 빼돌려서 살림 좀 나아지셨나?”
흔한 일이었다.
양산 단계로 넘어가면 품질을 떨어뜨리는 일은 너무나도 흔한 일이었다. 그렇게 치졸하게 번 돈을 직원들에게 나누어 줬을까? 아니다. 절대 그럴리 없었다. 그런 ‘사장’ 그런 ‘오너’라면 애초에 부품에 장난질을 치지도 않았을테다.
‘라인을 세운다.’
자동차 양산 라인을 세우면 분당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가 발생한다. 그럼 그 손해는 누가 매꿀까? 과연 대양실업이 SKY와 소송에서 이길 수 있을까? 차라리 계란으로 바위를 부수는 것이 빠르고 쉬울지 모른다.
“이 새끼들아 뭐해! 오 부장! 오 대리! 이 개새끼들이 회사를 말아먹으려고 작정 했어!”
오영구의 노호성에 오 부장과 오 대리, 그리고 다른 임원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우희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어때, 분이 풀려?”
우희가 아랫입술을 꾹 깨문다.
분이 풀리지 않았겠지만, 절망적이고 간절해보이는 오 회장의 모습에 흔들리는 것이다.
저런 마음이 ‘동정’일 터.
내 눈을 빤히 바라본다.
“아니!”
큰 소리로 아니라고 외쳤다.
나는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그래야지.”
겨우 이 정도로 분이 풀릴리 없다. 없는 자는 없는 자의 마음을 안다. 나도 없던 시절이 있었다. 무시와 괄시 속에서 나는 주머니에 송곳을 숨겨 놓았다. 칼을 갈고 있었다.
이번 삶에서 그 칼을, 그 송곳을 꺼내들었을 뿐이다.
우희도 마음속에 칼이나 송곳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나는 내 사람이라면, 내 가족이라면, 내 핏줄이라면 자유롭게 그것들을 휘두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싶었다.
옳다고 믿는다면 흔들림 없이 나아가길 바랐다. 이미 우희의 인성은 확실하게 확인했다. 자유롭게 칼을 휘두르라 한다고 해서 피가 낭자한 삶을 살 사람은 아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마찬가지다. 더 없이 세상을 이롭게 만들 사람들만 있다. 나는 그렇게 확신한다. 그리고 그 세상 꼭대기에 내가 앉길 바란다. 내 가족이, 내 사람들이 꼭대기에서 편히 살길 바란다.
그게 내가 만들 철옹성이다.
“이 새끼들아 빨리 아가씨에게 빌어!”
회장 오영구의 재촉에 오 부장이, 오 민희가 무릎으로 기어가 머리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아가씨를 몰라뵙고,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아가씨.”
잔뜩 미안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조아리고 있지만 둘의 몸뚱이에서는 붉은색 연기만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진심은 한톨도 담기지 않은 사과다.
우희가 무릎을 굽혀 쪼그려 앉고는 오 부장과 오민희와 눈을 맞춘다.
“진심이에요?”
“그, 그럼요, 아가씨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아가씨가 너무 예뻐서 그런거에요, 꼭 제 딸 같아서 아끼고 싶은 마음에···”
“마, 맞아요, 우리 아빠가 평소에 우희 아가씨를 얼마나 칭찬했는데요? 자기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러셨어요.”
우희가 재차 물었다.
“정말 그랬다고요?”
오민희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오 부장은 이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크흑흑, 제가··· 아가씨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에 실수를 했습니다 아가씨 용서해주십시오.”
이내 오 부장이라는 놈이 제 손으로 자신의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쫙, 쫙, 쫙.
이어서 오민희는 제 입을 양 손으로 때리며 말한다.
“이 망할 주둥이가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우희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크게 소리내 우는 법을 배우지 못했는지 ‘끅, 끅’거리여 울음을 참는다. 어째서 울음이 나오는지 대충 알 것도 같았다. 고작 이런 사람들에게 여태껏 당하고 살았던 자신의 지난 날이 화가나는 것이고, 분해서 참을 수 없는 것일테다. 스스로가 너무 못난 사람이었던 것 같아서 자존감이 떨어지기에 무너질 것 같을테다.
나는 끊기려는 이성의 끈을 부여잡았다.
저 가증스러운 것들이 우희가 동정심에 흔들리는 것 같으니 신들린 연기를 하고 있었다. 일말의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이, 당장 제 살길을 위해 쇼를 하고 있었다.
우희에게 다가가 쪼그려 앉아 힘겹게 울음을 참던 우희를 일으켰다.
“우희야, 이것들이 하는 사과가 진심같아?”
혼란스러운지 우희는 대답하지 못했다.
내 눈엔 답이 뻔히 보이는데, 경험이 부족한 우희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 정말 별의 별 뭣같은 상황속에 처할 것이다. 물론 내가 곁에서 지켜줄테지만, 변수란 것은 언제나 존재하기에.
더군다나 예쁘고 젊고 돈 많은 사람에게는 당연히 날파리가 꼬인다. 그리고 앞으로 우희는 여태까지와 다르게 날파리들을 쳐내며 살아야 할테다. 그러니 알려주어야 했다. 이런게 신들린 연기를 하고 있는 저 가증스러운 두놈과 같은 날파리들이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는 것을.
그러나 오늘은 여기까지, 할아버지의 말씀이 떠오른다. 너무 과한것은 좋지 않았다. 우희에게는 하늘같았던 사람들일테다. 오 대리라는 저 하찮은 여자도, 오 부장이라는 저 더러운놈도. 언제는 우희의 밥줄을 우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의 목숨줄을 쥐고 흔드는 그런 무시무시한 존재였을테다. 그런 존재가 지금은 우희에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제 몸을 학대하고 있으니, 우희는 저들의 마음이 진심일 것이라 판단하고 싶은 것이다.
이 이상 더한 꼴을 본다면 스스로 무너질까봐 자기 방어기제가 튀어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됐어, 고생했다.”
“···응.”
나는 연신 자신의 뺨을 때리는 오 부장과 입술을 찰싹찰싹 때리는 오민희를 뒤로 하고 잘게 몸을 떠는 우희를 안듯이 부축해 차량으로 움직였다. 내가 차로 향하니 직원들이 서둘러 이동 준비를 한다.
멍하니 무릎 꿇고 있던 오영구 회장이 양복이 다 찢어지도록 무릎으로 달려와 내게 매달린다.
“회, 회장님 용서해주시는겁니까?”
희망이 가득찬 눈동자.
혼란이 가득한 우희의 눈과 사뭇 비교되는 눈깔이다.
“나는 한 번 뱉은 말을 집어넣지 않는 사람이야, 자식농사 잘못 지었으면 책임을 져야지, 저것들의 인성, 누굴 닮았겠어? 안 봐도 난 알 것 같은데?”
오영구 회장이 멍하니 입을 벌린다.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 모양, 아니면 자신에게 처음으로 칼날 같은 혀를 휘두른 사람이 등장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고작 중소기업의 회장 따위가 마치 세상의 기둥처럼 살았을테니까.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오영구 회장의 두 손이 내 다리를 향해 뻗어온다.
“여기까지. 더 이상 회장님 행차를 방해하지마라, 죽는다.”
정호석의 서릿발 날리는 말에 움찔 우희가 몸을 떨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항상 상냥하고 예의바른 사람인 줄 알았을테니까, 같이 식사하는 자리에서는 조카, 삼촌이었던 존재였으니까.
바깥에서 보여주는 정호석의 모습은 아직은 낯설테다. 나와 할아버지, 그리고 철웅과 호석도 명심해야 한다. 우희는 우리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고.
“회장님! 기회를 주십시오 기회를!”
정호석의 서릿발에 차마 다가오지는 못하고 제 자리에서 목놓아 외치지만 나는 그대로 차량에 올랐다. 저 따위 쓰레기같은 오너에게 더 들을 말은 없다. 저런 놈을 치워주는게 오히려 세상에 득이 되는 방법일 수 있었다.
부릉.
차량이 움직이고 우희가 대양실업의 전경을 쓱 쳐다본다.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대양실업의 직원들이 보였다. 모두가 하나같이 처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사람들 망하면··· 직원들은 어떻게 돼?”
대답을 머뭇거렸다.
실로 오랜만에 있는 일이었다.
우희는 분명 저들이 어떻게 될지 알고 있을거다. 당연히 실직자가 되리란 걸 알고 있지만 일말의 기대감으로 내게 묻는 것이다. 나쁜 놈들은 오너일가이니, 그 놈들을 치우고 직원들은 살려주면 안돼냐는 그런 질문이다.
“저 사람들이 안타까워?”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어머니일테니까···”
답답했다.
가슴에 고구마 수천개를 쑤셔 박아 놓은 것 같았다.
우희는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렇게 깨끗하게 자랐을까? 미련하게 자랐을까? 칭찬과 꾸짖음이 동시에 공존하는 이 모순된 마음은 무엇일까?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녹색연기 뿐 아니라, 빛나는 두 눈동자만 보아도 진심으로 그들을 걱정하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세상 모든 사람을 챙기는 건, 욕심이야 우희야 그들의 삶 하나하나를 네가 모두 케어할 순 없는거니까.”
“보이는 사람은 가능한 거 아닐까? 어쨌든, 내가 저 회사에 다니지 않았다면··· 저 회사는 멀쩡하지 않았을까? 그럼 저 직원들도 계속해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을 거잖아.”
나는 고개를 저었다.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으니까.
“대현이 저 회사가 원료를 빼돌리고 원가 삭감을 하고 있었다는걸 알게된다면, 가만 놔뒀을까?”
“······”
“시기의 차이일 뿐, 같은 일은 분명 존재했을거야, 저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이 잘못이 없는 것 같아?”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것도 잘못이라는 얘기야?”
“그 지시가 올바르지 않았다면 양심선언을 했어야지.”
“그럼 잘리잖아.”
맞다.
우희의 말도, 내 말도 틀리지 않다.
“그래서 더 가만 둘 수 없어.”
“왜?”
“양심선언 하지 않은게 잘못이라는 걸 깨달아야지, 일을 똑바로 하지 않은게 잘못이란걸 깨달아야지, 그리고 주변에서 보게 만들어야지, 잘 못 하면 목이 달아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 그래야 헛짓거리 하는 날파리가 꼬이지 않아.”
“······”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내가 만약 저들을 봐준다면, 다음에 다른 회사가 SKY에 똑같은 장난질을 각오하는 놈들이 생길거야 왜? 처벌이 생각보다 버틸만 하니까.”
“아, 본보기···”
“그래, 우희야 앞으로 너한테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에겐 저 회사의 직원들보다 더 많은 누군가의 어머니, 누군가의 아버지가 종사하고 있어 우리 회사가 살아야 그들이 사는 거고, 그들은 내가 모는 커다란 배의 선원들이야, 선원들의 목숨은 선장이 지켜줘야하는 거고.”
“그렇구나··· 품질 나쁜 제품을 만들면 이미지가 나빠지고, 결국 회사에도 타격을 받는단 얘기구나.”
난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었다.
해줄말도 알려줄 것도 많았다.
가령, 오늘 이 감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라인 세우기’여파가 SKY자동차와 SKY그룹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그래서 그것은 어떻게 타파해야 할지, 또 오늘 일에 관련된 SKY그룹의 썩은물을 어떻게 도려내야 할지등과 같은 복잡하고 심오한 경영적인 얘기들을 말이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배울까? 이걸 넘어가는 건, 업종에 따라 다를것 같아서, 우희는 다른 사람을 위하는 그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재단’일을 도와줘, 네 진심이면 정말 사회에 많은 공헌을 할 수 있을테니까.”
“응, 알겠어 오빠.”
강한척 방긋 웃어보이는 우희.
“잠깐 차 좀 세워요.”
“예, 회장님.”
끼이익.
차량이 멈추고.
“두 분, 담배좀 태우시죠.”
내 말에 운전기사와 정호석이 차량에서 내리더니 눈치껏 거리를 벌린다.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있는 우희에게 말했다.
“내가 오늘 우희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게 있어.”
“뭔데?”
나는 우희를 부드럽게 끌어당겨 품에 꼬옥 안았다.
그리고 등을 두들겨주며 말했다.
“울고 싶을땐 소리내서 우는 법.”
“······”
우희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지만, 내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어느 순간, 나도 우는 방법을 잊고 살았다.
감정이 없는 로봇이 아닌데,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 눈물을 보이는 것은 ‘약한 것’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오늘 우희를 보며 깨달았다.
소리죽여 우는 그 모습이 이세상 어떤 슬픈 모습보다 더한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모습이 더 불쌍하고 더 짠하고 더 약해보인다고.
주르륵.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목이 갈라지고 당장이라도 곡소리를 내고 싶은데 무엇인가가 방해한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억지로 힘을 주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앙!”
아이의 울음소리를 억지로라도 따라했다.
이내 봇물 터진듯 눈물이 터져나왔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우희야··· 이 오빠가 미안해··· 오빠가! 미안하다! 미안하다 우희야!”
“아니야 오빠! 내가 미안해! 으헝헝.”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차 안에서 목놓아 울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무엇이 그리도 미안했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우희가 내게 무엇이 미안한지는 전혀 모르겠다. 나는 참 미안한게 많았는데.
그리고 나는 다짐했다.
이 가엾은 내 동생을, 미련하고 멍청하게 착한 내 동생을 숨죽여 울게 만든 새끼들을 용서 할 수 없다고.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 제 132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