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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성격이 갑자기 돌변한 듯한 루시펠의 저 기이한 행동.
“하하하! 왜 반격하지 않지? 설마 못 하겠나?”
루시펠이 비웃음이 섞인 조소를 내뱉었다.
“자! 자! 자! 더 빨리 움직여라! 더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스슥-
피슉-
순간적으로 루시펠이 내지른 롱기누스의 두 개의 창날이 세레나의 오른쪽 목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그대로 죽게 될 테니 말이야...”
주륵-
용인화 된 비늘이 잘려나가며 피가 새어 나온다.
얕게 베인 것이 아닌 깊게 베인 상처였다.
세레나가 흘러나오는 출혈을 막기 위해 왼손을 들어 목을 붙잡자 주위에서 전투를 하고 있던 드래곤들이 깜짝 놀란 눈이 되어 세레나를 쳐다봤다.
[...!!]
[세레나님!!]
“이만 죽어라. 세레나.”
루시펠은 누가 끼어들세라 재빠르게 세레나를 향해 다음 공격을 날렸다.
허나.
[이놈이 어디서 감히 세레나님께!]
[떨어져라!]
후웁-
콰롸롸롸롸-
순간적으로 다급히 날아온 두 명의 드래곤이 루시펠을 향해 동시에 파이어브레스를 날렸다.
루시펠은 쯧 혀를 참과 동시에 잠시 뒤로 물러났다.
그대로 목을 따버릴 절호의 찬스였는데...
[세레나님 괜찮으십니까!]
“아, 덕분에. 고마워요. 브로미아스, 제슈라크.”
[아닙니다. 어느 정도 벌레를 정리한 상태이니 지금부턴 저희도 가세하겠습니다!]
[우리가 가세하면 훨씬 이기기 쉬우실 겁니다!]
제슈라크와 브로미아스라고 불린 드래곤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루시펠은 그들이 잠시 이야기하는 짧은 틈을 타 주위를 훑었다.
인간 세력은 쳐들어온 드래곤들과 숫자가 처음에는 거의 비등하기 그지없었으나, 놈들이 용인화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현저하게 밀리고 있는 상태였다.
이대로 있다가는 지원을 가긴커녕 전멸을 면치 못할 것임이 99%.
버티기만 한다면 주위 다른 진형의 사람들이 마찬가지로 이쪽으로 지원을 오긴 할 테지만...
루시펠이 보기엔 오기 전에 이곳의 사람들이 당할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머리가 지끈거리기 그지없는 루시펠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상황은 루시펠에게 그 짧은 생각을 더 이어갈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도록 하죠. 브로미아스, 제슈라크.”
세레나와 저들의 대화가 끝나버린 것이다.
[그럼...]
[가보자고 제슈라크! 타천사 사냥이다!]
파앗-
세레나의 양측에 있던 제슈라크와 브로미아스가 동시에 포물선을 그리며 각 좌우로 루시펠을 향해 날아왔다.
누가 봐도 시선을 끌기 위한 행동.
[죽어라!]
제슈라크와 브로미아스가 동시에 브레스를 날렸다.
그리고 그 순간 날아와 접근하는 세레나.
루시펠은 순간적으로 더더욱 흑결마공을 끌어올렸다.
“으으으-!”
기존 사용 수치였던 60%를 넘어 70%, 80%... 99%까지...
인격이 지금보다 어느 정도나 더 뒤틀릴까... 무척이나 걱정이 되는 그녀였지만 지금으로선 그 방법밖엔 생각나지 않았다.
이윽고 그녀가 안광을 번뜩이며 말했다.
“같잖은 도마뱀이...”
휘이익-
루시펠이 다가오고 있는 세레나를 향해 롱기누스를 던짐과 동시에 자리에서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스슥-
롱기누스는 소유권자가 조종이 가능한 창.
세레나는 창이 방향을 틀어 쫓아오자, 그것에 대응하기 위해 아주 짧게 시간을 소비했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은...
스슥-
루시펠이 브로미아스의 앞에 다다르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
브로미아스는 루시펠이 자신의 앞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자 깜짝 놀라 쏘던 브레스를 멈추고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게...!]
하지만 브로미아스는 용인화라는 힘에 취해 간과하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루시펠이 천사 중에서도 제일로 뛰어나다는 대천사 출신, 최상위권 중에서도 최상위권 대리자라는 것을.
상대가 세레나 정도 되는 강자였기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것이지 그 정도 되는 수준이 아니라면...
“하하하! 지금 그딴 걸 방어라고 하고 있는 거냐! 도마뱀!”
쉬이이익-
빠악-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주먹질에 불과했다.
그러나.
[커... 커헉!]
“죽어.”
다음 순간 루시펠의 주먹에서 흑빛의 마력이 거칠게 터져 나왔다.
[흑결마공, 흑멸권사격(黑滅拳死擊)]
피잇-
콰아아앙!
그러자 마치 핵을 집어삼키기라도 한 것 마냥, 흑멸권사격에 적중당한 브로미아스의 육체가 순식간에 부풀기 시작하더니 이내 브로미아스의 전신이 그대로 터져나갔다.
콰짓-
스스스스-
코인이 뿜어져 나오고 피의 비가 내린다.
코인을 순간적으로 전부 흡수한 루시펠이 이번에는 너 차례라는 듯 제슈라크를 응시하자 제슈라크는 다급히 브레스를 멈추고는 움츠러들었다.
브레스를 사용할 때는 집중을 해야 하기에 빈틈이 발생하는데 제슈라크는 도저히 대응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아예 상대를 할 수 없을 것 같은...
딱딱딱-
이가 의지와는 상관없이 거칠게 맞부딪친다.
“물러나세요. 제슈라크. 그냥 제가 혼자 상대할 테니.”
제슈라크의 상태를 인지한 세레나가 말했다.
[괘, 괜찮으시겠습니까. 세레나님. 저 괴물 자식... 아까보다도 더 광폭해진 것 같은데... 밀리고 계셨지 않습니까.]
“괜찮습니다. 그건 순간 방심해서 그런 겁니다. 목 쪽의 출혈도 이젠 멈췄겠다 제슈라크, 당신은 다시 주위 정리에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그건 가능하겠죠?”
[무, 물론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가보세요.”
[히, 힘이 되어드리지 못해 정말 죄, 죄송합니다 세레나님.]
“아니에요. 마음만으로도 감사해요. 얼른 가보세요.”
[아... 예, 예...]
제슈라크가 자리에서 이탈하기 위해 허겁지겁 뒤를 돌았다.
하지만.
“누구 마음대로 가려는 거지?”
눈에 불을 켜고 있던 루시펠이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없었다.
‘저놈을 보내면 남은 사람들이 더 고통스러워진다.’
성격은 무공의 영향을 받아 변화했다고 한들, 그녀의 본질은 여전히 다른 이들을 아껴주는 루시펠 본인이었다.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것.
허나.
“지금 제슈라크에게 집중하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요. 루시펠.”
“이게...!”
세레나가 앞을 막아섰다.
아까와는 다르게, 검을 뽑은 채로.
* * *
“검? 이제 와서? 그래 봤자 변하는 건 없어! 널 죽인 뒤 여기 있는 도마뱀 놈들을 전부 죽여주마!”
“흐음, 가능하다면 해보시죠.”
“후회하지 마라!”
휘익-
콰아앙!
루시펠이 내지른 창의 궤적을 따라 생성된 짙은 어둠의 창날이 날아가 세레나를 노렸다.
그러나.
세레나가 검을 휙 휘두르자.
팅-
거칠게 튕겨져 나오는 어둠의 창날.
루시펠은 툭 혀를 찼다.
“크크크, 그래 지금까진 전력이 아니었다는 거지...”
후웅!
스슥-
눈을 부릅뜬 루시펠이 날개를 펼침과 동시에 신형이 일순간 자리에서 사라졌다.
블링크 같은 마법을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아까 브로미아스에게 다가갔을 때처럼 엄청난 속도로 세레나를 향해 이동을 한 것 일뿐.
“하아압! 죽어!”
챙-
거칠게 내려진 창격을 세레나가 검을 올려 막았다.
루시펠은 인상을 살짝 구기면서도 곧장 다음 초식을 이어갔다.
더욱 빠르고. 더욱 강력하게.
대응할 수 없도록.
‘무언가를 할 시간을 주면 안 된다.’
세레나가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 따위 루시펠은 사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세레나는 양무원이 영혼을 제물로 수많은 실패 끝내 만들어낸, 천마신공보다도 더 뛰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무공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챙-
채재재쟁-
공방이 빠르게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것으로 알아낸바.
“이게...!!”
뭔 무공을 배운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세레나의 검술은 마치 기계가 펼치는 것처럼 매우 절도 있고 견고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하압!”
단순히 그것만으로는 흑결마공과 제넥의 초식을 극성으로 운용하는 지금의 루시펠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챙!
루시펠의 강력한 올려 찌르기에 재빨리 검을 세워 방어한 세레나의 팔이 일시적으로 머리 위로 튕겨져 나갔다.
루시펠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흑결마공, 흑사포청(黑社抛?)]
쿠구구구-
콰앙!
창끝에 작은 암흑 구체가 생기기 무섭게, 구체에서 어둠이 뻗어 나와 세레나를 향해 쇄도했다.
양팔이 비었기에 단순 방어는 불가능!
하지만.
스슥-
닿기 직전 세레나의 전신에서 불꽃이 솟아올라 어둠을 방어했다.
“...?!”
루시펠은 그 불꽃이 단순한 불꽃이 아님을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저건... 설마...’
그 순간 세레나가 말했다.
“흥미롭군요. 루시펠.”
그건 루시펠로서는 정말 뜬금없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흥미롭다니? 갑자기? 어떤 것이?
“뭐가 말이냐. 도마뱀.”
“한낱 도구에 불과한 무공이 일시적이라곤 하나 사용자의 성격을 바꿀 수 있는 것 말입니다. 그것도 대리자의. 뇌에 무슨 큰 영향을 주는 것일까요? 만약 코인으로 스텟이 강화된 지금이 아닌 과거 일반적인 생명체였을 때 사용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뭐? 너 지금 대체 무슨 말을...”
“루시펠, 저와 거래를 하시지 않겠습니까. 지금 만약 당신이 익히 무공 혹은 비슷한 류의 무공을 제게 넘겨주신다면 더는 인간들을 해치지 말라고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무공의 랭크는 상관없습니다. 어떻습니까?”
“......”
어처구니없는 갑작스러운 제안에 루시펠의 시선이 세레나의 눈동자로 향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무미건조한 눈.
저 드래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기에 갑자기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일까.
구태여 답할 필요는 없었지만 세레나의 이런 반응은 처음이었기에 루시펠은 일부러 입을 열어 답했다.
“없어. 이제는. 내가 익힌 이게 마지막이었다.”
“비슷한 것도 말인가요.”
“그래.”
“그런가요. 아쉽군요. 좋은 거래가 될 수도 있었는데.”
세레나가 볼을 긁적였다.
루시펠은 그것에서 영문 모를 커다란 괴리감을 느꼈다.
소름이 돋는다.
흑결마공을 사용 중이라 성격이 괴랄하게 변해 세세한 건 잘 신경 쓰이지 않는 상태임에도.
이 드래곤은 대체...
“잡담은 이제 끝이다!!”
슈우욱-
루시펠은 그런 느낌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재빠르게 선제공격을 가했다.
그리고 그것을.
챙-
검끝에 불꽃을 한데 모은 세레나가 막았다.
세레나가 말했다.
“하긴, 더 이상 이야기해봐야 무의미이긴 하군요. 그럼 슬슬 끝내도록 하죠. 루시펠.”
드디어 그걸 쓸 생각인 것인가.
루시펠은 세레나가 지니고 있을 예의 그 무공을 떠올렸으나, 예상과는 다르게 돌아오는 것은 더욱 강력해지는 화염이었다.
쿠구구구구-
세레나의 검이 순간 새파랗게 변하나 싶더니 더더욱 붉어진다.
핏빛처럼, 완전 새빨갛게.
그것은 브레스가 아니었다.
방금 전에도 보았던, 유세현이 블루드래곤 로드 아르펜에게서 얻어 알려준 정보에 있던 광룡 퀴르벨과 동일한 고유특성...
[화(火)속성 강화]
스슥-
세레나의 신형이 스르륵 일순간 자취를 감췄다.
고속 이동이 아닌, 블링크였다.
나타난 곳은 루시펠의 다리 바로 밑.
“이게! 어딜!”
창을 아래로 겨눈 루시펠은 곧장 흑결마공의 절기를 운용했다.
흑결마공, 그중에서도 제일 범위가 넓은 제10 절기.
[흑결정류파(黑抉貞流波)]
콰아아아앙-
유세현의 천마혈사장에 밀리지 않는, 강렬하기 짝이 없는 어둠의 일격이 세레나의 안면을 향해 쏟아졌다.
그러나.
쿠구구구-
“아니?!”
세레나의 활활 타오르는 붉은 불꽃의 검은 흑결정류파를 가르며 루시펠의 가슴팍을 향해 뚫고 들어왔다.
이에 흑결정류파가 격파당했다는 것을 깨달은 루시펠이 다급히 회피해보려 했으나...
치지직-
서걱-
“크윽!”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그대로 갑주가 고열에 녹아내림과 동시에 일자로 길게 잘려나가며 가슴부터 시작해 허리춤까지 길게 자상이 남는다.
검에 붙어있는 화염 때문에 곧바로 살이 눌어붙어 큰 출혈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으으으...”
루시펠로서는 이것만으로도 치명상에 한없이 가까운 어마무시한 데미지가 아닐 수 없었다.
“하아... 하아...”
루시펠은 이에 자세와 호흡만이라도 가다듬기 위해 일단 뒤로 한번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세레나는 당연하게도 루시펠에게 이러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
쉬익-
곧바로 날아오는 세레나의 후속타.
루시펠은 이를 다급히 쳐내는 데는 어찌어찌 성공할 수 있었으나, 자세가 더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으윽!”
이윽고 완전히 자세가 무너진 루시펠의 머리 위로 도약한 세레나가 검을 높이 치켜든 채 말했다.
“당신이 죽으면 당신의 그 무공이 뿜어져 나왔으면 좋겠군요.”
마치 사형을 집행하는 것과 같이, 세레나가 그대로 검을 내리쳤다.
루시펠에겐 이걸 막을 힘이 없었다.
다다르면 죽음.
지금 그녀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강력한 대리자의 도움뿐이었다.
그러나 누가, 어떤 강력한 대리자가 지금 그녀를 도와줄 수 있단 말인가.
주위에는 자신의 살길 찾기도 바쁜 사람들만 있을 뿐 존재하지도 않는데.
‘졌구나.’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주위가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느려지며 루시펠의 머릿속에 주마등이 스쳤다.
[루시펠씨, 그럼 저 없는 동안 제 동생...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유세현이 그 답지 않게 부탁하는 모습.
‘부탁... 들어줘야 되는데...’
동시에 다른 동료들의 모습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루시펠은 마음속으로 모두에게 사죄했다.
‘이겼어야 했는데...’
힘이 부족해서 졌다.
미안하다.
그렇게 세레나의 검 끝이 그녀의 목에 다다르기까지 무려 80cm도 남지 않은 찰나였다.
피잉-
콰아아아아앙-
별안간 상공에서 구름을 뚫고 날아온 강력한 마력포가 세레나의 머리 위로 정확히 쏟아졌다.
“...?!”
이에 위력을 알아본 세레나가 재빨리 하던 행동을 멈추고 뒤로 물러나자, 구름 위에서 경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하하하! 내가 제대로 딱 맞춰온 모양이로구나!”
활짝 펼쳐진 여덟 쌍의 날개, 알베타스였다.
습격(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