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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552화 (53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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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과 드래곤 그리고 블러드소울과 엘프.

그들이 이 불편한 동행을 시작한지도 벌써 어연 며칠째.

[도마뱀. 앞으로 얼마나 남았지?]

계속해서 길을 나아가던 중 루시뷀트가 언제나처럼 세레나를 향해 툭 물었다.

“아직 조금 더...”

이에 세레나는 그 물음에 언제나와 같이 마찬가지로 일관된 답을 내놓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이전과 같은 수긍이 아니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후웅!

등에 메고 있던 대검, 루베르크를 난데없이 뽑아든 루시뷀트가 대뜸 세레나의 등을 노렸다.

마치 이미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듯 세레나가 회피했기에 망정이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무슨!”

“이런 미친!”

광경을 본 엘프와 블러드 소울이 저마다 경악 섞인 탄성을 내뱉었다.

방금 전의 살기, 틀림없이 죽이려고 했던 게 분명하다.

이곳에서 길을 아는 사람은 세레나뿐인데, 정보도 알아내지 않고 죽이려 하다니?

“지금 갑자기 이게 뭐하는 짓이지? 마왕?”

[뭐긴. 행동 그대로의 이야기다. 너와는 여기까지란 것이지.]

“지금 뭐라는 거냐 마왕! 감히 누구 마음대로!”

“그렇다. 우리가 안 보이나?”

순식간에 잔챙이 취급받은 크라베스와 카시우스가 대번에 들고 일어났지만, 그들은 곧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크큭, 이런 멍청한 놈들... 내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다니... 엘프와 블러드 소울...이라고 했었나? 너희들은 내가 정말 실력이 부족하여 방금 저 도마뱀을 처리하지 못한 거라 생각하나?]

마왕의 저 말... 그가 한 말의 뜻을 비로소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흐음, 함께 붙잡아 정보를 캐자... 이건가...’

크라베스와 카시우스의 시선이 마왕에게서 벗어나 세레나에게로 향했다.

그들 또한 언젠가는 세레나를 포획해 길을 알아낼 생각이었었다.

왜냐하면...

‘이 공간... 너무도 불안정하다.’

세레나의 안내만을 믿고 중추로 향하기에는 이 공간은 시간이 흐른 지금조차도 파악이 안 될 정도로 너무도 괴랄한 탓이었다.

혹시 아는가? 세레나가 자신들을 솎아내기 위해 일부러 함정 속으로 들어갈지?

그렇기에 언젠가는 해야 했지만, 그들은 루시뷀트의 눈치가 보여 여태껏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시발점을 다름 아닌 마왕이 끊어주다니?

카시우스와 크라베스, 그리고 루시뷀트.

종족을 대표하는 위대한 세 존재가 눈치를 보내자 그들의 수하들은 누가 뭐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슬금슬금 움직여 드래곤들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드래곤들의 이마엔 순식간에 송글 땀이 맺혔다.

“이, 이 자식들이?”

지금까지 균형이 유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가 서로를 경계 및 견제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손을 잡아버리게 된다면...

‘젠장... 어쩌다...’

드레보스 또한 침울한 침음을 내뱉었다.

세레나의 이면을 밝혀야 될 사명이 있건만... 이러다간 이곳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다 같이 죽게 생겼다.

‘흠, 역시 종족의 대표는 대표란 건가. 내 예상보다 빠르군.’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도 유일하게 패닉에 빠지지 않은 자가 존재했다.

‘하지만... 그래봤자다.’

그리 생각한 세레나가 크라베스와 카시우스, 루시뷀트를 쓱 훑은 순간이었다.

[쳐라!]

무엇인가를 느낀 것인지 루시뷀트가 투기를 발산하며 세레나를 향해 제일 먼저 날아들었다.

쉬이익-

바람보다 빠른 어둠이 세레나의 전신을 덮치고 흑빛의 섬광이 눈앞으로 스쳐지나간다.

“...!!”

“무슨!”

실력에 있어서 그토록 자부심 있는 레드 드래곤들조차도 감히 당황할 정도의 빠른 일격!

그러나 세레나는 그것을 몸을 살며시 틂과 동시에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히는 것으로 가볍게 회피해 냈다.

[으음?]

동시에 쭉 뻗은 손에서부터 루시뷀트를 향해 발사되는 수십 개의 화염구.

퍼버버버벙-!

화염구는 루시뷀트의 갑주에 닿기 무섭게 새까만 연기가 되어 일대를 자욱하게 물들였다.

일시적인 눈속임을 위한 것이지 애초에 타격을 주기 위한 마법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아주 짧은 틈.

“치잇, 연막인가!”

“지금이다!”

레드드래곤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주위에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슈슈슉-

쿠구구궁-!

포위한 자들은 반대편에 있을 동료를 위해 스킬 사용에 정확한 계산이 필요하지만, 포위당한 자들은 중구난방으로 사용해도 같은 팀이 맞을 일이 없었다.

퍼버버벙!

“큭! 이 도마뱀들이...!”

“감히 하위 종족 따위가 어디다가 대고 도마뱀이라...”

콰과과광-!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는 공간.

세레나는 그렇게 아주 짧은 틈을 타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허나.

[어딜.]

마치 예상했다는 듯 연기 속을 뚫어 헤치고 등장한 루시뷀트가 세레나의 앞을 막아섰다.

다시 길이 막힌 세레나가 그를 응시하자 루시뷀트가 붉은 안광을 빛내며 지그시 읊조렸다.

[네놈... 역시 내 암흑투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군.]

“......”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내 투기를 막아주는 모종의 아이템을 지니고 있기라도 한 거냐?]

루시뷀트는 그렇게 추측했다.

그것 말고 죽음의 공포, 이 힘이 아예 적용 되지 않는 다른 이유는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세레나는 어떻게 알았냐는 듯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군, 루시뷀트. 공격에 이어 그런 것까지 추측해 내다니.”

[그 아이템... 정보와 더불어 나에게 넘겨줘야겠다.]

“...바라는 게 많군. 가져 갈 수 있으면 가져가 봐라. 단...”

세레나가 그렇게 말을 흘림과 동시에 공간이 거칠게 흔들리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 * *

쩌적-

쩌저적-

그들이 체류하고 있던 공간 전체 곳곳에 균열이 가며 갈라지기 시작한다.

“...?!”

“뭐, 뭐냐 갑자기!”

그리고 깨진 균열 사이, 공간 안으로 드러나는 거대한 무엇.

“...저, 저건 대체...!”

그것은 마치 그 공간의 주인마냥 여유롭게 경계 주위를 거닐며 유영하고 있었다.

대리자들은 흘끗 보이는 그 거대한 육체에서 지금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한 불길함을 느꼈다.

이 신의 회랑에 진입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같은 대리자 이외의 생명체는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젠장할... 갑자기 왜...”

대체 왜 갑자기 공간이 부서지기 시작한 것이며 저런 것이 저편에 나타난 것일까?

이유는 세레나의 입으로 들을 수 있었다.

“이곳은 서로 다투면 안 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너희들이 그것을 어겼군.”

[......]

“전부 너희들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사실 이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이것은 전부 세레나가 의도한 것이었다.

그들이 공격해올 것을 미리 예상해 일부러 이런 장소를 경유하여 중추로 향하고 있었으니까.

트드드득-

붕괴는 빠르게 가속되었다.

불과 10초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일대의 절반 이상 경계가 허물어졌다.

“제, 젠장! 빨리 이곳을 떠야...!”

“세레나! 움직여라! 이대로 여긴 머지않아 전부 붕괴한다!”

일이 이렇게 되자 크라베스와 카시우스는 일단 다시 세레나와 동맹을 맺고 자리를 뜨는 것을 택하려 했다.

허나.

“세레나! 세레나! 뭐 하는 거냐! 이대로 있다가는!”

“경계가 전부 붕괴하여 저 괴물이 이곳에 등장하겠지.”

다급한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세레나는 한없이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마치...

[네놈, 저 괴물이 나올 때까지 여기서 벗어날 생각이 없구나.]

루시뷀트의 말에 카시우스와 크라베스가 이를 꽉 다물었다.

그렇다.

세레나는 이곳에서 지금 벗어날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이 와중에도 공간의 경계는 계속해서 부서지고 있었다.

이제는 무척이나 넓어진 균열 속으로 확연히 보이는 괴수의 모습.

“미, 미친...”

뱀처럼 기다란 몸을 지니고 있는 괴수는 그들의 키를 가뿐히 넘어서는 비늘조각을 전신에 빼곡히 두르고 있었다.

사람의 키보다도 훨씬 거대한, 10m가 족히 넘는 날카로운 눈동자가 균열의 틈으로 그들을 응시한 순간이었다.

“...!!”

그들의 육신은 본능적으로 대번에 얼어붙었다.

이건... 이것은... 아무리 봐도...

‘위험하다!’

캬아아아아-

이윽고 괴수의 거친 괴성과 함께 경계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스스스스-

혀를 날름거리며 서서히 공간을 유영하여 그들의 공간으로 넘어오는 괴수.

신의 회랑을 지키는 신의 파수꾼, [쾌롤란카]의 등장이었다.

* * *

쿠구구구구-

“으음? 뭐지? 이건?”

쾌롤란카의 등장은 비단 세레나가 있던 공간뿐만 아니라 주변 공간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는데, 이강호가 있는 장소 또한 그러했다.

‘이 진동은... 설마?’

쾌롤란카가 등장했다는 것을 느낀 이강호의 눈썹이 일순간 꿈틀거렸다.

세레나가 그러했듯이 이강호 또한 쾌롤란카를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카그네프 제벨에게 사용할 생각이었던 것이었는데...

‘젠장, 누구지? 어떤 머저리가 지금까지 잘 오다가 이 근처에서 전투를... 설마?’

자연스레 세레나가 뇌리 속에 떠오른다.

이상하게도 미래의 정보를 지니고 있는 자신보다도 언제나 한발 앞서 있는 드래곤.

“카그네프! 속도를 올린다!”

“뭐라고? 지금?”

“그렇다. 이대로라면 우리보다도 다른 자가 먼저 이곳의 중추에 다다르게 된다! 이건 그 전조현상이다!”

“...뭐라?!”

이강호의 말에 카그네프가 미간을 좁혔다.

이강호보다 이 거지같은 공간을 먼저 뚫고 도달할 수 있는 자가 존재하다니?

믿기지 않은 것이었지만...

‘지금 놈은 구태여 이런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는 상태다.’

카그네프는 만약을 위해 지금까지 이강호가 일정수준 회복할 때마다 거의 반 죽도로 팼다 회복시켰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회복 시켰을 때는 절대 이강호에게서 한 눈을 팔지 않았다.

지금은 반죽임을 당한지 얼마 되지 않아 거의 걸레짝이라 봐도 무척이나 안 좋은 상태.

무슨 일을 저지를 것이라면 조금이라도 회복한 뒤에 하는 편이 나을 텐데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것으로 보면 진짜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친다면 대체 누가...’

“좋아, 믿어주지, 이강호. 하지만 괜한 수작은 부리지 않는 편이 좋을 거다.”

“...알고 있다.”

대답하는 이강호의 입꼬리가 정말 미세하게 올라갔다.

허나 걸음을 바삐 했기에 그 누구도 그것을 보진 못했다.

* * *

시시싯-

캬아아아-!

[감.히.누.가. 정.원.을. 헤.집.어.놓.는.가.]

등장하기 무섭게 쾌롤란카는 어마무시한 위압을 내뿜었다.

“크윽!”

그 기세에 대단한 드래곤들조차도 마족도 일순간 몸을 움츠렸다.

[전.부. 죽.어.라.]

짧은 말과 함께 쾌롤란카가 그 기다란 몸을 꿈틀거렸다.

아니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후웅-

콰직-

마치 9서클 바람 마법과 비슷한 풍압이 일순간 일며 세레나에게 정신이 팔려있던 마족 하나의 몸통이 얼굴과 분리되며 그대로 찌그러졌다.

“무, 무슨...”

그 모습에 모두가 일순간 벙찐 얼굴이 되었다.

이곳에 모인 이들보다 수준이 다소 떨어진다고 하나, 그럼에도 놈은 마족 상위 대리자였다.

손가락 까닥 한번 하는 것으로 어설픈 종족 하나를 멸할 수 있는 자인 것이다.

그런 자가...

‘마, 마법이 아니다.’

단순한 꼬리치기를 반응하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죽은 마족에게서 나온 코인은 그대로 쾌롤란카의 입으로 흡수되었다.

코인을 먹은 쾌롤란카가 입을 쩍 벌린 순간이었다.

‘뭐, 뭔가가 온다!’

[신.의.정.원.을. 더.럽.힌. 자.들.이.어. 녹.아.버.려.라.]

쉬쉬쉬쉬쉬-

50m가 넘는 거대한 입에서 녹색의 분비물이 뿜어져 나와 비처럼 비산했다.

드래곤들은 그것을 본 찰나, 애쉬드브레스를 떠올리고는 곧장 대비에 들어갔으나 쾌롤란카가 내뿜은 것은 애쉬드브레스 그 이상의 독이었다.

50겹이 넘는 맞춤형 배리어가 0.1초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진다.

“이, 이건 못 막는다! 애쉬드보다도 강하다!”

“피해라!”

공간에 있던 이들은 그저 회피하는데 온 정신을 집중해야만 했다.

반격은 당연히 꿈에도 꿀 수 없었다.

단 네 명을 제외하고는.

“뱀 따위가 어디서...”

크라베스의 손에 새빨갛게 빛나는 강력한 영혼의 힘이 응축됐다.

카시우스의 활에도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화살이 걸렸다.

“이걸 써야 되다니...”

“에이! 죽어라!”

아무리 봐도 눈이 그나마 약해보였기에 둘은 동시에 쾌롤란카의 눈을 노려 스킬을 발사했다.

슈우우욱-!

꼬리치기와 비슷한, 어마무시한 속도의 공격이 쾌롤란카를 향한다.

그러나 쾌롤란카는...

캬아아아-!

입김 한방만으로 스킬의 궤도를 꺾어 날려버렸다.

신의 회중시계와 진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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