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540화 (526/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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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회랑에 진입하셨습니다.]

[탑의 영향력에서 벗어납니다.]

[스테이터스의 수치가 정상화 됩니다.]

신의회랑, 신의 거처 주위를 휘감고 있는 거대한 공간.

“으으으... 여긴...”

그곳에서 눈을 뜬 대리자들의 시야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공간과 그곳을 둥둥 떠다니는 크고 작은 수많은 부유물들이었다.

“젠장...”

중력이 없음을 깨달은 대리자들의 시선이 이리저리 빠르게 주위를 훑는다.

그들의 입에서는 곧 너나 할 것 없이 다분한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빌어먹을...”

본래라면 함께 이동되어야 했을 수많은 동료들.

허나, 지금 그들 주위에 떨어진 동료들이라곤 많아봐야 채 10명이 되지 않았다.

아무런 정보도 지니고 있지 못한 완전히 동떨어진 장소에, 굉장히 극소수인 동료.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어떻게 헤쳐 나가야 될 것인가.

“후우... 그래도 마족들이 주위에 같이 안 떨어진 건 천만다행이네요.”

“그러게요. 분명 무작위라고 했으니 같은 곳에 떨어질 가능성은 충분했는데...”

저주에서 해방되어 스테이터스의 수치가 정상화 되었다.

그 뜻은 자신들이 본래의 힘을 되찾은 것 마냥 마족들 또한 본래의 힘을 되찾았다는 뜻이었다.

만약 그런 놈들과 같은 장소에 떨어졌다면...

“후우... 일단은 좀 쉬다가 주위 수색을 시작하도록 해요. 너무 지쳤어요...”

“그러도록 해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기에 사람들은 굳이 이에 대해 더 언급하지 않았다.

운이라곤 하나 같이 안 떨어진 건 안 떨어진 것이었으니까.

허나.

‘같이 떨어진 사람들은...’

* * *

“저, 접근하지 마! 더 이상 다가오면 공격한다!”

“크윽!”

운 좋게 마족과 함께 떨어지지 않은 사람들은 체력을 회복한 뒤 동료를 찾아 이동을 개시할 수 있었지만, 마족과 함께 떨어진 사람들은 상황이 많이 달랐다.

그들은 무한정으로 마족과 대치하고 있었다.

“제기랄...”

본래라면 호전적인 마족들이 먼저 달려들었을 테지만, 신의 회랑은 그들에게 있어서도 미지의 장소인지라 아무리 마족이라 한들 섣불리 움직일 수 없던 것이었다.

그리고 마족과 함께 떨어진 인원 중에는 유세현도 포함되어 있었다.

유세현은 등 뒤에 그대로 업혀 있는 김주희를 확인키 무섭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야. 함께 이동되어서.’

김주희는 너무 심하게 당해 도무지 몸을 가눌 수가 없는 상태였다.

만약 김주희가 홀로 덩그러니 떨어졌고, 그 주위에 마족이 있었다면 김주희는 그대로 끝장 났을 게 분명했다.

스슥-

유세현의 눈동자가 주위를 순간 빠르게 훑었다.

마족 10명에 사람 5명.

그것이 이 주위에 있는 인원 전부였다.

“제약이 풀렸다! 인간 놈들을 전부 쳐 죽여 버리자!”

“자, 잠깐! 멈춰! 라부르스!”

“뭔데? 지금이 절호의 찬스...”

“멈추라면 멈춰! 이 멍청아! 너 눈알 장식이야?! 정신 나갔어?! 저건 놈이잖아!!”

동료 마족의 일침에 라부르스의 시선이 대번에 유세현에게로 향했다.

“...?!”

득의양양 하던 그는 유세현과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제, 제길... 왜 하필 저 놈이... 도망...”

이윽고 라부르스와 마족들이 유세현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몸을 돌렸다.

허나, 채 한걸음도 내딛기 전 유세현이 작게 목소리를 내뱉었다.

“정지.”

그러자 마치 명령을 한 것 마냥.

라부르스와 이하 마족들의 움직임이 정말로 멈췄다.

“크... 무슨...”

암흑투기를 쓴 것이 아니었다.

위압감과 투기, 그리고 살기.

움직이며 죽이겠다는 의지만으로 그들을 본능적으로 멈춰 세운 것!

어느새 순식간에 마족에게 다가간 유세현이 그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들에게 하나 하고 싶은 제안이 있다. 잠시 임시동맹을 맺지 않겠나?”

“큭, 갑자기 무슨...”

“너희들도 여기에 대해 잘 모르지 않나. 지금 보는 것처럼 한 눈에 봐도 이 세계는 광활하다.”

유세현이 신의 회랑의 길을 알고 있었다면, 이런 짓을 할 필요가 딱히 없었지만 안타깝게도 신의 회랑은 공간이 다 거기서 거기처럼 비슷하게 생긴데다가 무척 광활하고 또한 미로처럼 얽혀있어 회귀한 이강호조차도 길을 완벽하게 외우고 있지 못했다.

이강호조차도 확실히 아는 것이 나오지 않는 한 길을 찾을 수 없는 장소.

그곳이 이 신의 회랑이라는 장소인 것이다.

“큭큭큭! 이용해 먹고 죽이겠단 소리로 들리는 군.”

“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동안에는 네가 먼저 건들지 않는 한 나도 건들지 않겠다. 약속하지.”

“큭, 동맹 유지기간은?”

“신의 회랑에서 나갈 때까지.”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우리가 머저리처럼 보이나!!”

기만당했다고 생각한 라부르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럴 만도 했다.

유세현의 말뜻은 즉 슨 아예 건드리지 않겠다는 뜻이었으니까.

마족의 입장에선 말이 안 되는 것.

“으으으!! 나는 긍지 높은 마족이다!! 네놈 같은 가짜 따위의 말에 굴복할 수...”

철퇴를 움켜쥔 라부르스가 용기를 내 유세현을 향해 거칠게 달려들었으나 그가 제압당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10초가 되지 않았다.

“크윽!! 무, 무슨...”

“라부르스라고 했던가? 정해라. 지금 죽을 것인지. 동맹을 할 것인지.”

“으으...”

유세현의 한 손에 양팔을 제압당한 라부르스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렇게까지 압도적인 차이로 제압당한 적은 실로 정말 오래간만의 일이었다.

“으으으... 저, 정말 약속을 지킬 거냐?”

“내 힘의 근원을 걸고 약조하지.”

“......”

결국 마족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동맹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들의 길을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 * *

“후우... 이거 괜히 구경하러 왔다가 완전 골로 갔군. 만약을 생각해 손을 잡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잡고 있지 않았으면 정말 최악으로 치달았겠어. 안 그러냐? 제루웬?”

“제가 그래서 그렇게 오지 말자고 말렸지 않습니까! 이제 어쩌실 겁니까! 저희 동족은 전부 바깥에 있는데!!”

“하하하, 당연히 나가는 방법을 찾아봐야지~”

신의회랑, 공허한 공간 속 아르펜이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마왕의 추격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동행한 제루웬 베루와 함께 계속해서 마족의 동향을 엿보고 있었는데, 마왕이 퀴르벨 레퀴아르크의 딸 세레나와 접촉한 뒤 경로를 바꾼 것을 보고는 세레나의 의도를 알기 위해 계속 뒤따르다 휘말려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아르펜님! 지금 웃음이 나오십니까? 이거 엄청 심각한 일입니다!”

“하하하, 우리 제루웬이 화를 낼 때도 다 있네.”

“아르펜님!”

“하하하!”

“...하아......”

제루웬이 골치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짚었다.

하기야 그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생판 모르는 장소에, 그것도 달랑 둘이서 떨어졌는데 로드라는 자가 저렇게 낙천적이게 여유를 부리고 있으니 어찌 답답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겉모습의 모습.

겉으로 낙천적이게 웃고 있는 아르펜은 속으론 사실 엄청나게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신의 회랑이라...’

아르펜은 이 층으로 올라오기 전 드레보스에게서 들은 정보가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퀘루안의 죽음에 대한 것이었다.

[라플라스가... 퀘루안님을 죽인 것을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아르펜은 의문을 표했다.

[왜 그런 중요한 걸 나에게 일러주는 것이냐. 드레보스. 난 블루인데.]

드레보스는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렇게 답했다.

[배신자가 등장해버린 지금, 제가 믿을 수 있는 이는 현재 비야크와 저를 길러주셨던 아르펜님 뿐이기 때문입니다.]

드레보스는 과거 아르펜의 곁에서 성장한 용이었다.

로드의 직위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동등한 위치에서 상대를 대하는 그의 성품을 믿고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놓은 것!

드레보스는 거기에 더 나아가 자신이 느낀 께름칙한 것까지 모두 아르펜에게 이야기해주었다.

[흠, 그러니까. 그 유세현이라는 자가 분명 처음 봤을 라플라스의 능력에 대해 털어 놓으면서 그렇게 말했다는 거지?]

[예. 라플라스는 당시 분열을 유도하기 위한 적의 수작이라고 얼버무렸지만, 퀘루안님도 꽤나 께름칙했었는지 추후 라플라스에게 따지는 모습을 보였었습니다.]

[그래서 라플라스는 뭐라고 답했나.]

[나중에는 솔직히 시인하더군요. 비밀임무 수행 중에 마주친 적이 있다고.]

[비밀임무 수행?]

[예, 자신은 말해줄 수는 없으니 세레나님께 직접 들으라고 했었습니다.]

[흠... 그렇단 말이지... 드레보스.]

[예.]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

[라플라스와 세레나님의 뒤를 조심히 캐볼 생각입니다.]

[둘의 뒤를? 들키지 않을 자신 있느냐?]

[당시 라플라스에게도 들키지 않은 저입니다. 괜히 암살부대인 퀘루안님의 부대에 있었겠습니까.]

[좋아. 그렇다면 나도 도와주도록 하마.]

사실 아르펜이 바람계곡에 처음 진입하게 된 이유는 세레나의 뒤를 쫓아서였다.

“아르펜님.”

“......”

“아르펜님?”

“......”

“아르펜님!!”

웃는 모습 그대로 생각에 잠겨있던 아르펜은 제루웬 베루의 다급한 손짓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그를 쳐다봤다.

“또 왜 그러느냐?”

“아니, 아르펜님! 전방 안 보이십니까? 지금 인간이 이곳으로 접근중이지 않습니까!”

그 말에 아르펜이 제루웬이 가리킨 방향을 따라 저 멀리 점처럼 보이는 형체를 살폈다.

인간이 확실했다.

“후후후.”

이에 무엇인가 떠올렸는지 아르펜이 비릿한 미소를 보이자, 제루웬 베루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

“아르펜님? 왜 웃으시는...”

“제루웬.”

“예.”

“당장 폴리모프한다.”

“예? 그게 무슨... 이미 폴리모프 상태입니다만...”

그 말에 아르펜이 재차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제루웬은 영문을 알 수 없는 아르펜의 웃음에 고개를 일순간 갸웃거렸으나, 이내 의미를 깨달았는지 당혹감이 서린 표정이 되었다.

“서, 설마?”

“그래! 저들과 함께 한다!”

“아, 아니 왜... 고작 셋밖에 안 되는데 그냥 처리 하는 게...”

“그래서는 여기서 못 나가! 저들과 함께하면서 정보를 얻는다!”

“...경계가 심할 텐데 어떻게 얼버무리시려고...”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빨리 폴리모프나 해! 파란 머리카락은 꼭 빼라! 검은색이나 갈색으로 해! 아 얼굴도 좀 못 생기게 찌그러뜨리고.”

“아, 아니...”

하기 싫었던 제루웬이었지만 아르펜이 먼저 변하자 그는 아르펜을 따라 황급히 폴리모프를 할 수밖에 없었다.

조각 미남에서 찌그러진 얼굴이 된 게 맘에 안 드는지 제루웬이 투덜거렸다.

“아... 역시 이 얼굴은 좀...”

“왜, 임마. 나름 매력 있는데.”

“......”

“그보다 온다. 말은 내가 할 테니 표정 연기 잘해라.”

아르펜은 사람들이 다가오자 능청스럽게 입을 열어 연기를 시작했다.

“어디 소속이시죠?”

“제 2-3 이반코프 팀장님의 소속입니다. 유리하라 아츠미에요.”

“마찬가지로 바루코사 테미입니다.”

“전 3-7 오르콘 팀장님 소속의 데르메입니다.”

“그렇군요.”

“당신들은?”

이번에는 사람들이 역으로 그들을 향해 물었다.

이에 제루웬은 아르펜에게 어떻게 할 것이냐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아르펜은 기다렸다는 듯 답을 내놓았다.

신의 회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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