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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유세현.”
“역시 선배님.”
둘은 보다 날쌘 몸놀림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한 인원들의 모습을 파악한 루시뷀트의 미간에는 마치 힘줄 같은 검은빛의 연기가 볼록 돋았다.
지금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자신의 암흑투기가 놈이 사용한 암흑투기에 상쇄되었단 말인가?
‘말도 안 된다. 어떻게 벌레 따위가...’
루시뷀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유세현이 히죽 웃으며 오른쪽 팔을 불쑥 들어올렸다.
[끌끌끌끌, 뭔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해?]
슈슈슈슉-
그러자 지면에서 나뒹굴고 있던 그의 검은 기다렸다는 듯 허공을 가르며 빠르게 그의 손으로 되돌아왔다.
루베르크를 회수한 유세현이 검을 높이 들어 올려 검신을 살피며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음, 좀 짧군.]
슈슈슈슉-
말과 동시에 루베르크가 형상 변화하기 시작했다.
유세현이 평소 사용하던 검의 모습은 바스타드소드와 롱소드의 사이로, 검신과 손잡이의 길이가 무척 애매했는데, 그의 검은 보다 바스타드소드에 가까운 형태가 되었다.
유세현의 입가는 비로소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났다.
[음, 이제 좀 괜찮군.]
[......]
[자, 그럼 어디 한 번 시작해볼까?]
끌끌끌, 기분 나쁜 조소를 재차 흘린 유세현이 보다 장검이 된 루베르크를 루시뷀트를 향해 겨눴다.
‘...무슨, 이제 와서 검의 형태를 바꾸다니.’
루시뷀트는 그러한 유세현의 모습에서 큰 위화감을 느꼈지만, 그 이상 잡념을 이어갈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럼, 가마.]
쉬익-
순식간에 자리에서 자취를 감춘 유세현이 루시뷀트의 눈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
상상할 수 없는 빠르기였다.
[어딜!]
루시뷀트는 곧장 어둠을 흩뿌림과 동시에 유세현의 육신을 향해 대검을 휘둘러 대응했다.
쉬시식-
어둠은 순식간에 유세현의 전신을 감쌌다.
루시뷀트의 입에는 작은 미소가 피어났다.
‘걸렸군.’
지금 흩뿌린 어둠은 권능과 마법을 합쳐 만든 지금까지 선보인 적 없던 특수한 능력으로 이 능력에 처음 당한 이는 대응하지 못해 반드시 몸이 경직되게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경직을 먹은 이는 당연히 대검을 회피하지 못한다.
‘역시 단순한 착각이었...’
허나 대검이 닿기 직전.
[암흑투기와 고위 경직 마법을 섞어 만든 것인가? 머리 좀 썼군.]
툭 말을 내뱉은 유세현이 몸을 살짝 틀어 회피함과 동시에 루베르크를 내질렀다.
촤악-
강력한 투기를 담은 검은 수많은 방어마법을 부수며 아슬아슬하게 루시뷀트의 목을 스쳤다.
마구에 수많은 보호마법이 걸려있었기에 망정이었지 만약 걸려있지 않았다면...
‘무슨!’
루시뷀트는 그 답지 않게 잔뜩 당황하여 다급히 몸을 뒤로 뺐다.
이 능력을 단번에 파악해 대응해내다니?
어떻게... 대체 어떻게...
당혹스러워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유세현의 공격이 또 다시 이어졌다.
한쪽 손을 든 유세현이 눈을 번뜩이며 손가락을 위로 치켜세웠다.
‘저건...!’
[천마등공(天魔騰空)]
슈슈슈슉-
일전과는 한 차례 차원이 달라진 마력이 루시뷀트의 몸을 억지로 위로 잡아끌었다.
이번에는 스킬의 정체를 알고 있음에도 대응하기 힘들 정도의 힘이었다.
‘이 무슨...!!’
[어딜! 하아아압-!]
루시뷀트가 거칠게 마력을 발산하며 저항했다.
그리고 그 순간 발생한 짧은 틈.
유세현이 놓칠 새라 루시뷀트가 있는 방향을 향해 허공에 검을 쓱 그었다.
쌔애애액-
고요하지만 강력한 일격이 공간을 가르며 무지막지한 속도로 루시뷀트를 향한다.
루시뷀트의 눈가에는 그답지 않게 순간 경악이 맺혔다.
‘저건...’
위험하다!
위기를 느낀 루시뷀트는 다급히 마력을 끌어 모아 여태까지 자신이 창조한 스킬 중 가장 강한 스킬을 사용했다.
[마신공(魔神功) 흑천경(黑天經)]
후우우우우웅-
어둠이 일렁이는 대검을 그가 거칠게 휘두르자, 발산 된 어둠의 검기가 마찬가지로 공간을 깨부수며 유세현을 향해 날아간다.
치지지직-
천마광룡참과 흑천경이 맞닿은 순간이었다.
주위에는 가공할 정도의 충격파를 넘어 일시적으로 거대한 공간의 뒤틀림이 일었다.
쿠구구구구구-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슈슉-
천마광룡참이 흑천경을 갈라버리는 것으로 현상은 사라졌고, 루시뷀트를 향해 계속해서 나아갔다.
[하아아아압!]
루시뷀트는 정말 가까스로 천마등공에서 벗어나 이를 회피할 수 있었다.
[허억... 허억...]
루시뷀트가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로서는 정말, 실로 오랜만에 내뱉는 거친 호흡이 아닐 수 없었다.
목숨의 위협을 느낀 게... 대체 얼마만이던가.
[너, 무공에 꽤 재능이 있구나.]
치지지직-
그러나 유세현의 공격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크으! 이놈! 어딜 감히 누가 누구를 평가...?!]
유세현이 순식간에 접근했다
[큭!]
후웅-
마왕은 이에 다급히 거칠게 대검을 휘둘러 대응했다.
그러나.
스스슥-
유세현은 몸을 살짝 트는 것으로 그것을 전부 회피해냈다.
유세현이 작게 읊조렸다.
[하지만 아직 많이 허술해.]
동시에 그가 일검을 내질렀다.
루시뷀트는 이것에 대응하여 대검을 치켜들어 커다란 옆면으로 막으려 했으나, 막았다 생각하는 순간 그의 검이 뱀처럼 꺾여 들어왔다.
촤악-
[큭!]
실로 이전보다도 더욱 예측할 수 없는 검법이었다.
루시뷀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큭, 네놈... 대체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권능을 자유자재로...]
[네, 알 바 아니다.]
장난치듯 말하는 것에서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하게 변한 유세현이 재차 검격을 내질렀다.
챙!
채앵!
그것은 단순한 검격이 아닌 권능이 하나하나 담겨져 있는 강력한 일격이었다.
반격은커녕 방어하기에도 급급하다.
그 어느 때도 흔들리지 않던 루시뷀트의 눈동자가 파르르 진동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번에 실력이 너무 증진되었다.
검술도, 권능도.
권능은 자신과 동급이었고, 검술은 그 이상이었다.
말이 안 된다.
그로서는 그렇게 밖에는 치부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검술은 그렇다 쳐도 권능을 이렇게 다룰 수 있는 인물은 오직 자신뿐이거늘...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루시뷀트는 이전 벨제뷔트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제 6유적 [가이드]
그곳에서 마지막 신물파편을 두고 유세현과 싸웠었던 벨제뷔트는 당시 놈에 대해 보고할 때 이렇게 표현했었다.
[마왕]
놈은 분명 갑자기 권능을 자유로이 사용했으며 복제품인 루베르크를 대검으로 변화시켜 싸웠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그저 웃기는 소리로 치부하고 흘려 넘겨들었지만...
‘설마...’
쿠오오오오-
문득 무엇인가를 깨닫기라도 한 것 마냥 루시뷀트가 전신에서 거칠게 어둠의 마력을 발산했다.
이에 마찬가지로 유세현도 어둠을 발산하며 대응했다.
어둠과 어둠이 닿자, 둘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끼아아아악-
이곳에서 죽은 많은 이들의 영혼이 괴로운 듯이 비명을 내지른다.
흔들리는 어둠속에서 유세현을 유심히 살핀 루시뷀트가 지그시 읊조렸다.
[너... 놈이 아니로구나.]
[......]
그 말에 어느새 다시 히죽 웃고 있던 유세현의 얼굴에서는 순간 미소가 싹 가셨다.
허나, 그것은 정말 아주 잠시.
[끌끌끌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닐 텐데?]
슈슈슉-
순식간에 루시뷀트의 앞에 나타난 유세현이 검을 내리그었다.
루시뷀트는 그 순간 유세현에게서 무엇인가를 추가로 봤는지 그것을 급박하게 막으며 물었다.
[뭐, 뭐냐 넌... 대체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영혼이 혼합된 상태로 존재하고 있을 수 있는 거지? 아니 그보다...]
[......]
[대체 어떻게 해서...!!]
루시뷀트 답지 않은, 실로 격앙된 목소리였다.
채재재쟁-
유세현은 그러거나 말거나 점점 검격의 속도를 더해갔다.
촤악-
촤자자작-
루시뷀트의 몸엔 순식간에 수많은 생채기가 생겨났다.
유세현이 연속해서 추가타를 넣으려 팔을 뻗은 순간이었다.
[내가 거기에 있냔 말이다!!]
힘을 폭발시킨 루시뷀트의 잔뜩 분노 담긴 목소리가 일대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콰아아아아앙!
휘이이이익-
루시뷀트의 감정과 동조한 어둠이 휘몰아친다.
이에 이것에 닿은 유세현의 인상은 살짝 일그러졌다.
지끈- 지끈-
머리가 울린다.
루시뷀트가 지금 발산한 힘은 영혼을 흔들리게 하는 힘이었다.
[저 자식...]
[어째서! 어째서어-!!]
슈슈슈슈슈-
하늘 높이 대검을 치켜든 폭주한 루시뷀트의 검 끝으로 어둠의 마력이 집중된다.
이에 유세현, 아니 하나 된 천마와 마왕은 차분히 자세를 잡았다.
영혼을 흔들리게 하는 힘은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그들에게 있어선 너무도 치명적인 힘이었다.
지금도 그들의 영혼은 저 힘의 영향을 받아 계속해서 갉아 바스라지고 있었다.
끝이 다가옴을 느낀 천마가 이제는 친우가 된 마왕을 향해 마음속으로 물었다.
‘준비 됐냐? 시꺼먼 놈아?’
‘당연한 걸 묻지 마라. 노친네.’
‘끌끌끌끌, 좋아. 그럼 해볼까.’
그들은 영혼을 동화시켜 정신을 합일시켰다.
그것은 유세현의 몸속에서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오직 그들이기에 가능한 합일이었다.
[사라져라! 이 불쾌한 영혼들아!]
쿠구구구구-
루시뷀트가 거친 외침과 함께 영혼의 소멸을 관장하는 권능을 가득 담은 어둠의 구체를 유세현, 아니 천마와 마왕, 천마왕을 향해 날렸다.
[마신공(魔神功), 영멸(靈滅)]
천마왕은 이를 보며 그저 씩 웃었다.
폭주는 권능을 강하게 만들지만, 빈틈도 크게 만드니까.
‘우리가 네게 주는 선물이다. 잘 보거라.’
마음속으로 유세현을 향해 읊조린 천마왕이 좌측하단부터 시작하여 검을 쓱 올려 그었다.
쉬이이익-
그러자 그곳에는 바람이 남았다.
어둠의 마력과 완벽하게 합일 된 천마광룡참은 너무 고요하지도, 괴랄하게 요란스럽지도 않았다.
쿠오오오오-
영멸과 천마광룡참이 맞부딪친다.
쉬이이익-
스슥-
루시뷀트가 엄청난 마력을 끌어 모아 날린 영멸은 천마광룡참에 닿자 너무도 손쉽게 반으로 잘려나갔다.
[...!!]
물론 여파가 없는 건 아니었다.
[큭.]
흩어진 영멸에 닿은 천마왕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영혼이 거의 산산조각 났다.
‘하지만 아직 멈춰선 안 된다.’
놈은... 어떻게든 이것을 막을 테니까.
천마왕은 재차 질주를 시작했고, 그러는 동안 천마광룡참은 어느새 루시뷀트가 있는 근처까지 다다라있었다.
“군주시어!”
위기를 느낀 수하들이 루시뷀트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져 날아들었다.
약자도 있었고, 꽤나 이름을 날리는 강자들도 있었지만, 그 누구도 전력을 다한 천마광룡참을 제지하는 건 불가능이었다.
쉬이이익-
슥-
“크악!”
“컥!”
스킬을 사용한 게 무색하게 잘려나간다.
하지만 아예 소용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수하들의 희생으로 천마광룡참의 속도는 늦춰졌고, 루시뷀트는 그 찰나의 틈을 이용해 다시 한 번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
‘아까보다도 더! 현재의 내 모든 힘을 담는다.’
[마신공(魔神功) 흑천경(黑天經)]
이전보다도 더욱 완벽해진 흑천경이 코앞까지 다가온 천마광룡참을 향했다.
치지지직-
둘은 100m가 넘는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맞붙었다.
[크으으으!]
밀린다는 것을 감지한 루시뷀트가 흑천경을 향해 더욱 마력을 더했다.
허나, 천마광룡참은 그것조차도 뚫고 루시뷀트를 향해 날아왔다.
루시뷀트는 땅개마냥 다급히 땅에 바짝 엎드려 붙었다.
굉장히 굴욕적인 자세였으나 흑천경이 궤도를 살짝 바꿔놨기에 루시뷀트는 엎드린 것으로 목숨은 부지하는 게 가능했다.
허나.
그 순간.
쉬익-
루시뷀트의 머리위로 검은 검날이 드리웠다.
어느새 다가온 천마왕이 휘두른 루베르크였다.
마왕 vs 천마왕(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