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511화 (497/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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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퀘루안의 눈가가 일순간 파르르 흔들렸다.

그가 보아온 유세현의 기본 성격은 냉철 그 자체, 그런 놈이 단언을 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뭐냐, 대체 저 자신감은...’

마력을 다시 잘 다룰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단지 그 때문에?

퀘루안은 찰나의 순간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 순간 유세현이 들고 있던 루베르크를 휙 횡으로 휘둘렀다.

후우웅!

이에 순간적으로 목숨을 위협받은 레드드래곤들은 퀘루안의 반응과는 반대로 코웃음쳤다.

‘동시에 전부 달라붙으니 당황해 아무렇게나 휘둘러 대는 꼴이라니. 같잖군.’

‘멍청한 카르페리온, 이런 놈에게 당하다니.’

‘훗! 그딴 건에 맞을 성 싶으냐?’

드래곤들은 목을 젖히거나 하는 등 각양각색의 자세로 루베르크의 검날을 회피한 뒤 이글거리는 화염을 두른 건틀릿을 내질렀다.

이를 본 김주희의 입에선 거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안돼-!”

전후좌우, 위 아래에서의 동시 공격이었기 때문에 이건 회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어떻게 다시 만났는데!!

‘잡았...’

드래곤들은 씨익 미소 지으며 단언했다.

파짓-

파지짓-

‘...?!’

허나 그들의 건틀릿이 유세현의 몸에 채 닿기 전 그의 주위에서 발생한 강력한 흑빛 뇌전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드래곤들을 강타했다.

콰과과과과!

“크악!”

뇌전은 기본적으로 드래곤에게 걸려있는 수많은 배리어를 순식간에 깨부수며 그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이런, 무슨...!’

당황한 드래곤들은 다급히 블링크를 사용해 거리를 벌렸고, 퀘루안의 동그래진 두 눈동자에는 당황을 넘어 경악이 물들었다.

‘무슨...’

이전 태초의 정원에 들어가기 전 퀘루안은 유세현이 사용하는 흑뢰를 목격한 바가 있었다.

그때의 흑뢰는 위력만큼은 강했으나 검에서만 발사 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고, 스피드도 상당히 느렸었다.

유세현이 사용하는 흑뢰는 마법의 종주인 드래곤이 보기엔 쉽게 읽을 수 있는 반쪽짜리 마법이었던 것!

그런데...

‘말도 안 된다...’

검에서 발사된 것도 아니고 스피드도 어마무시하게 올랐다.

아니 그런 모든 부가적인 것을 떠나.

‘마법이 발현되는 것을 읽지 못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

‘젠장... 이건 흡사...’

두근-

퀘루안과 드래곤들의 마음이 순간 요동쳤다.

그리고 그 찰나를 유세현은 놓치지 않았다.

포위망을 뚫은 그는 곧장 천마군림보를 운용해 김주희와 루시펠에게 접근했다.

“후욱... 후욱... 서, 선배님...”

“김주희, 아직 뛸 수 있겠어?”

“후욱... 후욱... 뛰는 것 정도라면... 충분히...”

“오케이. 그럼 바로 뒤에 붙어. 여길 뚫는다. 루시펠씨도 붙으시기 바랍...”

“어딜!”

그러나 감동의 상봉을 할 시간도 없이,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뒤쫓아 내려온 퀘루안과 그의 수하들이 유세현의 앞에 섰다.

퀘루안이 곧장 포효했다.

“라플라스!”

퀘루안은 라플라스의 힘을 이용해 그들을 가둘 생각으로 그의 이름을 힘차게 불렀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라플라스! 어딜 간 거냐! 라플라스으으으-!!”

안 그래도 열이 오를 대로 올라있던 퀘루안은 더욱 큰 고함을 질러 그를 찾았으나 라플라스가 나타나는 일은 그 끝내 없었다.

“라플라스... 이 망할 자식이...”

“왜, 뭔가 바라는 대로 안 되나?”

거기에 역으로 더한 비아냥까지.

“......”

퀘루안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부글거리는 마음을 애써 달래며 김주희와 루시펠을 슬쩍 흘겼다.

둘은 분명 엄청난 강자임이 분명했으나, 체력과 마력이 거의 다해 현재엔 짐짝 수준에 불과했다.

‘...오히려 괜찮아 진건가?’

이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퀘루안은 곧장 수하들에게 마법 통신을 보냈다.

[얼음여자와 저 타천사를 최우선으로 노려라.]

[예?]

유세현의 성격을 모르는 드래곤들은 무척이나 의아해 했지만 그래도 퀘루안의 지시는 따랐다.

슈슈슉-

퍼버버벙!

마법을 이용해 빠르게 죄어들어오는 드래곤들.

“꺅!”

“으윽!”

지금까지 체력을 온존하고 있던 드래곤들이 결정을 지니고 본격적으로 공격해오자 김주희와 루시펠은 버틸 재간이 없었다.

유세현이 최대한 커버를 해봤지만, 그 많은 인원수를 한 번에 전부 막아서는 건 사실상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유세현의 특징을 파악한 드래곤들의 입가에는 절로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렇군. 저놈...’

‘저 둘을 자신의 목숨처럼 아끼는 군.’

‘이런 식이라면 쉽게 놈의 체력을 고갈 시킬 수 있다.’

퀘루안의 입가에도 미소가 맺힌 순간이었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유세현이 강력한 어둠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퀘루안은 유세현이 마력재생을 사용한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가 마력재생을 사용한 적은 많았으니까.

이변의 발생을 알아차린 건 주위가 어둠에 완전히 잠식당한 뒤.

‘...이,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퀘루안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손가락의 감각, 눈의 초점. 들리는 소리까지... 오감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루시뷀트의...?!’

어둠속에서 유세현의 두 눈이 붉은 안광을 번쩍 토해냈다.

[흑암(黑暗)]

쉬이이이익-

드래곤들은 능력이 발휘되기 시작하자 그들답지 않게 아연실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흑암(黑暗), 루시뷀트가 발휘하는 능력 중에서도 가히 최고라 불리는 능력.

퀘루안은, 아니 드래곤들은 여태까지 루시뷀트 이외에 이 능력을 사용하는 생명체를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었다.

‘어, 어떻게! 놈이!!’

‘미친! 말도 안 된다!’

쉬이익-

순식간에 다가간 유세현의 루베르크가 퀘루안의 목을 곧장 노렸다.

퀘루안은 흐릿한 시야 속에서 쇄골과 어깨를 내어주는 것으로 정말 간신히 회피해냈다.

“크윽!”

상처부위를 붙잡고 뒷걸음질 치는 퀘루안.

흑암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지 않은 현재, 지금 이곳에서 퀘루안에게 승산은 1도 없었다.

퀘루안의 상처를 본 유세현이 살며시 혀를 찼다.

‘이런, 역시 완벽하지 않군.’

스킬의 형태가 아니라 의지로는 처음 써보는 거라 미숙해서인지, 흑암의 효과가 기대 이하다.

완벽한 흑암이었다면 놈의 목숨줄을 끊을 수 있었을 터인데.

유세현은 퀘루안을 끝장 내기 위해 재차 공격을 가하려 했지만 달려들려는 찰나 주위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

콰과과광!

드래곤들이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낸 폭발이었다.

휘이잉-

스스스스-

응집력이 약한지 어둠이 흩어지며 일부 장소에 틈이 생겼다.

“물러나라!”

“이곳에서 벗어나!”

드래곤들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하나 둘 씩 장소를 떠나기 시작했다. 유세현은 그런 그들을 굳이 잡지 않았다.

‘후우... 생각보다 더 힘들다.’

흑암을 만들려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데, 처음 발휘하는 흑암은 유세현의 예상보다도 정신력을 더 많이 잡아먹었다.

“서, 선배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단 움직이자.”

“아, 네! 그래요!”

유세현은 김주희와 루시펠을 데리고 가로막는 드래곤들을 정처 없이 베어버리며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희망찬 눈빛으로 그런 유세현을 따랐다.

‘살 수 있다. 살 수 있어!’

‘팀장님만 있다면!!’

허나 그런 희망이 부서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후웁-

쿠구구구구구-

촤좌좌좍-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질척한 독액, 애쉬드브레스가 사방에서 쏟아짐과 동시에 한 인물이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조금 뒤로는 무수히 많은 블랙드래곤이 질서정연하게 정렬해 있었다.

그가 중얼거렸다.

“역시, 실패했군.”

“......”

유세현은 루시펠이 굳이 설명해주지 않았음에도 놈에게서 느껴지는 위엄과 다른 드래곤들의 행동에서 그가 누구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놈이, 블랙드래곤 로드 드라프나우어...’

유세현이 검을 고쳐 잡는 순간 드라프나우어가 손짓을 했고, 재차 발산된 브레스가 그들이 있는 곳을 뒤덮었다.

* * *

“크윽...”

“괜찮나? 퀘루안?”

익숙한 목소리에 부상을 입고 퇴각한 퀘루안이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응시했다.

퀘루안은 정체를 확인하기 무섭게 욕을 한 바가지 토해냈다.

“야! 라플라스! 너!! 갑자기 사라져서 어디서 뭘 하다 지금에서야...”

“어이어이, 너무 화내지 말라고. 이유가 있었으니까.”

“이유?”

“그래, 이유. 이따가 말해줄 테니 우선은 자리를 좀 옮기도록 하지. 로드가 직접 나설 생각인 것 같다. 이 주위는 곧 산성 바다가 될 거야.”

“큭... 제길... 다 된 밥을...”

“기대라.”

다가온 라플라스가 부축해주려는 듯 어깨를 내밀었다.

퀘루안은 아무 생각 없이 그 어깨에 팔을 올려 몸을 기댔다.

현재 그의 머릿속에는 유세현에 대한 생각만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놈이 갑자기 그 능력을... 각성 뭐시기 같은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하기라도 했다는 거냐? 정말로??’

그렇기에 퀘루안은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마치 도둑놈처럼 주위를 흘끗 살피고 있는 라플라스의 행동을.

“젠장,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군. 라플라스. 넌 놈이 어떻게 갑자기 그런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건지 짐작이 되...”

푹-

싸늘한 음색과 함께, 말을 하고 있던 퀘루안의 가슴팍으로 관통된 건틀릿이 튀어나왔다.

“...!!”

퀘루안의 눈은 동그랗게 커져 라플라스에게로 향했다.

“너...”

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

동족, 그것도 같은 레드가 레드를 공격하다니?

“미안, 퀘루안.”

라플라스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남은 오른쪽 건틀릿으로 퀘루안의 목을 붙잡았다.

“커, 컥...”

퀘루안은 몸을 바둥바둥 떨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유세현을 탓해. 그 층에서 있었던 일은 없었던 일이어야 하거든.”

“커...”

뚜둑-!

퍼억!

목을 부러트린 라플라스는 곧장 그의 머리를 밟아 으깼다.

그것으로 레퀴아르크의 큰 신뢰를 받고, 한때 유세현을 궁지에 몰아붙였던 퀘루안은 그렇게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는 신세가 되었다.

손을 탁탁 턴 라플라스가 작은 한숨과 함께 혀를 찼다.

“쯧, 성격은 개판이었어도 그래도 유능한 놈이었는데.”

그는 그 말을 끝으로 퀘루안의 허리춤에 있는 포켓을 챙긴 뒤 자리에서 이탈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콰아아아아-

드라프나우어의 지시로 블랙 드래곤들이 유세현에게 공격을 가하는 틈을 타, 지금까지 숲에 숨어있었던 한 인물이 비로소 움직여 이제는 싸늘하게 식어버린 퀘루안의 곁으로 다가왔다.

“...퀘루안님...”

퀘루안의 이름을 조심스레 읊조린 드래곤의 정체는 강희수 때문에 그에게 그토록 호통을 먹었던 드레보스였다.

‘라플라스... 대체 왜...’

드레보스가 라플라스가 사라진 장소를 응시하는 것으로 숲에는 큰 굉음이 울려 퍼졌다.

* * *

애쉬드 브레스가 끝도 없이 날아오는 그야말로 생지옥, 유세현은 그 지옥 속에서 심신을 가다듬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의 행동일지.

‘로드를 처리한다.’

진마眞魔(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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