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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504화 (4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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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앙!

이윽고 천지를 깨부수는 거대한 폭음과 함께 풍비박산이 나는 일대!

“허억... 허억... 허억... 사, 산건가?”

끝없이 부서지는 대지 속에서 가까스로 회피한 인원들은 잔뜩 사색이 된 얼굴 그대로 저마다 짧게 안도의 한숨을 토해냈다.

파수꾼이 쓰러짐과 동시에 땅의 붕괴가 멎은 덕택에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했다.

만약 땅의 붕괴가 멈추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 런지... 아니, 그것을 떠나 파수꾼이 쓰러지는 속도가 다행히도 느렸기에 망정이었지 만약에나마 놈이 쓰러지는 속도가 빨랐더라면... 자신들은 땅의 붕괴고 자시고 99.9% 살아남지 못했을 터였다.

“후우... 후우...”

드레보스 또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터질 듯한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던 중이었다.

“야!! 드레보스!! 너 미쳤어!!”

드레보스의 바로 뒤, 언제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벼랑의 끝에서 난데없이 울려 퍼진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의 귀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갑자기 승혜는 왜 공격해 이 새끼야!! 어?! 너 지금 뭐하는 거야!! 같이 죽자 이거야!?”

고고하기 짝이 없는 동족이 내뱉는 음성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앙칼지기 짝이 없는 목소리.

“어... 어...”

드레보스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응시함과 동시에 그답지 않게 잔뜩 당황해하며 버벅였다.

얼굴색이 붉다 못해 새빨갛게 변한 강희수가 분노와 실망이 한데 뒤섞인 눈빛으로 드레보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 아니... 이건 명령이라 어쩔...”

“야 이 새끼야!! 명령이면 다 따르냐!!”

“아, 아니... 이건 이유가...”

자신이 지금 인간 따위에게 왜 변명을 하고 있는 것일까.

드레보스는 자신 스스로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이 상황에서 이유는 무슨 이유!! 다른 놈은 몰라도 넌 꽤 괜찮은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너도 똑같은 드래곤이었어.”

강희수의 눈빛이 순간 파르르 떨렸다.

드레보스는 가슴 한편이 꽉 막힌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

“야, 이 자식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상황에서 코인이 그렇게 탐났냐!! 어?”

“아, 아니... 강희수. 다시 말하지만 이건 그런 단순한...”

“그만. 거기서 나와라 드레보스. 넌 돌아가면 체벌이다.”

“?!”

일방적인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던 강희수와 드레보스 사이로 난데없이 하나의 목소리가 툭 끼어들었다.

“희수야! 위험해!”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의 주위에 있던 유승혜의 절규 섞인 외침이 울렸다.

“......”

순간 하늘을 올려다본 강희수의 표정이 뻣뻣하게 굳었다.

누군가가 그새 만들어낸 수많은 거대한 화염구가 마구잡이로 떨어지고 있었다.

화르륵!

쿠구궁!

‘이런...!!’

깜짝 놀란 강희수는 다급히 보법을 운용하여 회피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스탯은 너무 낮은 상태였다.

회피를 위해 도약한 그녀의 머리 위로 퀘루안이 미리 예측해서 날린 불덩이 세 개가 정확히 타이밍 맞게 떨어지고 있었다.

‘어떻게 이만한 수의 화염구를...?! 마력이 도무지 따라주지 않을 텐데?’

강희수는 자신이 크나큰 실책을 저질렀음을 통감했다.

‘내가 드레보스에게 순간적으로 신경을 팔지만 않았어도...’

아주 찰나의 순간조차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는 법이었는데.

‘이건 못 피해... 전부 쳐내야 된다.’

강희수가 각오를 다졌고, 특수한 지팡이를 들고 있던 퀘루안이 큭큭 폭소를 터트렸다.

“크크크! 죽어라! 계집!”

그것은 그녀의 죽음을 확신하는 웃음이었다.

“하아압!”

챙챙-!

생사의 위협을 느낀 강희수는 모든 힘을 쏟아 부어 좌, 우측에서 날아온 불덩이를 부족한 힘에도 불구하고 어찌어찌 쳐내는 데 성공했지만 역시나 딱 거기까지였다.

등 뒤에서 날아오는 불덩이와.

“죽어라 인간.”

바로 아래에서 쇄도해오기 시작한 두 마리의 드래곤은 두 개의 화염구로 인해 자세가 완전히 무너진 그녀로선 현재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이런, 끝인가...’

고개만 살짝 돌려 코앞까지 다가온 불덩이를 확인한 그녀는 끝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녀는 분함에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죽기 위해서 열심히 해온 게 아닌데...’

죽을 때가 된다면 주마등을 겪는다던데, 순간 지금까지 겪었던 수많은 기억들이 마치 영화처럼 그녀의 뇌리를 스쳤다.

‘살아남아... 끝을 보고 싶었는데...’

이윽고 불덩이가 작열했는지 살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이 강희수를 덮쳤다.

강희수는 끝이라 생각해 몸에 힘을 뺐지만, 다음 순간 절벽아래에서 순식간에 치고 올라온 무엇인가가 그녀의 몸을 낚아챘다.

“어?!”

이에 강희수를 포함한 모두는 순간 토끼 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젠장, 뭐냐 저 속도는...’

‘저게 현 스탯에서 가능한 속도라고?’

‘먼저 움직인 우리보다 한발 빠르게 계집 앞에 도착하다니!’

강희수를 구한 것은 유세현이었다.

“세, 세현씨? 대, 대체 어떻게...”

“그것보다도 일단 이곳을 이탈하도록 하겠습니다.”

유세현은 강희수를 들쳐 업고 있는 그 상태 그대로 곧장 방향을 틀어 도주를 시작했고 그 뒤를 유승혜가 빠르게 뒤따랐다.

100% 죽일 수 있을 거라 확신하고 있던 퀘루안의 이마에는 순간적으로 핏대가 울룩불룩 솟았다.

“이... 이... 라플라스으으으!”

“아, 어쩌라고! 저놈이 너무 빠르게 움직이는 걸! 내가 못 잡는다고 진즉 말했지!”

“으... 빌어먹을... 당장 안 따라가냐! 이 멍청한 놈들아!!”

퀘루안이 잔뜩 열 받아 넋을 놓고 있던 드래곤들을 향해 버럭 소리치자, 드래곤들은 그제야 비로소 유세현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 * *

시작된 쫓고 쫓기는 추격전.

“허억... 허억...”

숲을 가르며 나아가던 유세현의 몸이 순간 비틀거렸다.

강희수는 진작 땅에 내려준 상태건만...

강희수를 구하기 위해 무리를 한 유세현의 신체는 무척이나 빠르게 악화되어 가고 있었다.

시야가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이런...’

유세현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재빨리 고개를 털었지만, 흐려진 시야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유세현은 어쩔 수 없이 손으로 눈을 비비며 이를 악물었다.

‘큰일이다.’

평소 웬만한 일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유세현이었지만, 그조차도 흔들릴 정도로 현 상황은 최악 중의 최악이 아닐 수 없었다.

3대 6의 상황.

자신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고, 유승혜나 강희수도 마력이 거의 다 고갈된 상태.

강희수를 잃어 2대 6의 상황이 되지 않는 것은 천만 다행이라 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세현은 놈들을 타파할 방법이 단 한 가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아니... 단 하나 있긴 있다.’

꿀꺽-

단내 나는 마른침이 목 뒤로 넘어간다.

할 수 있을까?

‘아니, 해내야 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조건.’

그렇게 각오를 다진 유세현은 뒤를 흘끗 살폈다.

드래곤들은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을 생각인지 눈을 시퍼렇게 뜬 채 그야말로 맹추격을 해오고 있었다.

따라오는데 다급해서 그런지 덕분에 전열은 상당히 흐트러져 있는 상태.

‘그나마 지금이 기회다.’

유세현은 정말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계획을 둘에게 알렸다.

“후욱... 후욱... 예?”

둘은 순간 당황해 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강희수와 유승혜도 그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유세현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방의 나뭇가지를 향해 도약했다.

이를 본 드래곤들은 단순히 그가 나무를 타기 위해서 도약한 것이라 판단을 내렸지만, 유세현이 나뭇가지를 붙잡고 한 바퀴 빙 돌아 방향을 꺾어 자신들을 향해 쇄도해오자 그들은 순간 당황을 금치 못했다.

‘이, 이놈이?’

그리고 그 순간 유승혜과 강희수도 일제히 방향을 꺾어 드래곤들을 향해 전진했다.

‘제발, 버텨다오.’

눈을 번뜩인 유세현이 마음속으로 외쳤다.

‘마력재생.’

쿠오오오오!

콰과과과과-

마치 비명과도 같은 괴랄한 소음과 함께 그의 몸속에서 어둠이 터져 나왔다.

* * *

“저건!”

“마왕의 권능!”

“물러나서 진형을 바로 잡아라!”

드래곤들은 다급히 대응에 나섰지만 스탯이 낮았기에 반응이 느렸고, 유세현은 그사이 이미 거의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이었다.

유세현의 목표는 최전방에 있는 두 마리!

‘두 명. 두 명만 처리하면 된다. 그러면 꽃이 전부 개화 될 거고 100%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진다.’

유세현은 순간적으로 회복된 마력을 천마군림보에 쏟아 부었다.

빠르게 죽이고 빠르게 도주한다.

쿠구구구!

바람을 뚫고 다가간 유세현의 검이 곧바로 최전방에 있는 비야크의 목을 노렸다.

“어딜!”

비야크는 재빨리 자신의 병장기를 들어 방어했으나, 유세현은 거기서 몰아치는 것을 그치지 않았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광룡참(天魔狂龍斬)]

무공을 무리하게 운용해 무기와 함께 그대로 적을 베어버린다.

천마광룡참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신공이었기에, 유세현은 비야크의 죽음을 의심치 않았다.

허나.

“멍청한 놈. 피해라.”

비야크의 뒤에서 갑자기 등장한 누군가가 비야크의 목을 확 잡아끌었다.

“억?!”

비야크는 그대로 뒤로 내동댕이쳐지는 신세가 됐지만 목숨은 가까스로 부지할 수 있었다.

비야크를 내던진 장본인, 퀘루안이 눈을 빛내며 가소롭다는 어조로 중얼거렸다.

“이 자식이 어디서 감히 드래곤을 상대로 대놓고 스킬을...”

빡-

동시에 그가 주먹을 날렸다.

유세현은 이상하게도 그것이 무척이나 빠르게 느껴졌다.

깡!!

받아치자 묵직한 음색과 함께 뒤로 밀려나는 유세현의 육신.

유세현은 지지 않고 반격을 취하려고 했으나, 퀘루안의 주먹이 먼저였다.

유세현은 당혹을 금치 않을 수가 없었다.

‘어째서?’

이어서 퀘루안의 조소가 귓가를 울렸다.

“크크크, 뭐냐? 이 한심한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군.”

퍼엉!

“큭!”

정타를 한방 허용한 유세현은 지면을 일순간 데굴데굴 굴렀다.

“끝이다. 유세현.”

그리고 그 순간, 사방에서 몰려든 드래곤들이 그의 목을 노려왔다.

상태가 좋지 못한 유세현으로서는 도무지 방어가 불가능한 공격!

“세현씨!”

챙!

절체절명 위기 속에서 그를 구해준 것은 목숨을 걸고 돌진한 강희수와 유승혜였다.

유세현은 곧장 퇴각할 생각을 가졌지만 다음 순간 하늘에서 빛이 떨어지며 그들을 가뒀다.

슈유육!

파바밧!

“?!”

“이건?”

라플라스의 고유특성이었다.

갇힌 유세현이 지끈거리기 시작한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한탄했다.

‘너무... 안일했던 건가?’

“크크크, 안일했구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 마냥 퀘루안이 비아냥거려왔다.

그럴 만도 했다.

라플라스의 고유특성에 걸린 이상 그들은 완전히 독 안에 든 생쥐 된 꼴이 된 것이었으니까.

도망은 이제 절대로 불가능.

퀘루안이 명했다.

“라플라스, 당장 들어가서 놈을 처치해라.”

“뭐? 지금 당장?”

“그래.”

“나 고생 엄청 했는데 조금만 쉬고 들어가면 안 될...”

“놈의 상태는 지금 정상이지 않다. 지금 처리하는 게 옳아. 들어가.”

틈을 노리느라 고생한 라플라스가 투덜거렸으나, 퀘루안은 봐주는 일이 없었다.

결국 라플라스는 떠밀리듯 자신이 만든 큐브 안으로 진입했다.

그때까지도 유세현은 여전히 관자놀이를 붙잡은 채 멈춰있는 상태였는데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내 탓인가. 내가 안일해서...’

의미 없는 생각이 계속해서 반복되며 머리가 어지럽다.

눈앞이 안개가 낀 것 마냥 흐릿하고 몸이 무겁다.

‘검을 들어야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세현은 라플라스가 들어오자마자 루베르크를 들고 자세를 잡았다.

라플라스는 유세현을 대면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싹 바꿨다.

‘상태가 이상할 때 단번에 끝낸다.’

쾌활한 척하며 아닌 척하고 있었지만 그는 퀘루안 이상으로 유세현을 경계하고 있던 인물이었다.

슈슈슉!

전투는 라플라스가 선공을 취하는 것으로 아무말도 없이 시작됐다.

파바밧!

그리고 압도하는 이는 당연히 라플라스였다.

챙!

채재챙!

유세현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해봐야 급급하게 방어하는 것 뿐.

“야! 이 새끼야! 나랑 싸워! 나랑 싸우자고! 왜? 나한테는 안 될 것 같아? 무서워?”

격리된 유승혜과 강희수가 어떻게든 해보기 위해 드래곤들을 도발했지만.

“크크크, 재잘재잘 거리지 말고 기다려라. 너희는 놈을 끝낸 뒤에 확실히 끝내줄 테니.”

이미 오랜 시간 함께한 드래곤들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승기는 점점 라플라스에게 빠르게 기울었다.

태초의 정원(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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