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461화 (447/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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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점은 일정 기간 아래층에서 올라온 대리자를 재해에게서 보호해준다.

이에 게이트를 통과한 사람들은 유세현이 그러했던 것처럼 재해를 겪었지만 다행히도 무사할 수 있었다.

그들은 그날 밤 향후 행동방침을 정하기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정찰을 해야 해요.”

“그냥 이강호씨가 돌아오는 걸 기다리는 게...”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이강호가 돌아오는 걸 기다리자는 수동적인 쪽과, 조사를 하며 움직여야 된다는 능동적인 쪽으로.

“마족, 엘프, 수많은 놈들이 우리와 함께 올라왔습니다. 잘못 움직였다가 적과 조우하면 자칫 전멸이란 거 모릅니까? 3일은 기다려보죠.”

“이 탑은 결코 친절하지 않습니다. 이번에야 운 좋게 넘어갔지만 다음에도 또 그 거대 괴물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리란 법이 없어요.”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논쟁이 끝없이 이어졌다.

한 사람이 반박하면 이에 반대의 생각을 지닌 사람이 또다시 이견을 내놓았다.

이야기가 제자리에서 빙빙 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양측의 의견은 방향이 다른 것일 뿐 틀린 것이 아니었으니까.

“아, 머리야...”

“후... 지치는군요.”

이에 일부 시선이 스리슬쩍 어느 두 존재를 향했다.

보통사람과는 다른 머리색으로 백발과 은발이 유난히 돋보이는 인물, 루시아와 지금은 루벨라라고 불리고 있는 루시펠이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뭔가 대책을 마련해주고 이끌어주길 바랐던 것이었는데...

“......”

루시아와 루시펠은 쭉 침묵을 고수하고 있었다.

이번엔 지침을 받은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30분의 시간이 흘렀다.

“10분간 휴식하도록 하죠. 머리들 좀 식히세요. 고생했습니다.”

이대로는 끝이 없을 거라 생각한 이벨린이 잠시 회의를 중단했다.

“끙...”

“쩝.”

각 문파의 문주, 리더들은 답답한 마음에 혀를 차며 하나 둘 본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어떻게 하기로 했어?”

“못 정했어.”

“아직도?”

“일단 머리 좀 식히고 10분 후에 다시 모이기로 하긴 했는데...”

주위가 술렁인다.

자리를 뜨지 않고 남아있는 인물들은 이태광이나 이벨린, 루시아, 아린 등 이강호와 밀접했던 사람들뿐이었다.

분위기를 살핀 이벨린이 모두에게 말했다.

“좋지 않아요. 이대로라면 분열되겠어요.”

“루시아 언니, 정말 강호 오빠한테 뭐 들은 거 없어요?”

“... 예. 없어요.”

“루시펠 언니도?”

“예.”

둘이 확답하자, 모두의 표정이 한풀 더 어두워졌다.

아린이 입 열어 말했다.

“아무튼 이제는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방향을 정해야 됨세. 이대로라면 끝이네.”

“어느 한쪽을 정해 밀어붙이자는 겁니까 영감님?”

“그렇다네.”

“이유 없는 강제는 후폭풍이 클 겁니다만...”

팔짱을 낀 채 그리 말하는 이태광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

“확실히 그렇겠지. 우리가 한다면 말일세.”

“그 말은 설마...”

“그러네. 우리가 하지 않으면 되는 걸세.”

아린의 시선이 루시아와 루시펠에게 향했다.

“둘이 상의해서 정해 주게나. 그러면 사람들도 이유가 없다 한들 군말 없이 따를 걸세.”

“저... 저희 둘이요?”

루시펠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반면, 루시아가 잔뜩 당황하여 허둥거렸다.

그녀는 지금까지 책임자로서 선택하고 통솔한 적이 없었다.

과거에는 아버지인 지드먼이 이끌었고, 유세현을 만난 후에는 그를 따라다니기만 했으니까.

지금처럼 함께 행동하지 못할 때, 팀을 배정받아 인원들을 이끈 적은 있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소규모였다.

반면 지금은 인간 전체, 일부도 아니고 군단도 아닌 전체다.

그건 그녀에게 있어선 보통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선택하라고?’

잘못 선택하여 힘들게 키운 사람들을 사지로 내몰기라도 한다면?

허무하게 병력을 잃게 된다면?

그런데 그때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루시아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루시아씨가 선택해주세요. 인간이 아닌 전 결정할 권리가 없어요.”

“예?”

루시아의 눈동자가 흔들리다 못해 요동친다.

“걱정 마세요.”

그러나 루시펠은 괜찮다는 듯 되려 미소를 내 지어 보였다.

가까이 다가온 루시펠이 그녀의 어깨를 상냥하게 두드리며 속삭였다.

“어떤 선택을 하던 그가 당신을 싫어하게 되는 일은 없을 테니.”

“......”

“그리고 당신만큼 그들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없어요. 많은 시간을 함께해왔잖아요?”

“......”

“제가 봐온 당신은 현명한 사람이에요. 결코 멍청하지 않아요. 그러니 곰곰이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세요. 그러면 당신이 내린 결정은, 그들이 내렸을 결정과 다르지 않을 거예요.”

쿠궁!

루시아는 머릿속에 뇌명이 쏟아졌다.

‘난...’

그녀는 그들에게 얼마나 많이 의존하고 있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후...’

힘이나 기술, 그런 부분에서의 의존이 아니었다.

그녀 또한 강해지기 위해 끝없이 탐구하며 힘쓰고 있었고, 동료 모두가 이를 인정하고 있었으니까.

의존하고 있던 건 정신적인 부분.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자주적으로 결정을 내려 본 적이 없었다.

결정을 하더라도 능동적이지 못하고 수동적으로만 움직였다.

이 부분은 오히려 막 판도라에 떨어졌을 때인 과거보다 퇴보를 한 것이다.

‘그래서는 안돼.’

문득 이강호나 유세현이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떠올랐다.

[애매하군.]

이 세계는 변수의 덩어리이다.

그들조차도 확신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막상 판단을 내리면 자신의 판단을 신뢰했다.

특히나 이런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들은 멈춰있는 게 가장 좋지 않은 행동이라고 했었다.

‘아...!!’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루시아는 자연스레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 * *

“저 놈들은 뭐지? 아르펜?”

“스스로를 신이라 자칭하는 몬스터. 근데 죽지는 않아.”

아르펜 덕에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던 엘라뉘스는 곧장 그에게 이 층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캐물었다.

아르펜의 입이 닫히자, 엘라뉘스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흠, 요점은 놈들을 이겨내며 나아가면 된다는 거로군.”

“뭐, 그렇지.”

먼발치 떨어진 장소에서는 재해를 잡기 위해 수많은 드래곤이 합세하여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은근슬쩍 아르펜이 어깨에 손을 올리려 하는 것을 툭 쳐낸 엘라뉘스가 재차 물었다.

“그럼 굳이 상대할 필요가 없을 텐데? 왜 상대하고 있는 거지?”

“아, 저거? 물론 이유가 있지.”

“뭔데?”

아르펜이 씨익 미소 짓자, 엘라뉘스가 밝게 미소 지었다.

둘은 잠시 그대로 서로를 응시했다.

이윽고 아르펜이 졌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어휴, 너의 미소는 못 이기겠단 말이지. 너무 눈부셔.”

“......”

“조각 때문이야.”

“조각?”

“그래, 조각. 뭐 신물 파편 조각은 아니지만.”

아르펜이 포켓에서 단단히 굳어있는 물방울 결정을 꺼내 내밀었다. 정보를 읽은 엘라뉘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다고? 뭐 그야 그렇지. 정보가 숨겨져 있는 상태이니. 하지만 이걸 이렇게 하면...”

포켓에서 다른 무언가를 꺼낸 아르펜이 그것을 결정에 갖다 대기 무섭게 정보가 변화한다.

아이템명: 물의 파편 조각.

등급: 에픽 [S Rank]

상세정보: 탑의 정수가 깃들어있는 결정입니다. 일정 개수 이상을 소지하고 있으면 탑의 힘에 일부 저항이 가능해집니다.

“호오. 그래서 사냥을...”

“그런 거지 뭐.”

“그 물질은 어디서 얻은 거지?”

“아, 이거? 레드드래곤 애들이 7층에서 발견해 냈어.”

“7층? 그새 한층 더 올라간 건가?”

“크크, 네가 5층에서 얼마나 머물러있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나도 올라갔다 내려 온 거야. 이 층부터는 위, 아래 왕래가 가능하거든.”

“으흠...”

“그보다도 이제는 내가 묻고 싶은데.”

이번엔 아르펜이 눈을 번뜩 빛냈다.

“거기서 뭐 얻었어?”

“......”

“이렇게 시간을 오래 잡아먹은 데다가 그 정도의 부상... 당연히 대단한 물건이겠지? 좀 보여줘 봐~.”

그 말에 엘라뉘스의 눈이 예리하게 날이 섰다.

“아무것도 얻지 못했어.”

“뭐?”

“얻었지만, 빼앗겼다.”

“빼앗...기다니? 네가?”

아르펜의 표정도 돌변했다.

다른 이들이라면 몰라도, 엘라뉘스는 차라리 보여주기 싫다고 대놓고 말하면 말했지, 어설픈 거짓말을 할 인물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 상처가 탑의 장치에 의해 생긴 게 아니라 다른 대리자에 의해 생긴 거라고?’

“제루웬 베루에게 물어보면 알거야. 그 아이도 그곳에 있었으니.”

“아, 아 그렇지...”

“이제 나는 좀 쉬어야겠어. 아르펜, 도와준 건 진심으로 고맙다.”

그녀가 기껏 감사의 인사까지 건넸으나 상당히 충격을 먹은 아르펜은 즉각 반응하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은 과연 어떤 놈들이 이런 짓을 벌인 건가로 꽉 차 있었다.

‘마족? 엘프? 그것도 아니면...’

엘라뉘스의 말마따나 제루웬 베루에게 물어보면 되었으므로, 그가 자신의 예상이 빗나갔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

“A-3 팀이 정찰 임무를 마치고 막 복귀 했습니다.”

“B-4 팀도 복귀했습니다.”

“보고해 주세요.”

루시아가 선택하는 건 나아가는 쪽이었다.

단, 바로 나아가지는 않고 우선 대대적으로 정찰을 시도했다.

‘강호씨가 아무것도 일러주지 않고 올려보냈다는 건, 뒤늦게라도 합류할 생각이었다는 뜻.’

그것은 최소 며칠간은 이곳에 머무를 수 있다는 의미가 되었다.

만약 이 지역이 바로 위험지역이 되어버리면 사람들은 이강호고 자시고 허겁지겁 움직이기 바빴을 텐데, 그 생각 많은 이강호가 이를 고려하지 못했을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아직 시간은 있어. 하지만 결코 많지는 않을 거야.’

그 사이 일행이 되돌아오면 참으로 좋을 테지만, 루시아는 그런 배부른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녀는 철저히 주위를 조사해 나갔다.

슈욱!

타닥!

정찰임무에서 복귀하자, 재차 총책임자를 맡은 이벨린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루시아가 이벨린에게 경과를 보고하자, 이벨린 또한 여러 팀들이 알아낸 사실들을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E-15 팀이 북동 20km 지점에서 우연히 특수한 공간을 발견했어요.”

“특수한 공간이요?”

“예, 약 1천 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곳인데, 그 재앙 같은 몬스터들을 피할 수 있는 데가 장소가 아닌가 사료돼요.”

“시험해 봐야겠네요.”

“안 그래도 아이템을 두고 오라고 했어요. 휩쓸리지 않으면 무사히 그곳에 남아 있을 테니.”

그들은 정찰과 실험으로 이 층에 다른 특수한 공간이 존재하고, 그 공간 속에서는 재해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시작된 모험.

재해를 제외하고도 많은 역경이 몰아쳤다.

몬스터들을 격퇴하고, 함정을 돌파하고.

루시아는 팀원들과 함께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힘썼다.

그렇게 5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인...간?”

그들의 앞에도 비로소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 복장은...”

“헉?!”

과거 천마의 유산.

천마대의 일원이.

악몽을 꾸는 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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