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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카시우스는 눈 하나 깜빡 하지 않았다.
되려 델바람들도 전부 이강호를 노려본다.
이해의 일치.
이전 일행은 크라베스나 추종자들에 대해 설명할 때 사정상 많은 것들을 빼먹고 두루뭉술 말했다.
당시에야 사정이 좋지 않아 넘어가주었던 것이지 연합군 또한 이강호가 정보를 전부 털어놨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당했군.’
이강호는 단순히 적개심을 표출한다 해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의심받을 만한 건덕지를 준건 다름 아닌 자신들이었으니까.
쉬이이-
이강호가 마력을 거뒀다. 카시우스는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이 됐고, 김주희는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움직이진 않았다.
“자, 어떻게 할 건가?”
카시우스가 재차 물었다.
이강호는 어이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하, 어떻게라니? 애초에 답을 정해둔 주제에. 다시 말하지만 우린 그때 알고 있던 주요 정보를 전부 너희들에게 공유해 줬다. 당최 연합군, 아니 엘프 때문에 생긴 일이다. 너희가 우리를 습격하지 않았다면 루시펠은 그런 도박성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았을 테고, 이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지. 그런데 너는 그런 일에 휘말려 발생한 사건에 대해 우리가 완벽하게 뭔가를 알아냈으리라 진심으로 생각하나? 그렇게 생각하면 당장 너희들과 갈라져야겠군. 멍청한 동맹군은 당최 별 도움이 안 될 테니까 말이야.”
“허세는...”
카시우스는 그가 이곳에서 갈라서지 못 할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처음 이강호를 발견 했을 때 그는 무력을 사용해 공간에서 빠져나오려고 하고 있었으니까.
길을 찾을 수 있는 아이템을 지니고 있었다면 같은 동료끼리만 남은 상황에서 그 정도까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사실 어찌 보면 이강호의 주장도 틀린 주장은 아니긴 했다.
“아이템을 넘겨주겠다. 지금으로선 말하고 싶어도 줄 수 있는 정보가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지.”
“흠, 그럼...”
“단, 이쯤 되면 내 주장도 틀리지 않았다는 걸 여기 있는 대부분이 느꼈으리라 본다. 특히 원인이 되었던 엘프, 네놈들은 특히나 더. 그러니 착용장비는 가져가지 마라. 여기까지가 내가 참아줄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이강호의 눈동자가 순간 시퍼런 귀화를 토해냈다.
카시우스는 이쯤 해야 되나 생각했다.
그런데 채 말도 꺼내기 전 로리엔이 갑자기 끼어들며 소리쳤다.
“흥! 웃기는 군! 이강호! 네가 여기 있는 연합군 모두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여기 있는 이들은 전부...”
“다물어라. 지금 난 카시우스에게 말하고 있는 거지 너에게 말하고 있는 거 아니니까. 그리고 그런 식이라면 연합이라는 거 자체가 별 의미가 없지. 어차피 소수 쪽에 무리한 요구를 계속 쳐 해댈 테니까 말이야. 난 지금 카시우스와 동등한 위치로서 말하고 있는 거다.”
“너...”
“그리고 반대로 묻지, 너희들이 아무런 손실도 없이 우리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적들이 바글바글한 이곳에서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둘 사이에 적개감이 부딪치며 보이지 않는 스파크가 튀었다.
이에 카시우스는 단번에 일단락을 냈다.
“좋다. 네 요구를 받아들이지 이강호.”
“수장님!”
“거기까지. 네가 없어선 안 될 귀중한 부하라고는 하나 더 이상의 응석은 받아주지 않겠다.”
“...으으으!! 알겠습니다.”
엄포를 놓자 결국 로리엔이 전신을 부르르 떨며 몸을 휙 돌렸다.
카시우스는 그런 그녀를 보며 마음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거 참, 마치 딸 키우는 느낌이군.’
로리엔은 그 특유의 고유특성 때문에 이젠 그에게는 없어선 안 될 인물이었다.
게다가 기득권 측이라고 볼 수 있는 하이엘프가 아닌, 바닥에서 이 악물고 올라온 일반엘프이기에 냉철하고 머리 회전도 뛰어난데다 육탄실력도 출중하다.
때문에 평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이 인간들에게만큼은 도무지 적개심을 감추지 못한다.
이것만 참을 수 있다면 정말 완벽할 텐데 말이다.
“아공간 포켓도 열어라. 살펴보겠다.”
이후 엘프들이 수금에 들어갔다.
델바람들이 툴툴거렸다.
“이런 날강도 같으니! 그걸 가져가겠다는 거냐?”
“약속 범위 안에 있는 아이템이지 않나?”
“에이~!!”
그들은 이강호와 김주희의 포켓도 뒤졌다. 이에 둘은 아닌 척 마음속으로 마음을 졸였다.
일지는 정말 다행히도 유세현에게 다시 넘겨주어 상관없었지만, 또 다른 아이템의 존재를 들킬 가능성이 있던 탓이다.
놈들의 약점이 되는 약!
그때 한 포켓을 살펴보던 엘프, 베아드람이 인상을 찡그린 채 중얼거렸다.
“뭔 놈의 잡다한 게 이리 많아?”
당연한 일이었다. 약 제조에는 재료가 많이 들어가니까.
그리고 병이 섞여있는 곳도 이곳이다.
“우르소의 가죽에 내장... 심장까지 가지고 있네? 어후~ 설마 식량으로 쓴 거냐?”
“남이사. 너희는 뭐 좋은 거라도 많이 먹고 다녔나?”
“흥! 아무리 그래도 심장은 안 먹는다고 심장은...”
베아드람은 다행히도 잡다한 게 너무도 많아 딱히 볼게 없다 느꼈는지 그냥 설렁설렁 살피고 넘어가는 눈치였다.
이대로라면 그냥 지나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때 장비 쪽을 살펴보던 카시우스가 베아드람쪽으로 다가왔다.
“흠, 뭐지? 잡다한 걸 모아둔 포켓인가?”
“예, 희귀마물의 가죽 같은 게 있긴 한데 사실 딱히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으음...”
카시우스의 눈이 이강호 쪽으로 흘끗 향했다. 이강호는 어느새 시선을 옮겨 장비 쪽을 살피고 있는 엘프를 감시하고 있는 중이였다.
마치 이쪽은 별로 신경도 안 쓰인다는 듯.
‘하지만 본디 좋은 물품은...’
카시우스가 직접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강호는 더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역시... 만만치 않군.’
이렇게 되면 시선을 돌려야한다.
이강호는 물건 하나를 발로 슬쩍 밀어 뒤로 숨기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신경이 곤두서있던 엘프가 그것을 알아채고 순식간에 낚아챘다.
아이템을 손에 든 엘프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새겨진다.
“뭔데 숨기려고 한 거지?”
“......”
“오~!”
그것은 추종자들이 머물던 제단에서 무기창고를 털었을 때 발견한 것으로, 높은 신성력이 일부 담겨있는 레전더리 S랭크 창이었다.
이프리트의 화염창이 내구성을 다했을 때 서브로 사용하려고 생각하고 있던 건데 약을 들키는 것보단 낫다고 판단하고 잽싸게 버린 것이다.
“카시우스님! 이것 좀 보십시오!”
“응?”
재료를 뒤지던 카시우스가 하던 일을 멈추고 다가가 창을 들었다. 그가 감상을 토해냈다.
“레전더리 급인 게 아쉽지만, 그걸 고려해도 무척 좋은 창이로군.”
“예, 웬만한 방어구는 그냥 뚫을 겁니다.”
“다른 건 어떻지?”
“다른 것도 꽤 양질의 물건이긴 한데 이것보다 좋은 건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 숨기려고 한 것으로 보아 이게 가장 좋은 게 아닐까 합니다.”
이강호와 델바람들은 엘프들에게 시간제한을 뒀다. 지금은 급박한 상황, 시간은 금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시간도 거의 다되었는데 이걸로 그냥 할까요?”
“흠...”
카시우스의 눈이 일순간 재료 쪽으로 향했다. 뭔가 유도 당한 듯한... 기분이 찝찝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렇게 하지.”
카시우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강호의 입꼬리가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정말 미세하게 올라갔다.
* * *
“이 물건은 우리가 빛이 쏟아지는 지역에서 정말 어렵게 얻은 아이템이다.”
카시우스가 모두 앞에 내민 것은 손바닥만 한 작은 나침반이었다.
“이 나침반은 특수한 자기력에 이끌리게 설계되어있지. 뒤에 있는 버튼에 마력을 넣으면 총 세 번 작동한다.”
“세 번?”
“그렇다. 횟수제한이 걸려 있는 거다. 게다가 제약도 걸려있지.”
“제약?”
“그래, 이 나침반은 혼돈에서 밖에 사용할 수 없다.”
혼돈.
카시우스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태여 설명하지 않았다. 처음이야 다 같이 몰랐지만 지금은 대충 의미하는 바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때나 함부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었군.”
“그렇지, 괜히 횟수만 날리는 꼴이 될 테니까. 그런 점에서 너희들은 운 좋은 거다. 내 판단 덕에 아직 세 번 전부 사용할 수 있으니. 그러니 대가를 줬다고 너무 감정 상해하진 말아라.”
“......”
카시우스가 나침반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우우웅!
아무렇게나 이리저리 돌아가던 자침이 한 방향에서 멈춰서고 그곳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거울을 만든다. 거울은 곧 일자로 빛을 내뿜으며 길을 밝혔다.
공간이 겹쳐진 건지 망령들이 눈에 직접 보이기 시작한다.
[꺄아아아아-]
처음 빛에 쏘인 망령들은 발광하며 괴로워했다. 하지만 그건 잠시뿐이었고 이내 망령들은 제자리에 멈춰서 안식을 맞은 듯한 황홀경을 토해냈다.
[으아...]
[아아아아...]
스스스-
망령의 전신을 뒤덮고 있던 새까만 어둠이 빛을 바래며 허공에 흩어지기 시작한다. 망령의 전신은 곧 새하얗게 변모했다.
“정화되는 건가?”
“그런 모양이군. 것보다도 봐라.”
카시우스가 손가락을 들어 빛을 가리켰다.
“길이 생겼다.”
* * *
“이놈들이이이이!”
오르엠의 전신에서 뻗어나간 광휘가 일대를 감쌌다. 찬란한 황금의 입자가 일렁이자 무수히 많은 장소에서 연쇄폭발이 일어난다.
휩쓸린 복제들은 별 힘도 써보지 못하고 지상으로 추락했다.
힘을 똑똑히 체감한 렘벨크가 혀를 차며 벨제뷔트에게 중얼거렸다.
“저 정도로 자신의 힘을 완벽하게 컨트롤 하다니. 정말 대단한자로군. 저런 자는 태어나서 처음 봤다.”
“그렇지. 한때는 신이라 불리던 존재였으니까.”
아무쪼록 오르엠과 수많은 천사들이 분개하고 있다고 해도 형세는 이미 마족 쪽으로 많이 기운 상태였다.
“스틱스가 죽은 게 아쉽군. 그가 있었다면 훨씬 손쉬웠을 텐데.”
“응?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 슬슬 마무리를 하도록 하지.”
렘벨크가 루시펠과 격렬하게 합을 나누고 있는 오르엠을 향해 도약했다.
오르엠은 접근해오는 이와 끝임 없이 되살아나는 복제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크윽!! 너무 많다.’
복제들은 원본보다 약할지언정 끝없이 살아나는 턱에 방해가 됐다. 힘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강력한 추종자들을 상대하는데 있어서 존재 자체가 거슬리는 것이다.
‘일단은 저 복제부터 어떻게든 해야 된다. 안 그러면 승산은... 없다.’
“비켜라!”
빠악-
오르엠이 발길질을 하여 루시펠을 밀쳐냈다.
그는 곧바로 몸을 돌려 엄청난 속도로 거울을 향해 날아가 일격에 두 동강냈다.
허나, 거울은 산산조각 났음에도 다른 장소에서 재차 모습을 드러낸다.
엎친 데 덮친 격.
보통사람 같았으면 미치고 펄쩍 뛸 일이었으나 오르엠의 머리는 되려 차갑게 식었다.
신이 이런 곳에서 죽을 수 없다는 이념.
지고한 자신이 저들에게 당해서야 되겠냐는 생각이 함정에 빠졌다는 분노를 뛰어넘은 것이다.
‘역시 본체가 따로 있는 건가?’
오르엠은 공간 전체를 향해 마력을 흩뿌렸다.
본디 남은 신성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힘의 근원, 성원(聖原)이 엄청난 속도로 신성력을 재생시켜 그걸 가능케 했다.
후우웅!
엄청난 힘이 천사들의 몸을 한차례 더 휘감는다.
벨제뷔트가 그것에 대항에 암흑투기를 끌어올렸으나...
“네까짓 놈의 힘으로 나를 억누를 수 있을 것 같으냐!”
쿠구구구!
“크윽... 고작 이따위 신성력...”
상반되는 힘이 격돌한다.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그사이 추종자들이 막강한 힘을 선보이며 오르엠을 향해 파고들었다. 루시펠도 날아드니 오르엠은 자신의 모든 힘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가 없었다.
“포기해라.”
지잉-
콰아앙!
좌측 날개 2쌍의 일부가 찢겨져 나간다.
다른 추종자의 힘을 받아친 아다만티움 각반에 금이 가고, 손목보호대가 부서져 내렸다.
“신이시어!”
“신은 개뿔!”
미카엘, 라파엘, 가브리엘이 도와주려했으나 그들 또한 고전하고 있는 상태라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느새 복사된 오르엠과 대천사의 복제가 오르엠의 등 뒤를 노린다.
그런데 다다르기 직전 오르엠이 눈을 번쩍 떴다.
“거기구나!”
콰아아앙!
그의 주위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8티어 신성마법, 신광화폭.
창시자가 직접 시전한 신광화폭은 얼마나 위력이 강한지 휩쓸린 복제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무지막지하군!”
“무리를 하고 있는 거다! 저건 얼마 못 간다! 가자!”
렘벨크와 벨제뷔트가 오르엠을 향해 재차 도약했다.
하지만 오르엠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쭉 뻗은 손가락이 허공을 노린다.
지지지지지!
뇌전이 섞인 막대한 신성력의 구체가 손끝에서 발사되자, 벨제뷔트는 비웃는 반면 렘벨크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흥, 어딜 노리는...”
“이런! 막아라!”
콰아앙!
하지만 너무도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렘벨크는 고사하고 다른 추종자들도 막지 못했다. 의심받지 않기 위해 방치한 게 되려 독이 된 것이다.
쩌적-
공간이 깨진다.
아니, 그건 다른 물질이 깨지는 소리였다.
쨍그랑!
이윽고 허공을 수놓고 있던 거울이 동시에 부서져 내렸다. 벨제뷔트는 뭐가 당한 것인지 그제야 깨달았다.
“이런... 루시퍼!!”
“알고 있어요!”
후웅!
순간적으로 강력한 힘을 발사하면 어쩔 수 없이 틈이 생긴다.
오르엠은 적이 폭풍에 휘말린 찬스를 잘 살렸지만 루시펠도 그로인해 발생된 틈을 놓치지 않았다.
촤악-
오르엠의 오른쪽 목부터 왼쪽 골반까지, 롱기누스가 아슬아슬하게 사선 방향으로 스쳐지나간다.
가까스로 회피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었기에 날개가 잘려나가며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크아아악!”
오르엠의 입에서 자칭 신 답지 않게 비명이 터져 나온다. 여태까지 수많은 전투를 해온 그였지만 날개를 당할 건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휘이이-
균형이 무너지며 추락하는 오르엠!
루시펠이 곧장 뒤따르며 투창 자세를 취했다. 여태까지는 롱기누스의 제어권을 뺏길까봐 사용하지 않고 있었지만 지금은 일생일대의 찬스였다.
놈을 죽일 수 있는 찬스 말이다!
그녀는 사실 오르엠을 사로잡을 마음이 1도 없었다.
밑에서 추종자와 같이 오르엠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던 벨제뷔트가 이를 보고 깜짝 놀라 외쳤다.
“정신 차려라 루시퍼!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아니, 끝났어요! 제 손으로 직접 마무리를 할 거예요!”
“그게 아니라! 아무튼 멈춰라 루시퍼! 명령이다!”
명령.
그 말에 제어를 받고 있는 루시펠의 몸이 일순간 움찔거렸다.
‘통한건가?’
하지만 당최 벨제뷔트에게 몸을 맡긴 이유가 복수를 하기 위함이었듯, 그녀의 집념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하아아아아! 죽어어어어!!”
쿠우우우우웅!
마치 운석이 낙하하는 것처럼 창끝이 폭풍을 동반하여 날아갔다. 렘벨크는 그 일격이 예사 일격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깨달았다.
“이런 막아라! 놈이 죽어서는 안 된다!”
“젠장!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
창은 어느새 오르엠의 머리에 거의 다라라 있었다.
남은 거리, 약 10m.
그건 약 1초도 걸리지 않는 거리다.
하지만.
파앗-
순간적으로 몸을 회전시킨 오르엠의 황금빛 눈동자가 번뜩인다. 창을 향해 손을 뻗는 그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맺혀있었다.
“고맙구나 루시펠.”
콰앙!
오르엠의 몸이 그대로 지면에 처박히며 먼지폭풍을 일으켰다.
천사사냥(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