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367화 (367/612)

카시우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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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을 대했던 과거와는 너무도 다른 적의 가득한 모습.

카시우스는 얼굴을 바꿔 정말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웬만해서는 좋게 좋게 넘어가기 위해서라도 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그녀가 아무리 강자라고는 하나 현재 카시우스가 이끌고 온 인원은 하이윈드의 인원 중에서도 최정예, 1위부터 40위까지의 최강자이기 때문.

생판 처음 마주한 초면이라면 몰라도 카시우스를 제외하고도 루시펠과 구면인 엘프도 있다.

게다가 카시우스가 직접 습격을 감행하는 마당에 어중이떠중이를 대동할리가 없는 않는가.

즉, 루시펠은 전력의 차를 알고 있음에도 이런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뜻인데, 이건 놀라워하지 않는 것이 되려 이상한 일이었다.

카시우스가 말했다.

“훗...그건 그렇지. 그럼 루시펠, 질문을 바꾸겠다. 우리는 저들에게 볼일이 있다. 그럼에도 그대는 저들과 끝까지 함께할 생각인가?”

단도직입적.

같이 죽고 싶지 않다면 이쯤에서 빠지라는 무언의 협박.

허나, 루시펠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즉답했다.

“그렇다.”

이에 카시우스의 눈초리가 날카롭게 날이 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설마 우리 전부를 당해낼 수 있으리라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

루시펠의 침묵이 이어진다.

그녀도 이 상황을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

어떻게 이 상황을 타파해야 될지 생각하고 있던 유세현은 가슴이 턱 메는 답답함을 느꼈다.

‘저렇게 융통성이 없다니.’

현재 그들은 영혼의 서약서로 인해 공동운명체 상태다.

홀로 도망칠 수도, 배신할 수도 없다.

허나, 예외는 있는 법.

배신하는 척이라면 죽지 않는다. 때문에 유세현이었다면 떠나는 척하며 배후를 쳤을 터였다.

‘원래부터 강했기 때문인가?’

압도적인 강함은 전술과 전략을 볼품없는 종이쪼가리로 만든다. 그냥 다 피하고 맞아주며 깨부수면 되니까.

마치 자신이 이강호를 찾아 몬스터 연합 무리를 깨부수며 나아갔을 때처럼.

물론,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전 들었던 그녀의 과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후우...’

거기까지 생각하던 유세현은 이만 잡념을 떨쳤다.

지금 중요한 건 이곳에서 벗어날 방도를 떠올리는 것이다.

유세현은 주위를 빠르게 한 번 더 훑어봤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린다.

틈이 보이지 않는다.

가히 최고의 대리자다웠다.

‘마족화와 암흑투기...’

모든 걸 활용해도 누구하나 죽지 않고 끝날 수 있을까?

한 명당 6~7명을 상대해야 되는데?

‘그래도 할 수 밖에 없다.’

해내지 못하면 어차피 죽는다.

카시우스가 마지막으로 경고를 했다.

“루시펠, 이들을 버리고 떠나라. 그게 네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도다.”

“...거절한다면?”

“유감이군.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치잉-

카시우스가 차고 있던 검집에서 빠져나온 새하얀 검신이 번뜩였다.

이어서 경계를 하고 있던 엘프들이 각각 자세를 고쳐 잡았다.

적막감이 감돌고 분위기가 더욱 무겁게 내려앉는다.

카시우스가 신호를 보내려던 찰나였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

검게 칠해진 풀숲 뒤에서 한 여성 엘프가 소리를 지르며 불쑥 튀어나왔다.

현 상황의 주범, 로리엔이었다.

“저놈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어진 말에 카시우스의 수하들 중 몇몇의 인상이 일그러진다.

감히 못 낄 곳에 껴들었다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감히 말단 주제에 어디서!”

그중 두 명은 호통을 치기도 했다.

허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 카시우스가 작게 수신호를 보내 만류했다.

로리엔이 감사를 표하고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원수인 유세현 일행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너희...내가 누군지 알아?”

그 순간 유세현은 그나마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곧바로 입꼬리를 비열하게 말아 올리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짜증이 일도록 최대한 비꼬았다.

“큭큭, 알고는 있지. 우리를 세 번씩이나 발견해낸 엘프 아니신가?”

“킥! 잘 알고 있네. 그럼 이젠 어떻게 될지도 대충 상상이 되겠지?”

“물론. 넌 내 손에 죽게 될 거야. 멍청하고 욕심만 많았던 네 가족처럼 말이야. 이름이 아마...제르펠이었었지?”

그 말에 절망을 주기위해서라도 억지웃음을 짓고 있던 로리엔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가족이란 걸 진즉 알고 있었단 말인가?

유세현은 멈추지 않았다.

고인을 능욕하는 건 미안한 일이었지만 본디 이런 건 냉정해지지 못하도록 틈을 주지 않고 몰아쳐야 된다.

“지금생각해도 정말 한심한 엘프였다. 마법의 숙련도가 낮아 위력도 형편없었고 검술도 허접했지. 잘하는 게 하나도 없더군. 너무 시시한 상대였다.”

“......”

뿌득-

도발은 성공적이었다.

안색이 붉으락푸르락 변하며 이를 갈기 시작한다.

표정은 이제 말도 못할 정도.

유세현은 나불거리는 입을 멈추지 않으며 마음속으로 내심 바랐다.

‘공격해라. 공격해라.’

어설픈 공격은 빈틈을 만든다.

“놈은 정말 옹졸하기 그지없었다. 그거 아나? 함정에 빠트리려 했던 주제에 마지막에는 살려달라고 하며 바닥을 기었다는 걸?”

“개소리 하지마라! 나는 전투의 기록을 살폈봤다! 우리 오빠는...우리 오빠는!! 최고가 되기 위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려 했던 그 누구보다도 명예로운 엘프였다!”

로리엔의 주위로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침내 한계에 다다라 이성을 잃은 것이다.

유세현은 쾌재를 불렀다.

허나, 그 예상과 달리 공격은 감행되지 않았다.

“거기까지.”

카시우스가 만류한 것.

글렀다고 판단한 유세현과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이강호의 시선이 한 순간 교차했다.

마음이 맞은 것이다.

쿠오오오오!

마력의 개방.

암흑투기가 발산되고 마족화가 이루어진다.

거기에 더하여 영역선포까지.

유세현과 카시우스가 동시에 외쳤다.

“가자!”

“제압해라!”

파앗-

콰아앙!

두 진형이 맞부딪친다.

카시우스의 검이 유세현의 겨드랑이 사이로 정확히 쇄도해왔다. 유세현은 재빨리 몸을 회전시키며 돌리며 아슬아슬하게 회피했다.

유세현의 눈가가 떨림을 더한다.

강화된 암흑투기가 제대로 발현되고 있는 상황이건만 놈의 몸놀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재빨랐다.

마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것처럼.

‘큭! 이게 고유특성의 힘인가!’

카시우스의 고유특성은 바람, 가속이었다.

누구보다 빨라지는 힘.

다룰 수 없는 속도는 자멸을 부르는 폭탄이지만, 다룰 수 있는 속도는 대상자에게 막대한 힘을 안겨준다.

얼핏 보면 스토크의 하위호환.

하지만 유세현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반격까지 시도하자 카시우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대단하군.”

그는 흥이 오르기라도 한듯 더더욱 빠르게 가속했다.

채재쟁!

유세현에게는 완전 고역이었다.

상대가 안 된다. 그저 천마의 검술로 간신히 버티는 것일 뿐이다.

푸슛-

옆에서 치고 들어온 또 다른 엘프의 검이 옆구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갔다.

유세현은 곧바로 천마대멸겁을 운용했다.

트드득-

공간이 쥐어짜지기 시작한다.

압박을 느낀 엘프 4명이 잽싸게 사정범위에서 벗어나는 반면, 카시우스를 포한한 3명은 고위 방어마법을 걸고 되려 접근해왔다.

유세현은 이를 악물고 부패의 어둠을 흩뿌렸다.

곧바로 뒤로 퇴각.

그는 그 찰나의 틈을 타 잽싸게 주위를 흘겼다.

루시펠은 약 10명의 인원과 싸우고 있었다.

딱 봐도 엘프들이 적당히 거리를 두고 상대하고 있는 게 보였는데, 암흑투기로 짓누르고 있는 상태에서 강화마법까지 사용한 루시펠이 죽기 살기로 덤비기 시작하면 상당수가 사망할 수 있다는 걸 고려한 것이 분명했다.

그 외 나머지는 루시펠보다 상대하는 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더 상황이 좋지 못하다.

협공에 방어하기 급급하여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대단한 이강호조차도 기본 스텟이 딸려 수에 압도 되고 있는 상황.

빙공, 화염, 환각 등등 신체나 심신에 영향을 끼치는 특수한 힘을 지니고 있지 못했다면 벌써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럼 루시아씨는?’

후웅!

유세현의 두 눈에 2명의 일격을 가까스로 회피하는 루시아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본래라면 베였어야 하는 경로였는데 운이 좋았던 모양인지 스쳐지나갔다.

아무쪼록 이대로라면 모두 2분을 못 넘기는 상황.

“으아아아!”

유세현은 마력재생을 사용했다.

격통이 밀려온다.

너무도 빠른 속도로 재생을 시키려 한 탓이었지만, 유세현은 인내했다.

그리고 곧바로 키메라를 급조.

당연히 어느 부위를 쓰는 게 좋을지 고려할 시간은 없었다.

만들어진 건 3마리의 키메라였다.

-캬아아아!

육체의 상태는 별로 좋지 못하지만 구울보다는 똑똑하고 강하다.

물론.

서걱-

-키아아악!

상대가 너무 강해 별로 도움은 되지 못했다. 키메라는 몸을 던져서 동료를 위기에서 구출해주고 죽어나갔다.

전후좌우.

이번에는 사방에서 4명의 인원이 유세현을 향해 동시에 몰아쳤다. 나머지 3명은 포박마법을 사용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유세현은 부츠에 내장되어있는 스킬을 사용해 주위의 지면을 융기시켰다.

“하하! 스스로를 가두다니 여간 급했던 모양이구나! 아이스 필러!”

도약하여 유세현의 머리위로 모습을 드러낸 엘프가 마법을 영창했다.

발현된 마법진에서 수준급의 얼음의 줄기가 뻗어 나와 쏟아져 내린다.

유세현은 기다렸다는 듯 천마혈사장을 운용했다.

이것으로 적어도 이놈만큼은 전투불능으로 만들어야 된다.

콰아아앙!

허나, 그때였다.

엘프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동시에 울려 퍼지는 한줄기의 파공음.

“일섬.”

퍼엉!

어디선가 날아온 일격이 유세현의 오른쪽 옆구리를 강타한다.

균형이 무너진 유세현이 믿을 수 없는 눈으로 상처부위를 살폈다.

갑주의 일부분이 박살나있었다.

융기된 지면을 뚫고 날아온 참격이었다.

시선을 그 바로 앞으로 옮겨 동그랗게 뚫린 구멍을 바라보자, 그 너머로 카시우스의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하하. 그런 순수한 흙더미는 고작 해봐야 시야를 차단하는 효과밖에 없지. 설마 몸을 보호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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