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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352화 (352/612)

사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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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심장...그건 분명 아이언 골렘의 동력부를 말하는 게 분명해.”

“그런데? 많이 강해? 우리가 잡지 못할 정도로?”

“아니, 놈이 강해서 얻기 힘든 게 아니야. 이놈들은 개체 수가 무척 적어. 그리고 영역을 가지고 있는 일반 마물들과 달리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정처 없이 떠돌아. 때문에 찾아내기 위해선 꽤나 시간을 들여야 되는데...이 세계만 해도 또 하나의 세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

즉, 발견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어찌어찌 찾아내 잡는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아이언 골렘에게는 포획방지용 술식이 걸려있어서 위기에 처하면 자폭해버려. 그래서 온전하게 동력부를 얻기 위해서는 특수한 아이템이 필요한데 이게 또 구하기가 그렇게 만만치가...”

절차도 귀찮다.

유세현이 얻어야 되는 강철심장과 눈먼 괴수의 눈알, 이 두개의 아이템은 그런 부류의 아이템들이었다.

“역시 난이도가 꽤 있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유세현.

허나, 이강호의 말은 아직 다 끝난 것이 아니었다.

“사실 이 두개의 재료는 그래도 어찌어찌 얻을 수는 있어. 제일 문제는 마지막 재료야.”

마지막 재료는 머리 세 개 달린 괴수의 생명.

켈베로스의 생명이었다.

문득 의문이 든 유세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생명을 가져오라니...”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되는 것.

이강호는 이에 안색을 굳혔다.

켈베로스.

흔히 불을 내뿜는 파수꾼이라고 알려진 이 마수는 열화 된 상태로 가끔 강한 던전에 등장하는데, 사실 켈베로스는 딱 세상에는 한 마리밖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생명체였다.

당연히 조종하는 자가 있었고, 켈베로스를 조종하기 위한 특수한 아이템도 존재했다.

즉.

“도우미는 그 컨트롤러를 뺏어오라고 말하고 있는 건데...”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과연 켈베로스를 만든 당사자는 누구일까?

“벨제뷔트.”

“벨제...뷔트?”

“응, 과거 마계의 2인자야.”

“...옘병.”

유세현이 지그시 욕설을 내뱉었다. 사람이라면 너무도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어서 이강호는 일행에게 벨제뷔트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유세현의 표정이 점점 더 굳어져간다.

놈은 유세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존재였다.

그도 그럴 것이.

‘대천사를 타락시켜서 수하로 둔다고?’

거기에 더불어 몇 없다는 고룡까지 꾀어내다니.

“강호야...이거 그럼 사실상 완전 망한 거 아니냐?”

“음...뭐, 그렇지. 하지만 그렇다고 기회가 완전히 없는 건 아니야.”

벨제뷔트는 주요임무를 맡은 수하에게 컨트롤러 제어권을 종종 넘겨주곤 한다.

확실하고 빠른 일처리를 위해서였는데, 과거 이강호는 그런 식으로 넘겨받은 켈베로스를 데리고 다니는 수하를 여러 번 본 기억이 있는데다가, 결국에는 그 수하를 처리한 한 경험까지 있었다.

“흐음...그래서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었던 거냐?”

“그렇지 뭐. 그러니 아무튼 단언하긴 일러.”

유세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은 재료의 종류라도 알아낸 게 어디인가.

그리고 혹시 아는가?

재수가 좋아 재료를 모으지 않고도 철의 성을 발견할 수 있을지.

일행은 마침내 출구 앞에 섰다.

주위에 분포해있던 타종족들이 그들을 보며 대놓고 조소를 흘렸다.

“고작 다섯 명? 제정신인가?”

“모르고 들어왔겠지. 큭큭큭. 아니면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다거나.”

“불쌍하게도 더미에 걸려 금방 죽겠군.”

얼굴도 안 보이는 만큼, 한 번쯤 노려볼 법도 하건만 유세현은 묵묵히 할 일만 했다.

지도를 핀 그들이 좌표를 찍었다.

파앗!

솟구치는 빛줄기.

그들의 눈을 떴을 때는 숲 한가운데였다.

* * *

“먹잇감이 포착되었습니다.”

여타 엘프들에 비해 더욱 긴 귀가 유난히 돋보이는 엘프 한 명이 나무위로 뛰어올라가 잽싸게 보고를 올렸다.

제 집 안방 마냥 편한 자세로 누워 잠을 청하고 있던 팀장의 눈이 부릅떠진다.

“그래? 대략적인 수는?”

짧은 질문.

“5명입니다.”

“뭐? 5명?”

전령의 말에 팀장이 언성의 높아졌다.

그만큼 5명이란 숫자는 말이 안 되는 숫자였다. 5명으로도 전후좌우 모든 경계가 가능하긴 하지만 빈틈이 무척 많이 때문.

지금에 와서는 최소 20~30명 정도는 같이 다니는 게 정석.

그러니 이런 경우에는 정말 보잘 것 없는 놈이거나, 정말 자신감 넘치는 강자거나 둘 중 하나였기에 팀장은 견적을 내기 위한 질문을 던졌다.

“종족은? 파악이 가능했나?”

그 말에 전령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그간의 경험이 있어 말뜻을 단번에 이해한 것인데, 전령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예, 인간입니다.”

“뭐?”

팀장의 표정이 한 순간 벙찐 표정으로 변했다.

인간.

과거에는 무척이나 많이 거론되었었지만 이 세계에 들어온 이후로는 정말 오랜 만에 들어보는, 무척 생소한 단어였다.

“인간? 지금 인간이라고 했나?”

“예.”

확답에 팀장의 입꼬리도 비틀려 올라간다.

그가 웃으며 중얼거렸다.

“놈들도 진입에 성공한건가.”

“예, 그런 모양입니다.”

“후후, 그렇단 말이지. 그래서? 실력은 어느 정도...아니, 들어볼 필요도 없군. 여자는 있었나?”

질문하는 팀장의 눈동자에 음흉함이 서렸다.

과거의 하이엘프들이었다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질문한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비난을 얻어먹었을 만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예, 다섯 명 중 세 명이 여자입니다.”

“외모는?”

“인간들 치고는 무척 출중한 편입니다.”

“호오...그래?”

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모종의 기대감에 잔뜩 벅차올라있는 얼굴.

같은 하이엘프나, 엘프 여성들은 자존심이 강했기에 그는 현재 무척이나 욕구 불만인 상태였다.

힘을 이용해, 더 약한 상대를 강제로 취할 수는 있지만 같은 엘프는 건들면 안 된다는 조직의 규율 때문에 건들 수가 없었다.

괴상한 형태를 하고 있는 괴물에게 성욕을 풀 수도 없는 일이었기에, 이건 무척 달가운 상황.

팀장은 인원들을 부하들을 집합시키기 무섭게 먹잇감들의 숨통을 죄기위해 이동을 개시했다.

* * *

스륵-

나무위에 올라가 조심스레 나아가고 있는 인간을 확인한 게르테스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정말 괜찮은데?”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저 중에서 누가 제일 마음에 드십니까?”

“흑발.”

백발은 붉은 눈동자 색이 마음에 안 들었고. 보랏빛은 왠지 많이 놀아본 것 같기에 왠지 마음에 안차는 그였다.

그는 입맛을 쓱 다셨다.

이렇게 보고 있으니 성욕이 더욱 들끓는 느낌.

게르테스는 목적을 위하여 곧바로 지휘를 시작했다.

그가 신호를 보내자 은밀, 신속하게 이동한 40명의 병사들이 인간 주위에 포진했다.

이로서 5대 41의 상황.

나름 해볼 법 한거 아닌가 할 수도 있지만, 게르테스가 속해있는 조직은 카시우스 델 아르베이트가 이끄는 하이윈드의 직속 하위조직, 로우윈드였다.

말이 40명이지 허접한 종족 따위는 수십 트럭이 와도 대적할 수 없는 능력을 지닌 병사들인 것이다.

때문에 게르테스는 전투가 발생하면 너무 당연하게도 순식간에 끝이 날 것을 예상했다.

그래서 미리 당부도 해두었다.

여자는 꼭 살려 생포하라고.

곧 있을 즐거움을 떠올린 게르테스가 마침내 공격명령을 내리려는 찰나였다.

인간 중 한 남성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의 눈동자는 정확히 게르테스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뭐, 뭐야? 어떻게 인간 따위가? 기척은 완벽하게 지웠을 텐...’

그리고 그 순간.

게르테스, 아니 엘프들의 지옥이 시작되었다.

* * *

“크아아악!”

고통과 비명 소리가 메아리친다. 피비린내는 숲을 가득 메우고 있었으며, 파편처럼 갈기갈기 조각난 장기가 이곳저곳에 떨어져있었다.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엘프들의 것.

“야 너! 아까부터 음흉한 눈빛으로 나 계속 쳐다보고 있더라?”

김주희가 휘두른 창이 게르테스의 목을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갔다.

순간적으로 주위를 확인한 게르테스가 치를 떨었다.

그는 아직까지도 인간이 이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인간주제에 어떻게 이정도의 스텟을...’

자신보다도 더 높은 직책, 아니 하이윈드에 속해 있는 이들이나 지니고 있을 스텟.

어떻게 올린 것이지?

하지만 더욱 믿기지 않는 것은 놈들 중 한 명이 지니고 있는 스킬과 마력 그리고 그 순도와 권능이었다.

육체가 무겁다.

던전과 중급천사를 처리하며 얻게 된 신성마법을 사용했으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어둠속성 저항력을 많이 높여두지 않았다면 역습 당한 그 순간 바로 당했을 것이다.

“젠장!”

고위 마법을 발현시킬 시간을 주지 않는다.

어둠의 권능을 사용하는 놈을 제외하고도 나머지 하나하나가 믿기지 않을 만큼 너무 강했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환각.

상상을 초월하는 온도를 지닌 불길.

그리고 공간을 얼려버리는 듯한 빙계 마법까지.

전투가 시작되고 채 3분이 지나지 않았건만 벌써 20명이 넘게 당했다.

지금 그의 눈에는 퇴각 밖에 길이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김주희의 앙칼진 목소리가 게르테스의 귓가를 울렸다.

“야!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네가 보기에도 나 좀 예뻐? 그래서 그렇게 노골적으로 쳐다보고 있었던 거야?”

김주희는 게르테스에게 지휘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빌어먹을 년이!! 너 따위는 대용품...”

“내가 그딴 대답 듣고 싶어 하는 거 같냐? 척하면 척 몰라?”

퍽-

김주희가 내지른 발길질이 놈의 명치에 정확히 들어가 박힌다.

게르테스가 입고 있는 갑주는 꽤나 뛰어난 갑주였지만, 충격을 전부 흡수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고통에 의해 일그러지는 케르테스의 인상.

김주희는 그런 케르테스를 안면부터 시작하여 어깨, 복부, 허벅지 등등 전신을 사정없이 후려 팼다.

“커걱...”

“팀장님!”

2명의 조원들이 그를 돕기 위해 달려들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푹-

심장을 관통당하고.

트드득-

그대로 얼어버리고.

게르테스는 그제야 자신이 아직도 살아있는 이유를 깨달았다.

‘이놈들...날 일부러 죽이지 않고 있다.’

왜 인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딱 알 수 있는 상황.

치욕, 상상할 수 엄청난 치욕이다.

“크으으! 전원 목숨을 바쳐 놈들을 처리하라!”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마력을 포함한 생명력까지 불살라 사용하는, 일정 경지까지 도달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들의 최후의 기술.

과거 유적에서 키만 올란드가 사용했던 [라이프 번.]

그것을 사용하라는 것.

허나.

“크윽...”

병력들은 망설일 뿐 좀처럼 스킬을 발현하지 못했다.

죽는다는 걸 아는데 누가 사용하고 싶을까.

“으으!! 지금 명령을 무시하는 거냐!”

“하, 하지만...그걸 사용하면 100% 죽는...”

“어차피 살아서는 못 돌아간다! 지금 놈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거냐?”

“크윽.”

그 사이에도 5명이 죽었다.

이제 남은 팀원은 넷.

“으아아아! 젠장! 젠자아앙!!”

결국, 엘프 한 명이 목숨을 포기하고 라이프 번은 사용했다.

허나 그 순간.

이강호의 눈이 번뜩 빛났다.

뒤섞이는 청염과 주홍빛의 불꽃.

콰아아아앙-

특수특성 및 고유특성, 그것을 있는 대로 때려부운 그 일격은 라이프 번조차도 뚫을 수 없었다.

슈슈슈.

불꽃이 수그러든다.

불길이 지나간 곳에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타버린 재뿐이었다.

게르테스를 포함한 엘프들의 표정이 굳었다.

저걸 정면에서 받아치다니?

-푹.

그 순간 김주희가 게르테스의 심장에 창을 찔러 넣었다. 라이프 번은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기에,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면 사용이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취한 조치였다.

빠르게 뒤처리가 끝난 뒤 유세현이 다가가자 게르테스가 여전히 믿기지 않는 다는 듯 중얼거렸다.

“어떻게 인간 따위가...”

말은 그렇게 하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가 서려있는 눈동자였다.

유세현은 그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이강호 덕에 대충 예상은 되지만 그래도 확실히 하는게 좋지 않겠는가.

일행이 죽은 이들의 포켓을 챙기는 동안, 비명이 끊임없이 숲속에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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