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314화 (314/612)

< 알그하브의 부츠(9) >

쉬이이익-

옥좌가 뒤로 넘어가며 그 밑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형형색색의 빛이 일대를 찬란하게 물들인다.

수면위로 떠오르는 마법진.

그 속에서 나타난 것은 상의와 하의 그리고 부츠로 구성되어있는 3개의 아이템이었다.

“이게...말로만 들던...”

티탄족 최대의 비보.

지극히 단순한 형태로 무척이나 견고해 보이는 그 아이템은 이강호가 건드릴 새도 없이 눈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크으으! 네놈들!”

그와 동시에 타르탄이 제 4관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단번에 이유를 깨달은 유세현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알테라그! 일어나라! 너의 비보를 해방시켰다! 이젠 사용할 수 있을 거다!”

알테라그가 이에 응답하듯 몸을 살짝 움찔거렸다.

허나,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는 못하는 상황.

“크! 빌어먹을 벌레놈이! 광신의 춤!”

쉬이익-

신의 철퇴가 형상화 시킨 마력이 수십 개의 뾰족한 구가되어 알테라그를 향해 쏟아졌다.

맞으면 100% 사망.

“알테라그! 너의 집념은 이정도 밖에 되지 않았나! 너는 억울하게 죽은 신하의 복수를 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이곳에 온 게 아니었나!”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한 유세현의 외친 말이 공간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이제 구체가 알테라그에게 다다르기까지의 거리는 불과 50m.

40m.

20m.

상상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거리가 좁혀진다.

“크크! 끝이다!”

타르탄의 입꼬리가 쓰윽 올라간 순간이었다.

알테라그가 눈을 번쩍 떴다.

콰과과광-

동시에 구체가 알테라그의 육신을 뒤덮었다.

힘을 이겨내지 못한 성벽의 전체가 박살나며 잔재와 가루들이 이리저리 흩날렸다.

후우웅-

폭풍이 지나간다.

일대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타르탄도 스토르 벤도 너나 할 것 없이 숨죽이고 상황을 살폈다.

“부, 분명 깨어난 거 같았는데...어떻게 됐지?”

“......”

유세현의 이마에서 땀 한 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마력을 전부 소진하여 탐색스킬을 사용할 수 없는 이들과 달리 자연스럽게 마력을 읽을 수 있는 유세현은 결과를 알고 있었다.

잔잔하게 떨리는 어깨.

알테라그가 당했기에 낙담하여 보이는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

그가 있던 자리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마력은 거대하다 못해, 산맥을 마주하고 있는 듯 했다.

타르탄의 마력이 우습게 느껴질 정도.

먼지 속에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한 명의 거인이 모습을 드러난다.

거대한 풍채와 온몸을 뒤덮고 갑주.

꼿꼿이 허리를 펴고 있는 자태는 그것만으로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용을 자랑했다.

쿵-

쿵-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세계가 흔들린다.

지금의 알테라그는 최고라 일컬어지던 알그하브였다.

알테라그가 고개를 살짝 돌려 타르탄을 바라보자 타르탄이 몸을 움찔거렸다.

“크...젠장...”

“타르탄. 대가를 치룰 각오는 되어있겠지.”

“크으으으!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파앗-

그 순간 알테라그가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발달된 동체시력이 놓친 것이다.

뻐억-

상황파악이 될 때 쯤에는 타르탄은 이미 주먹에 맞아 날아가고 있었다.

그것으로부터 시작된 연타.

퍼버버벅-

단순하지만 압도적.

그건 어른이 어린아이에게 일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도 같았다.

스킬을 사용할 필요도 없다.

“커, 커억...그, 그만...”

퍽-

퍽-

고통어린 호소에도 알테라그의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그가 공격을 중단했을 때는 타르탄이 피떡이 되어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알테라그가 싸늘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말해라. 왜 나를 배신한 거지?”

“허억...허억...”

“말해라.”

물음에 타르탄이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큭...이제 와서 그게 중요한가? 졌다...장비에 의한 능력증가라니...역시 그 사기적인 능력에는 당해낼 수가 없군.”

“......”

“말해라.”

“...정말 그 이유를 모르다니...역시 넌 강하지만 너무 착하고 아둔하다. 너의 성격은 그 강한 힘에 걸맞지 않아. 넌 왕이 되어서는 안 될 인물이었다...쿨럭...”

타르탄의 입에서 피가 왈칵 쏟아졌다. 그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우리의 대적자...크로마스...너는 그들과의 화합을 선택하려 했다.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았지.”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고작 그런 이유가 아니다...당해보지 않은 너는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 크로마스는 절대 화합할 종족이 아니다. 놈들은 지금 뭔가를 준비중이다...그리고 그것이 끝나면...우리의 터전은 불바다가 되겠지.

지금도 충분히 늦었다. 당장 준비하지 않으면 당한...”

타르탄은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코인이 튀어나오지 않는 것을 보니 죽음이 아닌 기절.

잠시 무엇인가를 고민하듯 망설이던 알테라그가 이내 시선을 돌려 두 종족을 응시했다.

꿀꺽-

침이 목울대로 넘어가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울려 퍼진다.

그들은 긴장하고 있었다.

알테라그의 행동에 의해 생사가 갈리는 것이었으니까.

허나, 그중에서도 긴장하지 않은 인원들이 있었다.

이강호와 이벨린.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만든 유세현.

“알테라그. 복수에 성공하고 왕좌를 되찾게 된 걸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군.”

“그럼, 약속을 이행하도록 하겠다.”

약속은 타르탄의 목을 알테라그의 눈앞에서 베는 것.

보석을 잡느라 던져버린 루베르크를 주워든 유세현이 타르탄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알테라그가 그를 막아섰다.

“잠깐.”

“뭐지?”

“되었다. 이행했다고 칠 터이니 놈을 그냥 냅둬라.”

“......”

본능적으로 루베르크를 쥐고 있는 손아귀에 힘이 꽉 들어갔다.

상상할 수 없던 힘을 지니고 있는 놈이다.

게다가 이벤트성 몬스터가 아닌 보스몬스터인 만큼 잡는다면 코인을 떨어트릴 것이 분명했다.

순도 높은 코인과 혹시 떨어질지 모르는 스킬코인.

이 두 가지를 눈앞에서 놓쳐야 되다니...

알테라그가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전멸이 불가피하기에 꼬리를 내릴 수도 있었지만 유세현은 놈의 성격을 믿고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아니 애초에 놈의 성격 때문에 이렇게 당당할 수 있던 것이다.

“부상자가 한두 명이 아니다. 그런데 모른 척 하라니...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이건 너를 살려준 것과는 다르다.”

“후후. 확실히...너희들의 입장에선 그렇겠군. 다른 쪽으로 보상을 해주겠다. 이놈을 죽여 봤자 너희들로서는 이득인 것도 없을 테니 괜찮은 제안 아닌가?”

“......”

유세현은 물러나야 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답이 빨라서 좋군...따라와라.”

알테라그가 보스룸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유세현과 스토크의 시선이 마주쳤다.

전투가 끝났으니 임시동맹은 자동적으로 파기된 상황.

현재 유세현 일행 측에서 건재한 인원은 유세현과 이강호, 김주희, 이태광 이 네 명 정도였다.

나머지는 몸을 가누기 힘들다.

반면, 스토르 벤 종족은 죽은 이가 많았으나 움직일 수 있는 자들 또한 꽤 남아있었다.

그런 그들이 당장에 공격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알테라그 때문.

폐쇄된 방문이 열리지 않았기에 스토르 벤 또한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뒤따랐다.

내부로 전부 들어오자 알테라그가 손가락을 튕겼다.

트드르륵-

천장의 틈이 지면으로 계단이 내려왔다.

알테라그가 유세현을 향해 말했다.

“장비를 모아놓은 창고지. 한 명당 아이템을 두 개씩 고를 권리를 주겠다.”

유세현을 포함한 인원들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딱 봐도 저 위는 보물창고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한 개도 아닌 두 개씩이라니?

다친 것도 잊었는지 잽싸게 뛰어올라간 레피아가 아이템을 살피기 무섭게 감탄사를 토해냈다.

“대박!”

그곳에는 유니크 SS랭크부터 시작하여 레전더리 D랭크까지의 아이템이 널려있었다.

등급과는 상관없이 랭크가 높은 아이템은 그 수가 적다.

피똥싸게 고생한 보람이 바로 여기 있었다.

“혜인아...내껀 네가 골라줘.”

“알았어 언니.”

사람들은 금방 아이템 고르기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각자의 전투방법과 지니고 있는 고유특성을 고려하여 세심히 살피는 인원들.

계단을 오르지도 못한 스토크가 손톱을 으득으득 곱씹었다.

아무리 생존을 위해서였다고 하나 그로서는 완전 죽 쒀서 개 준 셈이었다.

배가 아프지 않을 리가 없다.

그때.

“너희들에게는 한 개씩 고를 권리를 주겠다.”

“...?!”

겸허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스토크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저...정말인가?”

“그렇다. 저들과 협동하지 않았나.”

“...그렇지...고맙다.”

스토크와 스토르 벤 인원들이 물밀려오듯 우르르 창고로 내부로 들어왔다.

맞는 말이었기에 일행은 트집을 잡지 않았다.

경계어린 모습을 보이자 따라 올라온 알테라그가 지그시 말했다.

“두 종족 모두 지금은 내 손님이다. 그러니 이 성에서 만큼은 더 이상 불화를 일으키지 않았으면 한다.”

그건 모든 상황을 종결시키는 말이었다.

이후 두 종족은 누가 더 보다 좋은 아이템을 찾나 경쟁하듯 보물창고를 뒤졌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오래 지속 된 아이템 선별이 마침내 끝이 나자 인원들은 밑으로 내려왔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인간, 스토르 벤 너나할 것 없이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물론 그 와 중에도...

“저 빌어먹을 년이 내가 눈여겨 본 걸...”

스토르 벤 종족 인원의 말에 김주희가 혀를 삐죽 내밀었다.

그러자 놈의 바위 같은 피부에 힘줄이 뿔룩 솟아올랐다.

종족이 달라 무슨 뜻인지 모를 법도 하건만...

일행은 이 와중에도 적을 도발한 김주희를 잠시 동안 존경 어린 모습으로 바라봤다.

“나는 이걸로 하겠다.”

스토크의 말에 이강호의 시선이 놈이 들고 있는 아이템을 향했다.

소유권이 넘어가 정보창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강호는 외형만으로도 그것의 정체가 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역시 이곳에서 얻은 거였군.’

보물창고에도 몇 개 없는 유니크 SSS랭크로 번개의 힘이 깃들어 있어 일정수준의 속성강화 효과가 있는 부츠.

[뇌랑의 발톱.]

트드득-

문이 닫힌다.

유세현이 살며시 알테라그를 응시했다.

꽤나 좋은 아이템을 얻긴 얻었다.

하지만 요리로 치자면 아직 메인디쉬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약속은 약속이지.”

갈망하는 눈동자를 본 알테라그가 손을 한 번 휘젓자 유세현의 앞에 다섯 개의 비보가 소형화 되어 나타났다.

“그 중 한 개를 골라라.”

스토크를 포함한 인원 전원의 시선이 아이템의 옵션으로 향했다.

아이템명: 신의 철퇴.

등급: 레전더리 [SS Rank]

상세정보: 폭군 카르탄이 스스로의 힘을 담아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철퇴입니다. 생명체는 다룰 수 없다는 아르틸리스 금속으로 만들어져 강도와 경도가 그 무엇에도 비할 수가 없습니다.

휘두를시 자동적으로 바람이 공명하여 폭풍을 만들어냅니다.

자가수복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스킬들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사용능력: 신의 분노, 광신의 춤......사슬의 족쇄.

아이템은 그 하나하나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유세현은 꼼꼼히 옵션을 읽었다.

그리고는 알 수 있었다.

태양의 왕관, 신의 철퇴도 말 못할 정도의 아이템이지만 그보다도 알그하브가 만든 세 개의 아이템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그중에서도 유세현의 시선을 끄는 것은 부츠였다.

아이템명: 공간의 부츠.

등급: 레전더리 [SSS Rank]

상세정보: 티탄족 최강의 왕 알그하브의 능력이 담겨져 있는 아르틸리스 부츠입니다.

공간을 다루는 신기가 담겨져 있어 일정범위 내에 있는 지형지물에 대한 간섭이 가능합니다.

마력 충전식 고위 방어술식이 걸려있습니다. 버티지 못하는 충격 발생 시 착용자를 자리에서 이탈시킵니다.

사용능력: 지형간섭, 자동방어.

< 알그하브의 부츠(9)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