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310화 (310/612)

< 알그하브의 부츠(5) >

우레.

천둥을 다스리는 자.

과거 이강호가 놈과 조우했을 당시, 이강호의 전체적인 스텟은 SS랭크 극후반이었다. 그리고 그런 막대한 스텟을 지니고 있는 이강호를 1:1로 대적할 수 있는 이는 마족, 드래곤, 천족을 포함한 상위 8개의 종족 중

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엘리트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때문에 당시, 상위 종족에게 쫓기고 있던 이강호는 적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음에도 전투를 벌였다.

당연히 승리할 것이라 믿으며.

허나, 이는 큰 오산이었다.

인간의 영웅이 이강호였다면, 스토르 벤의 영웅은 스토크였다.

더 높은 스텟과 놈이 운용하는 번개의 힘 앞에 이강호는 뼈저린 패배의 쓰라림을 맛봐야만 했다.

그 전투로 인해 죽은 동료의 수만 해도 무려 100명.

저릿- 저릿-

과거 번개베기에 당한 등이 아려온다.

육체가 아닌, 영혼에 각인되어 있는 아픔.

그 후 이강호는 스토크에게 대응하기 위해 보다 면밀히 조사를 했지만, 놈이 천족의 사대천사 미카엘에게 당하는 덕에 두 번 다시 조우하지 못했다.

아퀼라의 구슬에 비치는 스토크를 주시하는 이강호의 눈매가 더욱 가느다랗게 좁혀졌다.

그는 현재 스토크가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을 보고 있었다.

전투 당시에는 몰랐지만, 이강호가 스토크에게 진 이유는 착용하고 있던 장비 탓도 있었다.

무기는 동급의 수준이었지만 견갑, 요대, 부츠 등 방어구에서 큰 차이가 난 것!

‘놈의 방어구에는 번개속성의 위력을 보다 더 증가시켜주는 효과가 붙어 있었지.’

아이템의 외관을 떠올려 비교하던 이강호가 턱을 짚었다.

‘역시 아직 그 아이템들을 얻지는 못했나 보군.’

현재 스토크가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은 이강호도 생판 처음 보는 아이템이었다.

무슨 효과를 지니고 있는지는 모르나, 과거에 비해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세현아 놈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 가능하냐?”

“응. 무척 강해. 하지만...”

말꼬리를 흘린 유세현이 지그시 말했다.

“이길 수는 있을 거 같아.”

유세현은 스토크의 마력 랭크가 어느 수준인지 완벽하게는 파악이 불가능했다.

읽지 못한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수준까지 도달해본 적이 없기에 환산이 불가능한 것뿐이다.

유세현은 적의 수준을 대략적으로 알려주었다.

“당연한 거지만 놈들의 기본적인 스텟 수준은 우리보다 높습니다.”

그 중에서도 스토크를 제외한 특별한 강자는 10명.

유세현이 짚어주자 이강호는 놈들 또한 단번에 알아봤다.

‘친위대군. 이때부터 줄곧 함께한 건가.’

판도라는 시간이 경과하면 경과 할수록, 스텟 상승이 가속화 된다.

특정 장소에 안배되어있는 신물 조각이 해방될수록 보다 더 다양한, 강한 몬스터들이 풀려나기 때문이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이 시스템으로 인해 위험성은 더 커지지만 뒤늦게 내부로 들어온 인원 및 종족들도 먼저 진입한 이들을 따라갈 수 있게 되는 것!

그렇기에 과거 이강호의 동료 중에서는 판도라 내부로 진입한지 3~4년 밖에 안 된 이들 또한 존재했다.

때문에 10년도 넘게 살아남으며 함께 할 수 있는 이들은 정말 드물다.

어떤 이유로든 대개 죽으니까.

“강호야, 할 거냐?”

유세현의 말에 이강호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곳에 있는 대다수는 훗날 이름을 날리는, 최대한 죽지 않았으면 하는 이들이었다.

키워주기 위해 이 던전에 데리고 온 것이지 이런 위험한 전투를 하기 위해서 데리고 온 것이 아니었다.

스토크라는 변수가 있는 이상 물러서는 게 나을 법도 하지만...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한다.’

그것이 판도라에서 승리하기 위한 철칙.

레피아가 돌아오기 무섭게 작전회의가 이루어졌다.

병력의 차가 꽤 나지만, 일행에게는 유세현의 구울이 있었으며 기습이라는 비장의 수 또한 존재했다.

“지휘관은 특수한 번개속성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단번에 놈을 처치하지 못할시 특히나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이강호가 주의를 주는 것으로 마침내 작전회의는 끝.

일행은 차분히 기다렸다.

놈들이 3관문을 클리어하고 4관문의 장소로 나아가기를.

그 문을 열어 전투를 시작하는 순간이...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스토르 벤이 4관문의 내부로 들어서자 이강호의 눈빛이 강한 빛을 토해냈다.

* * *

스토르 벤 종족의 인원들 중 이변이 발생한 것을 제일 먼저 알아챈 것은 당연히 지켜보고 있던 스토크였다.

그는 대기에 흩뿌린 자기장을 이용해 일정 범위 안으로 들어오는 적을 전부 파악할 수 있었는데, 등 뒤에서 기척이 느껴지자 크게 당혹했다.

‘대체 어떻게? 몬스터는 분명 전부 처리하고 왔을 텐데?’

생각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A-3조는 진형 R-12 형태를 취해라!”

“?!”

지켜만 보고 있던 스토크가 명령을 내리자 인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또한 진형 R-12는 전방이 아니라 후방에 대한 방어스킬을 발동시키는 것이었다.

‘왜 그러시는 거지?’

허나,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잘 훈련받은 병사답게 엄청나게 빠르게 반응했다.

물론.

그 날아오는 스킬이 일반적인 방어스킬로는 막을 수 없는 고서클 마법에 비등한 상승무공과 실제로 고서클 마법일 줄은 꿈에도 스토크도 미처 상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슈우우우!

콰아아아앙!

트득-

트드득-

순식간에 생성되는 균열.

이 모습을 본 스토크를 포함한 친위대의 눈이 휘둥그렇게 변했다.

이 방어결계는 S랭크 중견 이상의 스텟을 지니고 있는 100명 이상의 병사들이 합세하여 발현한 협공스킬이었다.

타이밍을 완벽하게 맞춰야 하여 난이도가 높은 만큼, 방어력 또한 일반적인 방어 결계에 비해 몇 배는 단단한 해 최소 5초 정도는 버텨줘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허나.

‘깨진다!’

0.5초.

스킬이 버틴 시간이었다.

“회피해라!”

후우우욱-

일순간 뭉치는 공기.

쿠구궁!

아린과 이벨린이 발현한 화염마법이 지면에 내리꽂히자 열기가 순식간에 뻗어나가며 공간을 뒤덮었다.

이를 본 스토크가 인상을 확 구겼다.

그는 이 공격이 몬스터에 의한 공격이 아니란 것을 단번에 파악한 상태였다.

‘타종족...그것도 상위종족이다.’

그리고 현재 그의 뇌리 속에 자연스레 떠오르는 상위종족은 엘프였다.

드래곤을 제외하고 이런 강렬한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놈들은 그놈들 밖에 없으니까.

‘젠장! 엘프가 왜 이런 곳에!’

지휘만 하고 있던 스토크가 쌍검을 빼들었다.

동시에 몸속에서 발산되기 시작하는 전격.

‘분명 제일먼저 반응한 나를 제거하려 할 거다.’

스토크는 감각을 더욱 끌어올렸다. 그 수준은 개미가 몇 마리가 지나가는지도 느낄 정도도 무척 민감하기 그지없었다.

허나.

그 순간 바로 뒤, 지면의 그림자에서 툭 튀어나오는 레피아.

“?!”

스토크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전혀 느낄 수 없었기 때문.

또한 동시에 발현되는 암흑투기.

‘큭! 모, 몸이!’

녹빛이 맺혀있는 단검이 스토크의 목을 향했다.

일반적인 병사라면 알고도 당할 정도의 그런 매섭고도 완벽한 기습이었다.

치지직-

파앗!

하지만 단검은 놈이 두르고 있던 전격에서 뿜어져 나온 광명과 함께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스킬, 전광석화.

찰나의 순간 레피아의 얼굴을 확인한 스토크의 미간이 움찔거렸다.

‘엘프가 아니잖아?’

엘프는 뚜렷한 특징이 있다.

그건 피부가 굉장히 희고, 귀가 그 어느 종족보다도 길다는 것이다.

‘대체 어디서 나타난 종족이지?’

스토크가 머리를 굴려 기억을 되짚었다.

허나, 인간이 판도라로 진입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었으므로 당연히 정보가 있을 리가 없었다.

‘아무튼 뭐가 되었든 엘프인 것 보다는 훨씬 났다.’

스토크는 반쯤 안도하며 쌍검과 다리에 전격을 모았다.

모르는 종족.

그것도 기습에 실패했다.

이 뜻은 역으로 말하자면 적의 움직임이 자신의 속도에 못 따라 간다는 뜻이었다.

견적을 뽑아냈으니 이제 반격을 취하려는 것.

‘피부만 다를 뿐 구조와 생김새는 비슷하군. 그렇다면 급소도 오른쪽 가슴인가?’

그의 쌍검이 곧장 레피아의 오른쪽 가슴을 노렸다.

이에 레피아는 마음속으로 웃었다.

인간에게 있어서 급소는 오른쪽 가슴이 아니라 왼쪽 가슴에 있는 심장이었다.

이건 이전의 싸움에서 이미 밝혀졌다.

죽도록 괴롭고 엄청난 피해를 입기야 하겠지만, 스토크만 잡는다면 쉽게 쉽게 갈 수 있다.

‘날 찌르면 놈의 팔을 붙잡는다.’

그런데 그때였다.

대뜸 스토크의 표정이 당혹으로 가득 찼다.

흩날리는 먼지에 모습을 감춰 엄청난 기세로 다가온 남자.

유세현의 움직임을 느낀 것이다.

순식간에 몸을 돌린 스토크가 유세현의 검을 받았다.

치지직-

스토크의 망막에 어둠을 두르고 있는 유세현의 전신이 맺혔다.

핏물 같은 붉은 눈동자가 그를 응시하자 스토크는 도무지 표정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

마왕 루시뷀트.

과거 아이템을 통해 정말 우연히 딱 한 번 볼 수 있었던, 죽음이 서려있던 그 눈빛과 너무도 흡사했기에.

스토크는 동시에 몸을 옭아매는 힘의 주인이 유세현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그리고 그 힘이 어떤 종류의 힘인지도.

정찰병도 그러했듯 이 힘은 스토르 벤 종족이라면 결코 모를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어떻게 불사의 군주 레오릭의 힘을 놈이...’

파앗-

스토르 벤의 몸에서 밝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어둠을 중화시키는 힘.

중상급의 신성력.

레오릭이 휩쓸고 간 이후 훗날을 대비해 얻은 힘이었다.

허나.

‘뭐지? 왜...’

후웅-

챙!

유세현의 루베르크가 스토크의 쌍검을 쳐냈다.

스토크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최하급, 하급, 중급도 아닌 좀처럼 얻기 힘든 중상급의 신성력이다.

상급, 최상급 그리고 대천사가 지니고 있는 신급의 신성력이 아닐지 언정 극상성의 힘인 만큼 압박은 상당수 수그러들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왜?

‘효력이 거의 없는 거지?’

채재쟁-

1초.

그 사이 두 사람의 공방은 순식간에 10합을 넘겼다.

“크아악!”

공간에 비명이 울린다.

당연히 유세현 일행의 비명은 아니었다.

기습으로 인해 진형이 붕괴 된 스토르 벤 종족, 병사의 일부가 티탄족의 공격에 당한 것!

“쳇!”

스토크가 곧바로 몸을 뒤로 뺐다.

치지직-

콰아아아앙!

그가 손짓하자 수십 개의 낙뢰가 일대에 내리쳤다.

“크으으으!”

몸이 새까맣게 그을려 쓰러지는 티탄족들.

그 와중 유세현이 만들어 놓은 구울도 기능을 정지하며 쓰러졌다.

고위 마법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무척이나 위력적인 스킬!

하지만 유세현은 물러서지 않았다.

되려 몸을 더욱 빠르게 움직여 전부 회피하며 놈에게 바짝 파고들었다.

‘일단 상황부터 수습할 할 생각인가 본데...’

그 틈을 주지 않기 위함.

치지지직-

유세현이 재차 압박을 가하자 스토크가 의문을 토해냈다.

“너는 대체 뭐지? 어떻게 그 힘을 지니고 있을 수 있는 거지?”

물론 유세현이 대답할 리가 만무.

“대답하기 싫다는 건가...그래 뭐 좋아...그 힘! 너를 죽이고 내가 가지도록 하겠다!”

콰지지직-

쌍검에 그 어떤 것보다도 찬란한 청색의 뇌전이 맺혔다.

남궁세가의 천뢰제왕신공을 웃도는, 지금까지 봐온 그 어떤 뇌전 중에서도 가장 순수하면서도 가장 위력이 높은 뇌기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순수함으로 따졌을 때의 일이지만 말이다.

‘흑뢰검.’

치직-

치지지직-

흑뢰검은 마왕이 권능과 마법을 섞어 만든 스킬이다.

어둠의 마력이 베이스인 만큼, 순수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폭력적이다.

게다가 지금은 천마신공의 패도까지 더해졌으니 위력은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상황.

‘그리고 결정적으로...’

치지직-

‘흑뢰검은 뇌전을 잡아먹지.’

흑뢰검이 남궁제의 천뢰경을 잡아먹을 때처럼 놈의 뇌전을 흡수하기 시작하자 스토크의 안색이 순간적으로 창백해졌다.

< 알그하브의 부츠(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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