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기치 못한 결전(2) >
“전부 쓸어버려라!”
지휘관들이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방아쇠를 당겼다.
타다다닥-
빛과 같은 속도로 숲을 순식간에 가로질러 나아가는 수많은 생존자들.
그중에서도 최선두에 위치해 있는 사람은 지금까지 그렇게 큰 두각을 드러내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움직이는 사체들의 주인, 유세현.
둥지의 인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단순히 좋은 스킬을 지니고 있는 적당 적당한 생존자라 인식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땅을 되찾는데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천마의 검법을 제외한 그 어떤 스킬도 사용하지 않았기에 눈에 잘 띄지 않았고, 그다음부터는 천마의 검법의 운용보다도 구울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졌기 때문이었다.
그가 뭔가 특별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인원들은 고작 해봐야 회의에 참석하는 지휘관급 정도.
“야, 쟤 왜 저래? 미친 거야?”
“거기 멈춰! 그거 특이개체라고!”
때문에 그가 특이개체를 향해 달려들자 사람들은 경악했다.
무려 A랭크 35%의 힘을 지니고 있는 괴물.
그런데 스킬로 선제타를 가하지 않고 저렇게 무식하게 접근하다니?
무려 5마리의 특이개체의 시선이 유세현을 향했다.
몇몇 사람들은 인상을 구겼고, 또 다른 몇몇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젠 너무 늦었다.
광역기술을 퍼부어도 떨어져나가는 놈들은 1~2마리 일터.
저래서는 살아나올 수 없다.
그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허나.
[크르르...]
유세현을 확인하기 무섭게 몸을 돌리는 특이개체.
상당히 다급함이 묻어나오는 행동이었다.
타다닥.
이윽고 놈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유세현은 피식 웃었다.
애초에 유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걸려준 그다.
그렇다면 줘야 될 건 줘야 되지 않겠는가?
쿠웅.
암흑투기가 발산되자 놈들의 움직임이 현저히 느려졌다.
그리고 그런 움직임으로 힘 스텟이 A랭크 30%가 넘어버린 유세현에게서 도망치기에는 이젠 무리가 있었다.
서걱.
말도 안 될 정도로 너무도 허망하게 목을 내주는 특이개체.
“어...어?”
유세현이 죽으면 광역스킬을 날릴 생각을 갖고 있던 사람들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변했다.
저게 저렇게 쉽게 잡을 수 있는 개체였단 말인가?
어느 샌가 뒤따라온 루시아와 아린, 케드리나도 특이개체 사냥에 나섰다.
난장판이 되기 전 조금이라도 스텟을 올려놓기 위함이었다.
도주하는 특이개체와 그것을 뒤쫓는 유세현 일행들.
스킬은 당연히 최대한 사용하지 않았다.
마력은 나중을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자산이었기 때문.
“공격해라!!”
“전부 부숴버려!”
그렇게 그들이 사냥을 하는 동안 나머지는 군락지를 부숴나갔다.
피어오르는 새까만 연기. 죽어서 산을 쌓는 알비론의 사체.
온 힘을 다해 뒤쫓아 8마리를 베어버린 유세현의 어깨가 살짝 움찔거렸다.
온몸의 털을 곤두서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마력.
예상처럼 나타난 것이다.
‘6마리라...’
유세현은 갖고 있던 비상용 폭죽에 불을 붙였다.
5개로 최고 등급의 경보였다.
삐유웅~
퍼버벙.
푸른 상공으로 뻗어나가는 불빛.
그리고 그 너머로 드리우는 새까만 암운.
하늘을 올려다본 사람들의 동공이 한순간 지진을 일으켰다.
“저건...”
뒷말을 굳이 꺼낼 필요도 없다.
스카이레블 군단.
그것은 마치 농가를 습격하는 메뚜기 떼와도 같아 징그럽기 그지없었다.
“후우...많네.”
허나, 사람들은 평정심을 잃지 않고 이내 차분히 자세를 다잡았다.
전쟁에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방비책을 이미 만들어 두었기 때문이다.
푹-
[키아아악!]
그리고 그 방비책을 만든, 갈락크락스를 베어버린 에반의 눈이 번뜩 빛을 발했다.
그는 레피아 덕에 처음부터 놈들이 올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아니, 애초에 그렇게 눈에 띄지 않던 갈락크락스가 이렇게 쉽게 발견된 것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챈 상태였다.
레피아의 말은 확신을 주었던 것이고.
허나, 그럼에도 그가 계획을 속행한 이유.
‘이번에 직속호위병을 잡으면 놈들을 세력을 확실히 약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 그 또한 유세현과 똑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때문에 사실상 이번 전투는 인간측에 유리한 전면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왜냐하면 함정의 특성상 주위에 그렇게 많은 병력을 배치해 둘 수 없는데다가 도주의 우려성이 있기에 처음부터 정예를 쏟아 부어야 하니까.
그리고 알베타스도 이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패널티를 두고 싸운다는 것을.
허나, 그들의 마인드는 남달랐다.
오직 유세현의 포획. 아니, 포획도 아니다.
그들의 목적은 이 전투에 유세현을 등장시키는 것.
그리고 계획은 멋지게 성공했다. 이젠 더 이상 눈치 볼 필요는 없었다.
카르베스 그리고 여러 직속호위병, 그들이 그 휘하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돌격해라! 놈들의 씨를 말려버려라!]
[캬캬캬캬!]
[가자아아!]
수많은 특이개체와 정예병력들이 마치 구울 떼처럼 우르르 밀려들었다. 에반은 일단 산 위로 병력을 살짝 물렸다.
그편이 전투에 훨씬 유리하고, 만에 하나 퇴각해야 될 상황이 발생했을 시 발을 빼기 쉽기 때문.
“제 2군 스킬준비!”
“발사!”
생존자들의 병장기에서 폭염, 바람 등의 갖갖이의 스킬이 터져 나왔다.
-캬아아악.
죽어나가는 알비론.
허나, 버티는 놈들도 확실히 존재했다.
지금까지 스킬 한방으로 쉽게 쉽게 적을 처리한 것을 고려하자면 이번에 투입된 병력들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는 대목.
알비론 한 마리를 베어 넘긴 유세현이 잽싸게 스테이터스를 살폈다.
전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민첩은 4% 힘 스텟은 3%가 증가해있었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많이 잡아도 0.1% 올리기가 힘들었는데.
그가 다가온 알비론 한 마리를 베어 넘긴 순간이었다.
거대한 마력이 순간적으로 요동쳤다.
낌새를 눈치 챈 유세현은 황급히 자리를 이탈했다.
도약하기 무섭게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바람의 폭격이 일대를 휘감는다.
좌자자자작-
“끄아아아!”
닿는 모든 것을 조각조각 부숴버리는 마법보다도 더한 스킬.
휘말린 수십 명의 인원들은 A랭크라는 것이 무색하게 순식간에 싸늘한 시체로 돌변했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쉬이익-
쾅!
빠른 속도로 날아든 카르베스의 눈이 유세현을 응시했다.
[드디어 찾았다.]
부리가 살짝 비틀려있는 것이 웃고 있는 느낌.
이에 에반과, 남궁시영은 고개가 홱 돌려 카르베스를 바라봤다.
이놈이 직속호위병.
타다닥-
이미 움직이고 있는 레피아를 선두로 세 명은 순식간에 카르베스를 향해 달려 나갔다.
유세현까지 치면 무려 4:1.
제 아무리 직속호위병이라지만 이 정도의 인원이라면 순식간에 해치우는 것이 가능할 것이기에.
허나.
[호호호. 어딜!]
이번에는 상공에서 생성된 거대한 파도가 그들을 향해 커다란 아가리를 들이밀었다.
그 속에서 등장하는 세이렌을 닮은 직속호위병.
“칫.”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경로를 틀어야만 했다.
이어서 직속호위병들이 연속해서 모습을 드러낸다.
이미 잘 알고 있는 헤드리아로 시작하여, 미노타우르스의 모습을 하고 있는 놈과, 알비론의 인간형처럼 보이는 놈까지.
유세현은 기다렸다는 듯이 암흑투기를 더욱 강하게 개방했다.
“크윽...”
움찔거리는 놈들.
입가가 비릿하게 올라간다.
이것으로 무공을 지니고 있는 인원들이 훨씬 유리한 것.
에반의 검이 미노타우르스의 형상을 하고 있는 직속호위병, 케레누프를 향했다.
케레누프는 들고 있던 도끼로 그것을 받았다.
-콰아앙!
어마어마한 충격음.
체격은 케레누프가 2배가량 더 거대했지만 밀려난 것은 에반이 아닌 케레누프였다.
케레누프가 믿기지 않은 표정이 되어 중얼거렸다.
[호오...듣던 대로 정말 대단하군...]
그러나 그것은 에반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유세현의 암흑투기!
실로 어마어마한 압박이다.
군체의 지배를 받고 있는 자신들의 육신과 정신이 이정도로 흔들리다니.
이어서 레피아와 남궁시영도 공격에 들어갔다.
레피아는 헤드리아, 남궁시영은 알비론의 인간형인 알비라스가 그 상대였다.
챙!챙!챙!챙!
막상막하의 대결.
나머지 세이렌의 모습을 하고 있는 에우로네는...
“소가주님 이놈은 저희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당주와 일부 무인들이 맡았다.
콰과과광!
자연재해처럼 온갖 장소를 휩쓸며 전투를 펼치는 그들.
사람들은 아우성을 쳤다.
“제, 젠장! 저기서 벗어나! 휘말리면 끝장이다!”
“우, 우리들론 안 된다! 무인들이 도와줘야 돼!”
휘말리는 순간 그야말로 끝장이었기 때문.
쉬이익-
콰과과광!
각종 절기와 스킬이 난무한다.
헤드리아를 향해 끝임 없이 단검을 내지르는 레피아.
이전처럼 알비론이나 스카이레블 같은 잡다한 놈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았기에, 그녀의 움직임은 훨씬 원만했다.
남궁시영도 무림 최강의 검법이라 알려진 제형검형을 사용하며 알비라스에게 틈을 주지 않는 모습.
한편, 케레누프는 아예 일방적으로 에반에게 밀리는 형상을 보였다.
[크으으으...젠장할...]
이 모든 것이 한 남자 때문에 발생한 상황.
“후후후.”
베아렉클의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알베타스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이 남자를 손에 넣으면 얼마나 더 강해질 수 있을까.
“내가 가봐야겠구나.”
[...죄송합니다. 저희의 힘이 부족해서...]
“후후후. 너희가 부족한 게 아니다. 놈이 너무도 뛰어난 것이지.”
후웅.
알베타스가 날개를 활짝 폈다. 그리고는 마치 번지점프를 하듯 그대로 몸을 던졌다.
쉬이익-
전투의 현장으로 순식간에 접근해가는 그녀의 육신.
마족화를 사용해 카르베스를 몰아붙이고 있던 유세현의 미간이 한순간 꿈틀거렸다.
거대한 마력이 갑자기 하나 더 늘어났다.
호위병보다도 더 큰 마력.
‘마력을 숨길 수 있는 놈이 있었다고?’
콰아아아앙.
일대에 빗발치는 수십 갈래의 빛줄기.
언뜻 보면 무작위 공격 같았지만, 빛줄기는 직속호위병과 싸우는 위치에 정확히 낙하했다.
그로 인해 한순간 중단된 전투.
시선이 자연스레 한곳으로 쏠렸다.
제일먼저 반응한 것은 최고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던 유세현.
그의 눈동자가 한순간 지진을 일으켰다.
그도 그럴 것이 놈의 형상은 완전히 인간과도 똑같았으니까.
아니, 날개만 없다면 그 누가 봐도 인간이라 할 것이다.
“뭐, 뭐야 저건...”
이윽고 직속호위병과 전투를 벌이던 인원들뿐만이 아닌, 특이개체를 잡고 있던 여러 생존자들의 안면이 한순간 움찔거렸다.
그들도 같은 생각을 한 것.
그때였다.
순식간에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린 직속 호위병들이 한쪽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알베타스는 그것을 거들떠도 보지 않고, 오직 유세현 만을 응시했다.
천천히 열리는 그녀의 입가.
“후후, 직접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군.”
“......”
“내가 누군지 알겠나. 인간?”
그 말에 유세현은 대답이 아닌 자세를 다잡았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답은 나와 있었기에.
놈이 바로 군체다.
이에 생각을 읽은 알베타스가 진정하라는 듯 양손을 살짝 들어올렸다.
“후후, 진정해라. 나는 잠깐 너와 대화를 하고 싶은...”
쉬이익-
알베타스가 채 말을 끝내기도 전 유세현의 신형이 순간적으로 날아올랐다.
카르베스가 황급히 막아서려 했지만.
“후후후. 놈은 내가 직접 상대하도록 하겠다. 그러니 너희들은...”
[나머지를 처단하라.]
알베타스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군체호위병들은 마음속으로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복종심과 함께 짓누르고 있던 힘이 약화되는 것을 느꼈다.
무인 한 명을 향해 돌진하는 카르베스.
그의 속도는 이전과는 한 차례 차원이 달랐다.
“......”
유세현은 깜짝 놀랐다.
놈이 암흑투기의 힘을 더 약화시킨 것인가?
챙!
치지이익-
검을 맞댄 알베타스.
그녀가 미소가 맺힌 표정 그대로 말했다.
“후후후. 난 그대가 정말 마음에 든다. 어떤가? 인간을 버리고 나에게 오는 게?”
“개소리.”
쉬익-
콰아아아.
흑뢰검과 알베타스가 발생시킨 적색의 빛이 맞부딪치며 거대한 폭발을 자아냈다.
< 예기치 못한 결전(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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