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219화 (219/612)

< 기계제국(2) >

룽겐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드래곤이라니?

그가 알기로 드래곤과의 전투는 단 한차례 밖에 없었을 뿐더러 상당히 오래전의 일이었다.

‘약 2년 반 전에 발생한 일이라고 했었지.’

아르카드 제국인들이 일궈놓은 모든 것이 파괴된 날.

룽겐은 그 당시 구름섬에 있어 경험하지 못했지만, 지역 페토리안에 살아가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난데없이 하나의 알림창이 나타났다고 한다.

[페토리안의 지배자가 사라졌습니다. 붕괴가 시작됩니다.]

붕괴는 천재지변과도 같았기에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덕분에 현재에 안주하던 황제, 주민들은 결국 모든 것을 버리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이 종족과의 본격적인 전투.

이강호가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것도 그때 쯤 부터였을 것이다. 그는 아르카드 제국군과 무림인이라고 불리 우는 이들을 이용해 하나의 종족을 완전히 깨부쉈다.

데오폴론.

지금 눈앞에 있는 유세현이 방금 전 언급한 이 종족은 특성과 대처법을 모르면 정말 끔찍하기 짝이 없는 종족이다.

직접 전투가 아닌 타 종족을 조종해서 싸움을 펼치니까.

더군다나 한 번 잠식당하면 스스로 이상행동을 보이기 전까지 마땅히 구별할 수 없다는 게 무척이나 크게 작용한다.

만약에 이강호가 조기대처를 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그런데, 그런 놈들을 깨부수고 여기까지 도착했다고?’

그래서 데려왔다.

그런데 총사령관의 반응이 이상했다.

반말은 하고 있지만 뭔가 존대해주고 있는 느낌.

‘뭐, 그거야 들으면 알 수 있겠지.’

룽겐이 차분히 경청할 준비를 하자 유세현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게릭은 그것을 보고 실소를 내뱉었다.

“하...넌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군. 룽겐.”

“예.”

“둘이서 이야기 할 테니 나가 있어라.”

“예? 하지만...”

“두 번 말하게 좀 하지 마라. 나가서 지금 데려온 새내기들이나 잘 챙겨줘.”

“...알겠습니다.”

결국 룽겐은 궁금증을 풀지 못하고 밖으로 사라지는 신세가 되었다.

게릭이 유세현을 향해 말했다.

“이제 말할 수 있겠지?”

* * *

유세현은 차분히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딱히 그를 믿어서는 아니었다.

게릭이 알고 있는 정보.

자신의 죽음.

그것은 이강호나 김주희 등 함께한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듣지 않는 이상 얻을 수 없는 정보였기 때문이다.

게릭이 아닌, 설명해 준 그들을 믿는다.

게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그렇게 된 건가. 운이 좋았다고 해야 되나 더럽다고 해야 되나. 그나저나 도주한 왕까지 죽이다니...역시 대단해. 결코 만만치 않았을 텐데.”

“그건 그렇고, 이제는 현 상황에 대해서 설명해줬으면 하는데, 지금 강호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넌 알고 있나?”

“물론! 알기야 아주 잘 알지. 그 녀석은 이제 유명인사라고! 뭐, 사실 움직임 자체는 무척 은밀해서 뭘 하고 있는지 까지는 모르지만. 어디에 있는 지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지.”

게릭은 신물조각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강호의 행보에 대해 간단히 늘어놨다.

허나, 그것도 잠시.

“그럼, 강호가 있는 쪽으로 가려면 어느 방향으로 가면 되지?”

유세현의 물음에 게릭의 표정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쪽으로 가고 싶다 인가...못가.”

“...이유가 있는 모양이군.”

게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크...넌, 이래서 좋아. 무작정 따지고 드는 머저리 새내기들과는 다르다니까. 이 당연한 걸 왜 생각을 못하는 건지! 맞아 이유가 있다.”

게릭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따라오라는 뜻.

바깥으로 나가자 할일을 하고 있는 생존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누구는 병장기를 정비하고, 누구는 음식을 퍼 나르는 모습.

겉모습이 거지꼴 같은 것이 상황이 좋은 것은 결코 아닌 것 같았다.

게릭이 어딘가를 향해 계속 움직였다.

“유세현. 너는 지금 이곳이 어디인지 아나?”

“......”

어차피 답변을 듣기위해 물은 것이 아니었기에 게릭이 연이어 말했다.

“이곳은 구 페레온 지역으로부터 북서쪽에 위치한 곳이다. 페레온과 페토리안이 붕괴 된 이후 새내기들이 떨어지는 5가지 장소중 하나지.”

게릭이 향한 곳은, 그들이 들어온 입구, 즉 출구였다.

“총사령관님께서 여긴 무슨 일로?”

“잠시 나갔다 오겠다. 여분의 디코이는?”

“최근 10개 파괴되어 대형 29개 소형은 402개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 그럼 소형으로 우리 둘에게 하나씩만 붙여봐.”

“예, 알겠습니다.”

끼이익.

두꺼운 철문을 열리고, 게릭은 지면에 당당히 섰다.

어깨에는 날파리 같은 것이 붙어 있었다.

드론의 영상정보를 교란시키는 교란 장치.

이것을 붙이고 있으면 영상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사실상 그들의 생명줄.

게릭이 출발하기 전 당부했다.

“수색조가 있을 수 있으니 들키지 않게 조심해라. 이 디코이는 드론은 속일 수 있어도 마크놈들의 눈 자체는 교란시키지 못하니까.”

“알았다.”

파바밧.

질주가 시작되었다.

익숙한 길인지 게릭은 무적 빠른 속도로 달렸고, 유세현은 그것을 여유롭게 뒤따랐다. 게릭은 피식 웃었다.

이걸 가볍게 따라오다니. 이게 약 2년 전에 이뤄낸 스텟이란 말인가.

그렇게 도착한 산 꼭대기.

“유세현, 네가 지금 보고 있는 게 예전 페레온과 페토리안이 있던 곳이다.”

“......”

내려다 보이는 바다에는 자질구리한 크기의 섬 3개가 일렬로 분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떠 있는 기계로 된 비행접시.

어찌나 큰지 섬 한편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을 정도다.

“이강호는 저 너머 동쪽에 있다. 그리고 그가 있는 장소로 가기 위해서는 저 3번째 섬에 만들어져있는 게이트를 이용해야 돼.”

“가려면 뚫어야 된다는 건가?”

“그렇지. 하지만 지금 우리의 전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저쪽 상황도 상황인지라 지원이 오는 것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지.”

즉 낙동강 오리알 신세라는 것이다.

허나, 뭔가 이상하다.

“강호가 대비를 안 해놨을 리가 없을 텐데?”

“후...너무도 당연하게 그렇게 생각해버리니 할 말이 없군. 맞아. 이강호는 분명 대비해 놨었지. 그리고 그 대비는 훌륭했고. 덕분에 처음에는 꽤나 잘 막아냈다.”

“그럼...왜...”

“이런 말이 있지. 물이 고이면 썩는다. 예전 우리 3대 길드처럼 말이야. 그런데 아르카드 제국 놈들은 더 심각하더라고. 고지식하긴 또 얼마나 고지식한지...”

게릭의 주먹이 살짝 부르르 떨렸다.

“후...뭐, 어차피 다 죽어 버린 마당에 이제 와서 놈들을 욕해봤자 의미도 없으니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아무튼 현 상황은 무척 안 좋다.”

이곳에 파견되었던 인원은 다 합쳐 5만 명으로 각 10개 팀.

그중에서 지금까지 살아있는 사람들은 게릭의 팀을 포함한 3개의 팀으로 1만 명도 채 되지 않았다.

유세현은 마력의 흐름을 읽었다.

B랭크 상급의 마력을 지니고 있는 놈들이 약 5마리. 나머지는 B랭크 중하위나 C랭크다.

물량의 차는 굳이 말할 것도 없고.

“확실히 지금 전력으로는 못 뚫겠군.”

중얼거리자 게릭의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하하, 맞아. 그러고 보니 너의 탐지능력은 장난이 아니었지.”

“......”

“그럼, 해도 저물기 시작하니 이만 돌아가도록 할까. 나머지 이야기는 가서 식사라도 하면서 하도록 하지.”

“알았다.”

둘은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 * *

식사라고 해봤자, 고기가 헤엄치고 간 스튜를 같은 공간에서 먹는 것뿐이었다.

물론, 지금까지 줄곧 전전긍긍해가며 풀 쪼가리만 뜯어먹던 생존자들은 마다하지 않고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관통상을 당한 카텐조차도 수저를 놀려 음식물을 꾸역꾸역 입으로 쳐 넣는 상황.

지켜보고 있던 병사들이 혀를 찼다.

“3존이 그렇게 힘들었나? 거긴 제법 할 만 하잖아?”

“아서라, 생존자 숫자 보면 모르겠냐. 싹 밀린 거 같은데?”

“아...하긴. 약 400명이라...”

보통 새내기들이 한번 들어오면 아무리 못해도 최소 2천명이었으면 많게까지는 최대 5천명에 달한 적도 있었다.

“후...그럼 이번에도 던전 공략은 물 건너 간 건가. 400명 정도로는...”

“아니, 이번에는 할 거 같은데. 1부대와 2부대 쪽에서는 최근 꽤 많은 새내기를 받았으니까.”

“...그래? 그럼 이놈들은...”

병사의 시선이 측은하게 바뀌었다.

지금부터 그들에게 닥쳐올 일이 예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총지휘관님께서는 왜 굳이 얘들이랑 식사를 같이하시고 계시는 거냐?”

“낸들 알겠냐. 수가 적어서 일수도 있지. 솔직히 400명밖에 안 되는 팀을 그곳에 밀어 넣는다는 건...죽으라는 것과도 똑같잖냐.”

병사들이 한참 떠들고 있을 때 게릭과 유세현은 그 던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새내기만...딱 한번. 오직 딱 한번 들어갈 수 있는 장소가 있다. 거기서는 여러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형상기억마력코어라는 것을 얻을 수 있지.”

“형상기억?”

“그래, 나중에 설명할 거지만 굳이 지금 예를 들자면...”

순식간에 검을 뽑은 옆에 고이 벗어둔 경갑옷을 검으로 후려쳤다.

-챙!

완전히 갈라지지는 않지만 강한 힘에 의해 흔적이 남는다.

“뭐, 뭐야?”

깜짝 놀라 쳐다보는 생존자들.

유세현은 게릭의 행동와 이름에서, 그 의미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게릭이 마력을 불어넣기 무섭게 원래대로 되돌아가는 경갑옷.

게릭이 설명을 덧붙였다.

“이 뿐만 아니라 파손된 것도 일정 부분 재생이 되지.”

“호오...어느 장비에나 적용시킬 수 있는 건가?”

“마력코어의 등급에 따라 등급이 정해진다고 보면 된다. 원래는 무척 구하기 힘든 물품이야.”

그런데 던전이 개방 된 이후부터는 구하기가 좀 더 수월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던전을 연 것은 다름 아닌 마크.

“이 던전에서는 이 아이템 외에도 마크를 상대할 만한 유용한 것을 얻을 수 있어. 대등할 때는 굳이 무리해서 들어갈 필요까지는 없었지만...이제는 들어가지 않으면...”

억지로 밀어 넣는 것.

유세현은 이해했다.

주위 마물을 잡아 성장 할 수 없는 지금 이것이 최선의 방법일 테니까.

“던전의 난이도는 어떻게 되지?”

“진입한 생명체가 지니고 있는 코인의 평균. 인원의 제한은 없다.”

그 정도라면 유세현과 생존자들에게는 누워서 떡먹기라고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일반적인 새내기들과는 차원이 다른 스텟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한편, 근처에 자리 잡고 있던 아린과 케드리나 그리고 루시아와 지드먼은 유세현과 게릭을 연속해서 번갈아보고 있었다.

케드리나가 조심히 말을 꺼냈다.

“영감님. 저 남자, 분명 총지휘관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나도 그렇게 들었네만.”

“둘이 잘 아는 사이인 것처럼 보이는 건 단순히 제 착각일까요?”

“허허, 걱정 말게 내 눈에도 그렇게 보이니.”

사실 그들 말고도 생존자 일동도 무척 궁금해 하고 있었다.

유세현이 이 거대한 곳을 이끌고 있는 총지휘관과 도대체 무슨 사이인지.

“저 남자도 많이 강하겠죠?”

“강하지. 강해...”

“얼마나요?”

“파악할 수 없네.”

“예? 그 마나스캔이란 걸 사용하면 어느 정도는...”

“아니, 그걸로 읽히지가 않아.”

겉보기에는 자신들보다도 마력이 무척 낮아 보인다.

허나, 그렇기 때문에 아린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유세현과 비슷했으니까.

이는, 진짜 마력이 낮은 게 아니라 모종의 힘으로 잘 갈무리했다는 증거.

‘그나저나 유세현 이 사내는...’

마나스캔을 쓸 때는 느끼지 못했다.

허나, 법칙이 풀리고 이곳에 호기심에 컨택트마나스캔을 사용한 순간 아린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의 몸에 흐르고 있는 흉흉한 마력을.

‘분명 그건 어둠의 마력이었다. 그것도 잡졸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순도가 높은...’

사실 이는 언데드 레이즈를 사용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이것이 그의 전부는 아닌 것 같았다.

‘분명 뭔가가 있는데...’

유세현이 불쾌해할 것 같아서 조사를 포기했다.

차라리 질문하는 편이 나으리라.

어느새 유세현과 게릭의 대화는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식사가 끝나는 즉시 말할 생각인데. 내가 설명할까 아니면...”

“내가 하도록 하지.”

“후...그래, 알았다. 너라면 믿고 맡겨도 괜찮겠지.”

게릭이 마지막으로 다분히 충고 했다.

“아마, 마크 놈들 중에 몸체를 바꿔 가지고 오는 놈이 있을 거다. 아마 B랭크 중상급 정도의 몸체를 줄 테지만...뭐, 생각해보니까 상관은 없겠네. 넌 드래곤도 박살냈는데...일단 그렇다고만 알고 있어라.”

“음, 그 건에 대해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다만. 놈들의 몸체는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알고 있나?”

“아...그거?”

몸체를 만드는 공장이 있다. 그곳에서 코인을 제물로 바쳐 생산하는 것.

“희생자는 당연히 인간이다. 흡수한 뒤 뽑아 쓰면 효율이 좋지 않아서 대게 포획한 뒤 통째로 갈아 넣지.”

배신자를 생각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게릭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난 가보도록 하지. 뭐 할 말 있으면 내방으로 와라. 너는 무조건 패스하라고 미리 언질 해놓을 테니.”

“...알았다.”

“후후, 그래. 너를 여기서 다시 보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는데...그나저나 얼음마녀가 이 소식을 들으면 기뻐서 길길이 날뛰겠어.”

“얼음마녀?”

“아...너 때는 아직 빙공을 익히지 전이었었나? 이명이야 이명. 김주희를 말하는 거다.”

“......”

김주희가 얼음마녀라니.

운디네와 티격태격 싸우는 장면이 자꾸만 떠올라 뭔가 매치가 되지 않았다.

‘보고 싶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비행체를 돌파해야 된다.

그렇기에 이전의 전투로 인해 장비가 다 박살난 지금, 이 던전 탐사는 무척 좋은 것.

거기다가 난이도 무제한과 딱 한번 들어갈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즉.

‘완전 공략을 하면 보다 더 좋은 장비를 얻을 수 있을 확률이 높다.’

< 기계제국(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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