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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207화 (207/612)

< 카취(1) >

[제 2법칙, [스킬강탈]의 대상자가 [카취]에서 [아린 하이워커]로 변경 됩니다.]

알림창을 확인한 카취가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되돌아온 스킬.

기쁨보다는 뭔가 싸한 감각이 피부를 타고 흘렀다.

처음 그가 이 섬에 도착했을 때는 지배자라는 것이 단순한 설정인 줄 알았다.

헤쳐나아가야 될 관문 같은 것 말이다.

허나, 누군가에 의해 법칙이 약해진 순간부터 정말로 존재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그는 인간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잠시 뒤로하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가루다들을 몰아내고, 지배자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서.

그러나 카취는 그런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었다.

‘가루다들을 공격하지 말라니...’

수장의 절대적인 명령이었다.

그는 직접 유적까지 가서 따졌다.

허나, 돌아오는 대답은 불허.

그리고 이때부터였을 것이다. 모종의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

수장이 예전과 달라졌다.

휘하 정예 장군들의 대다수도 뭔가 이상해졌다.

그리고 이걸 느끼는 것은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카취, 나도 그 명령은 이해할 수가 없다. 가루다들을 공격하지 말라니...”

오크로드 카르취프는 본래 전사의 표본이었다.

어떠한 적과 만나도 절대 굴복하지 않았으며, 용맹하게 싸웠다.

거기다가 부족을 위하는 마음까지.

유적을 공략하는 것은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긴 하다.

그러나 가루다와 존재자체도 확인하지 못한 지배자를 놔두고 세력도 얼마 없는 인간 사냥을 하다니.

그것도 유적을 공략할 정예까지 사용해서!

이 무슨 말도 안 되고, 같잖은 행동이란 말인가.

더군다나 인간과 조우하기 전 스킬이 돌아온 것은 마치...

“케르취, 아무리 봐도 지금 인간을 잡는 건 아닌 것 같다.”

“로드의 명을 어기겠다는 거냐? 카취!”

“......”

카취의 눈이 매섭게 돌변했다.

케르취는 본래 용맹한 투사로 오크로드의 명이라고해서 무작정 따르는 이가 아니었다.

‘이놈도 변했다.’

아니나 다를까 정예병 한 명이 바로 꼬투리를 잡았다.

“케르취, 네가 언제부터 그렇게 로드의 말을 잘 들었다고 그런 말을 내뱉는 거지? 나도 카취의 말에 동감한다. 인간 놈들은 어차피 이제 별 힘도 쓸 수 없다. 지금 견제해야 될 건 가루다지. 지금의 로드는 뭔가 이상하다.”

“......”

그 말에 케르취, 아니 데레오트가 정예병을 노려봤다.

이놈들은 정말로 골칫거리다.

통제할 수 없는 골칫거리.

‘전부 세뇌를 시키고 싶지만...’

지금은 불가능.

아이템을 얻기까지 참아내야 한다.

데레오트는 어쩔 수 없이 변명했다.

“지금 완벽하게 짓밟아 놔야 다시는 재개하지 못한다. 안 그러면 또다시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지. 늪지대 사건을 벌써 잊은 건 아니겠지? 로드는 그것을 고려해서 명령을 내린 것이다.”

“......”

일단 이걸로 일단락되는 모습을 보였다.

카취도 마찰을 빚을 생각은 없었던 것.

그는 그저 최선이라고 생각한 의견을 말했을 뿐이다.

해가 떨어지자 데레오트가 명령을 하달했다.

“오늘은 이 근처에서 야영한다!”

수많은 횃불이 주위를 밝히고 순식간에 임시 진지가 구축되기 시작한다.

카취는 칠흑같이 새까만 배틀엑스를 조악하게 만들어진 거치대에 거치 시켰다.

그 순간.

-지이이잉.

배틀엑스가 난데없이 좌우로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뭐지?’

카취는 깜짝 놀라 배틀엑스의 손잡이를 쥐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멈추는 떨림.

-휘이잉.

세찬바람이 불어오며 하나로 질끈 말아 올린 카취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배틀엑스를 쥔 육중한 팔뚝에 힘줄이 솟아오른다.

카취의 시선은 어느새 바람이 불어오는 풀숲을 향해있었다.

이내 터져 나오는 낮은 말.

“놈...정체를 드러내라.”

-저벅. 저벅.

그 말에 여태까지는 정말 온 신경을 집중해야 들리던 발자국 소리가 명확히 울리기 시작했다.

횃불에 의해 음영이 드리운다.

비루한 체구와 작은 키.

카취의 눈앞에 있는 놈은 오크가 아니었다.

이놈은...

“네놈...설...”

-슈슈슉!

순식간에 접근해온 유세현의 검이 카취의 목을 향해 파고들었다. 일개 전사, 투사는 반응할 수 없는 엄청난 속도였지만.

-챙!

-치지직!

병장기가 맞부딪치며 스파크가 튄다.

유세현은 카취의 힘에 살짝 감탄했다.

‘이놈...역시...’

카취의 마력양은 B랭크 50%정도로 여타 오크들에 비해 무척 높았지만, 힘은 그 이상이었다.

제약이 풀린 이곳에서 2년 정도 있었다고 하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놈은 채 4달이 되지 않았다.

너무도 경의적인 발전 속도.

결국 머릿속에서 도출 될 수 있는 결론은 한 가지 뿐이었다.

이놈이 드래곤과 교인들이 내뱉은 코인의 대다수를 흡수했다.

-트드득.

경도차에 의해 유세현의 검에 균열이 일어났다. 더 이상 버티는 것은 불가능.

-팅!

검이 부서져 나가기 무섭게 유세현의 팔이 배틀엑스를 향했다.

카취는 그 순간 모종의 섬뜩함을 느꼈다.

자신의 배틀엑스를 절대 저 손에 닿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

황급히 몸을 뒤로 뺀 카취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어떻게 내 힘을 버틴 거지?’

코인을 흡수한 이후, 모든 것이 한방이었다.

관문도 한방, 적도 한방.

D랭크의 세계에서 B랭크의 힘은 차원이 달라도 너무 달랐으니까.

그런데 놈은 버텨냈다. 아니, 약간이지만 자신이 밀렸다.

카취는 이 인간이 어떻게 이곳까지 잠입할 수 있었는지 깨달았다.

일반 병사들은 놈의 움직임에 반응 할 수도 없었겠지.

“놈...네가 유세현이냐?”

“......”

“말을 섞기 싫다는 건가. 뭐 좋다. 안 그래도 네놈들을 죽이러 가던 중이었으니...”

-쉬이익.

카취가 자세를 잡자 배틀엑스에서 어둠이 튀어나와 나풀거렸다.

지금까지 인간들을, 아니 모든 적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스킬!

“하아압!”

-솨아아아!

힘찬 기합과 함께 어둠이 맹렬한 속도로 바람을 갈랐다.

닿는 모든 것들을 파괴해 나가는 어둠.

나무, 나뭇잎, 풀숲 너나 할 것 없이 전부 먼지로 변해간다.

협상도 없고, 타협도 없다.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회피 뿐.

그러나 유세현은 되려 앞으로 질주했다.

카취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이걸 막으려고 하는 것인가?

‘아니, 그 무엇으로도 이걸 막을 수는 없다.’

카취가 단언한 순간, 어둠이 유세현의 가슴에 닿았다.

-트드득.

으스러져 내리는 철제 갑주.

그 속에 장착하고 있던 레더아머도 채 1초를 버티지 못했다.

그럼 그렇지.

카취는 눈앞의 존재도 곧 으스러질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허나.

-쉬이익.

그대로 통과한다.

“...?!”

무려, 트리플 S랭크라는 어둠속성 저항력의 힘.

아니, 그전에 어둠의 권능은 유세현의 것이었다.

다른 속성이 합쳐지지 않은 바에야 통할리가 없는 것!

어느새 접근한 유세현의 손이 배틀엑스의 날 부위에 손을 얹었다.

“돌아와라. 루베르크.”

-지이이잉!

배틀엑스가 아까전보다도 훨씬 거칠게 요동쳤다.

-슈우욱.

형태가 와르르 무너진다.

마치 유세현이 원하는 것에 맞춰주겠다는 듯.

도끼의 날은 검신으로 바뀌어갔으며 창대는 어느새 손잡이로 변해있었다.

카취는 믿을 수가 없었다.

루베르크가 배신하다니!

정확히는 반쯤 잘려나가 있던 연결고리가 완전히 이어지며 원래의 주인에게 돌아간 것이었지만, 카취에게는 충격적인 일일 수밖에 없었다.

“네놈...무슨 짓을 한...크으으윽!”

말을 끝낼 새도 없이 카취는 손이 타들어가는 고통에 황급히 손잡이를 놓았다.

유세현이 잽싸게 검을 쥐었다.

착착 달라붙는 감각.

손잡이의 크기, 검신의 길이, 그래 바로 이거다.

모든 것이 완벽한 느낌.

유세현은 몸을 획 돌렸다.

죽여두면 좋겠지만, 놈도 상당히 재빠르다.

암흑투기를 사용할 수 없는 지금, 이곳에 있는 정예병들과 놈이 협공해오면 되려 진퇴양난이 될 수 있었다.

또한 오늘은 목표는 루베르크를 되찾는 것.

유세현이 자리에서 이탈하기 위해 도약한 순간.

카취가 손을 치켜세웠다.

-쿠우웅!

유세현의 육신이 한순간 비틀거리더니 순식간에 지상으로 추락했다.

엄청난 압력. 아니, 중력이다.

‘큭...이 스킬은...’

[그래비티]

이전 셀론이 발현한 바가 있었던 고위 마법.

‘스킬코인도 먹은 건가...’

정말 운이 어마어마하게 좋은 놈, 아니 그 정도로는 표현할 수 없다.

밥을 스스로 퍼먹은 게 아니라, 이건 밥이 알아서 입속으로 찾아 들어간 격이었으니까.

-투두두두!

무수히 많은 발소리가 순식간에 주위를 가득 메웠다.

난리통을 보고 병사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

“카취님 갑자기 무슨 일...이, 이건! 인간?”

놈들은 표정은 유세현을 확인하기 무섭게 썩어 문드러졌다.

“전부 비켜라! 너희들이 상대할 수 있는 놈이 아니다!”

채 말이 끝나기도 전 유세현이 날린 부패의 어둠이 전 방향으로 퍼져나갔다.

“저, 저건!”

“저, 전부 이 자리를 피해...”

“크아아악!”

어둠은 순식간에 오크병사들을 갉아먹었다.

카취도 어둠을 피하기 위해 잽싸게 도약했다.

가벼워지는 육신.

그래비티는 지속마법이었기에 계속해서 정신을 집중해줄 필요가 있었는데 그것이 끊겼기 때문이다.

사실, 보통의 인간이었다면 중력에 으깨져 집중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어느새 나타난 케르취가 광기 어린 웃음을 내뱉었다.

“크크크, 유세현! 알아서 죽으러 기어 들어왔구나! 전부 달려들어 놈을 처리해라!”

마력을 조금이라도 더 빼놓기 위해 사용하는 인해전술.

보통의 오크장군들은 사용하지 않는 전법이었다.

강자는 강자들끼리 모여 상대하면 되었으므로.

카취의 시선이 케르취를 향했다.

‘역시 이상해졌다. 그것도 무척 많이...’

“취익! 죽어라! 인간!”

“캬하아압!”

전후좌우 그리고 공중까지, 엄청난 인원들이 유세현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빠져나갈 공간 따위는 전혀 없는 상황.

유세현은 검을 휘둘렀다.

스킬 같은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사용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촤자작

“크아아악!”

사용할 필요가 전혀 없었으니까.

지금 죽은 오크들은 무능한 사령관에 의한 개죽음이었다.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라! 놈은 반드시 여기서 죽인다!”

“알겠다. 케르취! 너도 떠들지 말고 싸워라!”

정예병들이 한소리씩 하며 달려들었다.

이름을 들은 유세현의 시선이 케르취를 향했다.

‘케르취? 그렇군. 저놈이 바로...’

데레아펜다에게 들은 또 한 놈의 데오폴론.유세현의 시선이 이번에는 카취를 향했다.

자신을 향해 이름을 묻던 오크.

즉, 정신 세뇌를 받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써먹을 수 있겠는데.’

지금도 어떻게든 내뺄 수는 있다.

그러나 그냥 가기에는 머릿속에 너무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상태였다.

좀 더 쉽게쉽게 갈수 있는 그런 좋은 방법.

유세현은 먼저 카취에게 접근했다.

한 번도 열지 않던 입이 서서히 열린다.

“카취. 넌 알고 있나? 이 섬의 지배자가 네놈의 곁에 있다는 것을.”

“...네놈...무슨...”

-치지징!

예비로 들은 배틀엑스와 루베르크가 맞부딪쳤다.

점점 박살나기 시작하는 도끼의 날.

아까전과는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지금부터 보여주마. 그 지배자가 뭔지.”

어차피 카취는 쉽사리 당할 놈이 아니다.

그리고 당하지 않는 이유는 당연 강하기 때문.

그렇다면?

놈을 이용해서 오크들을 장악하고 있는 데오폴론의 지배를 약화시킨다.

유세현의 신형이 순식간에 높이 솟구쳤다.

목표는 당연 나무위에 있는 케르취였다.

< 카취(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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