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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197화 (197/612)

< 절대자의 섬(1) >

‘그 블랙홀...역시 포탈 같은 것이 아니었나.’

하기야 생각해보자면 처음부터 뭔가 이상하기는 했다.

마족은 팔까지 자르고 도망쳤으며, 드래곤은 그곳에 어떻게든 적들을 끌어들이려 했었으니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드래곤은 죽었지.’

마무리 일격을 가한 기억은 없다. 그렇다면 누가 드래곤을 죽인 것일까.

자신이 죽지 않고 드래곤만 죽었다는 점에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었다.

어둠속성.

마심원으로 인해, 유세현은 SSS랭크라는 최상급 마족보다도, 악마보다도 훨씬 높은 어둠속성 저항력을 지니고 있었다.

즉.

‘단순히 운이 좋았다는 건가.’

사실 진위여부는 이제와선 아무런 상관이 없다.

‘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른 거지?’

판도라는 기후나, 식물의 성장시간 등등 정말 제멋대로기 때문에 예측이란 것이 불가능했다.

‘강호는 훨씬 강해졌겠군...’

이제는 나란히가 아닌, 따라 잡아야 되는 처지.

‘충분히 할 수 있다.’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자신을 막을 수 있는 인물은 없을 테니까.

유세현은 주먹을 꾹 움켜쥐었다.

* * *

7관문을 통과하고 나왔을 때, 바닷물은 발목까지 차올라 있었다.

끝을 고하는 섬.

바로 앞에 새겨져 있는 마법진에 들어서자 환한 빛과 함께 생존자들의 몸이 하늘을 향해 매서운 속도로 치솟았다.

바람을 타듯 둥둥 떠 어디론가 이동되는 인원들.

눈 깜짝 할 사이에 이동 되던 튜토리얼때와는 상당히 다른 방식이었다.

그들이 있었던 섬 말고도 수많은 섬들이 눈에 비친다.

동시에 기분 좋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마치, 지금껏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으라는 것처럼.

덕분에 다음 존을 대비해 잔뜩 경직 되어 있던 인원들의 인상이 아주 조금이나마 밝아졌다.

개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몇몇은 아예 이 상황을 즐기기까지 했다.

“후후~! 이거 좀 짱인데?”

몸을 기울이면 그쪽으로 방향이 이동되는 것이다.

“후우...살다 살다 맨몸으로 하늘을 날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네요.”

카텐도 신기한지 몸을 한 바퀴 빙그르르 회전시켰다.

“플라이 마법을 배우면 된다네.”

사람들은 그렇게 몇 분을 계속해서 날았다.

이에 전방만 바라보던 유세현도 조심히 몸을 움직여봤다.

경로를 이탈하지 않는 선에서 생각보다도 굉장히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하다.

잘 만하면 전투도 가능할 것 같은...

거기까지 생각한 유세현의 미간이 살며시 좁혀진다.

‘이거 설마...’

왜 이런 생각은 항상 틀리지 않는 것일까.

마력의 흐름이 느껴진다.

엄청난 수.

전파할 틈 같은 것은 없었다.

새파란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는 새까만 그림자.

사람처럼 서 있는 놈들은 새의 얼굴을 지니고 있었으며 등에는 신체의 2배량 큰 붉은 날개가 돋아나 있었다.

하늘의 지배자.

[가루다 족(族).]

“저, 저게 뭐야!”

한 생존자의 경악어린 외침과 함께, 그림자가 빠른 속도로 쇄도해왔다.

유세현은 차분히 검을 꺼냈다.

하기야 이 더러운 세계가 생존자들의 기분전환을 시켜주는 의미 없는 짓을 할리가 없다.

이렇게 나와야 판도라.

그렇다면 대응을 해줄 뿐이다.

-쿵!

암흑투기가 놈들의 육신을 옭아맨다.

가루다들은 인간보다도 상당히 우월한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적어도 C랭크 중급.

상당히 불편한 자세라지만 마력코인을 회수하기에는 덧없이 좋다.

“파, 파열참!”

“이글거리는 검!”

-콰과광!

광역스킬이 빗발치며 무수히 많은 폭발이 일어난다.

코인이 또다시 이상한 데로 흘러 들어가면 안 되었음으로 유세현은 달려드는 놈들의 육체를 붙잡은 뒤 한 마리 한 마리 차근차근 죽여 나갔다.

놈들의 눈동자에 경악이 서렸다.

그래, 지금까지 이곳에서 사냥해온 인간과는 많이 다르겠지.

허나 그 순간.

“키키키키키.”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상공으로 퍼져나갔다.

유세현의 눈이 착 가라앉았다.

새대가리라서 힘의 차이를 눈치 채지 못한 것일까.

‘아니...모든 제약이 풀렸으니 머리가 좋지 않을 리가 없을 텐...’

생각을 끝마치지 못했을 때 무수히 많은 알림창이 유세현의 앞에 나타났다.

[라이하운드의 지배자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제 2법칙, [스킬강탈]이 대리자 [유세현]에게 적용됩니다.]

[암흑투기를 강탈당하셨습니다. 이 장소를 벗어나기까지 암흑투기를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스킬 강탈 적용자. [카취], [유세현], [가르쿠라].]

[스킬강탈은 1인 1스킬, 최대 3명까지 적용됩니다. 지배자의 마음에 따라 대상자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

너무 어이가 없어 욕도 나오지 않았다.

암흑투기가 풀리자 스쳐지나간 가루다들이 방향을 틀어 덮쳐왔다. 유세현이야 그렇다 쳐도 일반적인 생존자들은 결코 당해낼 수 없는 강함.

가루다족은 손톱자체가 강력한 무기였다.

내구력이 얼마나 높은지 매직 A랭크의 검도 일격에 부서질 정도.

‘이대로라면 몇 못 살아남겠는데...’

다행히도 스킬강탈은 한 명당 한 개의 스킬만 가능.

천마군림보를 사용한 유세현이 바람의 막에서 이탈하자 가루다들의 그 날카로운 눈동자가 한순간 지진을 일으켰다.

“이, 인간이 날수 있다니!”

“놈을 막아!”

이윽고 펼쳐지는 대학살.

-파지직!

흑뢰검에서 뿜어져 나온 전격이 주위를 강타할 때마다 가루다들은 그야말로 전기 통구이가 됐다.

또한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어지는 체술.

-펑!

유세현이 허공에 발길질을 하자, 강한 풍압이 일대를 휩쓸었다. 천마만큼 천마군림보를 응용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효과는 탁월.

그럼에도 그 숫자가 얼마나 많은지 한계는 똑똑히 있었다.

“끄아아아악! 사, 살려...”

-취직.

울부짖는 생존자들.

4자리 수였던 인원들은 어느새 3자리 수로 줄어들어 있었다.

카텐이 분에 차 중얼거렸다.

“젠장...무슨 이딴 게...”

눈물까지 살짝 고여 있는 모습.

횡으로 넓게 대열을 이룬 가루다들이 재차 그들을 향해 몰아치려던 찰나였다.

-후웅!

날아가던 사람들의 몸이 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곳에는 격렬한 전투 때문에 미처 보지 못하고 있던 거대한 대지가 있었다.

스산한 안개가 그들을 맞이한다.

추격하던 가루다들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이내 몸을 휙 돌리는 놈들.

사람들은 기뻐할 새도 없이 충격에 대비해야만 했다.

이 미친듯한 속도를 과연 육신이 버틸 수 있을까?

카텐이 입을 악무는 순간.

-스스스.

속도가 급감했다.

솜처럼 사뿐히 지면에 내려앉은 생존자들.

-투두두두

머리위로 무엇인가가 흩뿌려졌다.

죽은 사람들의 조각조각 난 내장과 뇌수 그리고 살점이었다.

“젠장...젠장 할...”

생존자들은 치를 떨었다. 그러나 섬은 그런 그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포이즌 클라우드를 들이마셨습니다. 스텟이 일부 하락합니다.]

그리고 이 독은 C랭크 45%라는 일반인보다도 훨씬 높은 저항력을 지니고 있는 유세현에게도 적용되었다.

실로 무서운 마비 독.

또한 설상가상으로 주위에 마력이 몰려들고 있었다.

마력량이 심상치 않은 것이 이곳에서 서식하는 마수 같은 느낌이 아니다.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조금 쉬었다가 가자고 할 수 있건만, 생존자들은 군말 없이  삐걱거리는 몸을 억지로 움직였다.

세 개의 관문을 지나오는 동안 유세현의 말을 들어 손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

유세현은 최대한 수가 적은 쪽을 찾아 나아갔다.

“전투 준비.”

그 말에 생존자들의 병장기가 치켜 올라간다. 적은 눈에 비치는 풀숲의 바로 너머에 있었다.

유세현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먼저 몸을 날렸다.

-쉬이익!

서로를 향해 빠르게 날아가는 검.

허나, 그 검이 두 사람의 목 끝에 닿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풀숲에 있던 자들은.

“후욱, 후욱...너, 너희들! 지금 2존에서 넘어온 거 맞지?”

“그렇다면?”

유세현이 답하자, 남자의 얼굴에 환색이 돌았다.

“리, 리더가 누구냐! 빨리! 시간이 없다! 통솔자를 불러!”

“무슨 일이 길래 그러는 거지?”

“시간 없다고 했잖아! 리더에게만 간추려서...”

“그 사내에게 말하면 되네. 그 사내가 우리의 통솔자일세.”

어느새 다가온 아린이 툭 말했다. 남자의 눈이 유세현과 아린을 빠르게 번갈아봤다.

“그, 그러냐. 알았다. 그럼 바로 이야기하도록 하지. 지금 인간측은 전멸할 위기에 놓여 있다. 빌어먹을 오크 놈들과 가루다 놈들이 일대를 싹 장악했어. 이곳으로 오면서 너희도 봤겠지? 거대한 날개를 달고 있는 새대가리

새끼들...그놈들이 가루다다.”

“......”

“그리고 조금 있으면 오크 놈들이 이곳을 에워 쌀 거다. 그러니 죽기 싫으면 일단은 우리를 따라와라. 지금 흩어지면 인간은 100% 전멸한다.”

해명하기에는 여러모로 빈 구멍이 많은 언사지만, 사실 급박한 상황에서 차분히 설명하는 것이 되려 수상한 법이다.

오크들이라고 확신은 할 수 없지만, 무엇인가가 일대를 감싸고 있다는 것도 거짓은 아니니 유세현은 일단 뒤를 따르기로 결정했다.

“조, 좋아 바로 움직인다.”

-스륵 스륵.

남자가 손으로 신호를 보내자, 풀숲이 세차게 흔들렸다.

사주경계.

낮은 자세로 풀숲을 헤쳐 간 그들이 도착한 곳은 바람이 몰아치는 높은 절벽이었다. 아래에는 거센 파도가 바위를 향해 몰아치고 있다.

“뛰어내려!”

말과 함께 몸을 던진 남자는 이윽고 파도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사색이 되는 수많은 생존자들.

자살하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이, 이거 정말 괜찮은...”

그때, 유세현이 먼저 몸을 던졌다.

마력의 흐름이 이상하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분명 무슨 장치가 되어있으리라.

“으! 모르겠다!”

카텐도 재빨리 뒤따랐다.

아린이 이어서 뛰어내리자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몸을 던졌다.

-촤아아.

커다란 기포가 생존자들의 육신을 감싼다.

덕분에 숨이 쉬어지는데다가, 바닥도 그리 깊지 않았다.

수백 명의 생존자들이 내려오자 바닥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존 인원들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생각보다...많은데?”

상당히 기쁜 어조였다.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이곳에 다다르지 못했는지 알려주는 대목.

“그래서? 누가 리더야? 역시...”

사람들의 시선이 아린을 향했다. 남성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저 영감이 아니야.”

“그럼...”

“저 남자.”

“호오? 그래?”

“어, 그러니까 이젠 니가 가서 설명해라. 후우...오크놈들 마주칠까봐 뒤지는 줄 알았네.”

“...알았다. 좀 쉬어라.”

유세현을 향해 다가간 여성이 손을 내밀었다.

“일단 제 3존...아니 파이널 존에 온 걸 환영한다. 나는 이곳을 통솔하고 있는 케드리나라고 한다.”

선배이기 때문일까?

케드리나는 자연스럽게 유세현을 낮춰 불렀다.

마음속으로 실소를 내뱉은 유세현이 악수를 받아주었다.

“유세현입니다.”

“...유...세현?”

아주 작은 목소리였음에도 이목이 단숨에 집중된다.

절대자에게 주목받은 인간.

무슨 스킬을 빼앗긴 것 까지는 모르지만, 전원에게 알림창이 나타났기에 그 이름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 당신이...정말 그 유세현이라고?”

“예.”

불신어린 표정.

유세현은 굳이 해명하지 않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

“인간이 전멸의 위기에 놓여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맞다.”

“그럼, 이곳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파이널 존이라고 하신 것부터.”

“...흠.”

케드리나가 주위를 훑었다. 한없이 지쳐 보이는 생존자들.

“알겠다. 사람들을 전부 모아줘라. 그럼 모두에게 한꺼번에 설명하도록 하지.”

“그러죠.”

사람들이 대충 근처에 자리 잡자 케드리나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 절대자의 섬(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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