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155화 (155/612)

< 삼파전(1) >

무려 레전더리 C등급에 달하는 스킬.

‘후, 키메라라...’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시험하고 싶지만 마땅한 꺼리가 없었다.

그러던 와중 맞닥뜨린 노르페움 왕국 기사단.

아이들은 그들이 자기 가족들을 죽였다는 걸 꿈에도 모른 채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아린과 그의 절친인 캐서린도 예외는 아니었다.

“와~진짜 멋지다~”

“그러게, 나도 기사는 처음 봐!”

“아린! 너도 그냥 마법사 말고 기사 하면 안돼?”

“으으음...둘다 하면 되지!”

“아! 그러면 되겠다!”

둘은 서로를 보며 킥킥 웃었다.

곧 주위를 둘러본 기사단장이 입에서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나는 붉은 발톱 기사단의 테온 펠트다. 어디에서 왔고, 무슨 이유로 남하하고 있는 중이지?”

그들은 아이들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공격하지는 않았다. 만일 그들이 모든 아이들의 씨를 말렸다면, 추후 왕국은 노동력을 완전히 상실했을 것이다.

아직도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은 노르페움보다도 더 북쪽에 위치한 마을만을 노려왔다.

“기사님들. 우리는 서쪽에 있는 모랄 마을에서 오는 길입니다요.”

“모랄 마을?”

“예, 최근 이교도들의 세력이 더 확대된지라...”

“흠, 것도 그렇지.”

남부에서 올라오는 만큼, 이 기사단은 다른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지 다행이도 아직 자세한 상황을 모르는 것 같았다.

과연 잘 넘어 갈 수 있을 것인가.

테온의 눈이 순간적으로 번뜩였다.

“그나저나 아이들이 참 많군. 몸을 지킬 무장 세력도 없어 보이는데 말이지. 수상해.”

“......”

“잠시 왕국까지 동행해줘야겠다. 만약 거절할 시에는...”

-치잉.

말이 끝남과 동시에 기사들이 검을 겨눴다.

대번에 사색이 되는 아이들.

그들 중에서는 끝내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도 있었다.

“으아아앙. 기사님이...”

그 모습에 키만의 안색이 착 가라앉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굽신거리던 노인의 허리가 꼿꼿이 세워졌다.

“검 치우게.”

“...네놈! 지금 일개 평민주제에 감히 기사에게 명령하는...”

“지금이라도 물러나면 목숨은 살려주겠네.”

다분한 통보.

키만의 입장에서는 의미 없이 목숨을 빼앗고 싶지 않아 내뱉은 말이었지만 기사의 자존심을 긁힌 테온은 그저 이를 부득 갈 뿐이었다.

“지금까지 숨어만 지내던 주제에 기사의 긍지를 더럽히다니! 역시 네놈도 이교도가 맞았군! 적들을 처리해라!”

기사단은 키만이 더 말할 새도 없이 달려들었다.

마나 스캔으로 그들의 수준을 진즉 파악하고 있던 키만이 지긋이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번쩍!

그 순간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강렬한 빛과 함께 강력한 뇌전이 한순간 일대를 가득 메웠다.

* * *

“너, 너무 무서웠어요 언니!”

“기사님들이 왜 우리를...”

이벨린의 품으로 캐서린과 아린을 포함한 여럿 아이들이 달려왔다. 퉁명스러운 세 명과 달리, 이벨린은 지금까지 그들을 무척 친근하게 대해 줬기 때문이다.

“괜찮아. 이젠 괜찮아. 다들 무서웠지?”

그녀가 아이들을 달래는 동안 유세현은 전멸한 기사단의 시체를 모아 수레에 실었다.

마을 주민이 찢겨져나간 시체를 보며 헛구역질을 내뱉었다.

그들은 유세현이 대체 무슨 연유로 시체를 모으는 것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영감님, 아이들이 이 수레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네.”

반면 키만은 대충 파악했지만 그가 하려는 행동에 토를 달지 않았다.

비록 죽은 자의 영혼을 조롱하는 행동일지언정, 그는 아이들을 위해 싸우는 몇 안 되는 아군이었다.

“바로 이동하도록 하겠네.”

수레는 이강호가 끌어주었다. 시체의 틈에 올라탄 유세현이 심호흡을 했다.

‘후...시작 해볼까.’

키메라는 살아 숨 쉬는 생명체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살아있는 재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죽은 자의 영혼을 붙잡은 뒤, 그것을 강제로 키메라에게 집어넣어 뇌와 심장의 역할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좋은 신체부위만을 사용해 이어 붙인다.

이렇게 해서 탄생하게 되는 것이 키메라였다.

유세현은 먼저 어떤 형태로 만들지 떠올렸다.

‘흠...기본은 사람형태에, 약점이 될 만한 부위에는 추가로 신체를 이어 붙이는 게 좋겠군.’

레이커드만의 저술서를 독파해서인지, 의외로 구상은 자연스럽게 되었다.

-트드득.

마침내 신체부위가 찢겨지고 봉합되기 시작했다.

내장이 삐져나오고 피가 튀는 그 과정은 정말 그로테스크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유세현이 눈 하나 깜박하는 일은 없었다.

이미 충분히 많은 몬스터들과 싸웠고, 피는 볼대로 봤으니까.

그는 전투에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현실적으로 키메라를 제조해 나갔다.

안정감을 위해 거미처럼 양옆으로 뻗어 있는 4개의 발.

옆구리에는 추가로 팔을 이어 붙였으며, 시야의 확립을 위해 등에는 사람의 머리하나를 더 봉합했다.

유세현은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훔쳤다. 하나를 만드는 데만 무려 8시간이 넘게 소요되었다.

-키익. 키이익.

주인을 알아본 키메라가 유세현을 응시했다. 유세현은 기본적인 성능을 테스트했다.

만족감은 생각보다도 무척 좋았다.

4족 보행의 안정감. 강력한 턱의 악력. 구울 보다도 높은 지능.

아쉬운 것은 사람의 손을 지니고 있는 주제에 무기를 사용하지 못 쓴다는 것 정도였다.

어느새 다가와 키메라를 주시한 김주희가 살짝 인상을 구겼다.

“선배님 취향이 좀...”

“활용도만 따져서 만든 거야.”

“히히, 농담이에요. 알고 있었어요.”

사실 혐오스러운 외관은 되려 전투 때 많은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사람이란 존재는 본디, 외관에 반응을 안 할래야 안할 수 없는 생물이니까.

마력의 흐름을 읽은 유세현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오르페움에서 파견된 자들은 실로 상상도 못한 속도로 뒤를 쫒고 있었다.

충돌은 사실상 불가피한 상황.

유세현은 북서쪽의 마력도 살폈다.

아주 약간이지만, 오르페움쪽이 더 빠르다.

‘후...이렇게 되면...’

하나하나 격파할 수 없는 지금 남은 방법은 이제 하나뿐이었다.

이강호오 의견을 나눈 유세현이 키만을 찾았다.

“영감님.”

“왜 그러는가?”

“방향을 꺾어야겠습니다.”

“방향? 어디로 말인가? 동쪽으로 더?”

“아뇨, 서쪽으로 갑니다.”

“...설마...”

“예, 삼파전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 * *

노르페움의 군사와 이교도, 이 두 집단 중에서 아이들에게 그나마 해가 덜한 집단을 꼽으라고 한다면 우습게도 이교도들이었다.

그들은 적어도 바로 죽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

허나, 정말 안타깝게도 위치가 노르페움 쪽이 더 가까운 만큼, 먼저 조우한 것은 기사단의 정찰대였다.

말이 정찰대이지 성기사와 사제들을 포함해 약 200명이 넘어갔기에, 그들은 대뜸 검부터 빼들었다.

“마신을 따르는 자들이여! 대지의 빛이시자 모든 생명의 어머니, 광명의 신 디에우스의 종복인 나 첼레 베딘이 너희들을 처단하리라!”

“나 케이븐 펠베도 왕명에 따라 너희를 처단하겠다.”

국가 반역죄, 악신 찬양죄 등 그들의 말만 들어 보자면 마을주민과 일행은 아예 죽일 놈들이었다.

아이들은 잔뜩 겁에 질려 오들오들 떨었다.

떨리는 눈동자 속에는 이전 갈망했었던 기사에 대한 로망은 이미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이를 으득 간 마을 주민 한 명이 핏대가 서라 외쳤다.

“이 똥물에 튀겨죽일 거지같은 놈들아! 우리가 언제 마신을 따랐냐! 학살을 자행한건 너희들이 아니냐!”

“맞다! 너희들은 신을 모실자격도! 기사도를 논할 자격도 되지 못한다! 우리를 그냥 보내줘라!”

이에, 첼레가 입술을 곱씹었다.

“마신의 종 주제에! 전서구는 당장 본대에 위치를 알려라! 우리가 도착하는 동안 제압하고 있겠다!”

첼레 베딘, 케이븐 펠베가 동시에 검과 창을 치켜세웠다.

일제 공격 명령이었다.

전투원은 고작 해봐야 5~6명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에, 교단, 왕궁에서 각기 최고의 무력을 자랑하는 그들은 일행을 멸하는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아마 본대가 올 때쯤에는 전부 정리가 되어있을 터!

“광휘의 빛이여! 창이 되어 적을 심판하라! 홀리 스피어!”

사제가 곧바로 발동되는 각종 버프와 신성마법을 발현시켰다

성기사와 기사들은 용맹하게 돌격했다.

그 와중 마법사들의 마법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대마법사, 그중에서도 역대 최고의 수준을 지니고 있는 키만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존재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계약까지 파기해가며 참가를 거부한 것이다.

당사자, 키만이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체인 라이트닝!”

손에서 날아간 번개가 적의 육신을 타고 연쇄적으로 흘렀다.

감전에 의해 자유를 빼앗기고 고열에 의해 새까맣게 그을려 쓰러지는 이들.

“빛이여! 생명이 되어 상처를 났게 하라! 힐!”

사제들은 그런 인원들을 치유해 나갔다. 확실하게 목숨을 끊어놓지 않거나, 치명상을 입히지 못한다면, 그들은 좀비처럼 되 살아나는 게 가능했다.

물론, 가만히 두고 보고 있을 키만이 아니었다.

그는 더더욱 거세게 마법을 퍼부었다.

얼음가시가 하늘에서 빗발치고, 지면에서는 얼음의 창이 불쑥 튀어나와 적을 꿰뚫는다.

암흑투기를 발현한 유세현도 적을 베어나갔다.

“이건, 마기?”

정체를 파악한 사제들은 황급히 신성을 발휘해 대응했으나, 순수한 마력의 순도, 권능의 차이 때문에 전부 상쇄시킬 수는 없었다.

“크윽! 무슨 이런 마기가...”

5 대 200

각 40명씩 상대해야 되는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일행은 한명도 놓치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허나, 아무리 그들이 고군분투해도 전부를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

유세현의 검격을 회피한 기사 한 명이 수레의 뒤에 숨어있는 아이들을 질주했다.

“큭!”

유세현은 혀를 찼다. 현재 이곳에는 이교도와 기사단의 본대가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전부 상대하기 위해서는 마력을 최대한 아껴둬야만 했다.

‘제기랄. 마력양을 더 늘려야 되는...“

그때였다.

여태까지 계속 뒤에 숨어만 있던 마을주민들이 낫, 식칼 등 조악한 무기를 들고 일어섰다.

잔뜩 충혈 되어있는 눈. 꽉 아문 입.

기사는 엄청난 인원수에 자신도 모르게 발을 멈춰 섰다.

“이놈들아! 우리아이는 못 건드린다!”

당당히 외친 남성이 앞으로 나서려 하자 자식으로 추정되는 아이 한명이 쪼르르 달려와 손을 붙잡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나이었지만,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앞으로 나서면 필이 죽게 된다는 것을.

고개를 돌린 남성이 울고 있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마라 아빠가 지켜 줄 테니. 여긴 위험하니까 레디나 아주머니 옆에가 있거라.”

“...하지만!”

“어서. 말 잘 들어야 착한 어린이지?”

“......”

아이는 결국 터덜터덜 원래 장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 사이 대치하고 있던 기사의 수는 불어나 어느새 10명을 웃돌고 있었다.

“고작 낫 따위로 우리를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

사람들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노려볼 뿐.

다른 부모의 희생으로 여기까지 도달한 그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자신들이 나서야 될 차례임을.

“갑시다! 지켜냅시다!”

“우아아아아!”

100명이 넘는 인원이 우르르 쏟아졌다.

잘리고, 찔리고.

화살을 다 쓴 그들은 정말 일반인에 불과했지만 그럼에도 무척 강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일반인이기 이전에 한 아이의 부모였으니까.

그렇게 전투가 이어지기를 30분.

목이 떨어져 나간 이들. 강력한 마법에 의해 꼬챙이가 된 이들.

주위에는 사제, 성기사, 기사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어, 어떻게...이정도의 인원에 우리가...”

-서걱.

정찰대장 케이븐은 말을 끝낼 수 없었다.

단번에 수급을 취한 유세현의 고개가 수레가 있는 방향으로 사르륵 돌아갔다.

기사들과 뒤섞여 쓰러져 있는 마을주민.

아이들은 다행이도 한명도 빠짐없이 지킬 수 있었지만, 그 결과로 30명이 넘는 마을 주민이 희생되었다.

한 아이가 엉엉 울고 있는 모습이 문득 눈가에 비쳤다.

이름이 분명 캐서린이었을 것이다.

암흑투기에 마력을 좀 더 쏟아 부었다면, 희생하지 않아도 되었을 수도 있는데.

부모님을 잃었을 때의 아픔.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유세현은 한순간 아이들을 동정하다가 고개를 황급히 저었다.

‘아니, 깊게 생각 하지 말자. 이건 진짜가 아니야. 이곳은 던전이다.’

어느새 기사단의 본대가 그들의 앞에 거의 도달해 있었다.

< 삼파전(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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