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111화 (111/612)

< 결과와 대책(2) >

‘이거밖에 살아남지 못 한 건가.’

주둔지의 인원은 본래 3만 명을 웃돌았다.

그런 3만 명 중 3천 명, 고작 10%도 살아남지 못한 것이다.

해일에 휩쓸려 빠져나오지 못하고 괴멸된 팀 아레스. 흉흉한 군세를 버티지 못하고 죽은 저층계 인원.

이번 전투로 인해 형세는 고블린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하지만.

이름: [유세현]

성별: [남]

나이: [25]

키: [181cm]

체중: [75kg]

<주요스텟>

힘: 93.1% [E Rank]

민첩: 92.7% [E Rank]

체력: 89.6% [E Rank]

내구력: 88.4% [E Rank]

어둠의 마력: 91.5% [E Rank]

<저항력>

물리저항: 90.8% [E Rank]

마력저항: 88.3% [E Rank]

<속성저항>

화: 85.2% [E Rank]

수: 81.8% [E Rank]

풍: 77.4% [E Rank]

어둠: 100% [SSS Rank]

<스킬>

프로즌 디퓨전 [매직 F Rank][숙련도: 100%]

암흑투기 [유니크 SS Rank][숙련도: 99%]

언데드 레이즈 [유니크 F Rank][숙련도: 65%]

천마심법(天魔心法) [에픽 SSS Rank][숙련도: 5%]

<특수특성>

마(魔)

이번 전투로 인해 스텟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또 균등하게 상승했다.

이는 가지고 있는 스킬을 고려했을 때 5층에 위치해 잇는 최상급 몬스터 혹은 6층의 최하급 몬스터를 씹어 먹을 수 있는 스펙이었다.

유세현의 시선이 암흑투기의 숙련도로 향했다.

99%인지라 본래라면 언제 랭크 업이 되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안타깝게도 암흑투기의 숙련도는 일주일이 넘도록 계속 99%에만 머물러있었다.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올라가지 않는 숙련도.

그는 단순히 스킬을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숙련도가 증가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해답을 찾기 위해 힘썼다.

그리고 그 단서를 천마심법의 운용을 통해 찾을 수 있었다.

천마심법.

이 호흡법을 운용하면 흉흉한 어둠의 마력에 패도의 힘이 담기게 된다.

스킬을 사용하게 되면 안 그래도 어둠의 마력에 의해 위력이 강해진 스킬이 더욱 증대되는 것.

가만히 자리에 앉아 천마심법을 운용하고 있자면, 머릿속에서 무수한 글귀가 자연스레 나열된다.

그것은 이전 천마가 읊어준 구결이었다.

고작 이런 말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강제적으로 넣은 것이기에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머리로는 알겠으나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처음 천마신공을 사용할 당시 그는 별다른 생각 없이 그저 운용에만 힘썼다.

계속 사용하다 보면 결국 익숙해질 것이므로.

허나,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천마신공은 구결의 의미를 하나하나 되새겨야만 비로소 미약하게나마 숙련도가 올랐다. 그렇다, 마치 배운 것들을 복습을 통하여 재정립해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처럼.

이강호는 이것을 에픽 스킬의 부작용이라고 치부했다.

본래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만큼, 현대인으로서는 알 필요 없었던 원리를 깨우쳐야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본이 아닌 유니크 스킬, 암흑투기는 왜 더 이상 숙련도가 오르지 않는 것일까.

유세현은 이 답이 특수 특성 마(魔) 있다고 생각했다.

이 권능으로 인해, 어둠에 관련된 모든 스킬은 본연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되었다.

한계를 돌파해나가다 보면 결국 언젠가는 원본에 다다를 수도 있는 노릇.

암흑투기와 언데드레이즈가 지금부터 에픽 등급의 패널티를 받는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것이다.

‘차근차근 풀어나가야겠군.’

생각을 마친 유세현은 천마심법을 운용할 겸 김주희 근처에 대충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막 시작하려 할 때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클락과 김다혜였다. 클락이 안부 인사를 건네며 운을 뗐다.

“저,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저는 아직도 뻐근합니다만.”

“견딜만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아,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휴식하는데 방해가 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겉치레적인 말이 잠시 이어졌다. 클락이 조심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강호를 찾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저, 그런데 이강호씨는 어디에...”

“잠깐 뭐 좀 한다고 어딜 갔습니다. 저에게 말씀하시면 전해드리겠습니다. 아니면 나중에 직접 찾아와 하셔도 되고.”

“아, 그럼 그냥 지금 하겠습니다. 우선 저희는 이곳에서 다시 팀을 다시 꾸리기로 했습니다. 팀명은 리멤버.”

유세현이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회의장에서 돌아오면서 대화를 대충이나마 흘겨 들었기에 알고 있던 내용이었다.

클락이 비장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희는 이 팀을 이강호씨가 이끌어주셨으면 합니다.”

“오...”

이건좀 예상외였다. 사람을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스스로 자리를 내주는 것은 쉽지 않은데.

그는 확실히 팀 라이트의 리더가 될 만한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두 분께서는 당연히 주 측 간부가 되실 겁니다. 혹시 팀에 들어올 생각이 있으십니까?”

“아뇨.”

“하하...그러십니까.”

단호한 거부에 클락이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하기야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들은 계속 3인으로 다녔으니까. 더군다나 주둔지에서 보여줬던 무력을 감안하자면 그들은 신생 팀이 아니라 3대 팀의 수장이 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이에, 김다혜가 입을 달짝였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차마 꺼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무튼 추후에라도 의향이 있으시다면 개의치 않고 말씀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예, 그럼...”

두 사람은 인파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유세현은 눈을 감고 운용을 계속했다.

그가 눈을 다시 뜬 것은 한 시간 정도가 지나 이강호가 돌아왔을 때였다.

“어디 갔다 왔냐?”

“어, 요새 구조가 기억이 안 나서 잠시 둘러보고 왔어.”

비록 거짓말 한 것은 아니었지만, 정확히 말해서 이강호가 둘러본 곳은 에단 진형이었다. 그는 에단을 처리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본래라면 다른 방법을 모색했었겠지만, 고블린들이 완전 적대로 돌아선 지금 공들여 설득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에게 요새 3대 팀에 속하는 팀 아돌프를 계속 맡겨 놓는다면 인간 진형은 더더욱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게 되리라.

방해되는 자는 배제한다.

그가 비록 자신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았더라도.

인간으로서의 도덕심을 저버린, 그렇기에 정말 다급할 때만 사용하기로 마음먹은 방법.

이강호는 자신의 손만 더럽힐 생각이었다.

허나, 지금 당장 암살을 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경계병이 너무 많아.’

그의 화염이라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에단을 일격에 재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보는 눈이 많다면 다다르기 힘들뿐더러 들킬 가능성이 크다.

‘아퀼라를 사용 해볼까?’

그렇게 되면 복상사로 죽일 수가 있다. 허나, 특수한 경우이니 만큼, 아퀼라를 보았던 인원들은 누군지 자연스럽게 의심하게 되리라.

‘그냥 이번 사냥 때 처리하는 게 더 났겠군.’

이강호의 눈빛이 고요히 가라앉았다.

한 없이 냉철하게 보이는 그 눈빛은 그가 판도라에서 막 회귀했을 때의 눈빛이었다.

* * *

쿠구구구!

구름섬 1층부터 6층까지 온 세상이 진동했다. 그것은 게이트가 열렸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일종의 신호탄이었다.

이에, 1~3층에 달하는 저층계 생존자들은 똘똘 뭉쳐 사냥에 나설 준비를 했다.

몬스터가 잡기 쉬운 만큼, 넋 놓고 기다렸다가는 다른 이 종족들이 전부 먹어버릴 수 있기 때문.

반면, 4~6층까지의 고층계 인원들은 차분히 몬스터 웨이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1~3층과 달리 4~6층의 몬스터는 지능이 제법 있기 때문에 쉽게 잡을 수 없을 뿐더러, 특수능력을 가지고 있는 적이 즐비하다.

이동하다가 몬스터가 뜬금없이 대량으로 생성되는 날에는 전멸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몬스터가 전부 배치되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냥을 개시한다.

물론 잡기 쉬운 쪽으로, 4층의 뱀파이어나 5층의 와이번 등 잡기 어려운 쪽으로는 아예 가지 않는다.

진동이 멎으면 바로 뛰쳐나가기 위해 출구 근처에서 대기하던 유세현이 막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이태광의 팀을 맞았다.

“가자 길태야! 세현 동생! 나중에 봐! 내가 싹 쓸어버리고 올게!”

“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봬요. 세현씨. 고블린 조심하시구요.”

“예, 나중에 뵙겠습니다. 한별씨.”

클락이 팀 리벰버 창설이후, 현재 주둔지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딱 두 팀으로 나뉘었다.

클락이 이끄는 고층계 생존자들과, 이태광이 이끄는 저층계 생존자들.

뭐, 그래봤자 대부분의 인원이 죽은 터라 고작 삼백 명도 되지 않았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수준이 높다는 점이었다.

생존에 성공한 그들은 고작 3개월 차 저층계 인원이라고 하기에는 엄청난 스텟을 지니게 된 것.

또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함께해서인지 의외로 강한 유대감을 보였다.

트드득.

인원이 빠져나가기 무섭게 다시 굳건히 닫히는 문.

유세현 일행은 진동이 수그러들고 나서야 구름섬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5층에 위치한 리자드맨의 늪지대.

그들은 보다 순도 높은 코인을 얻기 위해, 이곳에 새롭게 등장했을 보스급 몬스터 리자드맨 킹을 잡을 생각이었다.

서걱!

촤악!

그들은 달려드는 리자드맨을 처리해가며 계속 전진했다. 리자드맨은 광범위 공격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는, 순수한 육체파에 가까웠기 때문에 암흑투기가 있는 그들로서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캬아아악.”

마침내 거친 비명과 함께 지면으로 쓰러지는 리자드맨 킹의 거구!

일행은 코인을 나눠 흡수했다. 스텟을 확인한 김주희가 살짝 깜짝 놀라 소리쳤다.

“우와!”

생각보다 무척 많이 올라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보스몬스터의 위엄.

“다음 장소로 바로 이동한다.”

“예!”

그들은 이강호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빠르게 움직였다. 보스몬스터는 개체 당 단 한 마리밖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쉬는 시간 따위는 갖지 않았다.

선대의 리더에게서 정보를 물려받은 3대 팀의 인원들 또한 혈안이 되어 찾을 것이 분명했기에.

“씨발! 뭐야? 어떤 새끼들이!”

싸늘한 시체가 되어있는 리자드맨 킹을 확인한 에단의 입에서 오만 욕이 터져 나왔다.

인원들을 챙겨 부랴부랴 달려왔는데 이미 죽어있다니?

이 장소는 예전부터 팀 아돌프가 독점해오던 곳이었다.

“게릭이 범인 아닐까요? 얼마 전에 한바탕 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게릭?”

부하의 말에 같이 출발한 게릭의 팀을 떠올린 에단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 새끼가 아니야...그놈들이 이렇게 빨리 도착 할 수 있을 리가 없어.”

“그럼 대체...설마 코볼트나 고블린들이?”

“후...코볼트?”

코볼트들은 최근 묘하게 조용했다.

쟁탈전에도 잘 참여하지도 않고.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활발한 고블린뿐인데 이 또한 말이 안 됐다.

우선 리자드맨이 서식하고 있는 늪지대는 인간진형에서 무척이나 가깝다.

이동속도에서 말이 안 될뿐더러, 그들 진형에도 먹을 것이 많을 터인데 뭣 때문에 무리하여 이쪽까지 올 필요가 있단 말인가.

“일단 다음 장소로 움직이자!”

에단은 곧바로 병력을 움직였다. 목적지는 웹 터틀이라는 거대 거북이가 살고 있는 계곡. 이놈은 상당량의 마력 코인을 선사할 뿐더러 운이 좋으면 물 계열의 스킬도 익힐 수 있다.

허나.

“으아아아! 이런 씨바아아알!”

에단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그들이 노렸던 웹 터틀은 이미 뒤로 벌러덩 까뒤집어진 상태였다.

* * *

일행은 알맹이만 쏙 빼먹으며 빠르게 5층을 돌았다.

그 덕에 새로이 뽑힌 3대 팀의 리더들은 선대와 다르게 적잖은 손해를 봐야만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일주일이 흐른 지금.

그들은 6층으로 도약할 채비를 완전히 끝낸 상태였다. 이제 6층에서 스텟을 충분히 올린 뒤 본격적인 고블린 토벌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들은 층을 올라가기 전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보스를 잡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향하는 곳은 라플레시아의 숲.

팀 아돌프가 마지막으로 향하게 될 곳이었다.

이강호가 김주희에게서 잠시 양도 받은 키만의 봉인 팔찌를 쓱쓱 문질렀다. 그의 옆에는 주인으로 인정한 아퀼라가 고혹스러운 자태를 뽐내며 자리 잡고 있었다.

수정 구슬을 바라보던 이강호가 물었다.

“그래서? 거리는 얼마나 되지?”

“그렇게 멀지 않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도착할 것이다.”

“그래? 알았어. 너는 내가 소환할 때마다 계속 제3의 눈을 사용해서 놈들이 어디에 있나 파악해라.”

“알겠다.”

솨아아.

아퀼라가 연기처럼 흩뿌려지며 자취를 감추자 잠시 몸을 감추고 있던 풀숲 저편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야! 강호야! 볼일 다 봤으면 코인분배하게 빨리 와라. 누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

“어, 알았어. 지금 간다.”

이강호는 그들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 결과와 대책(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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