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39화 (39/612)

계략(2)

“그럼 이번 아이템은 못 얻을 수도 있어.”

“괜찮아. 하나쯤이야 뭐...”

지금까지 떨어진 것은 전부 레어 수준의 아이템.

사실 이곳이 최상급 던전이라 이렇게 아이템이 나오는 것이지, 본래 레어 등급도 무척이나 얻기 힘든 아이템이다.

그렇기에 본래라면 정보수집은 나중으로 미루고 할당량을 높이기 위해 애를 썼을 것이지만, 배가 이미 많이 불러있던 김주환은 벤시를 잡는 것보다도 이틈을 타 정보를 캐내는 것이 시급하다 판단했다.

“가자, 강호야.”

“그래. 아! 남태영공의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이곳에서 잠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미흡한 소인 때문에...정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런 말 마십시오. 그럼 갖다 오겠습니다.”

이윽고 남태영 주위를 서성이던 방해물이 사라졌다.

김주환은 그 틈을 타 슬그머니 남태영을 향해 접근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김주환이라고 합니다. 옆에서 보기만 했지 이렇게 인사를 나누는 것은 처음이군요. 반갑습니다.”

“아, 남해태양궁의 남태영입니다. 구출에 조력해 주시는 것은 너무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태영이 살며시 포권을 취하며 인사하자, 김주환의 고개가 갸웃 넘어갔다.

‘남해태양궁이라고? 역시 이자는 현대인이 아니야...그보다 구출? 그리고 조력이라니...’

역시 분명 무엇인가가 있다.

김주환은 가설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특유의 잔머리로 남태영에게서 정보를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백화수의 납치부터 시작하여 지하감옥에서의 구출. 그리고 마지막 보상까지.

여태까지 있었던 일을 간단히 들은 김주환의 표정이 꿋꿋이 굳었다.

‘이 자식들...이래서 일부러 생존자들에게 접근하지 않은 거구나. 제기랄.’

김주환은 자초지종을 설명하여 오해를 푼 뒤 자신이 백화수를 구해줄 것을 제기했다.

허나, 이미 유세현과 이강호에게 한번 약조를 한 남태영의 심기는 무척이나 꿋꿋했다.

“죄송합니다. 소인, 저를 구해준 은공님을 믿겠습니다.”

‘...이런 염병할.’

이래서는 남 좋은 꼴만 해주는 것 아닌가.

끼아아!

김주환이 분을 삭이고 있을 무렵, 전방에서 벤시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귀를 따갑게 울리던 이전과는 조금 다른 서글픈 비명 소리였다.

‘제길, 벌써 잡았구나.’

김주환은 얼른 앞으로 달려갔다.

때마침 유세현과 이강호가 아이템을 분배하고 있었다. 뒤에 서 있는 김수현의 모습을 보니 역시 밀린 것이 분명하다.

‘구린 아이템이나 나와라!’

김주환은 저주를 퍼부으며 아이템을 살폈다.

아이템명: 영혼의 귀걸이

등급: 유니크 [B Rank]

상세정보: 영혼석으로 만들어진 귀걸이 입니다. 오랜 시간 벤시 퀸의 몸속에 위치해 있어 죽은 영혼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생겼습니다. 사용자는 담긴 영혼의 기술을 일부 재현할 수 있습니다. 단, 영혼의 교환은 불가능 합니다.

사용효과: 영혼수집(2명제한)

‘미친!’

욕이 절로 나왔다.

여태까지 나왔던 아이템 중에 가장 최상의 등급이었다.

거기다가 효과도 이루어말 할 수 없다.

소악마들의 강한 마법을 훔칠 수도 있는 것!

‘이런 씨발.’

주먹이 자연스레 부들부들 떨렸다.

김수현도 아쉬운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뭘 어쩌겠는가. 이미 아이템은 넘어간 것을.

김주환은 스스로 아이템을 얻을 기회를 걷어 차버린 것이다.

귀걸이를 달랑달랑 흔들고 있던 유세현이 이강호를 향해 말했다.

“음...귀걸이라. 이것도 그냥 내가 가지라고? 정말 괜찮겠어?”

“난. 끝에 얻을 보상하나면 돼. 필요 없어.”

“히히. 저도 선배님이 가지시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리고 전 한 것도 없는데요.”

애초에 김주희에게는 줄 생각도 없었지만, 얻은 반지와 정령스킬이 나름 마음에 들었는지 이전처럼 눈을 빛내지 않았다.

“...그렇다면 뭐.”

유세현은 망설임 없이 귀걸이를 귓볼에 갖다 대었다.

평소 악세서리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타입이었던지라, 귀걸이를 하는 것은 생전 처음이었다.

귀걸이에 박혀있는 각각의 영혼석이 빛을 반사시키며 영롱하게 빛났다.

유세현은 처음 느껴보는 이물감에 귓볼을 만지작거렸다.

‘스킬을 일부 재현할 수 있다라...’

소악마의 스킬을 흡수하면 처음은 그럭저럭 쓸만할 수도 있었다.

허나, 스텟이 높은 지금은 굳이 원거리 공격을 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미래를 위해서는 되도록 아껴두다가 정말 성가신 보스급의 영혼을 얻는 게 나을 것이다.

‘좋은 아이템을 얻었군.’

그들은 계속해서 적을 죽이며 전진했다.

그렇게 거진 3시간 쯤 지났을까.

4층에 올라온 뒤로부터 쭉 이어졌던 외길이 마침내 끝이 나며 3갈래로 갈라진 통로로 각각의 문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문을 살펴본 남태영이 말했다.

“여기가 마왕성의 끝인 것 같습니다.”

“예?”

“이곳에 도착하기 전 지도를 본 바가 있습니다. 그러니 틀림없습니다. 이 오른쪽 방에는 제 연인 화수가 잡혀있을 것 입니다.”

“오...”

마왕성 공략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세현은 쇠뿔도 단번에 뺄겸 곧바로 움직였다.

허나, 굳건히 잠긴 오른쪽문은 아무리해도 열리지 않았다.

“제가 본 바에 의하면 남은 두 통로를 동시에 열고 내부로 들어가 특정장치를 작동시켜야 오른쪽 문이 열리게 되어있는 구조였습니다.”

“동시에 말입니까? 설마 장치도?”

“예. 장치 또한 제한 시간 내에 발동시켜야 됩니다.”

“아...”

남태영이 하는 말은 지극히 간단했다.

생존자들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가정했을 때 필연적으로 둘로 갈라져서 내부로 들어가야 된다는 것.

아직 마수들이 얼마나 분포해있을 지는 모르는 일이었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리 만만치 않을 듯했다.

그리고 그 순간 김주환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허나,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하던 유세현과 이강호는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세현아, 마력 얼마나 남았냐.”

“총량의 20%정도...이 양으로는 프로즌 디퓨전도 얼마 사용 못해.”

“좋아, 그렇다면 제대로 휴식을 취한 뒤에 움직이자.”

“확실히...그러는 게 좋겠네.”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던 그들은 만반을 대비해 컨디션을 최상으로 올려놓기 위해 뒤로 물러나 하루 쉬기로 결정했다.

“후우, 드디어 마왕성의 끝이 보이네.”

“그러게...그런데 뭔가 이상해.”

안전지대에 앉아있던 이강호가 무엇인가를 찾기라도 하듯 다시 문 주위에 다가가 서성였다.

“뭐가 이상한데?”

“마왕의 방으로 가는 입구가 보이지 않아. 분명 여기일 텐데.”

본래 이강호가 알고 있는 정보에는 세 갈래 길 정면으로 마왕의 방으로 가는 문이 있어야만했다.

그러데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뭐?”

여태까지 이강호가 틀린 적은 아직까지 한 번도 없었거늘.

유세현의 표정이 심각하게 바뀌었다.

“흠...우리가 오면서 뭘 건드린 건가?”

“음, 그럴 수도 있긴 하지만...”

이강호는 뭔가 잊은 것이 없는지 생각을 반복했다. 허나,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꺼리가 없었다.

‘설마 이것도 Ex아이템의 효과...아니, 그럴리가 없지.’

Ex아이템의 효과는 기억과 관련된 모든 것을 잊게 만든다.

만약 영향을 받았다면 마왕성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분명 뭐가 있는 건 분명한데...”

알 방도가 없었다.

결국 이강호는 좀 더 조심하자는 것으로 말을 끝 맞췄다.

* * *

한편 같은 시각.

유세현의 동향을 살피던 김주환은 그들이 문으로 다가가기 무섭게 1차 튜토리얼부터 여태까지 같이 해왔던 자들을 은밀하게 불러들였다.

그 수는 무려 20명.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따로 보자고 부르신 겁니까?”

“여러분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쉬고 계신데 죄송합니다.”

진중하게 말을 내뱉는 김주환의 얼굴은 무수한 고심이 담긴 표정이었다.

생존자들의 표정이 착 가라 앉았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대충 무슨 말을 할지 얼추 예상이 되는 것.

이윽고 김주환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께서는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야, 뭐...결코 좋지는 않지만 썩 나쁘지도...”

생존자들은 말을 입 밖으로 꺼냄에 있어 무척이나 신중했다.

뛰어난 판단력과 처세술로 여기까지 이끌어준 김주환은 여전히 뛰어난 리더였지만, 그렇다 해서 유세현 일행과 얽히고 싶지 않은 것이 그들의 본심이었다.

이런 말이 있지 않는가.

고래싸움에 괜히 새우등이 터진다고.

이득은 보고 싶지만, 위험한 리스크를 원하지는 않는, 김주환을 따르는 생존자들은 살짝 이기적이면서도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런 생존자들의 심리를 김주환은 알고 있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지금 상황이 별로 달갑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는 더욱더 망설이지 않고 대놓고 속내를 드러냈다.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 봤자 계속 이런 식으로 밋밋한 반응을 보이며 화제를 전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아니나 다를까 직설적인 언변에 생존자들의 안색이 더욱 굳었다.

김주환이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도 지금까지 보셔서 아시겠지만, 스킬과 아이템은 대부분 저희 형제 아니면 저들이 먹었습니다. 할당량 때문이죠.”

“......”

사실, 유세현의 일행이 없을 때도 아이템은 김주환 형제가 많이 독식 한 편이었다.

허나 생존자들 또한 그들의 무력을 이용하고 있는 이상, 굳이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만약 이상태가 지속 된다면 추후 여러분들은 이 2차 튜토리얼이 끝날 때까지 더 이상 아무런 아이템도 얻으실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김주환은 연설을 더해갔다.

그 대부분이 유세현과 이강호가 존재해 생기는 악영향에 대한 것이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남성 한명이 조심히 입을 열었다.

평소 혈기가 넘쳐, 생존자들 중 김수현과 김주환을 제외하고 전투를 가장 잘하기로 일컬어진 청년. 김시환이었다.

“결국 하시고 싶은 말씀은 기회가 생긴 만큼 그들의 뒤를 한번 노려보고 싶다는 거군요.”

“큼큼! 어험!”

일부 생존자들이 헛기침을 하며 김시환을 쏘아봤다.

왜 그런 쓸데없는 말을 꺼냈냐는 뜻.

허나 김시환은 되려 어깨를 으쓱 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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