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25화 (25/612)

김주희(3)

“후후. 그건 아니지. 당연히 몬스터를 잡아야지. 하지만 그쪽과 달리 우리 쪽에는 굳이 잡지 못해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해.”

마도철의 눈이 슬그머니 후미진 곳으로 향했다.

안 그래도 눈치가 빠른 김주희는 내용을 단번에 이해했다.

“말 그대로 기브 앤 테이크라는 거네요. 어떻게 분배를 해주시는 데요?”

“하루 사냥한 것의 1/10. 단, 그날 얼마나 사냥하게 될지 모르니 배분은 다음날에 이뤄지지.”

빛과도 빠른 대답에 김주희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말이 기브 앤 테이크지 사실 이것은 싸구려 폭리나 다름이 없었다.

그 정도 소량의 코인으로는 몸을 스스로 지킬 만큼 절대 강해지지 못하니까.

하지만 마도철을 되려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을 덧붙였다.

“사실 이것도 많이 지급 해주는 거야~몬스터가 얼마나 흉폭하고 위험한지는 잘 알잖아?”

“......”

김주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윤리가 무너지고 힘이 전부인 세계.

이곳에서 기본적인 전투를 하지 못하는 자는 그야말로 버러지와 다름이 없었다.

살기위해 몸을 아무렇게나 굴리는 힘없는 여자들과 성매매를 아무렇지도 않게 제안하는 마도철.

정정한다. 이용석은 그나마 신사에 속했다.

김주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 이만 가볼게요. 너무 오래있으면 선배님들이 걱정 같아서.”

“...허허. 걱정? 과연 그럴까?”

“...아무튼, 일단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하, 당사자 마음이 그렇다면야...아쉽네. 생각 있으면 언제든지 오고.”

“예. 그럼 안녕히...”

자리에서 일어선 김주희가 어둠 저편으로 사라졌다.

매끈한 다리를 줄곧 주시하고 있던 마도철이 다시 한 번 입맛을 다시자 주위에서 이를 지켜보던 패거리 3명이 삽시간에 주위로 몰려들었다.

“형님! 뭐랍니까? 온 답니까?”

“하하하. 조금만 더 꼬드기면 애쓸 것 없이 스스로 넘어올 것 같긴 한데...그보다 내가 하라고 지시한건?”

마도철의 말에 오른팔인 김창식이 꽉 쥐고 있던 손을 재빨리 앞으로 내밀었다.

“헤헤. 물론 처리했습니다. 형님이 준 음료를 마시고 쥐도 새도 모르게 골아 떨어져 있더라고요. 여기 나온 코인이요.”

김창식이 내민 손바닥에는 붉은색, 파란색, 녹색등 여러가지 코인들이 섞여있었다.

마도철은 즉시 기분 좋게 그것을 흡수했다.꽉 쥔 주먹으로 너머로 터질 듯한 힘이 느껴졌다.

‘이 정도라면 이젠 쉽게 죽일 수 있겠지.’

본디 마도철은 사회에 있을 때 살인과 성폭력으로만 전과 12범을 찍었다.

그렇기에 본래라면 구치장에서 이들과 함께 향후 5년은 더 썩어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곳으로 불려와 튜토리얼이란 것을 진행하게 되었다.

갑자기 나타난 몬스터와 불안에 떠는 사람들.

도우미가 처음 소환한 고블린을 우연히 죽이는데 성공한 마도철은 [물어뜯기]라는 매직등급 스킬을 얻게 되자, 이를 앞세워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 자연스레 우두머리가 되기 무섭게 마도철은 미리 생각해두었던 일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하렘의 구축.

그는 먼저 식량을 구한다는 것을 빌미로 쓸모없는 남자들을 하나 둘 몬스터에게 죽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떨어진 코인을 흡수하여 강해진 뒤 공터로 침입하는 몬스터들에게서 젊은 여자들을 구했다.

받아낸 대가는 당연히 몸.

4명의 여자에게 둘러싸여 행복한 나날을 보낸 3일 동안 이곳은 마도철에게 있어 천국이었다.

‘정말 좋았는데.’

마음 같았으면 계속 데리고 다니면서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탐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도철은 느끼고 있었다.

앞으로 계속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니 2차 튜토리얼에 가서도 우위를 점해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강해져야한다는 것을.

그는 자신을 따랐던 심복과 함께 마지막 날 여자를 전부 죽였고 코인을 흡수했다.

그렇게 그는 통로의 몬스터를 잡지 않고도 여기까지 강해졌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대로 힘이 강하자 자연스레 여자가 따라왔다.

마도철이 심복 3명을 향해 말했다.

“나머지 남자들는 내일 마저 처리한다. 그리고 그 다음은...”

“그 다음은요?”

“우리 미스 진, 김주희를 결박하고 있는 두 마리를 없애야지.”

“크크크. 기다리시지 않는 겁니까? 길 하나는 기똥차게 잘 찾는 것 갔습니다만.”

“흐하하하! 물론 이용할 대로 이용한 다음에 처리해야지! 아무튼 수면제는 많이 남아있지?”

“아직, 50명 정도는 더 재울 수 있을 만한 양입니다.”

“그럼 마비약은?”

“그건 얼마 안 남았습니다만 아직 5명은 거뜬합니다.”

“크크. 그래 잘 챙겨놔라.”

“예. 당연하죠. 형님”

상황을 만드는 것은 현대 사회보다도 훨씬 쉽다.

이곳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세상이니까.

마도철은 음흉하게 웃으며 쉬고 있는 다른 여자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크낙사스는 정확히 중간다리로 가기 직전 위치해 있는 초원에 살고 있는 코뿔소형 초식동물이다.

포악한 몬스터와 달리 성격도 온순한 쪽에 속해 선제공격은 웬만해선 하지 않지만, 자이언트 터틀과 큰 차이점이 있다면 공격 시 강하게 대응한다는 점과 집단으로 우르르 뭉쳐다는 다는 점이다.

강한 저항력과 무겁고 육중한 육체를 가지고 있는 크낙사스.

본래라면 이 장소에 도착하기까지 일주일은 더 소요되지만 이강호의 정확한 안내 덕에 그들은 헤매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이름: [유세현]

성별: [남]

나이: [25]

키: [181cm]

체중: [75kg]

<주요스텟>

힘: 0.2% [E Rank]

민첩: 0.1% [E Rank]

체력: 58.9% [F Rank]

내구력: 41.3% [F Rank]

마력: 12.9% [F Rank]

<저항력>

물리저항: 26.4% [F Rank]

마력저항: 22.4% [F Rank]

<속성저항>

화: 3% [F Rank]

수: 3% [F Rank]

<스킬>

프로즌 디퓨전 [매직 F Rank][숙련도: 51%]

힘과 민첩이 E랭크를 넘은 순간부터 고블린이 주는 코인으로는 더 이상 퍼센트가 잘 오르지 않았다.

한 마리를 잡을 때 마다 고작해 봐야 0.01%를 주는 정도.

스킬과 스텟에 등급이 있듯, 몬스터가 주는 코인에도 등급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에 온 거지.’

나뭇가지를 붙잡은 이강호가 경사 극한 언덕을 넘자 단번에 배경이 바뀌며 벌판이 즐비하게 펼쳐졌다.

방금 전까지 칙칙한 땅 위에 서있던 김주희와 유세현의 두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산에 위에 이런 장소가 존재할 수 있다니.

유세현의 두 눈으로 앞으로 여태까지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창이 갑작스레 나타났다.

[크낙사스의 초원.]

-한번 입장하게 되면 크낙사스를 도합 50마리 이상 처리할 때까지 결코 이곳에서 나올 수 없습니다.

-제한 동행 인원수: 30명.

“강호야. 이건...”

“섬의 법칙이지. 아니, 정확히는 이곳 초원에서만 발생되는 법칙이다. 도우미말 기억하냐?”

“아...그때 했던 말이...”

이 섬은 도우미가 별 대수롭지 않게 내던져 준 힌트처럼 내부로 접근하면 접근 할수록 온갖 법칙이 뒤섞여 있다.

그리고 중간지점으로 넘어가는 다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와 같이 하나씩 법칙을 지닌 장소를 필수적으로 통과해야 했는데 코볼트의 부락, 민달팽이의 동굴, 타조새의 둥지 등 많은 장소 중에서도 크낙사스의 초원은 난이도가 높은 쪽에 속했다.

“일단 들어가자.”

“그래.”

셋은 동시에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크낙사스의 초원에 입장하셨습니다. 조건이 만족될 때까지 이곳을 나가지 못합니다.]

알림창 너머로 크낙사스들이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수는 대략 수 백 마리.

유세현의 두 눈이 김주희를 흘끗 살폈다.

꽉 다문 입과 잔뜩 독기를 품은 눈.

활에서 장창으로 다시 장비를 교체한 그녀는 무기를 손에서 꼭 놓고 있지 않았다.

이제 때가 되었다.

만약, 여기서 극복하지 못하게 된다면 김주희는 아마 영영 극복하지 못할 것이다.

유세현이 이강호를 향해 슬그머니 신호를 보냈다.

고개를 살짝 끄덕인 이강호가 앞으론 나서기 무섭게 한마디 툭 던졌다.

“김주희. 이놈들은 위험하니까 뒤에서 기다려라.”

“...서, 선배님. 저, 저도 싸울 수 있어요.”

이번에야 말로 해내겠다고 다짐한 김주희가 창끝을 앞으로 세웠다.

하지만 둘은 일부러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곧장 앞으로 뛰어간 유세현의 롱소드가 생명체의 공통 약점인 목을 노렸다.

-서걱

기본적으로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크낙사스였지만 E랭크의 힘을 가진 유세현의 물리적 공격에 대항 할 수는 없다.

쿵!

목이 단번에 잘린 크낙사스의 육중한 몸이 옆으로 쓰러지자 주위에 위치해 있던 8마리의 크낙사스들이 단번에 들고 일어섰다.

영역을 침범한 것으로 모잘라, 동족을 죽인 침입자에게 복수를 하기위해!

두두두두!

크낙사스들이 순식간에 유세현과 이강호를 둘러쌌다.

Tv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들의 몰이사냥.

‘어, 어떻게 하지?’

김주희는 당장에라도 달려가 도와주고 싶었다. 이번에야말로 해내서 자신이 괜찮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었다.

하지만 고작 다가가겠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이전과 같이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크낙사스의 코에 나있는 날카로운 뿔.

그 뿔에 자신의 몸이 관통당하는 이미지가 자꾸만 떠올랐다.

‘그래, 선배님들이라면 어떻게든 할 거야. 그래 이곳을 나가서 고블린을 만났을 때 제대로 하면...’

그러면 안 되는데 머릿속에서 자꾸만 합리화가 이루어졌다.

동시에 들고 있던 장창이 또 다시 스르륵 내려갔다.

“야, 이강호. 김주희 말인데...”

그때, 김주희의 귀로 흐릿하게 자신의 이름을 들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세현이었다.

전투 중인데다가 목소리도 작아 잘 들리지 않았지만 자신의 이름이 거론된 만큼 김주희는 듣기위해 모든 집중력을 쏟아 부었다.

“...언제까지 데리고 다닐 거냐?”

쿵.

발밑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곧바로 이강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주희? 지금 상태라면 튜토리얼 이후로는 안 볼 거다.”

이번에는 앞이 새까매졌다.

안 보다니, 자신을 더 이상 안 볼 거라니.

“아, 안돼...”

이곳은 윤리도 법도 아무것도 필요 없는 힘이 제일인 무법지대.

여태까지 수려한 인생을 살게 해주었던 미모는 해충을 불러일으키는 독이 된지 오래.

지금까지 봐왔던 사람들 중 자신을 성적인 대상이 아닌 사람으로 대해주는 이는 이들밖에 없었다.

언제 또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못 만날 가능성이 다분했다.

몬스터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정상적인 사람보다는 악독하고 악랄한 자들이 많아 질 테니까.

그래서 일까 지금 이 순간, 김주희는 몸에 입을 상처보다도,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도 버려진다는 것에 대한 공포심이 더욱 컸다.

“으아아아아!”

김주희는 비명과도 같은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어디를 찌르고 어떻게 공격을 피할지 계획해 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버려지기 싫다는 마음가짐 하나.

그 하나만이 그녀를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푹.

유세현의 우측에 위치해 있던 크낙사스의 옆구리에 장창이 들어가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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