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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20화 (20/612)

획득(4)

하지만 냉기저항이 높을 뿐더러, 그 수가 어찌나 많은지 상대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곤란한 상황.

미니 골렘은 본체가 숲의 파수꾼답게 그 분신 또한 무척이나 질겼다.

후우웅!

물량에 밀려 움직임을 놓친 미니골렘 한 마리가 유세현의 등 뒤를 매섭게 노려왔다.

미니 골렘은 재생이 되지 않도록 잘게 썰어버려야 했기 때문에, 전방에 위치한 놈을 완벽히 죽인 뒤 발견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후였다.

퍽!

우득!

강렬한 충격이 유세현을 강타했다.

“크으윽!”

비록 강해진 육체 덕에 척추가 부셔지진 않았지만, 마치 차동차에 치인 듯한 고통.

유세현은 입을 악문 채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서걱!

제대로 당한 미니 골렘의 몸이 위아래로 분열되며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진흙이 되어버린 미니골렘의 시체 뒤로 김주희가 보였다.

그녀는 활을 들고 있었지만 겁에 잔뜩 질렸는지 덜덜 떨고 있었다.

“쯧. 그래, 원래 없던 사람이다.”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던 만큼 유세현은 그녀를 무시하며 무심히 전투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무정한 유세현의 눈빛을 본 김주희는 심장이 털컥 주저앉는 것을 느꼈다.

계속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차후 아예 상대를 해주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깐.

아니, 그 누구라도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다.

잠자리를 원하는 사람을 제외한다면.

‘하, 하지만 너, 너무 무서워...’

도망가고 싶다는 본능과 어떤 것이라도 해야 된다는 이성이 부딪혔다.

아마 이곳에 오면서 다짐을 계속 하지 않았다면 펜션 때와 같이 도망쳤을 것이다.

김주희는 저 사람들에게서 버려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뛰어가 전투할 수도 없었다.

자신은 저들만큼 강하지도 않을 뿐더러, 만약 그런 게 가능했다면 애초부터 자급자족으로 살아갈 길을 구했을 테니깐.

그렇기에 김주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온힘을 다해 활시위를 당겼다.

처음 쏠 때만해도 힘이 약해 팽팽하게 당기는 데만 기진맥진해졌던 것과 달리 지금은 꽤나 여유롭게 조절할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맞출 수 있는 자신감이 없다는 것.

이전에야 몬스터가 달려들기 전에 난사를 했지만, 선배와 몬스터들이 한데 엉켜 전투하고 있는 지금은 그럴 수도 없다.

그래서일까?

김주희는 이전 Tv에서 봤던 양궁선수의 포즈를 최대한 따라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유세현과 비슷한 거리에 위치한 나무를 조준한 뒤 발사했다.

슈우웅!

텅!

오차는 아래로 약 40cm.

힘이 좋아 활이 떨리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명중률이 좋았다.

‘이, 이 정도라면 할 수 있어!’

자신감이 솟구친 김주희는 적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과연 누구를 노려야하는지.

큰놈은 이강호의 검으로도 타격을 주지 못한 정도니 쏴도 안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니골렘들과 한데 엉켜 직접적으로 전투하고 있는 유세현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화살을 날릴 자신 또한 없었다.

‘그렇다면!’

눈치 100단인 김주희의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갔다.

그녀는 유세현의 주위를 원처럼 크게 맴돌며 등 뒤가 비는 것만을 신경 썼다.

그리고 전투에 치중하던 유세현이 미처 신경 쓰지 못해 몬스터에게 가격당하는 찰나.

김주희는 적의 몸통 한가운데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슈우웅!

푹!

그 화살은 공격 면적이 작은 만큼 미니골렘에게 직접적인 충격을 입히진 못했으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그어어!

화살이 박힌 미니골렘이 김주희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사이 활을 확인한 유세현의 두 눈 또한 화등잔만 해졌다.

그녀가 지금 한 행동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것이었으니깐.

‘저 애가 날 도왔다고?’

하지만 아무리 믿을 수 없어도 박혀있는 화살이 김주희가 공격 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적 또한 김주희를 바라보지 않았던가.

유세현은 곧 바로 그녀에게 달려가려는 골렘을 난자했다.

그리고는 김주희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폈다.

고맙다는 인사.

안 좋게 생각하는 감정과는 상관없이, 도움을 받았을 때는 대충이라도 대답해 주는 게 예의다.

“훗.”

그리고 이 장면을 보고 있던 이강호가 살짝 실소를 내뱉었다.

이것으로 Ex아이템에 영향을 받은 김주희를 데리고 다닐 마음이 생겼다.

‘그럼, 끝내볼까.’

김주희의 상태를 보려고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었던 이강호의 손에서 불길이 이글이글 치솟기 시작했다.

그 정체는 정말 운 좋게 얻게 된 레전더리 1서클 마법 [파이어 에로우].

‘단번에 끝낸다.’

이강호는 숙련도가 0%로 허접한 만큼 가지고 있는 모든 마력을 집중했다.

그저 붉기만 하던 화염이 점점 푸르게 변해갔다.

고유특성으로 인해 스킬이 한계를 뛰어넘어, 이강호 본인의 색이 입혀지게 되었을 때 발생하는 현상.

이강호는 캐스팅이 끝난 마법을 바로 날리지 않고 참마를 휘둘러 바람을 일으켜 질척질척한 진흙을 한 꺼풀 벗겨냈다.

이에 미니 골렘이 갑작스레 증가하여 유세현의 입에서 죽는 소리가 나왔지만, 다행이도 중추를 이루는 핵을 발견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자이언트 머드골렘의 심장이자 뇌가 되는 핵은, 판도라대륙에서 변형되어 등장하는 골렘들과 달리 순수한 마도학만으로 만들어진 골렘처럼 가슴 정 한가운데에 박혀 있었다.

‘파이어 애로우!’

이강호는 마음속으로 영창을 하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동시에 손에서 모습을 드러낸 3개의 불의 화살의 단번에 핵을 꿰뚫었다.

우어어어!

핵을 강타당한 자이언트 머드골렘은 무척이나 괴로운지 팔을 휘두르며 날뛰었지만 그것도 잠시.

곧 단순한 진흙으로 바뀌어 지면으로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이강호는 곧바로 진흙 더미를 살폈다.

육각형의 녹색빛을 띄고 있는 체력 코인이 3개.

오각형의 회색빛을 띄고 있는 물리저항력코인이 6개.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손가락 마디만한 구슬이 떨어져 있었다.

명칭: 부서진 자이언트 골렘의 핵.

등급 : 레어 [E Rank]

사용능력: 마력을 주입하여 10분 동안 자이언트 골렘 재구축 가능.

소비마력: 125.

정보를 읽은 이강호의 입 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본래 초기 목적으로 이것을 노렸던 만큼 이 아이템의 가치는 무척이나 상당했다.

일정한 마력을 지불하는 것으로 절대 배신하지 않는 동료를 손에 넣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깐.

‘원래는 내가 잡고 가지려했지만.’

판도라에 살던 그 누구도 도전해보지 못했던 만큼, 변수가 작용하여 이 아이템의 몇 배보다 가치 있는 것을 얻었다.

그리고 그것을 유세현이 욕심 없이 자신에게 넘겼다.

아이템의 주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강호는 유세현이 잔존마력으로 움직이고 있는 미니골렘을 처리하기 무섭게 그를 불렀다.

“야, 일로 좀 와봐라.”

“후우...큰일나는 줄 알았네. 그 스킬 제단에서 얻은 거지?”

“응. 미리 말 못해줘서 미안. 고기 먹다가 까먹었어.”

“으~이 세계와서 좀 똑 부러지게 바꼈나 했는데, 니가 그럼 그렇지 뭐.”

유세현은 숨을 고르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뒤를 화살을 회수한 김주희가 졸졸졸 따랐다.

“호오. 꽤 많이 나왔네? 순도도 좀 높아 보이는데?”

“그렇지. 아마 저항력은 E등급 일거야. F등급이 우리가 먹으면 아마 상당한 량이 올라가겠지.”

“오오오!”

유세현과 이강호는 그 어느 때처럼 코인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친해 보이는지 둘을 바라보던 김주희는 약간 셈이 났다.

‘나도 남자만 꼬시지 않고, 주위 애들에게 잘했더라면 저런 친구를 가질 수 있었을까?’

어차피 이미 지나간 이야기에다가, 후회해봤자 되돌아오지 않는 과거였기에 김주희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지금 그보다도 눈이 가는 것은 코인이었으니깐.

‘하나라도 주려나?’

대충 말이라도 한번 꺼내보고 싶은 마음을 애써 억눌렀다.

사실상 이번 일에서 자신이 한 것이라고는 유세현의 등 뒤를 세 네번 정도 봐준 것밖에 없었으니깐.

보통 이런 경우 자신이 원래 있었던 학과팀에서는 코인을 지급하지 않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용석이 챙겨줘서 다행이었지만.’

결국 김주희는 사람들이 자기를 봐주기를 바라며 눈만 똘망똘망 빛낼 수밖에 없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것이 최선이었다.

“흠, 근데 어떻게 나눌까? 네 능력이 없었으면 처리 못 했을 테니깐 3:1정도 어떠냐?”

“아니, 이 능력을 얻게 된 건 너가 양보한 덕이니깐. 체력은 너가 2개, 저항력 코인은 균등하게 분배하자. 그리고 나온 아이템도 네가 가져라. 사실 내가 제단에서 얻은 스킬이 뛰어나서 이 아이템을 줘도 사실상 너가 더 손해 본거거든.”

“...그렇게 좋은 스킬이었냐?”

“응, 나도 그 정도까지라고 예상하진 못했는데 막상 먹고 보니 그렇네.”

“그거 참, 혼자 독식해서 더 맛있었겠네.”

“......”

제 3자가 듣기에는 상당히 가시 돋친 말이었지만, 장난이라는 것을 아는 이강호는 피식 웃었다.

이에 유세현도 콧등을 한번 훑고는 진흙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평소와 같이 코인을 흡수하려는 순간.

왠지 모르게 뒤통수로 느껴지는 뜨거운 시선과 함께, 까먹고 있었던 김주희의 존재가 떠올랐다.

‘맞아, 쟤가 날 도와줬었지...’

김주희는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정말 무시하기 힘들 정도의 반짝반짝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유세현은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그녀가 자신을 도와준 건 별 의미가 없었다.

미니 머드골렘은 강했지만 그래도 파괴력이 강한편이 아니라 아플지언정 죽지는 않았을 테니깐.

그렇기에 본래 자신은 위험을 무릎 쓰지 않은 김주희에게 코인을 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을 보니 앞으로도 계속 따라다닐 것 같은데.’

이강호가 내치지 않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상한 지식이 이강호의 머릿속에 들어왔었던 맨 처음에는 친한 자신도 버려두고 숲으로 들어가려고 했었으니깐.

‘그러면 여기서 굳이 틀어질 필요는 없지.’

생각을 마친 유세현은 김주희를 향해 말했다.

“김주희, 너도 하나 먹어라.”

“코, 코인이요? 저, 정말 제가 먹어도 돼요?”

김주희는 평소 여우 짓을 하던 여자답게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한 기쁜 표정을 연기했다.

아니, 지금 건 진짜인가.

“그래, 대신 하나만이야.”

“오오! 저...그런데 세현 선배님!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런데 질문하나만 하고 먹어도 되나요?”

“뭔데?”

“어떤 코인이 더 좋아요? 둘다 못 먹어봐서...”

“......”

유세현은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할 말을 잃었다.

저런 행동은 둘 째날 홉 고블린을 잡고 마력코인을 처음 보았을 때 했었던 행동.

사실 어찌 보자면 김주희쪽이 정상이었다.

그녀가 여태까지 상대한 것이라고는 힘 위주 코인을 지니고 있는 자이언트 터틀.

힘과 민첩을 지니고 있는 고블린과 웹 스파이더

그리고 마법을 사용하는 켈자드 뿐이었으니깐.

생존하기에도 급급한 이런 상황에 자신과도 같이 스텟을 많이 모은 사람은 진짜 드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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