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13화 (13/612)

학과팀과의 조우(2)

유세현은 곧바로 스킬을 확인했다.

스킬명: 켈투자드의 프로즌 디퓨전

등급 :매직 [F Rank]

사용능력: 주위 기온 하강 및 물리, 마법방어력 상승.

소비마력: 40

스킬명: 켈자드의 프로즌 애로우

등급 :노멀 [C Rank]

사용능력: 빙결 화살 1개 발사

소비마력: 15

켈투자드를 잡았는데 어째서 켈자드의 스킬이 나오는지 이해는 잘되지 않았지만 유세현은 그냥 넘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몬스터가 스킬을 주는 것 자체가 그가 알던 현대 상식으로는 말이 안 되는 것이었으니깐.

‘그보다 중요한건 내가 지금 뭘 얻는 가지.’

프로즌 애로우를 선택할 시는 멀리서 견제하며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프로즌 디퓨전은 근접전을 보다 더 확실하게 해준다.

등급의 차이는 노멀과 매직.

단계로만 해도 무려 1등급 차이.

그래서 일까 유세현은 잠시 고민이 들었지만 그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

“강호야 난 켈투자드의 프로즌 디퓨전을 가지고 싶은데. 괜찮겠냐? 만약 너가 흡수한다고 하면 난 다른...”

“아니, 괜찮아. 난 어차피 딴 거 고를 생각이었거든.”

“딴 거? 프로즌 애로우?”

“아니, 코인.”

이강호는 이미 무엇을 흡수할지 생각하고 있었는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마력코인에 손을 갖다 대었다.

이에 내심 스킬 북을 먹을 것이라 생각했던 유세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이스 애로우를 흡수 하면 추후 몬스터 견제가 더 편할 텐데. 다른 생각이 있는 건가?’

이 세계에서 오면서 얻은 지식 때문인지 몰라도 그는 항상 자신감에 차 있었다.

‘아니, 자신감이라면 원래부터 넘치긴 했었지.’

차이가 있다면 불길 치솟듯 감정이 앞서던 얼마전의 성격과 달리 차분하고 확신을 가진 채 움직인다는 것.

‘뭐, 그러니 이번에도 무슨 생각이 있으니깐 스킬을 버린 거겠지.’

아무튼 그도 사람인지라 좀처럼 보기 힘든 스킬이 다른 사람에게 간다는 것이 많이 아쉽기는 했었지만 그것도 잠시뿐.

유세현은 곧 미련을 버리고 프로즌 디퓨전을 흡수했다.

‘후우. 첫 스킬인가.’

그는 곧바로 스테이터스를 살폈다.

이름: [유세현]

성별: [남]

나이: [25]

키: [181cm]

체중: [75kg]

<주요스텟>

힘: 45.5% [F Rank]

민첩: 25.4% [F Rank]

체력: 35% [F Rank]

내구력: 31.3% [F Rank]

마력: 10.9% [F Rank]

<저항력>

물리저항: 10.5% [F Rank]

마력저항: 19.3% [F Rank]

<속성저항>

화: 3% [F Rank]

수: 3% [F Rank]

<스킬>

프로즌 디퓨전 [매직 F Rank][숙련도: 0%]

통로를 통하여 이 중간 지점까지 오면서 얻게 된 마력이 10.9%

처음 이 세계에 떨어졌을 때의 자신의 힘만큼이나 무척 나약해 보이는 마력량이 아닐 수 없었다.

‘몇 번 쓸 수 있을까?’

유세현은 단순히 생각하며 사람들에게 조금 떨어져 스킬을 시험했다.

솨아아!

숙련도가 0%라서 그런지 켈투자드가 내뿜었던 맹렬한 냉기에 비해 현저하게 약해진 위력.

덕분에 강렬함을 생각했던 유세현으로서는 조금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지만, 이곳까지 오며 코인을 나눠 먹은 탓에 마력저항이 학생들에게는 조금, 아니 많이 다르게 작용했다.

“저...선배님 추, 추운데요.”

“으으...몸이...”

잠시 발동했을 뿐인데 그들은 이를 부딪치며 덜덜 떨고 있었다.

스킬의 효과가 기온 하강인 만큼 적이던 아군이던 무차별적으로 대상이 되는 것!

‘쳇!’

그리고 이 모습을 본 이한철과 이용석이 입맛을 다셨다.

본래라면 저 스킬의 주인은 유세현이 아닌 자신들이었으니깐.

‘하지만 아직 스킬 코인이 한개는 남아있다.’

이용석은 곧장 스킬사용을 멈춘 유세현에게서 눈을 떼고 남은 코인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모두를 향해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두개 남았네. 어떻게 나눌까??”

펜션에서의 치열한 전투 이후 그들은 지휘라는 명목을 이용해 실상으로는 전투를 그리 많이 하지 않는 주제에 코인은 보다 더 많이 챙겨왔다.

그러니 같이 왔던 학과 인원 중 실질적인 무력으로 강한 것은 자신들이었다.

‘그러니 압박을 해서라도 내가 먹고 싶지만.’

지금은 자신들보다 강한 유세현과 이강호가 있다.

괜히 말을 잘 못 꺼냈다가는 방금 전처럼 된통 당하기만 하는 수가 있었다.

‘씨발, 그래도 먹어놔야 나중에라도 저 새끼들을 이길 텐데.’

이용석은 부글거리는 속을 애써 달래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번 거는 분배하기가 좀 애매하네. 누구 먹고 싶은 사람?”

그 말에 학과 인원들의 눈이 자연스레 이한철과 이용석의 눈치를 살폈다.

먹고 싶지만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는 것이다.

펜션에서 무자비함을 보았던 만큼 후환이 두려웠으니깐.

그들은 그 전투에서 자신들 또한 죽으면 몬스터처럼 코인을 떨어트린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코인을 누가 전부 먹어 치웠는지도 보고 있었다.

“음, 다 사양하는 눈치인데. 그럼 우선 과대인 내가 하나 먹어도 괜찮겠지?”

“......”

이용석은 자신의 책략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며 슬그머니 손을 코인을 향해 뻗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있던 이한철은 입을 꽉 물었다.

‘저 여자 밖에 모르는 새끼가 또!’

앞으로 어찌될지 예상이 가는 것!

“잠시만요. 과대님.”

아니나 다를까 유세현이 이용석의 팔을 붙잡았다.

“어. 왜?”

“아니, 다른 사람들도 먹고 싶어 하는 눈치인데 말을 못하는 것 같아서요.”

“...뭐?”

“그렇잖아요. 설마 얘들이 진심으로 먹기 싫어한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유세현이 피식 웃었다.

이에 이용석은 애써 분을 삭여야만 했다.

“그럼 이 두개밖에 없는 걸 어떻게 분배하자는 건데?”

“당연히 열심히 싸운 사람 순으로 분배해야죠.”

“뭐?”

“아까, 보니깐 과대님은 애들한테 달려들라고 하고 정작 자신은 안 달려드시던데요. 그런데 그런 과대님께서 코인을 드시려고요?”

“......”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기에 이용석은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이한철 또한 예상했던 일이 터지자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가렸다.

이렇게 되어 버리면 자신들은 더 이상 코인에 손을 댈 수 없기 때문이다.

“제가 잠깐 봤는데. 이 두 명이 제일 열심히 싸우고 있었어요.”

유세현은 켈투자드의 냉기에 당해 아직도 몸을 오슬오슬 떨고 있는 남학생 두 명을 가리켰다.

“어? 우리 둘?”

“그래. 너희 둘. 너희들이 제일 선두에서 지켜줘서 애들이 안 죽었던 거지. 안 그랬으면 벌써 2명은 죽었을 걸?”

“...확실히.”

남아있던 학생들도 유세현의 말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방에서 목숨을 걸며 싸운 둘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덕에 몰랐지만 조금이라도 뒤에서 우물쩍거리고 있던 그들은 간신히 버티고 서 있는 두 사람의 등을 확실히 보았으니깐.

“그러니 너희들이 먹는 게 나는 타당하다고 생각해. 물론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시죠?”

“으음...우리도 쟤들이 먹는 건 괜찮은 거 같아.”

“과대님은요?”

“...알았다. 먹어라.”

생각 없는 이용석도 더 이상 길길이 날뛰지 않았다.

유세현이 노리는 것이 뭔지는 아주 잘 알았으니깐.

그렇게 남은 두 개의 코인은 남학생 두 명이 나눠 가지게 되었다.

* * *

“머리 좋은데?”

“뭐가 말이야?”

항상 숙박을 하던 공터로 돌아가던 중 이강호가 조심스레 말해왔지만 유세현은 모른 척 넘겼다.

이강호는 이런 유세현을 향해 어깨동무를 걸쳤다.

“너, 일부러 그랬잖아. 저 녀석들 권력 좀 떨어트리려고.”

“히~ 머리에 이상한 게 들어가더니 눈치가 빨라졌네? 그건 좋은 거 같다 짜샤.”

“......”“아무튼 꽤 괜찮았지? 만약 학과 애들이 계속 저놈들의 말만 죽어라 따르면 행여나 나중에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으니깐.”

“으음, 마치 내가 앞으로 뭘 할지 아는 눈치다?”

“대충은. 큰 공터에 있는 제단. 그거 어떻게 조작해서 열려는 거 아니냐?”

그것이 유세현이 여태까지 제단을 봐오며 내린 결론이었다.

그렇지 않을 바에야 통로를 완벽 정복한 지금 또 그 장소로 돌아갈 이유가 없었으니깐.

“호오, 너도 눈치는 빠르네?”

“난, 원래 빨랐다 이놈아.”

“거참 잘나셨군.”

눈 8개의 제단은 사실 미래에서 돌아온 이강호도 별다른 정보가 없었다.

낮선 세계에 처음 떨어진 만큼 누군가는 시간이 부족하여, 또는 통로를 전부 클리어하기 전에 제단을 먼저 열어버려 제대로 클리어한 사람이 없는 탓이다.

그렇기에 그가 알고 있는 최신 정보는 자신의 동료였던 에반 비텔스바흐가 도달했었던 눈 6개의 제단까지.

에반은 자신에게 이리 말했었다.

[그곳에선 미노타우르스 부족장의 열화판이 나왔었어. 진짜 그놈의 검기 광역 스킬 때문에 전부 골로갈 뻔했지.]

20개의 부족으로 분열되어 어비스에서 살아가는 미노타우르스 종족.

통로에서 상대한 것은 사람으로 치자면 이제 막 자라나고 있는 청소년 정도의 수준이었다.

반면 부족장은 부족 중에서 두 번째로 강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위치.

같은 열화판이라고는 하나 그 급이 확연히 달랐다.

즉 눈 8개는 이보다 강하면 강했지 약한 몬스터가 나올리는 없다는 것!

그렇기에 이강호는 학과 인원들을 만난 것이 별로 달갑지 않았다.

사실 어벙한 그들이 이곳까지 올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만나버렸지.’

이렇게 되면 그들은 제단까지 따라올 가능성이 무척이나 높았다. 아니, 반드시 따라올 것이다.

더 강해져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스스로도 강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았을 테니깐.

‘마음 같아서는 죽여서라도 따라오는 걸 막고 싶지만.’

여기 있는 모두를 죽여 코인을 흡수하면 앞으로 들어갈 제단을 좀 더 쉽게 클리어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언 발에 오줌을 싸는 것과도 같은 행위.

이들 중에 만약 재능이 있는 자가 존재하고 살아남아 나중에라도 꽃을 피운다면 판도라에서 현대인들의 정세가 크게 변할 수 도 있다.

또한 살인을 반복하다보면 누구도 믿지 못해 결국 고립되어 죽게 된다.

신체 제한이 풀린 것은 우리 인간뿐만이 아니니깐.

그러니 훗날 판도라세계의 사람들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을지언정 서로가 서로에게 칼을 들이대진 않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

문제는.

‘이 시절 때는 그리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거지.’

자기 목숨 지키기도 바쁜 악조건.

그 와중에 쉽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의지가 정말 철통같이 강하거나 사회적 관념이 박혀 있는 사람이 아닌 바에야 누구든 쉽게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 마치 저 앞에서 굳은 인상으로 걷고 있는 두 사람처럼.

“이걸 둘이서 다쳐죽였다는 거야?”

“허...”

이용석과 이한철은 쓰러져있는 몬스터의 뼈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바닥에는 여기까지 들어오며 자신들이 해치운 것보다도 훨씬 많은 수의 몬스터들이 전부 바닥에 뒹굴고 있던 것!

‘이거 죽이면 코인 꽤나 나오겠는데?’

죽은 학과 학생의 코인을 독식하여 강해진 기억이 있던 이한철이 본능적으로 혀를 날름거렸다.

비록 사람이 사망했을 시 가지고 있던 코인의 순도 만큼 전부 쏟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저 두 명의 코인을 먹는다면 지금보다 배는 강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둘만 다녔던 그들은 죽으면 코인을 쏟아 낸다는 정보를 모를 확률이 무척이나 크다.

이것은 하늘이 준 기회였다.

만약 저들이 죽어 떨어트린 코인을 자신들이 먹게 된다면 학과 점령은 일도 아니다.

“너 무슨 생각했냐?”

그때 음흉한 이한철의 얼굴을 보고 있던 이용석이 은근 슬쩍 물었다.

이한철은 일부러 억지 웃음을 지었다.

“아뇨, 그냥 몬스터가 이렇게 쓰러져있는 게 신기해서요. 왜요? 형?”

“아니, 니 얼굴이 나에게 뭔가를 자꾸 말해주고 있는거 같아서...너 혹시 그생각하지 않았냐?”

“그 생각이요?”

이한철이 모르겠다는 듯 볼을 긁적였다.

하지만 그런 그의 행동은 되려 이용석에게는 확신을 주었다.

“그래, 그 생각. 펜션에서 있었던.”

“......”

“킥. 짜샤 그렇게 보지 마. 너도 같은 생각 한 거 다 아니깐.”

이용석이 호쾌하게 웃으며 이한철의 등을 세게 쳤다.

그러자 더 이상 숨길의도가 없는지 이한철의 입꼬리가 다분하게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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