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91. 연경에서 날아온 비보 (4) (391/400)


391. 연경에서 날아온 비보 (4)
202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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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야!”

임수미는 눈꺼풀을 힘겹게 밀어 올렸다. 그런 임수미의 귓가에 웅웅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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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둬. 독이 골수까지 파고들었어. 지금 오감이 제 말을 듣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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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협…….”

임수미는 웅웅거리는 목소리가 두 개로 변하자 얼굴을 찌푸렸다. 머리가 아파 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만우는 그런 임수미를 스윽 쳐다보고는 수혈을 다시 짚었다. 그러자 임수미의 눈꺼풀이 다시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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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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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대장!”

감령이 이전보다 훨씬 더 빠릿빠릿하고 긴장된 표정으로 만우의 부름에 마차의 천장에서 얼굴을 불쑥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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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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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속도라면 사흘 내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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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휙, 휙휙!!!

마차 밖으로 쉴 새 없이 주변 풍경이 휙휙 스쳐 지나갔다. 저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 정도가 아니면 가까이 있는 것은 육안으로 형체조차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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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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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대협. 여기, 탕약입니다.”

필두 역시 빠릿빠릿한 군기가 잔뜩 들어서는 기다렸다는 듯 만우의 손에 그릇을 내밀었다. 그 안에 찰랑거리는 탕약이 담겨 있었지만 과연 고수라는 듯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마차 안에서도 그릇 안의 액체는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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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여.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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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협.”

임택평은 몸 여기저기에 붕대를 감고 있었는데 고문 때문에 거의 걸레짝이 된 그를 구해 나온 것 역시 만우였다.

정확히는 용무를 마치고 제갈세가를 빠져나오던 만우에게 제갈세가 주변에서 임택평을 구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하오문도들이 알려 준 덕분에 덤으로 데리고 나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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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협. 아니 전하!”

임택평은 만우가 온 무림에 위명을 떨친 무림왕이 되었다는 것을 듣고는 헤헤 웃으면서 손바닥을 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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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래.”

만우를 호법으로 들이자 제안했던 것은 임택평이 아니라 임수미였다. 임택평은 만우를 피해 도망 다니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흔히 무림에서 사람의 단명을 불러들이는 것은 그런 고수들과 친하게 지내는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인데, 그런 임택평이 친근한 척을 하자 만우는 거북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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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수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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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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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까지 스며든 독이라고 하셨는데 후유증이나 그런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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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만우는 임택평이 보인 그 징그러운 표정이 부성애의 일종이었다는 것을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만우 정도 되는 고수가 말한 것이니 걱정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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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주의 근간을 이루는 기천의 기본기를 익힌 아이다. 중독되었다 하여 그 독이 단숨에 숨을 끊어 놓지 않는 이상 자연적으로 해독되겠지.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골수에 스며든 독은 청수신의나 생사마의, 아니 화타나 편작이 온다 하더라도 빼낼 수 없다. 방덕의 독화살에 어깨를 맞은 관우의 뼈를 화타가 긁어 내 독을 치료해 주었다던 이야기도 있지만 그건 다 뻥이다.

생 뼈를 깎아 내서 독을 치료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아마 그러기 전에 그 고통에 의해 거품을 물고 죽던가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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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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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주가 거짓말을 해서 얻는 게 무엇이 있지?”

만우가 반문하자 임택평이 찔끔했다. 자신의 말이 만우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시 임택평이 조신하게 무릎을 꿇고 임수미의 간호를 시작했기에 만우는 팔짱을 턱 하고 꼈다. 그러자 설미수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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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피곤하시겠습니다, 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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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요, 나리.”

어제만 해도 수백 명의 적을 상대로 압도하던 만우다. 그 모습을 보았기 때문인지 오늘따라 만우가 존대를 하는 것이 더 어색하게 느껴졌다.

허나 그것은 만우가 편하자고 하는 것이었기에 설미수는 굳이 불편하게 만우더러 자신이 편한 것을 강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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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목숨을 구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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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요.”

만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군영이나 설미수는 자신 때문에 목숨이 위험했던 것이다. 자신과 얽히지 않았다면 제갈세가와 독왕을 만나는 일 조차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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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의 말씀이 맞아. 만우 자네가 내 목숨도, 대인의 목숨도 구해 주었어.”

동군영이 그런 설미수의 말에 힘을 실었다. 만우가 동군영을 쳐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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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저를 나무라지 않으십니까, 나으리?”

동군영이 그런 만우의 말에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껌벅이다가 피식 웃었다. 지난 번 만우가 벌였던 일에 대해 동군영이 한 말을 아직도 담아 두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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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람일세. 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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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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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살아 온 세상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도 자네를 따라다니면서 배웠고.”

설미수는 그런 동군영을 대견하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동군영은 머쓱하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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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님 말씀, 맹자님 말씀 좋지. 성현들의 말씀이시니까. 허나 자네와 함께 다니면서 세상이 꼭 그렇게만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배웠으니, 자네 역시 나의 성현이라 할 수 있겠지.”

붓으로 할 수 있는 일에는 붓을, 검으로 할 수 있는 검을, 사람으로 할 수 있는 일에는 사람을.

동군영은 자신이 평생을 보고 배우며 살아 왔던 책과 글 속의 세상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만우를 통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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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잡지 않았을 검을 쥐었고 붓에 일생을 선 선배님들이 있듯 검에 일생을 건 무인들이 있다는 것 역시 배웠지. 허니.”

이 세상은 미로 같고 매우 복잡했다. 인간이 일평생을 산다고 해서 그 이치를 알 수 없듯이. 굳이 자신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살아 왔던 길이 수천 개의 길 중 하나일 수도 있다는 것을 동군영은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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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숨을 구해 줘서 고맙네. 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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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군영은 만우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만우는 헛기침을 하면서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놀려 먹던 동군영이 저리 진심을 담아 말하니 놀릴 거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만우가 당황한 것도 있었다.

이제껏 동군영은 소심하기 그지없었기에 만우 본인의 앞에서 저렇게 진심을 담아 말한 적이 별로 없었으니까.

한데 그랬던 동군영도 어느덧 만우가 순간적으로 당황할 정도로 성장해 있던 것이다.

그것도 자신 덕분에 저리 성장했다고 하니 제 아무리 만우라고 해도 그 진심 앞에서는 헛기침을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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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흠. 알면 됐습니다요, 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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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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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이라굽쇼?”

만우가 동군영을 쳐다봤다. 그러자 동군영이 씩 웃으면서 만우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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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 주겠다고 했던 검. 사승(師承) 관계는 아니라고는 하나 자네가 그랬지 않은가. 검을 알려 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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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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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나도 재미를 본 것 같아서.”

동군영의 신체는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의 꾸준한 수련으로 인해 몰라볼 정도로 좋아져 있었다.

이제 그 변화를 검을 휘두르는 본인이 느낄 정도가 된 것이다. 만우는 피식 웃으면서 그런 동군영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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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소리가 나도록 해드리겠습니다요, 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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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는 만만치 않네!”

호광 비무대회에서 내공을 다루는 소림승 강무를 상대로 거의 이길 뻔했던 동군영이다. 그런 동군영이 하는 말에 만우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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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으리께서 애먼 곳에서 눈 먼 검을 맞아 비명횡사하지 않으시도록 교훈을 그 몸에 새겨드리도록 하겠습니다요. 무림에서의 방심은.”

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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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동군영이 강무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동군영의 불굴의 의지와 만우의 가르침, 그리고 강무의 방심이 어우러졌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만약 그 강무가 방심하지 않았더라면 동군영의 실력으로는 그 비무대 위에 설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데 동군영의 머릿속에서 슬그머니 피어오른 자만심의 한 조각을 본 만우는 손가락으로 지풍을 날려 동군영의 이마를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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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경의 고수도 삼류의 검에 맞아죽을 수도 있음이니까요. 아시겠습니까요, 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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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

동군영이 시뻘겋게 부풀어 오르는 이마를 문지르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 모습을 지켜본 임택평이 부럽다는 표정으로 동군영을 쳐다보았다.

검주의 가르침을 받는 선비라니.

제갈세가를 멸문시키고 독왕을 비롯한 사림곡을 홀로 깨부순 천하제일인 검주의 소문은 분명 발 없는 천리마를 타고 강호무림 전역으로 퍼져 나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명실공이 강호무림의 무림인들은 검주가 천하제일인임을 더 이상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천하제일인의 가르침은 과연 얼마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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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우리 하오문도 이제 탄탄대로야. 아까 분명 전하께서 그러셨지. 우리 수미가 전하께서 익히신 천하제일무공의 기본을 익혔다고!’

허나 임택평은 무리를 하지 않고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것이 최대 장점인 사람이었다. 그러니 하오문주가 되어 하오문을 그리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그렇기에 임택평은 동군영을 시샘하는 대신 자신의 딸인 임수미가 가진 것을 활용하기로 했다.

천하제일인의 천하제일무공!

비록 기본기라고는 하나 그 무공의 기본을 직접 전수 받은 임수미는 하오문의 새로운 떠오르는 태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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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가 천하제일인의 무공을 사사받은 하오문의 심기를 거스를까!!’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온다고 했다. 임택평은 바로 지금이 그 시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임택평의 두 눈이 하오문을 흥하게 만들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활활 불타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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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남진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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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라하라!”

황제는 남진무사라는 말에 끝까지 듣지도 않고는 외쳤다. 그러자 남진무사 순, 황제의 숨겨진 동생인 주순이 걸어 들어와서는 황제 앞에 부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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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남진무사 순, 폐하의 부르심을 받고 왔나이다.”

주순은 이제 거동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나아지기는 했으나 아직 몸 상태가 십 할 수준으로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황궁에 출몰한 신수와 검주가 벌인 난동으로 인해 끝까지 황제를 지키려다가 입은 큰 내상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벌써부터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주순 본인의 강력한 의지와 황제의 아낌없는 지원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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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몸은?”

쿵!

주순은 바닥에 이마를 쿵 하고 박았다. 황은에 어찌할 도리를 모르겠다는 뜻이었다. 황제는 철저히 신하로서 구는 주순의 뒤통수를 바라보면서 씁쓰레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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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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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할 나위 없이 좋사옵니다, 폐하.”

주순의 저 말은 거짓이었다. 지금 주순의 몸 상태는 무공 한 자락 제대로 펼칠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어의를 보낸 것이 황제였기에 주순의 몸 상태에 대해 모를 리 없다.

주순도 그것을 알고 있을 테지만 그럼에도 그리 대답한 것은 황제가 내리는 명령이라면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버릴 수 있다는 충심의 발로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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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주순의 충심이란 것이 혹여나 황제에게 버림을 받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나왔다는 것을 황제는 알고 있기에 그리 말했다.

주순은 고개를 숙인 채로 우렁차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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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이 망극하나이다!”

황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저럴 때의 주순은 돌부처가 따로 없었다. 아마 자신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주순의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란 것은 황제는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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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었다. 그건 그렇고 객잔의 일은 어찌 되었느냐?”

황제가 저잣거리의 일개 객잔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본디 황제란 그런 미시적인 것이 아니라 중원이라는 거대한 땅덩어리 전체를 운영하고 경영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제가 말한 그 객잔은 대명의 황제가 관심을 기울일 정도로 중요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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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위의 전 병력을 동원하여 정보를 통제하고 있사옵니다. 허나 언제 어느 구멍으로 이 이야기가 바깥으로 흘러나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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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위가 모두 나서도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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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주시옵소서, 폐하!”

쿵!

주순은 한 번 더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황제는 당최 무슨 이야기를 못 하겠다고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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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탓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놀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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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의 무뢰배들이란 것이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 많은지라, 송구하옵니다,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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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불손한 무리들이로다. 그런 이들이야말로 나라의 다스림을 받아야 하는 백성이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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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의 말씀이 백 번 옳사옵니다.”

주순은 황제가 하는 말이라면 무조건 맞다고 하고 보았다. 황제는 고개를 주억거린 다음 눈을 가늘게 좁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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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신교의 생사마의와 발우수리 객잔의 주인이라. 행적은?”

황제가 그리 하문하자 주순이 감히 고개를 들어 황제의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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