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89. 연경에서 날아온 비보 (2) (389/400)


389. 연경에서 날아온 비보 (2)
2022.09.20.


황보세가는 진법에 별 조예가 없었다. 황보세가는 타고난 신력과 근골로 대인전에서 상대를 압살하는 것을 즐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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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나라고 해도 저 안에 발을 디딘다면 온몸이 찢겨져 나갈 것 같은데.”

그 정도로 제갈세가의 진법은 폭력적이었다. 다행인 점이라면 사행단을 전각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할 요량인지 안쪽까지는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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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맞소?”

그때, 불존과 황보경의 이야기를 유심히 듣고 있던 설미수가 끼어들었다. 설미수는 별 반 다른 것을 느끼지 못했지만 적어도 앞의 두 고수가 대단한 실력을 가진 강자들이란 것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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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시주. 아미타불.”

어디서 들려 온지도 모르는 만우의 전음을 받고 설미수와 동군영의 보호를 위해 들어온 불존과 황보경이다.

하지만 이건 숫제 그 둘을 지켜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만우에 의해 목숨을 구한 셈이 되었다.

우마 취급을 받고 있는 불존과 황보경은 전각 안에 들지도 못 하고 있었으니, 만약 바깥에 있었으면 꼼짝 없이 진법의 영향권 안에 들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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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세가가 그것을 몰랐을 리 없다.'

불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렇다는 것은 제갈세가가 불존과 황보경이 죽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진법을 발동시켰다는 소리다.

그것은 같은 정파를 배신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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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주가 제갈세가를 멸문하려 드는 것인가.’

만약 검주가 제갈세가를 멸문하려 들었다면 제갈세가로서도 불존과 황보경에까지 신경은 쓰지 못 을 것이다. 하지만 불존이 걱정하는 것은 그 반대의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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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멸구.’

제갈세가에서 먼저 검주를 치고, 불존과 황보경 자신들까지도 죽여서 입을 닫겠다고 하는 경우.

그런 생각으로 제갈세가에서 이 진법을 펼친 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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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아미타불.’

불존은 전각 밖에서 휘몰아치는 전율스럽기 짝이 없는 진법이 만들어 낸 기의 흐름을 느끼면서 속으로 불호를 읊었다.

화경으로 온갖 마두와 험난한 싸움을 하며 살아온 불존이지만 제갈세가가 진법으로 만들어 낸 함정은 불존으로서도 뛰어들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난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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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우린 멀쩡한 것을 보니 우리를 인질로 삼은 것이고.”

설미수는 불존이 뭐라 생각하건 말건 현상을 분석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런 설미수에게 황보경이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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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알아서 무엇을 하시겠다는 거요?”

무공이라고는 쥐뿔도 몰라 짐만 될 설미수가 자꾸만 알고 싶지 않은 현실을 알려 주니 황보경은 벌컥 화를 냈다.

제갈세가 놈들도 당장 찾아가 철권으로 머리통을 부숴 버리고 싶지만 그것보다는 당장의 위기를 빠져나가는 것이 더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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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긴.”

하지만 설미수는 긴장감이나 불안감 하나 없는 얼굴로 황보경과 불존을 번갈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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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인질로 삼았다면 제갈세가에서 생각하는 것이 두 가지뿐이지. 무엇이 더 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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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것?”

불존과 황보경은 머리를 쓰는 데 익숙하지 않다. 계략이나 권무술수라면 거의 백치라 해도 과언이 아닌 둘이다.

머리보다는 몸을 믿고 살아온 무림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설미수는 그런 둘을 보면서 빙긋 웃었다. 정치판에서 노회한 설미수에게는 제갈세가의 수가 훤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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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공에게 우리가 인질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제갈세가는 생각하는 것 아니오. 그렇다는 것은 제갈세가는 살기 위해 우리를 인질로 잡은 셈이오. 그게 아니고서는 은공을 멈춰 세울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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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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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저 진법에 지레 겁을 먹지 않고 진득하니 기다린다면.”

설미수는 불존과 황보경을 지그시 쳐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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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세가가 그 어떠한 흉악한 술법을 펼친다 하더라도 은공의 발끝에라도 미칠 것 같으시오? 그대들이 부르는 천하제일인이?”

제갈세가의 진법과 천하제일인.

그 두 가지를 저울에 올린다면 설미수는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 것인지 훤히 보이는 듯했다.

황실의 모략을 홀로 뚫어내고 감당한 만우다.

과연 제갈세가가 아무리 대단한 진법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대명의 황실을 상대로 그처럼 할 수 있을까?

조직보다 위대한 개인은 없다지만 설미수의 눈에는 조직보다 위대한 개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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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대들도 개죽음을 당하지 마시오. 인질? 인질이 은공께 인질로서의 효과가 있어야 사용해 먹을 수 있는 것이지. 그나저나 안타깝기 그지없소이다.”

설미수의 눈에는 그저 평온해 보이는 바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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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공을 상대로 그런 잔꾀를 내어 봤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제갈공명의 후손이라는 자들이 모르다니 말이오.”

설미수는 무인이 아니다. 그는 선비이자 조정의 대신으로 조선이라는 나라를 운영하는 데 이바지하는 자이다.

그렇기에 그는 실리란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데 무림인이라는 이자들은 실리보다도 때로는 명예를 더 중요시 여긴다. 설미수의 눈에 그것은 제갈공명의 후손이라는 제갈세가도 다르지 않았다.

천하제일인 검주 만우.

이들은 그 별호가 뜻하는 의미를 애써 부정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아집과 자존심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외교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그것은 곧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들겠다는 뜻이나 진배없다.

약하면 수그리고 미래를 도모하는 것.

아집과 자존심이 그것을 가로막는 이상 제갈세가의 운명은, 더 나아가 천하제일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강호 무림의 미래는 정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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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바꿀 수 없다면 편승하기라도 해야지. 아니 그렇소?”

설미수의 혜안이 담긴 목소리가 불존과 황보경의 귓가에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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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오오오오!

검주가 제갈세가 최후의 진법인 구원을 수강으로 갈기갈기 찢어발기자 구원 진법의 광폭하기 짝이 없던 기세가 삽시간에 가라앉았다.

그 장면을 제갈명공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멍하니 쳐다보았다.

말 그대로 구원 진법은 제갈세가를 최후의 순간에 한 번이라도 구원해 줄 수 있는 최후의 절학.

무림인으로 따지자면 선천진기까지 모아서 쓰는 무공의 최종 오의와 비슷한 것이었다.

한데 그 진법이 고작해야 혈혈단신의 검주에게 완전하게 파훼될 줄이야.

저벅, 저벅.

진법을 깨고 나온 만우의 오만한 시선이 제갈명공을 향했다. 그와 동시에 만우의 입꼬리가 쓰윽 하고 올라가는 것을 본 제갈명공은 숨이 턱하니 막히는 것을 느꼈다

제갈명공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것처럼 우뚝 섰다. 어떠한 것도 사지를 구속하고 있지 않았지만 제갈명공은 손가락 하나 제대로 까딱할 수가 없었다.

휘이익!!!

그와 동시에 만우가 손을 들어 올리자 장원 전체에 내려앉았던 자욱한 독무가 손을 따라 거센 광풍에 하늘로 휘말려 올라갔다.

그 모습은 흡사 바람을 다스리는 신처럼 보일 정도였다.

저벅, 저벅.

둥실.

그렇게 제갈명공을 향해 걸어오던 만우의 발이 허공을 밟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에서 억눌린 경탄성이 터져 나왔다.

언제든지 출수할 수 있게 긴장의 끈을 단단히 조여 놓았던 제갈세가의 무인들도 만우의 신위를 보고서는 경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제갈명공의 머릿속은 되레 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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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서라!!!”

멈칫!

제갈명공이 허공답보로 자신이 서 있는 삼층 전각을 향해 걸어 올라오는 만우를 공격하려는 제갈세가의 무인들을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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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가 어리석었구나.’

제갈명공은 이런 상황이 되자 개안한 것처럼 보이지 않던 것이 보여 한탄했다.

천하제일인 검주 만우와 무림왕.

오대세가의 한 축이자 정파의 중심축이라는 그 오만함, 그리고 오랑캐인 동이족 출신인 만우를 절대로 강호의 주류로 인정할 수 없다는 아집, 언제든지 최고일 것이라는 자만심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만우는 장강의 앞 물을 밀어내는 힘찬 뒷물이고, 그런 만우가 만들어 낸 기류는 감히 막아 설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이자 시대가 종용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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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주인 내가 세가를 위태롭게 만들었다.’

우직, 우지직!

만우의 한 걸음 한 걸음에는 어마어마한 경력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제갈명공이 딛고 선 삼층 전각이 우직거리면서 비명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강호무림사 중 전설로 불렸던 천마(天魔)의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천하의 만마(萬魔)를 굴복시킨다는 천마의 걸음걸이가 저러할까. 제갈명공은 다가오는 만우를 전설의 일부를 마주한 경외감에 사로잡혀 멍하니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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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내가 명령을 내리기 전에는 움직이지 말라!”

제갈명공은 다시 한번 내공을 끌어올려 어깨를 움찔거리는 제갈세가 무인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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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결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흐름을 애써 거부하려 했던 인간의 말로는 초라할 수밖에 없다. 허나 제갈명공은 자신이 그 모든 업보를 홀로 감내하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처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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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만우는 어느새 한 걸음씩을 걸어 제갈명공과 눈이 마주칠 수 있는 높이까지 도달했다. 그런 만우의 시선을 받은 제갈명공은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절대자.

모든 편견과 아집이 씻겨 나간 제갈명공은 검주 만우를 가장 순수한 상태로 받아들이고 분석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결론은 하나였다.

검주 만우는 절대자다.

이미 인세(人世)를 반쯤은 벗어나 반선(半仙)의 경지에 도달한 무인이 저러할까. 제갈명공은 그런 만우의 모습에서 무림사의 전설로 남은 천마와 달마의 모습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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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제갈세가의 무인들은!”

그래서 제갈명공은 그 절대자로부터 가문이라도 지키기 위해 목소리에 힘을 담아서는 우렁차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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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림곡의 간악한 악적들을 처단한다! 쳐라!!!!”

쩌렁쩌렁-!!!

모든 공력을 끌어올린 제갈명공의 목소리가 장원을 진동시켰다. 그러자 당황한 것은 숨죽이고 있던 사림곡의 세력이다.

제갈세가의 명석한 두뇌를 가진 이들 중 몇이 가주의 비장한 각오를 눈치채고는 곧바로 몸을 날리자 제갈세가의 장원 내에서 제갈세가와 사림곡 사이의 격전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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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명공! 이노오오오옴!!!!”

검주를 기습할 준비를 하다가 진법이 깨지고 독무가 날아간 것만 해도 당황할 만한 일이다. 장원의 한 구석에서 쩌렁거리면서 자욱한 독장(毒掌)이 주변을 휩쓸었다.

파스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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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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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헥!”

삽시간에 장원 내의 식물들이 말라죽기 시작하고 독장의 범위에 들어선 이들이 한 줌의 혈수로 중독이 되어서는 녹아내렸다.

한 소매가 텅 빈 독왕 중백약이 달려드는 제갈세가 무인들을 전보다 훨씬 더 매서워진 손속으로 상대하면서 제갈명공을 향해 이를 뿌득거리며 갈았다.

하지만 그전에 만우의 시선이 그들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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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새끼 같은 놈들.”

만우야 애초에 처음부터 구원 진법 따위는 얼마든지 깨뜨리고 나올 수 있었다. 그렇기에 장원 내에 제갈세가뿐만이 아니라 사림곡의 인원들도 들어와 있음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스윽.

고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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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우가 양 손을 들어 올리자 어마어마한 공력이 그의 전신으로 발산되기 시작했다. 그 기세가 얼마나 강렬했는지 만우의 옷자락과 머리카락이 거꾸로 치솟으며 펄럭이며 휘날렸다.

그렇게 삼층 높이의 허공에 뜬 채 기신(氣身)의 경지에 들어 16갑자가 넘어선 전신공력이 사방으로 발산하기 시작했다.

퍽, 퍼벅! 퍼버벅!

그런 만우의 공력은 단순히 발산하는 것만으로도 제갈명공이 선 삼층 전각을 짓눌러 터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경악스런 광경이 제갈명공의 눈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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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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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만우가 전신의 공력을 제갈세가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뿜어내자 서로를 향해 달려들던 제갈세가와 사림곡의 무인들이 마치 마혈이라도 짚인 것처럼 그 자리에 멈춰선 것이다.

정확히는 만우의 공력이 그들의 전신을 찍어 눌렀다. 그 때문에 수백 명의 무인들은 마치 산 채로 땅 속에 묻힌 것처럼 손가락 하나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까딱!

그 채로 만우가 손을 까딱거리자 제갈세가 무인의 머리통을 터뜨려 죽이려던 독왕의 몸이 그대로 공중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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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악!!”

독왕이 그런 만우의 공력에 저항하기 위해 독황신공을 전력을 다해 움직였지만 만우의 거력은 독왕 따위가 함부로 뿌리칠 수 있을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버티는가 싶었던 독왕의 독황신공은 해일처럼 밀려드는 만우의 수 갑자에 이르는 공력에 결국 굴복했고 그대로 만우가 있는 곳까지 끌려왔다.

수십 장 거리에서 펼쳐진 허공섭물에 화경의 고수가 그대로 딸려 올라가 버린 것이다.

마치 화경의 고수를 애 취급하는 만우의 무위에 제갈세가 장원을 시끄럽게 만들던 수백 명의 무인들이 그 자리에 석상처럼 멈춰 서서는 그대로 굳었다.

무신(武神)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만우의 위용이다.

만우의 경지를 신(神)이라 부르지 못한다면 대체 어느 정도를 신이라 불러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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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 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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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의 직은 내려놓은 지 오래가 되었습니다, 대협.”

만우가 부르는 소리에 제갈명공은 제 발을 쳐다보며 고개를 숙였다. 아니, 제갈명공은 그것이 부족하다 느낀 것인지 그대로 무릎을 꿇고는 머리를 땅에 박았다.

쿵!!!

핏!

내공을 두르지 않은 제갈명공의 머리는 연약했다. 그 때문에 치켜든 제갈명공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리더니 이내 그의 얼굴과 앞섶을 흥건하게 적셨다.

그 모습에 제갈세가의 무인들이 화들짝 놀랐지만 정작 버둥거리는 독왕을 띄워 놓은 만우의 표정은 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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