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7. 중과부적 (1) (347/400)


347. 중과부적 (1)
2022.04.26.


부르르르!!!

만우의 손에 들린 이룡검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16553280642727.jpg

[우어어어엉!]

16553280642727.jpg

[너, 너무 많은 공력이다 인간!!!!]

만우는 불가살이와 싸울어미의 아우성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황제를 쳐다봤다. 그런 만우의 소맷자락과 머리카락이 바람을 거스른 채 위로 솟구치면서 너울댔다.

번쩍!!!!

동시에 이룡검의 백색 검신이 눈부신 빛을 토해 냈다. 기신에 다다른 만우의 공력은 영물인 불가살이가 고통스러워할 정도로 끊임없이 파도처럼 이룡검 안으로 빨려 들어갔고, 그것이 한순간에 터져 나온 것이다.

광검.

기신의 경지에 발을 내딛은 만우의 손에서 처음으로 기신의 무학이 실현되자 대기가 부르르 떨고 이룡검이 훑고 간 곳에 상처가 남았다.

공간 그 자체에 만우의 공력이 상흔을 남긴 것이다.

스으윽

물론 세상의 의지가 살아 있는 공간의 상흔은 금세 치유됐지만, 빛의 파도를 몰고 온 만우의 광검이 뇌전풍에 직격하자 땅에 지진이 난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콰우우우우!!!!

동시에 만우가 휘두른 자리로부터 뻗어져 나간 거대한 풍압이 뇌전풍 너머의 먹구름을 초토화시키며 날려 버렸고, 만우의 광검이 광채를 내뿜으면서 그대로 뇌전풍을 통째로 삼켜 버렸다.

16553280642739.jpg

“후욱.”

만우는 순간적으로 탈력감이 몰려들자 깊게 심호흡을 했다. 그러자 희미한 형태를 이루고 있던 만우의 원영신이 가부좌를 틀며 기천의 운기조식에 들어가자 순간적으로 텅 비었던 단전에 빗물이 고이듯 내공이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16553280642739.jpg

‘내공의 소모가 크네.’

광검의 무학을 담은 기천의 일초식, 기선(氣線)을 사용해 봤는데 내공의 소모가 만우가 예상한 것 이상이었다.

아직 만우의 기(氣)가 정(精)을 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래 광검 자체가 엄청난 내공을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했다.

검강을 일으키는 것보다 날려 보내는 것이 내공의 소모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만우는 그것을 겉으로 티내지 않으며 자신이 날려 버린 먹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개운했다.

16553280642739.jpg

‘이것이 바로 진인의 경지.’

시험 삼아 해 본 것이기는 하나 어쨌든 순간적으로 탈력감이 왔을 정도로 무공을 써 본 만우다. 그 결과 압도적인 존재감을 뿌려 대는 신수 기린이 일으킨 조화를 일검에 없애 버렸다.

그 힘, 자신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 가져다주는 전율에 만우는 만면에 미소를 띠웠다.

16553280642739.jpg

“내려와라 기린!”

쩌저적!!!!

만우가 하늘을 향해 창룡후를 터뜨리자 먹구름 사이에서 거대한 굵기의 뇌전이 내리치더니 기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만우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여아와 남아의 모습이 아니라 전설 속의 신수인 기린(麒麟)이 황제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16553280642727.jpg

“기린!?”

16553280642727.jpg

“그 전설 속의 신수?”

16553280642727.jpg

“기…… 기린!!!”

사슴의 몸에 소의 꼬리, 말의 발굽과 갈기를 가진 오색찬란한 털을 가지고 이마에 뿔이 솟은 기와 이마에 뿔이 없는 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 크기가 자미원의 전각 서너 개를 합쳐 놓은 듯한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쿠웅!!!

황제 역시 당황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기린이라니. 설마 이야기 속에나 나오는가 싶었던 기린이 진짜로 있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보는 것이 사특한 사술이 아니라는 것쯤은 황제도 알았다.

그러기에는 기린으로부터 느껴지는 위엄과 서기가 결코 가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16553280642727.jpg

[상제의 명으로 지상의 질서를 조율하는 기린이니라.]

동시에 기린의 웅장한 목소리가 그 공간 안에 있는 모두의 귀에 동시에 울려 퍼졌다. 그건 소리(音)가 아니었다. 기린은 소리를 내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뜻을 그대로 수천의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16553280642727.jpg

[명의 천자는 나서라.]

천자(天子)는 하늘의 아들이다. 하늘의 아들이라 함은 바로 상제, 옥황상제(玉皇上帝)를 뜻한다. 그러니 황제는 기린의 부름에 나섰다.

16553280642727.jpg

“짐이 황제니라!”

16553280642727.jpg

[천살(天殺)의 별이 하늘 높이 빛을 발하고 있을지언저. 상제께서는 천살로 인한 혈겁이 땅을 휩쓰는 것을 걱정하시는 바. 이에 천자에게 당부하노니.]

만우는 신기한 눈으로 황제에게 말하고 있는 기린을 올려다보았다. 또 저렇게 보니 어제 보았던 아이의 모습과는 달리 위압감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근질.

그런 기린을 보니 만우는 문득 궁금해졌다. 정확히는 아까 전에 한 번 광검을 쏟아 냈던 그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사실 원래 만우는 투쟁심이 넘쳤고, 자신의 강함을 겨루는 것에 미쳐 있었기에 검주란 자리에까지 오른 것이다.

검(劍).

검 한 자루만을 의지하여 험난한 중원에서 살아남은 만우에게 투쟁은 어느새 그의 삶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우는 참았다. 기린과 약조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원하는 것은 나중에 충분히 시간이 있으니, 얼마든지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오싹!

갑작스레 오한을 느낀 기가 힐끗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때 린이 하던 전언을 이어 나갔기에 기도 얼른 따라서 전언을 이었다.

16553280642727.jpg

[상제께서 걱정하시는 바를 이해하여 쓸데없는 피를 이 땅에 흘리지 마라 하셨다. 피가 흐른다면 천자가 생각지도 못할 혼란과 겁화가 이 땅에 찾아올지어니.]

부르르

황제의 눈가가 파르르 하고 경련을 일으켰다. 전설 속의 신수라 불리는 기린들이 나타나 지금 이 싸움을 말리려고 하였기 때문이다.

눈앞에 있는 신수들이 가짜가 아니니, 황제는 천자의 아들, 그러니 하늘 그 자체인 상제의 아들로서 감히 안 된다고 할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외통수.

그렇다는 것은 결국 또 이번에도 검주를 그냥 놓아 보내 주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된다면 황제로서는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16553280642727.jpg

“피를 흘리지 말라는 상제의 염려, 소자는 알아들었나이다. 하나 인간의 정치는 그리 단순하지 않은 법이라 원치 않는 피를 볼 수도 있음이니,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황제는 일단 여지를 둔 채로 기린에게 물었다. 그러자 기린은 엄정하고 단호함이 담뿍 서린 눈으로 황제에게 말했다.

16553280642727.jpg

[달이 넘어가는 그때까지 피를 흘리면 안 된다는 뜻이다. 또한 그것은 우리의 당부이기도 하니.]

16553280642727.jpg

“천살…… 천살성이란 말인가?”

황제가 조심스럽게 기린에게 물었다. 신수인 기린이 직접 강림하여 주의할 것임을 황제에게 당부하였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뜻이다.

또한 기린이 당부한 이유는 천살의 별이 빛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 하였으니, 그 천살의 별이라 함은 천살성을 뜻하는 것이 분명했다.

16553280642727.jpg

[그렇다.]

16553280642727.jpg

“천살이라…….”

황제는 말끝을 흐렸다. 기린과 황제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자 황제의 호위무사들은 어찌할 줄을 모른 채 당황해했다.

바로 그때 만우가 나섰다.

16553280642739.jpg

“약조를 지켜라 기린.”

16553280642727.jpg

[……인간.]

16553280642727.jpg

[린. 그건 나의 약조였으니 너는 나서지 말라.]

황제는 검주와 기린이 서로 아는 눈치이자 입을 꾹 다물었다. 안 그래도 천살성 때문에 머리가 복잡한 황제였는데 만우가 나서 주니 차라리 고마웠다.

쿵!!!

그런데 바로 그 다음에 뿔이 솟은 기가 보인 모습에 황제의 두 눈이 찢어질 것처럼 커졌다.

16553280699465.jpg

 
전각만 한 풍채를 자랑하는 거대한 신수, 기린이 만우 앞에 말의 발굽이 달린 다리를 꺾어서는 무릎을 꿇고는 뿔이 솟은 머리를 땅에 박은 것이다.

그것은 마치 사냥감이 사냥꾼 앞에 사냥을 당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 기의 돌발행동에 좌중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16553280642727.jpg

[또한 황제는.]

린은 착잡한 표정으로 그런 기를 쳐다보며 황제에게 말했다. 굴욕적인 자세였지만 기의 맑은 눈에는 굴욕감이 하나도 담겨 있지 않았다.

만우는 그 앞에서 뒷짐을 진 채 오연한 눈으로 무릎을 꿇은 기를 내려다보았다.

16553280642727.jpg

[헛되이 생명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 저…… 탈각자는 우리 기린이 인정한 반선이니, 인간으로서는 감히 닿을 수 없음이라.]

16553280642727.jpg

“!!!!!!!!!!!!!”

지금껏 풍문이나 소문으로 돌던 것과 신수의 입에서 나온 내용이 주는 무게는 차원이 달랐다.

그나마 소문으로 돌 때는 ‘혹시’, ‘설마’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던 것이 신수의 입에서 나온 순간 더 이상 가설이 아니라 진실이 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기린은 신수 중에서도 가장 인자하고 공명정대하며 지혜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 신수다.

그런 신수가 인간들에게 거짓을 말할 이유가 없으니, 황제의 두 눈이 찢어질 것처럼 커지고자미원을 빽빽하게 둘러싼 황제의 군사들이 당황스러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16553280699486.jpg

“역시 대장!”

1655328069949.jpg

“믿는 구석이 있으셨어!”

16553280699494.jpg

“이제는 신수까지!”

그에 기뻐하는 것은 사행단뿐이었다. 설미수와 동군영도 어느새 안색이 원래대로 돌아오다 못해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지옥에 발을 반쯤 담가 놓은 것 같았는데 전설 속의 신수인 기린이 나타나면서부터 상황이 완전히 반전된 것이다.

16553280642727.jpg

“그래서였군.”

척일이 수염을 쓸어내리면서 흘흘 웃었다. 척사영이 그런 척일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하자 척일이 손가락으로 무너진 바닥을 가리켰다.

16553280642727.jpg

“검주는 절대로 선인이 아니다, 사영아. 선한 칼잡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16553280727497.jpg

“소녀도 알고 있습니다, 할아버님.”

척사영은 척일이 만우의 흉을 보기 위해서 한 말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다. 칼잡이란 것은 운명적으로 누군가를 죽이게 되어 있다.

자기 수양으로 검을 익힌다?

그렇다면 검이 아니라 차라리 시를 쓰고 글을 쓰고 말을 타면 된다. 한데 검을 잡았다는 것은 운명적으로 누군가를 죽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렇게 누군가를 죽인 사람은 선할 수 없다.

그 뜻이 정의롭건, 아니건, 칼을 쥔 자가 협객이건 악인이건 간에 누군가의 피를 손에 묻히고 살아가는 사람은 절대로 선인이 될 수 없다.

만우는 그것을 용접곡에서의 자비 없는 손길로 모두에게 보여 주었다.

장난기 많고 제 잘난 맛에 사는 한량 같이 보이는 만우가 사실은 그들 중에서 가장 긴 수라의 길을 걸어 그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을 말이다.

16553280642727.jpg

“한데 여기서는 피를 보지 않으려 하더구나.”

척일은 만우가 가장 먼저 무너뜨린 지반의 잔해 속에 묻혀 있는 환관들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설마하니 만우가 능력이 부족하여 그들을 죽이지 못하였을까?

아니다.

일부러 살려 둔 것이다.

16553280642727.jpg

“아무래도 어젯밤 우리가 고생한 것이 다 저들 때문인 모양이다.”

16553280727497.jpg

“…….”

척일은 씁쓸하게 웃었다. 어떻게 된 것이 점점 더 만우가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처음에 서장관을 받아들인 것도 만우란 무인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고, 이왕이면 손녀딸과 이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건 당최 붙어 다니면 다닐수록 점점 더 큰 사람이 되어만 갔다.

16553280642727.jpg

‘원래 큰 사람이었던가.’

아니, 어쩌면 원래 큰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단지 척일의 시야가 좁아 그것을 몰랐을 뿐이고.

16553280642727.jpg

“그 말인즉슨!”

그때 황제가 기린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황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16553280642727.jpg

“이 주체가, 천자인 이 몸이 저 오만방자한 낭인 따위에게 드리운 검이 닿지 못할 것을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황제의 기세가 바뀌었다. 투쟁심과 호승심이 폭발적으로 황제에게서 커지기 시작했다. 린의 한 마디가 오히려 황제의 도화선에 불을 붙여 버린 것이다.

쿠르르릉!!!!

그리고 그런 황제의 고함에 호응이라도 하듯 거센 바람과 함께 하늘에 심상치 않은 먹구름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먹구름이 굵은 빗줄기를 토해 내기 시작했다.

16553280642727.jpg

[이건!]

16553280642727.jpg

[어찌하여!]

그 순간 기린이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만우도 거대한 무언가를 느끼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호풍환우.

이 세상에는 바람을 다스리고 비를 부르기로 잘 알려진 신수가 하나 더 존재하였고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신수는 흔히 임금과 황제를 상징하는 신수이기도 했다.

황룡(黃龍).

번쩍!

꾸르릉!!!

만우는 먹구름 사이로 번쩍거리는 뇌전이 치는 순간, 먹구름 너머에 있는 그 거대한 존재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는 고개를 내려 기린을 쳐다봤다.

16553280642739.jpg

“야.”

수천 년을 살아 온 신수, 기린이지만 만우의 말투는 마치 뒷골목 파락호에게 건네는 것처럼 경박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만우의 목소리에는 정신을 번쩍 들게 할 정도의 공력이 실려 있었기 때문에 기와 린은 고개를 돌려 만우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16553280642739.jpg

“이게 무슨 일인지 설명해 줄 사람?”

만우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하늘 위를 가리켰다. 눈으로 직접 확인한 황룡의 존재감은 가히 하늘을 날아다니는 거악(巨嶽)이라고 해도 이상함이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16553280754301.jpg

“아…….”

부들부들

호선은 뒤에서 황룡의 출현을 선기로 느끼고는 두 팔을 부들거리며 사시나무 떨듯 떨어 대고 있었다.

500년이란 세월을 살아 와 등선 직전까지 갔던 호선이라고 하지만 아마 저 영물, 신수들의 세계에서 그 시간은 찰나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니 호선이 저리 떠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격의 차이란 그리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꾸욱.

그런 격의 차이란 만우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제 아무리 만우의 정(精)이 크게 자라났고 진인과 기신의 경지에 도달하였다고는 하나 용(龍)과는 순수한 격에서 모자랄 수밖에 없었다.

만우의 기(氣)와 신(身)이 온전히 정(精)만큼 성장하였다면 그때는 또 모를 일이나 적어도 당장은 아니었다. 그에 만우는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있었지만 그와는 반대로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16553280642727.jpg

[그대가, 인간 그대가 탈각자여서 그렇다!]

16553280642727.jpg

[지금이라도 염라의 부름을 받아 등선하여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 바로 인간!]

16553280642727.jpg

[그런 인간이 운명의 와류(渦流)에 끼어들었으니 황룡께서 개입할 빌미를 내어 준 것이니!]

기와 린이 번갈아가면서 만우에게 상황 설명을 했다. 운명의 와류니, 등선이니 뭐니 하는 복잡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결국 한 문장으로 결론이 난다.

16553280642739.jpg

“너희들의 뜻은 아니라는 거지?”

16553280642727.jpg

[아니다, 인간!]

16553280642739.jpg

“그러면.”

만우는 이룡검을 고쳐 쥐었다. 손이 뻣뻣한 것이 잘 펴지지 않았지만 만우는 다른 손으로 검을 쥔 손을 열심히 주물렀다.

손이 부드러워야 검을 잡고 휘두를 때 복잡한 검의 움직임도 다 받아 낼 수 있는 법이다. 손이 굳으면 검수(劍手)로서의 자격 상실이다.

16553280642727.jpg

[인간! 설마…….]

16553280642727.jpg

[안 되느니라! 용의 진노를 어찌 감당하려 하는 것이냐!]

기와 린은 그런 만우를 보면서 기함했다. 하지만 황룡의 등장에 당황해하고 있는 기와 린은 별로 믿음이 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어릴 적을 제외하고는 자신만을 믿어 온 만우다. 그러니 수천 년을 살아 온 전설 속의 신수라고 해서 새롭게 만우의 신뢰감이 막 자라날 일은 없었다.

그나마 자신들이 다 알아서 하겠다고 한 일마저도 황룡이 등장하면서 다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는 마당에 무슨.

16553280642739.jpg

“하나만 묻자. 인간의 피가 아닌 용의 피가 흐르면 어떻게 되는 거냐?”

만우가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면서 기린에게 물었다.

16553280781931.jpg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