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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 대적불가 천하제일역졸 (3) (346/400)


346. 대적불가 천하제일역졸 (3)
202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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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는 히죽 웃었다. 제왕으로 태어나 패왕이 될 운명을 이고 태어난 자가 하나는 대국의 황제이고, 하나는 소국의 임금이라니.

참으로 재밌는 운명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조선의 임금도 형제를 죽이고 임금이 되었는데, 명의 황제도 조카를 몰아내고 황제가 됐다.

혈육상잔을 겪어야 하는 것은 패왕을 타고난 자의 타고난 숙명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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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답이 없느냐. 혹여 짐을 보고 입이라도 굳은 것이냐.”

만우에게서 딱 백 보. 백 보가 떨어진 곳에 황제가 멈춰 섰다. 만우는 황제의 둥근 듯하면서도 각진 얼굴을 지그시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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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황제를 보러 예까지 왔는데. 처음 오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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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다. 발칙한 일을 저질렀다지.”

만우 앞에서도 황제는 허리를 굽히지 않았다. 그것을 또 황제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러자 어정쩡해진 것은 주변 사람들이었다.

특히 설미수와 동군영은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원래라면 황제 앞에 오체투지를 하고 엎드리는 것이 예법인데,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애매해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주순이나 황보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만우에게 무엄하다며 소리를 칠 새도 없이 황제가 곧바로 그를 지적하지 않은 덕분에 끼어들 수가 없게 돼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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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것은 그 황제와 주변 놈들이었지. 특히 황보세가의 가주 놈.”

만우는 황보윤을 힐끗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황보윤의 눈이 서늘해졌다. 이미 황보천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전부 다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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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때의 약조를 오늘에서야 그놈이 갚았으니 오히려 후련해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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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짱 하나는 두둑한 놈이로다.”

성정이 거칠기로 따지면 황제도 둘째가라 할 정도로 그도 보통이 아니었다. 황족이라는 이유로 뒷전으로 물러나 있기 보다는 말을 달리고 칼을 휘두르기 좋아했던 것이 바로 황제다.

그렇기에 군벌로 이름을 드높일 수 있었던 황제는 만우를 보면서 황제답지 않은 표정과 말투를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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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겁쟁이라 부르지 않나, 짐의 천하에서 천하제일인이라 자칭하지 않나.”

황제는 만우를 보면서 이죽거렸다. 하지만 만우는 그 웃음에서 황제의 언짢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만우는 황제를 마주 보면서 외려 더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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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라 불리면서 천하의 풍문에 이리도 귀가 어두워서야. 죽으면 썩어 없어질 몸을 누일 그 거대한 황궁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보다 세간의 풍문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겠나? 아, 이건 조언이지, 조언.”

만우는 자칭이 아니라 세간에서, 세상에서 그리 부른다는 것을 돌려 말했다. 의외로 유려한 만우의 언변에 황제의 눈썹이 꿈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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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의 풍문이라는 것, 짐에게서 시작되고 짐에게서 끝나는 것이니.”

황제의 묵직한 존재감이 발산됐다. 만우는 그런 황제를 보면서 키득거리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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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황제가 본주를 죄인으로 호송하라 조선에 명하였다 들었다.”

만우는 황제의 존재감 따위는 가뿐히 무시하고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화제로 올렸다. 그러자 황제가 만우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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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죄인으로 이곳에 섰는가?”

만우는 그렇게 묻는 황제를 보다가 잠시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러더니 이내 만우의 어깨가 들썩거리더니 박장대소가 터져 나왔다.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 만우를 보면서 황제가 얼굴을 굳혔다. 황제가 얼굴을 굳힌 이유는 만우의 행동이 무례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다.

저 웃음의 의미는 황제가 한 말을 무시하거나 그래서가 아니다. 검주가 터뜨리고 있는 저 박장대소는 정말 말 그대로 말이 안 되는 것을 들었을 때 나오는 그런 웃음이었다.

황당함.

명의 황제가 한 물음에 만우가 황당함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는 것은 이미 저 웃음으로 만우가 황제에게 답을 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황제 역시 그런 만우에게 돌려줄 수 있는 것은 딱 한가지뿐이다.

벌(罰).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 법이다.

황제는 벌을 내리는 사람이고, 죄는 황제 밑의 만민이 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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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누가 있어!!!!”

하지만 지금, 황제의 눈앞에서 그중 하나가 감히 천자인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 하고 있었다.

찌르르!!!!

만우의 창룡후가 주변을 휩쓸었다. 대기가 찌르르하고 울리면서 만우의 공력에 비명을 내질렀다. 황제는 공기가 부르르 떨리며 불기 시작한 바람에 눈을 가늘게 좁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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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어찌할 것이냐, 검주. 이 자리에서 검을 뽑을 것이냐?’

검주가 자신의 눈앞에서 검을 뽑아도, 뽑지 않아도 황제에게는 손해 볼 것이 하나 없었다.

검을 뽑는다면 그것을 명분 삼아 무림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게 된다. 하나 검을 뽑지 않아도, 황실의 수치를 안겨 준 만우가 황제 앞에서 꼬리를 만 것이니 그것으로도 괜찮다.

하나 황제의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검주가 검을 뽑았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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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주의 죄를 벌한단 말인가!!!!”

척!

하지만 만우는 황제가 기대하며 세워 뒀던 그 모든 예상을 뒤엎었다.

오싹!

황제의 목덜미에 순간적으로 좁쌀만 한 소름이 우수수 돋았다. 황제는 그것이 살기란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황제는 마치 올가미에 걸린 사슴처럼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검(劍).

검주가 자신을 쳐다본 순간, 모습이 사라지고 어느새 황제의 앞에 목덜미를 노리는 거대한 거검(巨劍)이 고고한 예기를 뿌리며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즉, 사람이 검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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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황제는 두 눈을 부릅떴다. 자신을 옥죄어 오는 살기에 황제는 대항하려 했지만 지금껏 겪어 본 살기와 저 검에서 느껴지는 예기는 감히 비교 자체를 불허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기 위해 뿜어내는 살기(殺氣)와 검 자체가 품고 있는 예기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검은 아무런 의지가 반영되지 않아도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예기를 뿜어 대는 그런 무기였으니 말이다.

주륵.

황제의 관자놀이로 식은땀이 주륵 하고 흘렀다. 황제는 주변의 호위무사들이 잠잠한 것을 보고 자신의 눈에만 이 거검이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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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주!’

검주.

무(武)가 하늘 끝에 닿아 천하제일검이라 불린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사람 자체가 검 같은 예기를 품을 수 있을 줄이야.

그 순간 황제는 온 힘을 다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찌릿-!

주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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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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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을 가져와라!!!”

황제의 돌발행동에 그의 아랫입술이 찢어지면서 피가 주륵 하고 흐르자 옆에 있던 호위무사들과 서창의 환관들이 난리가 났다. 하지만 그때 황제가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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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게 굴지 마라!”

아랫입술이 찌릿찌릿하고 화끈거렸다. 하지만 그 덕분에 눈을 현혹하던 거검의 환영에서 벗어나자 황제는 비릿하게 웃고 있는 만우의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

스윽.

황제는 손등으로 입술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 냈다. 그것을 본 환관들이 옆에서 발을 동동 굴렀지만 황제는 무표정하게 다른 손을 들어 피를 닦아 냈다.

피.

대체 얼마 만에 보는 자신의 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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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묻지. 누가 있어 본주의 죄를 묻는다는 거지?”

만우는 다시 한번 더 황제를 도발했다. 하지만 공력이라고는 한 줌도 없는 황제가 신검합일(身劍合一)의 기세 속에서 스스로 벗어났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설마하니 스스로의 입술을 깨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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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닮았어.’

조선의 임금이나 명의 황제나 확실하게 비슷한 부류의 인간이었다. 만우는 피가 맺힌 황제의 아랫입술을 보고는 그의 눈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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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 묻는다. 네가 하늘 위에 사는 이가 아닌 한, 천하의 모든 것은 짐의 것이니.”

황제가 손을 들어 보였다. 작은 손이지만 저 손 하나로 수없이 많은 이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 하나면 움직일 백만 대군이 있었고 그의 음성이면 죽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충신 수십만이 중원 전체에 도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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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어찌하여.’

이런 황제의 위엄과 권력이 검 한 자루만을 믿고 보잘 것 없는 저 검주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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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검주 너는 그런 세상의 당연한 이치를 거스르려 한단 말인가. 정녕 짐이 백만 대군을 몰아 조선으로 가야만 직성이 풀리겠느냐?”

황제는 눈을 가늘게 좁혀 떴다. 황제는 만우를 용납할 수가 없었다. 이 세상에 천자인 자신과 같은 권력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설령 그것이 천하제일인이라 할지라도, 그 천하(天下)는 황제의 발아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천하제일인이라고 해도 결국 황제의 발밑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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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대군이라. 뭐 할 수 있으면 해 보시던가. 그런데.”

만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만우를 보고 설미수와 동군영이 뒤에서 소리 없이 기함했다. 그러다 진짜 황제가 진노하여 조선을 상대로 군사를 일으키면 그들로서는 이 일을 감당할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우가 이미 신검합일로 황제를 한 번 찍어 눌렀다는 것을 모르기에 설미수와 동군영은 숨이 넘어갈 것처럼 뒤에서 허우적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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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씨 성을 쓰는 이들이 많나, 중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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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오오오옴!!”

쐐애애액!!!

만우의 한 마디는 의미심장했다. 그리고 그 안에 내포된 의미를 단박에 알아들은 남진무사 순, 주순이 분노하여 만우를 향해 창 한 자루를 꼬나쥐고는 달려들었다.

모든 힘을 일점에 모은 찌르기는 전광석화처럼 극쾌를 추구하고 있었다. 창극에 담긴 힘이 어마어마했기에 만우는 주순이 어떠한 유형의 무인인지 단박에 파악했다.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은 결국 습격자보다 0.1초라도 더 빠르면 되고 1푼이라도 더 강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니 주순의 무공은 체력을 안배한 장기전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모든 힘과 공력을 끌어올려 일점에 집중할 수 있는 일격필살의 찌르기, 바로 그것이 주순이 익힌 무공의 특징인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별로 좋지 않았다.

툭.

키이이이잉!!!

주순의 눈이 찢어질 것처럼 커졌다. 그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우는 주순이 모든 힘을 끌어 모아 내지른 찌르기를 가볍게 손가락 하나를 가져다 대서는 막아 낸 것이다.

쿠과과가가가가!!!!

물론 주순의 무공을 가볍게 막아 냈다고 해서 주순이 가진 무공의 힘이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주순의 찌르기에 담긴 힘은 만우가 아니라 그의 발을 통해 땅거죽을 뒤집으며 옆으로 흘러 나갔다.

히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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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없어?”

만우는 이죽거리면서 코앞에 선 주순을 도발했다. 만우가 중원에 더 이상의 주 씨 성이 없냐고 물은 이유는 간단했다.

황제가 백만 대군을 일으켜 조선을 쑥대밭으로 만들겠다 협박을 하였으니, 만우도 그것을 갚아준 것뿐이다.

눈앞의 황제를 죽이고 다음 대의 주 씨 성을 가진 황제를 세우겠다는, 그런 광오하고도 오만하기 짝이 없는 말을 황제 앞에서 내뱉은 것이다.

휘청.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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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대인!”

당연히 그것을 설미수도 알아들었다. 그러자 설미수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털썩 주저앉았고 동군영은 황급히 부축했다.

아무래도 설미수는 자신이 제 명에 못 살 것이라 확신했다. 놀랄 일이 너무 많아 심장에 이렇게 무리가 가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몇 번 더 만우를 따라다니다가는 단명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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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으면 없다고 하면 되지.”

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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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으윽!!!”

촤자자작!!

만우가 어깨를 으쓱하면서 가볍게 튀긴 손가락이 주순의 창극을 후려쳤다.

손가락으로 딱밤을 때리듯이 창극을 손가락으로 때린 만우지만 주순의 신형은 마치 태풍에 연약하게 흔들리는 버드나무 잎처럼 휘청거리면서 뒤로 무려 20보를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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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만우는 주순 너머의 황제를 쳐다보면서 대답하라는 듯 눈썹을 치켜 올렸다. 굳은 얼굴의 황제가 그런 만우에게 뭐라고 하려는 순간, 만우가 허공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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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도 오네. 진짜.”

우르릉!!!!

그 순간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하늘 저편에서 먹구름이 바람처럼 밀려들었다. 그렇게 몰려든 먹구름은 자미원의 하늘을 삽시간에 뒤덮어 버렸다.

휘오오오오!!!

쩌저적!!!

꽈르릉!!

그렇게 하늘을 먹구름이 뒤덮자 자미원의 장내에 거센 강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몰려든 먹구름이 번쩍하더니 그 안에서 뇌성과 함께 벽력이 우렁차게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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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그것은 황제가 보기에도 절대로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었다. 그것을 먼저 느낀 것은 황제가 아니라 황제 주변의 호위들이었다.

파바박!!!!

삽시간에 수백 명의 호위무사들이 황제 주변을 에워쌓았다. 재밌는 점은 그들 중 상당수가 모습을 숨기고 있었던 이들이라는 점이다.

그들 모두가 튀어나올 정도로 지금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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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주! 또 무슨 사특한 사술을 부리는 것이냐!”

황보윤이 만우를 보면서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지만 만우는 광풍이 휘몰아치고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을 지그시 올려다보면서도 태연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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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다. 하늘에서 노해서 천벌이라도 내리는 거 아닌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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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오오오오!!!!

불기 시작한 광풍이 종래에는 용트림을 하면서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며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어난 용권퐁이 길게 길게 뻗어 먹구름에 딱 하고 닿은 순간, 눈부신 뇌전이 뿜어져 나왔다.

꽈르릉!

빠지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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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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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악!!!”

만우가 뒤에서 터져 나온 비명소리에 고개를 힐끗 돌려 뒤를 쳐다봤다. 그러자 마른하늘에 피어난 난데없는 날벼락에 놀라 오들오들 떨고 있는 간장과 방매가 보였다.

이제 보니 무서울 것 없는 것 같은 방매도 벼락은 무서운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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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거 하나 알았네.’

싱글거리며 웃은 만우가 먹구름 뒤에서 거대한 존재감이 출현한 것을 느끼면서 땅과 이어진 용권풍에 파직거리는 새하얀 벼락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냥 등장하면 될 것을, 요란히도 등장한다고 생각한 만우는 이번에는 직접 손으로 이룡검을 빼들었다.

스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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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어어어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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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냐 인간! 이, 이것은!!!]

검집에서 나오자마자 싸울어미와 불가살이가 아우성치는 것이 들렸다. 어차피 육신도 없는 것들이 겁도 많다고 생각한 만우는 먹구름 때문에 어두워진 아래서도 고고히 순백색을 뿌려 대는 이룡검을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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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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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그런 검주를 본 주순과 호위무사들이 벌떼처럼 황제의 앞을 가로막았다. 만우는 전혀 신경 쓰지도 않은 곳에서 소란이 벌어지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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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냐, 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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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내려라! 사특한 사술을 부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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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설마 이걸 본주가 했다고?”

빠지지직!

만우는 손가락으로 하늘까지 이어진 상태로 빠직거리며 뇌전을 토해 내는 뇌전풍을 가리키면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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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주가 용이냐? 호풍환우(呼風喚雨), 아 환우는 아니구나. 호풍환벽(呼風喚霹)을 하게? 본주가 용이었으면 이렇게 안 하지.”

만우는 그들에게 핀잔을 준 후 검극을 뇌전풍으로 향했다. 만우는 자신을 쳐다보는 황제의 시선을 느끼고는 황제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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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잘 기억해 두길. 본주가 황제와 명에 보이는 최선의 자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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