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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너희의 싸움은 나와는 상관없다(4) (289/400)

289. 너희의 싸움은 나와는 상관없다(4)2021.10.05.

16553262061343.jpg“아니. 같이 가셔야지요. 제가 못 보는 걸 보실 수 있지 않습니까.”

설운은 당연하다는 듯 만우에게 말했다. 오히려 왜 같이 안 가냐고 하는 표정을 짓고 쳐다본 것이다. 만우는 코끝을 긁적였다.

16553262061348.jpg“흠…….”

16553262061343.jpg“그리고 역졸이신데, 안 따라오시면 괜한 의심을 살 겁니다. 그러면 돌아다니시는 게 힘드실 텐데요?”

만우는 코끝에 이어 볼도 긁적였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흔쾌히 끄덕였다.

16553262061348.jpg“오랜만에 배에 기름칠도 하고 저야 좋습니다요. 대신 백달원이를 만나면 한 마디만 물어 보시겠습니까요?”

설운이 만우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16553262061348.jpg“삼밭에 뭐로 불을 질렀는지 좀 물어 봐 주십쇼.”

16553262061343.jpg“그렇게…… 대놓고요?”

만우가 해맑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16553262061367.jpg“푸흐으.”

방매는 눈을 문질렀다. 땅바닥에 바퀴가 굴러가며 남긴 흔적만을 따라가다 보니 눈이 빠질 것처럼 아팠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방매는 한참을 걷고 나서야 땅바닥에서 눈을 뗄 수 있었다. 그리고는 멀리 있는 가마터를 발견하고는 재빨리 몸을 숨겼다.

16553262061367.jpg‘자기를 구워 내는 가마터면 딱 삼밭을 태우기에 좋은 재료들이 가득한 곳이잖아?’

방매는 잘못 구워 낸 자기들이 한 쪽에 산산조각이 난 채 그 파편들이 쌓인 것을 보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문제는 가마터에서 막대한 양의 장작을 사용하여 크게 불을 지폈기 때문에 가마터를 반경으로 큰 공터가 주변에 깔려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 때문에 먼발치에서 가마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그렇게 해서는 방매가 찾으려고 하는 증좌를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16553262061367.jpg‘몰래 들어가야 하나?’

방매는 두 식경 동안 숨죽이고 가마터에 몇 명이 일하고 있는지를 살폈다. 그 결과 방매는 다섯 명의 도공들이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6553262061378.jpg“밥이나 먹고 오자고.”

16553262061378.jpg“어디? 여기서 안 먹고?”

16553262061378.jpg“든든하게 먹어야 일하지. 야!”

그런데 그때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이는 도공들 넷이 모여서 쑥덕거렸다. 귀를 기울이니 식사 시간이 되어 끼니를 해결하려는 듯했다. 그 도공이 누군가를 부르자 꾀죄죄한 몰골의 작달막한 남자가 어깨를 잔뜩 구부리고는 도공에게 다가갔다.

16553262061378.jpg“우리 가서 밥 먹고 올 테니까, 잘 지키고 있어. 어?”

16553262061378.jpg“예. 예.”

16553262061378.jpg“저번처럼 불 조절 잘못해서 홀라당 태워먹지 말고!! 아오. 그때만 생각하면 확!!!”

도공의 손이 하늘로 번쩍하고 올라갔다. 그러자 작달막한 남자가 어깨를 확 웅크리며 도공의 눈치를 봤다.

16553262061378.jpg“큰아비는 왜 저런 거한테 도예를 가르치라는 거야?”

16553262061378.jpg“저놈 몸 봐라. 어디 짐꾼으로 써먹기라도 하겠어? 십리만 가도 쓰러져 죽을 거다.”

다른 도공이 작달막한 남자의 몸 여기저기를 손가락으로 쿡쿡 하고 찔렀다. 남자의 말마따나 작달막하고 볼품없는 남자는 수시로 식식대면서 넘어갈 것처럼 숨을 몰아쉬었고, 자세히 보면 다리까지 절었다. 거기에 덩치까지 작으니 짐꾼이나 보부상으로도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16553262061378.jpg“에라이. 가마터가 저런 놈들 책임지는 곳도 아니고 말이야.”

못마땅한 소리가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었다. 가마터를 만들어 도공인 자신들을 불러다 모아 놓고 그렇게 만든 자기들을 비싸게 팔거나 양반들에게 뇌물로 주면서 정작 일꾼으로는 쓸모없는 놈들만 붙여 주었기 때문이다.

16553262061378.jpg“조용히 해 인마. 그렇게 투덜거리다가 보부상들이 들으면 너 아작 난다?”

16553262061378.jpg“끄응. 알았다고 알았어.”

도공들은 다시 한번 그 볼품없는 사내에게 눈을 부라리며 윽박지르고는 마을 쪽으로 내려갔다. 도공들의 구박에 어깨를 잔뜩 움츠렸던 남자는 도공들이 완전히 사라지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구석에 가서 쪼그려 앉았다.

16553262061367.jpg“…….”

생판 처음 보는 사내인데도 불구하고 방매가 측은함을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방매는 남자를 측은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스윽, 스윽. 무공은 익히지 않았지만 체력이 좋고 몸이 작고 날랜 방매였다. 주변에 하도 괴물들만 있어서 그녀가 빛이 바랜 것이지, 사실 그녀도 장정 서넛은 거뜬히 쓰러뜨릴 수 있는 보법과 각법을 익혔다. 그런 방매가 마음먹고 기척을 죽이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소리만 났다. 타닥, 타닥, 딱! 그나마 그 작은 소리조차도 가마터가 돌아가며 장작을 태울 때마다 탁탁 하고 튀는 소리에 묻혔다. 방매는 그렇게 커다란 가마 뒤에 가서는 딱 붙었다.

16553262061367.jpg‘윽, 뜨거.’

아주 두텁게 만든 가마임에도 불구하고 열기가 후끈하게 느껴졌다. 방매는 기겁하며 한 발자국 떨어졌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가마 곁에 붙었다. 슥, 슥 방매는 그렇게 가마를 적절히 이용해 가면서 여기저기를 살피고 다녔다. 송진이나 송유가 있을 만한 곳은 가마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냐면 가마터에서는 자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항시 막대한 양의 장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송유는 솔가지를 불로 태우면 나오는 기름을 모은 것이기 때문에 삼밭을 태울 정도의 기름을 얻기 위해서는 가마터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불이 있고, 장작이 있으니 말이다.

16553262061367.jpg‘없네.’

하지만 이곳저곳을 돌아도 송유나 송진이 보이지 않았다. 방매의 감은 가마터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바그작!

16553262061367.jpg“!!!!!”

그때 방매가 실수로 구워지면서 깨지거나 찌그러진 실패작들을 깨 놓은 파편을 밟았다. 이곳저곳을 살피다 보니 실패한 자기의 파편들이 수북하게 쌓인 곳까지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입을 턱 하고 막은 방매가 조심스럽게 귀를 기울였다. 혹시라도 여기서 난 소리를 듣고 아까 남은 그 남자가 올까 봐 걱정된 것이다.

16553262061367.jpg“후우.”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자 방매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방매가 수북이 쌓인 파편 속에 멀쩡한 자기가 있는 것을 보고는 눈을 반짝하고 빛냈다. 찌그러지고 탄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깨진 도자기가 아니었다. 스윽, 스윽 세심한 손길로 파편을 치워 낸 방매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찰랑! 자기를 흔들자 안에 액체가 흔들리는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도자기의 목을 붙잡고 들어 안을 본 방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렬한 불 냄새와 함께 은은한 솔나무 냄새가 났다. 송유.

16553262061367.jpg‘찾았다.’

눈을 빛낸 방매가 도자기를 손에 들고 몸을 돌리는 순간 눈을 크게 떴다.

16553262061378.jpg“그, 그건 내 건데…….”

화악!!!! 어수룩한 말투와 함께 시커먼 손이 방매를 노리고 출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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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553262061378.jpg“물어보실 것이요? 예, 뭐든지 물어보십쇼.”

띠링~ 띵! 띵~ 띵! 부상청의 마당에서 악공이 연주하는 곡조에 맞춰 기생이 사뿐거리며 춤을 췄다. 치마를 살짝 들어 올린 채 솜털을 얹은 것처럼 어깨를 살랑이는 것이 제법 볼만했다. 만우는 백달원이 간과 쓸개를 다 내줄 것처럼 설운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한양의 양반이 기루에서 여는 것만은 못 했지만 그래도 그것을 따라하려 한 노력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제법 값이 나가는 술에 술상 위에는 값나가는 재료로 만들어진 안주들이 그득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보부상이나 부상청에서 한 자리를 하는 이들이 백달원과 설운이 앉은 상석의 아래로 쭉 늘어앉아 가운데서 음률과 기생의 춤에 왁자지껄하게 웃고 떠들고 있었다.

16553262061348.jpg‘재밌는 노인네일세.’

만우는 그렇게 설운에게 넙죽 기는 듯한 백달원을 보면서 속으로 고소를 감추지 못했다. 무림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만우의 눈에는 백달원이 연기하는 것이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16553262061348.jpg‘저놈들도 그렇고.’

만우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술과 음률을 즐기는 척 연기하는 부상청과 보부상들을 보면서도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들에게서는 연기로 감출 수 없는 은은한 살기가 느껴졌다. 만약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이 자리에서 설운과 만우를 죽일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보나마다 술상 밑에 병장기가 들어 있을 것이라는 것에 만우는 자신이 익힌 기천을 걸 수도 있었다. 끄덕

16553262061343.jpg“삼밭에 불은 왜 지른 건가?”

16553262061378.jpg“예?”

설운은 만우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백달원에게 만우가 부탁한 대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하지만 노련한 백달원은 움찔거리거나 흠칫하지도 않고는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16553262061348.jpg[지금!]

16553262061343.jpg“감히 이 설운을 우롱하려 하는가!!!”

만우가 전음을 보내자 설운이 일갈을 내지르며 기세를 터뜨렸다. 고오오-!!!! 설운이 젊어 경륜이 부족하다고는 하나, 그의 재능은 진짜였다. 무인으로서 그의 재능은 권희달 다음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서른 남짓한 나이에 무과에 급제한 것도 모자라 초절정에 다다랐으니 말이다. 하지만 만우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었다. 만우는 의외라는 듯 보부상들과 부상청의 이들을 쳐다봤다.

16553262061348.jpg‘어디서 검 좀 쓴 놈들을 불러 모았네?’

설운이 살짝 내비친 기세에 겁을 집어먹기 보다는 능숙하게 몸에 적당히 힘을 풀면서 대비하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도전에 의해 사병이 혁파되면서 많은 귀족들이 거느리고 있던 사병들은 사병으로서의 역할을 잃었다. 그렇다고 노비나 머슴도 아닌 그들이 그제야 농사를 하면서 살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 때문에 많은 사병들 중 귀족 가문을 나온 이들은 낭인이 되어 떠돌거나 이처럼 무력을 필요로 하는 곳에 투신해 신분을 위장했다. 만우가 한양에서 발견했던 검계나, 지금 보부상들로 위장한 이들처럼.

16553262061348.jpg‘아예 맹탕은 아니네, 노인네.’

만우는 백달원이 선별하여 모았음이 분명한 이 판을 보면서 히죽 웃었다. 거기에 백달원이 부상청을 세우고 보부상들의 영향력을 조선 전역으로 넓히면서 무력에 근간한 내실 또한 다졌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16553262061343.jpg“주상전하께서 직접 보내신 수사관이 바로 나다. 그런데 어찌하여 그대는 사사로이 수사관인 나의 이목을 흐리려 하는 것인가.”

웅혼한 음성이 설운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설운의 기세가 상당했지만 백달원도 과연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인이었다. 설운을 바로 코앞에서 상대하면서도 무예 하나 익히지 않은 몸으로 눈썹 하나 떨지 않았기 때문이다.

16553262061378.jpg“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우연히 산의 둔덕에 불이 났을 뿐입죠. 삼밭이라니. 왜 제가 삼을 키운다고 하시는 겁니까?”

백달원은 설운을 보면서 웃었다.

16553262061378.jpg“증좌도 없으시면서 그러십니까요?”

설운이 코웃음을 쳤다. 그때 기다렸다는 듯 만우가 허겁지겁 뛰어 들어오면서 설운의 어깨를 눌러 앉혔다.

16553262061348.jpg“아이고, 분위기 좋은데 왜 이러십니까요, 나리. 술이 과하셨나 봅니다.”

설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이후의 일은 전혀 들은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16553262061348.jpg“자자. 어서 마저 드시던 술들 다 드시고, 곡조도 즐기시고 하십쇼. 하하핫.”

만우는 넉살 좋게 웃으면서 백달원과 둘러앉은 부상청의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팽팽해져 있던 긴장의 끈이 탁 하고 풀린 것처럼 분위기가 애매해졌다. 설운이 조금 더 나갔으면 백달원이 준비해 준 칼잡이들이 달려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깔끔하게 쓸어버릴 명분은 얻겠지만, 동군영을 구원할 수 있는 증좌는 물 건너가게 되는 셈이다.

16553262061343.jpg“흠흠.”

설운은 만우의 눈빛을 받고는 헛기침을 몇 번 내뱉고 자리에 앉았다. 백달원은 만우를 힐끗 쳐다보고는 입가에 사람 좋은 미소를 머금었다.

16553262061378.jpg“죄송합니다, 나리. 제 말이 건방졌다면 부디 용서를…….”

16553262061348.jpg“에이!”

만우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러자 백달원의 눈가가 흠칫했다. 하지만 만우가 허리춤에 검을 차지 않고 있는 것을 보고는 눈가가 누그러졌다.

16553262061348.jpg“우리 나리가 용서하시고 자시고 할 게 어디 있습니까. 하하핫.”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만우는 까칠한 상사가 분위기 망치는 것을 말리기 위해 끼어든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백달원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16553262061378.jpg‘대단한 수준의 검객.’

삼밭에 크게 낸 불을, 검을 휘둘러 끈 바로 그 역졸이었다. 역졸이라고 볼 수 없는 고강한 무예를 익혔기 때문에 백달원은 방심하지 않았다.

16553262061348.jpg“나리. 나리도 한 잔 드십쇼!”

만우가 설운의 잔에 술을 한 가득 따라 주었다. 설운이 만우를 힐끗 쳐다봤다. 만우는 눈짓을 했다. 마시라는 것이다. 잠시 망설이던 설운이 눈을 질끈 감고 술을 쭉 들이켰다.

16553262061348.jpg“아이고. 우리 나리 술도 잘 드셔라. 여기, 안주도 드시고요.”

만우가 젓가락으로 안주까지 집어 설운의 입 안에 넣어 주었다. 입에 들어온 음식을 우물거리느라 설운의 입이 막혔다. 만우는 설운에게 따라 주었던 술병을 들어 백달원에게로 돌렸다.

16553262061348.jpg“저희 나리 대신 제가 한 잔 따라드리겠습니다, 도반수님.”

16553262061378.jpg“그래 주면 고맙지요!”

백달원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술을 받았다. 만우는 백달원에게 손사래를 쳤다.

16553262061348.jpg“에이! 제가 한참 어립니다. 그리고 도반수님이 역졸에게 존대가 무슨 말입니까! 헤헤. 말 편하게 하십쇼!”

설운은 기가 찬 표정으로 만우를 쳐다봤다. 만우가 저렇게 넉살 좋고 성격 좋은 연기를 완벽하게 해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운이 본 만우는 까탈스러운 초인이었기 때문이다. 가끔 보면 제 잘난 맛에 제 잘난 대로 사는 것 같아 보이는 인간이, 저렇게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잘할 줄이야.

16553262061343.jpg‘근데 뭘 하려고?’

설운은 만우가 무엇을 노리고 저리 백달원에게 사근사근한지 알 수 없었기에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자신의 입에 음식을 넣어 준 것도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16553262061348.jpg“자자. 그럼 이제 두 분이 화해하셨으니 말입니다.”

만우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변했다. 그것을 본 백달원의 모골이 송연해졌다. 백달원이 놀라 입을 열려는 찰나 만우의 행동이 반 박자 정도 더 빨랐다. 파바바박!!! 쿵!!! 와장창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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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우의 손가락 끝에서 발출한 지풍(指風)이 아래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 칼잡이들의 마혈을 거의 동시에 모두 짚어 버린 것이다. 그에 몸이 뻣뻣하게 굳은 칼잡이들이 목석처럼 몸을 가누지 못하며 쿵쿵 하고 쓰러지자 놀란 악공들과 무희들이 그 자리에서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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