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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가장 쓸데없는 조사의 걱정(4) (137/400)

137. 가장 쓸데없는 조사의 걱정(4)2020.04.21.

조사의는 그동안 일한 대가를 달라는 기무의 청을 단칼에 거절했다. 그리고는 나가서 혼란스럽게 만드는 놈들이나 죽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잠시 서 있던 기무가 번개처럼 검을 뽑아들더니 허형의 목을 날려버린 것이고.

1655322257871.jpg“장군! 피하셔야 합니다!!!!”

조사의는 부하의 손에 끌려 막사의 천 아래로 기어 나오면서 막사 안에서 휘몰아치는 피보라에 전율했다. 칠천의 병력 중에서도 고르고 골라 뽑은 호위병이다. 그런 호위병들이 저 안에서 비명을 내지르며 죽어가고 있었다.

1655322257871.jpg“적습이다!! 적습!!!!!!”

혼이 빠진 조사의를 대신해 그를 끌고 가던 부하가 주변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주변이 소란스러워지면서 병사들이 무기를 쥔 채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 수가 족히 백이 넘었다. 조사의는 달려오는 병사들을 보면서 달아났던 혼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감히 자신의 눈앞에서 난리를 피운 마교의 낭인이 한 명뿐이란 것을 자각한 것이다. 하지만 조사의는 초절정 고수의 두려움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1655322257871.jpg“끄아아아악!!!!”

푸화아악!!!!! 조사의의 고개가 저절로 뒤로 돌아갔다. 조사의가 있던 막사 안이 보였다. 기무의 톱날검이 막사를 찢어버리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사 안이 온통 시뻘겋게 피칠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기무는 조사의를 쳐다보면서, 한 손으로 움켜쥔 호위병의 팔을 톱날검으로 썰었다. 석, 석, 석.

1655322257871.jpg“끄…… 끄아아아악!!!!!”

사람의 뼈를 써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려퍼졌다. 기무의 톱날검은 검에 당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낭황(浪皇)의 진전을 이어받은 기무는 무림에서 가장 실전적인 무공을 익히고 있었고, 톱날검을 다루는 것도 낭황의 명을 따른 것이다.

1655322257871.jpg[난전 상황에서는 공포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니라.]

그런 점에서 톱날검은 난전 상황에서도 주변의 적들에게 잔인함을 보여주고 공포를 심어줄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무기다.

1655322257871.jpg“우, 우웨에엑!!!!”

자신의 팔이 썰리는 고통에 혼절한 호위병의 목을 기무가 잔인하게 톱날검으로 썰어버리는 것을 본 조사의가 입을 틀어막고 구토했다. 저건 전쟁에서 죽어나가는 것이 아니었다. 도살(屠殺). 기무는 인간을 하나씩 도살하고 있었다. 부하는 그런 조사의의 소맷자락을 잡아당겼다.

1655322257871.jpg“이곳에서 빠져나가셔야 합니다. 그 뒤에 병력을 수습하여 저놈을…….”

1655322257871.jpg“조! 사! 의!!!!!”

푸화아아악!!!! 기무는 느지막한 걸음걸이로 앞을 막아서는 병사들에게 톱날검을 휘둘렀다. 그럴 때마다 맞은 부위가 찢긴 병사들의 피가 절규와 함께 허공으로 흩뿌려졌다. 후두둑!!! 병사들의 얼굴이 허옇게 질리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수가 더 많았지만, 자신이 저 꼴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병사들이 공포에 짓눌리기 시작한 것이다.

1655322257871.jpg“으하하핫!!!”

기무는 절대로 앞을 가로막는 병사들의 목숨을 끊지 않았다. 하지만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을 주면서, 쓰러져 비명을 지르게 놔뒀을 뿐이다. 기무는 인간을 도살하는 것에 미친 것 같았지만, 그의 눈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칠천. 제 아무리 초절정 고수라고 해도 칠천의 군대를 상대로 싸우는 것은 자살 행위다. 그 때문에 기무는 조사의를 잡아죽일 시간을 벌기 위해 공포를 전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1655322257871.jpg‘거기서 도망갈 줄이야.’

단지 기무가 생각하지 못 했던 것이라면 조사의가 냅다 도망갈 줄 몰랐다는 것이다. 지금도 말에 올라타고 있는 조사의를 본 기무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1655322257871.jpg“목을 내놓고 가거라!!!!!”

촤자자자자작!!! 또 다시 십여 명의 병사들이 육편이 되었다. 하지만 그사이 조사의는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고 있었다. 기무는 땅을 강하게 박찼다.

1655322257871.jpg‘이 정도 거리라면 경공이 더 빠르다!’

경공의 고수라 해도 말은 달리기 위해 태어난 생명체다. 그렇기 때문에 말의 속도를 따라잡을 정도로 경공을 사용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인 행위다. 내공이 화수분처럼 많고, 신체가 금강불괴 정도로 강건하다면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짧은 거리에서는, 최고속도에 이르기까지 주파거리가 필요한 말보다는 경공이 빠르다. 기무는 조사의가 최고 속도에 도달하기 전에 잡아 죽일 셈으로 경공을 이용해 쇄도했다.

1655322257871.jpg“히, 히이이익!!!”

조사의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돌려 가까워지는 기무를 쳐다봤다. 사람의 살점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톱날검을 늘어뜨린 채 쇄도해오는 기무는 공포 그 자체였다.

1655322257871.jpg“막아라! 막아!! 막으란 말이다!!!!!”

1655322257871.jpg“크아아악!!!”

기무는 앞을 가로막는 병사들은 사정없이 베어버렸다. 기무가 심어놓은 공포가 전염이 되면서 병사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기무는 그 채로 가까워지는 조사의의 등판을 보면서 톱날검을 들어올렸다.

1655322257871.jpg“죽어라!!”

1655322257871.jpg“히에에엑!!!”

말은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지만, 기무가 한 발 더 빨랐다. 땅을 박차고 뛰어오른 기무의 톱날검이 조사의의 목을 노리고 쏘아진 순간, 기무의 눈이 커졌다. 퍼벅!!

16553222609927.jpg“히히히힝!!!!!”

두두두!!! 무언가에 놀란 기무가 톱날검을 끝까지 휘두르지 못하고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조사의가 탄 말 엉덩이를 박차고 뒤로 물러난 것이다. 처저저적!!! 그런 조사의의 주변으로 창을 치켜든 군졸들이 둘러쌓다. 기무는 땅에 박아넣으며 착지한 후 이를 까득 깨물었다. 덜덜덜. 그렇게 기무를 둘러싼 군졸들의 창끝이 파르르 떨렸다. 기무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무는 그런 군졸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는 멀어져가는 조사의의 뒤꽁무니를 쳐다봤다.

1655322257871.jpg“어떤 놈이 감히 이 광호검의 앞길을 막는 것이냐!!!!”

푸확!!!!

1655322257871.jpg“우왁!”

1655322257871.jpg“윽!!”

기무가 공력을 발출하자 주변으로 흙먼지가 휘몰아쳤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기무에게 감히 달려드는 병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기무가 보여준 무위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때, 기무의 눈이 커졌다. 화아악!!!! 사방에 휘몰아친 흙먼지가 씻은 듯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무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1655322257871.jpg‘퇴로를 차단했다.’

기무는 짐짓 분노한 것처럼 공력을 터뜨렸다. 하지만 분노한 것이 아니라 몸을 빼내기 위함이었다. 조사의를 잡지 못했으니, 이곳은 이제 용담호혈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을 공격한 어떤 고수는 기무가 불러일으킨 흙먼지를 순식간에 날려 보냈다. 기무는 아직 그 고수의 소재도 파악하지 못 했다. 그 말인즉슨, 기무보다 윗줄의 실력자라는 뜻이다.

16553222639954.png“어딜 튀려고?”

1655322257871.jpg“!!!”

그때, 기무의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놀란 기무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러자 그림자가 기무의 얼굴 위로 늘어졌다. 군졸들이 치켜든 창극의 위, 그곳에 뒷짐을 진 만우가 서있었다. 만우는 비릿한 얼굴로 기무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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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3222639954.png“잘 봤다. 네 놈이 낭황 그 늙은이의 제자인 모양이구나. 그 톱날검.”

1655322257871.jpg“…….”

기무의 두 눈이 흔들렸다. 낭인의 덕목은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낭황은 그 스스로도 본인이면서 기무에게 낭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계속해서 가르쳤다.

1655322257871.jpg[상대하지 못할 적이라면, 도망쳐라. 목숨이야말로 천금을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니까!]

기무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지금이 바로 낭황이 말한 그 도망쳐야 할 순간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655322257871.jpg“검주…….”

16553222639954.png“오. 마얼 그놈도 그렇고, 너희들이 날 아는 게 신기하단 말이야?”

만우는 재밌다는 듯 히죽 웃었다. 하지만 만우의 용모파기는 중원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용모파기 중 하나다. 딱히 숨어 다닌 적이 없기 때문이다.

1655322257871.jpg“제기랄. 오늘이 하필이면 일진이 더러운 날일 줄이야.”

기무는 만우를 보면서 공력을 끌어올렸다. 상대는 검주다. 투귀대주인 주창도 당해내지 못 한 괴물 중 괴물인 것이다. 무림십좌. 그 괴물과 마주친 기무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1655322257871.jpg‘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만우에게서 느껴지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무림십좌라하면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지니고 있을 것 같았는데, 일반인을 마주하는 것처럼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다고 해서 상대를 경시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상대가 갈무리한 기세를 읽어낼 수 없을 정도로, 상대가 자신에 비해 몇 수는 실력이 위라는 것 때문이다.

16553222639954.png“눈 그만 굴려. 낭황 그 늙은이한테 배워서 그런지 조금만 불리하면 도망가려고 하드라?”

만우의 말에 군졸들의 눈이 커졌다. 이들 중 만우의 얼굴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저곳에서 버티면서 만우는 단 한 번도 나선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우 때문에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괴물이 자신들과 같은 인간으로 격하됐다. 기무는 군졸들의 눈에 깃든 공포가 사라져가는 것을 느끼면서 이를 악물었다.

16553222639954.png“그리고 내가 예전에도 낭황 그 늙은이한테 말했는데.”

기무의 눈이 커졌다. 창극 위에 서있던 만우가 눈 깜박하는 사이에 기무의 코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무는 이를 악물고 톱날검을 들어 올렸다.

1655322257871.jpg“난도세(亂刀勢)!!!”

지근거리에서 톱날검이 마치 호랑이가 앞발로 마구잡이로 할퀴는 것처럼 꺾어지며 들어왔다. 동시에 기무의 톱날검에서 덜컥하는 소리가 났다. 촤르륵! 촤르륵!!! 검병의 손잡이를 누르자 놀랍게도 일직선이었던 톱날검이 직각으로 휜 것이다. 직각으로 휜 톱날검은 날아오는 검을 막더라도 그 너머의 상대를 베어버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상대는 다름 아닌 검주 만우였다. 검의 주인.

16553222639954.png“그 톱날검. 바꾸라고. 아니면 멱을 따버리겠다고.”

콰아!!!!

1655322257871.jpg“흐읍!!!!!”

만우의 두 눈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기무가 헛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휘두르는 검을 쥔 팔에 힘을 빼진 않았다. 기무는 순간적으로 만우의 안광에 의해 자신의 뇌가 타들어가는 강렬한 기시감을 느꼈다. 하지만 기무는 이를 악물었다.

1655322257871.jpg‘벤다!!!!’

만우는 자신을 상대로 방심하고 있었다. 방심하고 있는 상대면, 제 아무리 그게 화경이고 무림십좌의 괴물들이라고 해도 얼마든지 베어버릴 수 있었다.

1655322257871.jpg“크아아아아!!!”

기무의 관자놀이에 굵은 핏줄이 섰다. 번쩍!!!!!! 하지만 바로 그 다음 순간, 기무는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빛이 시야를 순간적으로 앗아갔다. 그러나 벼락처럼 찰나의 순간이었기 때문에 기무는 이를 악물었다. 철푸덕 그런 기무의 귀에 무언가 떨어져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기무는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 분명 기무는 온 힘을 다해 난도세를 펼쳤음에도 만우가 멀쩡했기 때문이다. 아니, 만우는 한 손에 눈처럼 하얀 검신을 가진 검을 뽑아들고 있었다. 푸화아악! 그와 동시에 뜨거운 핏물이 기무의 얼굴에 튀었다. 동시에 기무는 몸에 있던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기무는 멍한 눈으로 피가 튀는 곳을 쳐다봤다. 방금 전까지 톱날검을 쥐고 있었던 자신의 팔이 땅에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잘린 어깨에서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16553222639954.png“난도세는 무슨. 그거 마구잡이 칼질 아니야? 낭황 그 노인네가 그러던데.”

만우가 히죽 웃었다. 하얀 이룡검의 검신에는 핏방울 하나 묻어있지 않았다. 핏방울을 머금지 않을 정도로 만우의 검술이 고절하다는 뜻이었다.

16553222639954.png“하여튼 이상하게 복잡한 이름 붙이는 걸 좋아한다니까? 초식이니 뭐니 하면서?”

만우는 난도세라 외치던 기무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기무는 그제야 어깻죽지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에 입을 쩍 벌렸다.

1655322257871.jpg“크아아악!!!”

16553222639954.png“공포니 뭐니 다 좋아. 그런데 사람을 사람답게 죽여야지. 고깃덩어리가 아니라.”

만우는 낭황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겼다. 아니, 정확히는 낭황을 압도했다. 낭인들의 황제라 불렸지만 낭황은 무림십좌에 끼지 못했다. 그래서 낭황은 검주를 꺾음으로써 자신이 무림십좌에 어울리는 실력임을 증명하려 했다. 하지만 만우 앞에서 그의 애병인 톱날검은 이가 다 나가버렸고, 괴상한 무기를 휘두른다는 이유만으로 만우는 낭황을 복날 개잡듯 쥐어팼다. 그게 다 낭인으로써 살아남기 위한 잡기란 것도 그때 들었다. 그런데 그 제자라는 놈이 톱날검으로 사람을 죽이는 모습을 보니 이건 숫제 사람이 할 만한 짓이 아니었다.

16553222639954.png“그게 인간 백정이지. 어?”

검을 쥐고, 창을 든 자라면 죽음에서 영원히 도망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깃덩어리처럼 썰리는 고통을 느끼면서 죽는다는 것이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 죽이려면 짧고 간결하게. 최대한 고통을 주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피를 손에 묻히는 사람으로서 그 정도는 자비로 베풀어도 된다. 하지만 기무의 행위는 도를 넘었다.

16553222639954.png“그 목숨. 계속 붙여줘 봤자 세상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군.”

그 순간 기무의 목을 새하얀 검광이 스치고 지나갔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검속이었다. 스르륵, 탁. 만우는 이룡검을 검집 안에 넣으면서 중얼거렸다.

16553222639954.png“그러니 본주가 받아가도록 하지.”

푸화아아악!!!! 기무의 목이 쩌억하고 벌어졌다. 기무의 눈에서 생기가 빠르게 빠져나갔다. 만우는 자신을 보고 입을 쩍 벌린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군졸들을 보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16553222639954.png“뭐해. 너네 대장 저쪽으로 도망쳤는데. 안 도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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