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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 검주와 왕의 자식들(4) (26/400)

026. 검주와 왕의 자식들(4)2019.03.30.

삼복의 눈이 찢어질 것처럼 커졌다. 대문 밖으로 나간 그들의 뒤로 따라붙은 계방 무인들을 알아본 것이다. 물론 의복은 궁에서 입던 것이 아니라 평범한 무복들이었지만, 검에 달린 수실이 그대로였다. 계방(桂坊)이라 쓰인 옥돌이 달린 수실. 동궁을 시위하는 세자익위사들이다.

16553193086351.jpg‘그럼 저분이…….’

삼복은 자신의 귀에 울려 퍼졌던 어린 목소리를 떠올리고는 눈을 크게 떴다. 세자다. 왕족의 얼굴을 살아서 직접 볼 기회는 거의 없다.

16553193086351.jpg“누구시오?”

그 때 바깥의 인기척을 느낀 일복이 삼복을 발견하고는 물었다. 삼복이 그런 일복에게 말했다.

16553193086351.jpg“만우…… 라는 분을 찾아왔습니다. 이곳에 계시다고.”

16553193086351.jpg“아…… 주인 나리의 은공. 무슨 일이라 전해드릴까?”

일복이 삼복에게 말했다. 삼복은 그런 일복에게 간곡하게 말했다. 자신이 지금 세자의 얼굴을 봤다는 것에 기뻐할 때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16553193086351.jpg“예전에 말씀하셨던 보상. 그 보상을 가져왔다 전해주십시오.”

16553193086351.jpg“보상? 허. 일단 알겠소.”

  ***

16553193086351.jpg“이쪽이오.”

삼복은 뒤에 따라온 하오문도에게 달구지에 실린 물건들을 들고 따라오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하오문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16553193086351.jpg“끄응…….”

16553193086351.jpg“아니. 그거 여기 놔두고 나중에 가져다 드리면…….”

16553193086351.jpg“아닙니다. 직접 가져가도 됩니다.”

걸을 때마다 쿵쿵 거리는 소리가 하오문도의 발에서 나는 것 같았지만 삼복은 무시했다. 일복은 삼복이 괜찮다고 하니 어깨를 으쓱했다.

16553193086351.jpg“데리고 오라고 하시니 데리고 가긴 하지만…… 들어가도 놀라지는 마시오.”

16553193086351.jpg“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삼복은 설미수의 저택을 둘러보면서 감탄했다. 이곳이 설미수의 저택이란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북촌에 있는 거대 저택에 들어올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머릿속으로 안의 구조를 담고 있었다.

16553193086351.jpg“무슨 일이라…… 있긴 있지.”

일복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접객전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왔기 때문이다. 이제 조금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16553193086351.jpg“여기요.”

접객전이라는 현판이 붙은 문 앞에 도착한 일복이 삼복에게 말했다. 삼복은 그런 일복에게 꾸벅 인사했다.

16553193086351.jpg“감사합니다.”

16553193086351.jpg“아…… 아니오. 들어가시…….”

쫘악!!!

16553193116118.png“꾸에에에엑!!!!”

일복이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고 하는 순간,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돼지 멱따는 소리가 담장을 넘었다. 삼복의 눈이 미친 듯이 진동했다.

16553193086351.jpg“이, 이게 무슨 소…….”

16553193086351.jpg“난 안내했소. 그럼 일 잘 보시오.”

일복이 쏜살같이 사라졌다. 다급히 사라지는 그의 모습에 이 너머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삼복은 침을 꿀꺽 삼켰다.

16553193086351.jpg‘호랑이 아가리에까지 들어왔는데. 여기서 돌아갈 수는 없지.’

설마 처음 본 자신을 죽이랴 싶었다. 그렇게 생각한 삼복이 접객전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우당탕탕!!!!

16553193086351.jpg“히익!!!!”

조심스럽게 안을 살피던 삼복이 기함하는 표정을 지으며 뒤로 펄쩍 뛰었다. 삼복의 발 근처로 사람인지 고깃덩어리인지 구변이 안가는 물체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16553193116118.png“끄으으으…….”

하지만 고깃덩어리가 꿈틀거리며 신음소리를 내는 것을 보니 살아 있는 사람인 듯했다. 삼복은 침을 꿀꺽 삼켰다.

16553193146544.png“오라.”

16553193116118.png“아, 아니. 만 대협. 대문에서의 일은 그것이 아니라…….”

16553193146544.png“요즘 많이 쉬었지. 그래. 다 안다. 말을 배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

16553193116118.png“대, 대협! 지금 우리 조선말로 대화하고 있습니다. 엄청 늘었지 않습니까?”

16553193146544.png“그래? 그럼 이리로 와라!!!”

삼복이 눈을 크게 떴다. 한어에서 조선말로 남자 둘이 사용하는 언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삼복은 한어에도 능통했다. 그런 삼복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은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아까 삼복의 발치에 와서 쓰러진 고깃덩어리로 분장한 인간은 그렇다 치고, 접객전의 정원으로 쓰였을 여러 곳에 삼복이 처음 보는 장식품들이 걸려 있었다.

16553193086351.jpg‘인간 장식품.’

나무에 하나. 그리고 정원에 작은 연못이 있는 그 중간에 있는 수석 위에 하나. 부들부들. 삼복이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기 시작했다. 만우가 검집채로 휘두르는 것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미꾸라지처럼 몸을 비틀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알아본 것이다.

16553193086351.jpg‘감령! 옥면산군! 십령수를 복날 개패듯이…….’

십령수가 괴한에 의해 납치된 이후 삼복은 모든 인원을 동원해 감령의 용모파기를 땄다. 그리고 이자에 대해 알아보는 와중에 중원에서 온 사람 중 하나가 용모파기를 알아보고는 삼복에게 귀띔을 해준 것이다. 중원 산적들의 왕. 하오문이 하류인생이 모인 것처럼 산적들이나 수적들도 하류인생들이 모여 집단을 이루고 무림의 세력화가 된 것이다. 하지만 하오문이 제대로 된 무공을 닦지 못한 반면, 산적이나 수적들은 산이나 강기슭의 으슥한 곳에서 참선을 하던 은거기인들의 무공을 몇 개 찾아내거나 직접 지도를 받게 되었고, 그곳으로 무림의 범죄자들이 흘러들어가게 되면서 무공이 발전했다. 그 결과 현재 녹림 산적과 장강 수적은 하오문과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16553193086351.jpg‘그럼 저 남자가.’

삼복은 부들거리는 와중에도 열심히 정보를 입력했다. 절대로 까먹지 않기 위함이다. 검주의 용모파기를 중원에서 받았는데 감령을 쫓아다니는 남자가 용모파기와 정확히 일치하는 생김새였다. 검주 만우. 무림십좌(武林十座)의 일인(一人).

16553193116118.png“꽤액!!!”

감령이 꽤 도망 다녔지만 결국은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이었다. 괘씸죄로 더 늘씬하게 얻어맞은 감령이 집객전의 담벼락에 장식품처럼 늘어졌다. 쿵!!! 삼복의 뒤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하오문도들이 겁에 질려 들고 있던 물건을 떨어뜨렸다. 웬만한 성인 남자 몸만 한 크기의 궤짝이 쿵하는 소리를 냈다. 휙! 그 소리에 만우가 고개를 돌려 삼복이 있는 곳을 쳐다봤다. 그런 만우와 삼복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꼬르륵. 쿠웅! 삼복이 입에 거품을 문 채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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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553193086351.jpg“허어. 이게 다 무엇입니까.”

설미수는 접객전이 있는 별채에 왔다가 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접객전은 값비싸고 진귀한 물건들로 가득했다. 특히 조선에서는 웃돈을 주고도 구하지 못할 최상품의 비단들이 수십 필이 쌓여 있었고 명나라에서 통용되는 은병과 금장식들이 가득했다.

16553193146544.png“내게 빚진 이가 있는데, 그치가 그 빚을 갚은 것입니다.”

만우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삼복은 옆에서 그런 만우의 표정을 보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16553193086351.jpg“손님이 오셨다 하였는데. 이런 진귀한 보물들일 줄은 몰랐습니다.”

설미수는 뼈대 깊은 가문의 유학자이지만 눈앞을 가득 채우는 사치스런 빛에 감탄했다. 그도 북촌에 이런 대궐 같은 저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런 사치품들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청빈을 강조하는 유교 사상을 공부하는 학자였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16553193146544.png“이 정도가 보물이라니. 사신 나리께서 보는 눈이 너무 없으시오.”

만우는 피식 웃었다. 이 정도가 보물이라니. 물론 보편적인 의미에서의 보물은 이런 재화일 테지만 무인이자 검주라 불린 만우에게는 이런 건 보물이 아니었다.

16553193146544.png‘명검이 아니라면 받은 적이 없거늘.’

중원에 있을 때 만우에게 유일하게 받아들여진 선물은 이런 재화가 아니라 명검이었다. 고래 등 같은 기와집도, 서시가 얼굴을 돌릴 정도의 미녀도 명검만큼 만우를 만족시키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곳은 조선이고, 새롭게 둥지를 틀기 위해서는 이런 재화가 필요하긴 했다. 만우는 하오문주의 딸인 임소미의 얼굴을 떠올렸다.

16553193146544.png‘고 앙큼한 계집이 내가 간지러운 구석을 시원하게 잘 긁었구나.’

무화 임소미는 빼어난 외모만큼이나 확실히 눈치가 비상했다. 만우는 기절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린 삼복을 쳐다봤다.

16553193086351.jpg“히익.”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면서 삼복이 기괴한 소리를 냈지만 만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 간혹 심력이 약한 이들이 이런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중원에 있을 때 지겹도록 봐왔다.

16553193146544.png“본주가 조선에 있고 빚을 진 이가 명에 있어 이 정도로 만족하나,”

만우가 삼복을 쳐다봤다. 삼복은 만우의 눈빛이 마치 예리한 보검 같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삼복의 느낌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신검합일(身劍合一)을 이룬 만우의 모든 것은 한 자루의 날카롭게 벼려진 칼이나 다름없었다.

16553193146544.png“본주의 눈에 그 빚쟁이가 보이게 된다면 이자까지 받아내겠다고 전하거라.”

16553193086351.jpg“예, 예! 알겠습니다, 대협.”

삼복은 만우의 축객령이 떨어지자 부리나케 접객전을 뛰쳐나갔다. 진짜 양반인 설미수에게 인사를 해야 했지만 그것마저도 잊어버릴 정도였다. 하지만 설미수는 그런 삼복을 탓하지 않았다. 그도 삼복의 심정을 이해하던 때가 있었다.

16553193146544.png“나리 같은 양반께는 이런 게 진짜 보물이지 않겠습니까.”

만우는 서량에서 난 최고급 말총으로 만든 붓을 쳐다보는 설미수에게 손에 쥔 것을 내밀었다. 설미수는 그 붓을 받아들고는 감탄했다. 황실장인이라 써진 음각이 붓의 끝에 새겨져 있었다. 설미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16553193086351.jpg“명, 명 황실에서 쓰는 붓 아닙니까!”

설미수는 경악했다. 명 황실에서 쓰는 물건이 자신의 손에 들어올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 했다. 하지만 확실히 명품은 명품인 것이 먹을 묻히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손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16553193146544.png“그렇습니다. 나리께 그 보물이 진짜 보물인 것처럼 제게 이런 것들은 살아가는 데 있어 조금의 편리함을 줄 뿐, 진짜 보물이 아닙니다.”

만우는 상기된 설미수의 얼굴을 보고는 씩 웃었다. 설미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16553193086351.jpg“그럼 은인께는 검이 보물이겠군요.”

설미수의 말에 만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미수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은 것 같이 기꺼웠다.

16553193086351.jpg“검이라니. 사람을 상하게 하는 날붙이가 다 똑같은 것 아닙니까?”

하지만 뼛속까지 문관인 설미수에게 검이 보물이란 것은 잘 와닿지 않았다. 만우는 그런 설미수를 보면서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16553193146544.png“나도 사신 나리가 그 붓을 왜 좋아하는지 모르는 것과 같은 겁니다.”

16553193086351.jpg“그렇군요. 은인과 저는 매우 다릅니다. 달라요. 허허허.”

설미수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총붓을 품속에 잘 넣었다. 좋은 붓 하나를 얻었을 뿐인데 가슴이 든든한 것이 충만감이 제대로 들었다. 하지만 만우와 눈이 마주친 설미수가 다시 붓을 슬며시 꺼냈다. 좋은 붓을 보니 눈이 순간적으로 돌아갔기에 뒤늦게 실수를 눈치챈 것이다. 만우는 그런 설미수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고고한 양반이라도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것 앞에서는 무장해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16553193146544.png“그거, 가져가셔도 됩니다.”

16553193086351.jpg“저, 정말입니까?”

설미수가 기쁜 기색을 얼굴에 띄웠다. 서량의 준마의 말총으로 만들고 옥을 깎아 만든 붓에는 용이 음각되어 있었다. 저것으로 글을 쓴다면 아무리 악필이라해도 금방 명필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명품 붓이기 때문에 천상 문관인 설미수는 무려 명의 황실에서 만든 붓에 한눈에 반해 버렸다.

16553193146544.png“그리고 비단도 몇 필 집어가십시오. 조씨 부인의 미색이 날로 꽃 피는 듯한데 옷의 색깔이 별로더군요.”

중원에는 비단으로 색감을 살려 화려한 옷을 즐겨 입는다. 특히나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무림의 여인들은 더욱 그러했다. 그 때문에 무림의 여인들은 정말 가지각색으로 옷을 입는다. 그런 차림새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만우의 눈에 조씨 부인의 옷은 색이 칙칙해 보였다.

16553193086351.jpg“감사합니다, 은공.”

설미수는 냉큼 비단 몇 필도 집었다. 이런 비단을 사는 것이 바깥에 보여서 별로 좋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참았던 설미수다. 게다가 이것들은 조선에서는 구하기 힘든 명나라의 비단이다.

16553193146544.png“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아까 보아하니 세자 저하께서는 돌아가시는 것 같던데.”

만우가 설미수에게 물었다. 그러자 설미수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이곳의 물건들에 정신이 팔려 자신이 만우를 만나러 온 이유를 잊었기 때문이다.

16553193146544.png“견물생심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인간이라면 당연한 법입니다. 하하하. 사신 나리는 도를 닦는 도인이 아니지 않습니까.”

16553193086351.jpg“크흠…….”

설미수는 무안함에 한번 목을 가다듬고는 자신이 찾아온 이유를 밝혔다.

16553193086351.jpg“세자 저하께서 입궐하라는 명을 내리셨습니다.”

16553193146544.png“입궐이요?”

만우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는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다. 안 그래도 세자와 그의 동생이 명나라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은 것 같았는데, 물어보지 않고 돌아가길래 그냥 묻힌 줄 알았다.

16553193086351.jpg“예. 무림…… 이란 곳이 궁금하다고 세자께서 그러셨습니다.”

만우의 사나운 눈이 순간적으로 주변에 포진한 감령과 필두, 문형일과 마익후에게로 향했다. 만우와 눈이 마주친 그들이 순간적으로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그러니 화가 뻗치지만 막상 그들에게 화를 낼 수도 없었다. 대련이란 명목으로 손봐준 게 바로 조금 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초절정이나 되는 고수들이었기 때문에 저렇게 일어나 걸을 수 있었던 것이지 일반인이거나 무공의 화후가 조금만 맞았더라도 아마 한 달은 앓아누웠어야 할 것이다. 만우도 사람인지라 그 네 명을 더 이상 때릴 수는 없었다.

16553193146544.png“가야 합니까?”

입안이 텁텁해지는 것 같은 느낌에 만우가 입맛을 다시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만우는 설미수를 쳐다봤지만 설미수는 어깨를 으쓱했다.

16553193261685.png“세자저하와 대군마마께서 그쪽에게, 정확히는 명나라에 대해 꽤 관심이 많으신지라 어쩔 수 없…….”

16553193146544.png“설 씨 나리. 당신은?”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해야 할지도 모른다니 만우의 목소리가 절로 변했다. 설운은 어깨를 움츠렸다.

16553193261685.png“저…… 그것이…… 원래는 세자저하께서 함께 환궁을 하시겠다는 것을 좌익위께서 간신히 말리신 터라…….”

16553193146544.png“으악!!!!”

만우는 버럭 신경질을 내면서 머리를 벅벅 긁었다. 오늘 잡혀갈 뻔한 것을 좌익위란 사람이 나서서 막아줬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입궁하라는 명이 떨어진다면, 만우로서는 이겨낼 재간이 없다는 소리였다.

16553193146544.png“…….”

휘익! 만우의 고개가 감령과 필두, 문형일과 마익후에게로 돌아갔다.

16553193146544.png“너희들.”

만우의 형형한 눈빛이 그 네 명을 꿰뚫을 것처럼 활활 타올랐다.

16553193146544.png“너희들이 알아서 내일 입궐하면 세자저하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거라. 내가 한 마디라도 입을 열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번뜩!!! 초절정 고수 네 명이 단지 만우의 눈빛만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16553193146544.png“영원한 대련의 굴레에서 살게 해주마.”

16553193261719.jpg“마, 맡겨만 주십시오!!!”

바짝 군기가 선 네 명이 만우의 신경질과 짜증을 받아내느라 창백해진 얼굴로 우렁차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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