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3화 〉 제도 점령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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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성문 앞까지 와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해서 문을 완전히 걸어 잠그고 절대로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사신 정도는 언제든 오갈 수 있었고, 어지간히 사이가 나쁜 세력이 아닌 이상 사신을 잡아 죽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특히 지금은 전쟁이 벌어진 초기였기 때문에 사신단 정도는 쉽게 오갈 수 있었다.
"허...참."
우리가 프레스티아의 막사에 들어오자 마자 프레스티아의 시선이 나에게 꽃혔다.
그녀의 시선이 집중되니 당연히 다른이들의 시선 역시 나에게 모였다.
'이걸 알아 보네.'
사신단에 몰래 숨어서 프레스티아 얼굴이나 한 번 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바로 들킬 줄은 몰랐다.
얼굴을 가리기 위해서 나를 포함한 모든 사신단에게 깊은 로브를 쓰도록 햤고 몸을 숨기기 위해서 온 몸에 붕대를 몇번이나 감은 뒤 펑퍼짐한 로브를 입고 왔는데 이 정도 노력했는데도 한 방에 알아 차리고 나에게 시선을 꽃는 걸 보니 괜스래 기분이 좋아졌다.
결국 프레스티아가 나한테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래, 플레아 아이데스의 사신단인가."
"그렇습니다."
"우리는 너희에게 할 말은 하나 밖에 없다. 1황녀님을 넘겨라. 그렇지 않으면 어떤 상황이 온다고 해도 전쟁으로 일을 해결할 것이다. 굳이 피를 볼 것인가, 아니면 1황녀님을 넘기고 전쟁을 마무리할 것인가?"
프레스티아가 예상이랑은 조금 다르게 나왔다.
1황녀만 넘기면 전쟁을 마무리 짓겠다고?
내 계획에 차질을 만들고 중앙을 먹기 위해서 쳐들어 온 주제에?
"1황녀님만 넘겨드리면 된다는 말씀은 곧 제도는 필요가 없으시다는 뜻인가요?"
내 참모진 중 이번 사신단의 단장을 맡은 여성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럴리가 있나. 제도는 곧 1황녀님의 것, 당연히 1황녀님과 함께 제도까지 우리에게 넘겨야지."
그러면 그렇지 프레스티아가 깔끔하게 1황녀만 받고 물러날리가 없었다.
"저희가 1황녀님을 내어 드리면 헬링님은 저희에게 어떤 것을 주실 수 있으십니까?"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질문이었다.
프레스티아가 어마어마한 이득을 우리에게 가져다 준다고 약속하면 1황녀와 제도를 바로 줄 생각이 없진 않았지만 프레스티아가 그 정도로 대단한 것을 나에게 줄리가 없었기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 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마 너희의 생존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하겠지.'
"너희의 생존이지, 괜히 나와 싸워서 죽을 길을 선택하는 것 보다는 그냥 1황녀님을 우리에게 넘기고 살아 돌아가는 것이 너희에게 좋은 일 아니겠나?"
프레스티아가 말을 하면서도 나를 흘끔흘끔 쳐다봤다.
아주 짧은 순간동안 반복됐던 시선이었지만 나는 그녀의 시선에 엮여 있는 그녀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었다.
'내가 찾아올 줄은 상상도 못했나본데?'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버리고 나를 사로잡을 것이냐.
아니면 나를 얌전히 내보내 줄 것이냐.
제국을 뒤엎고 있던 수없이 많은 불문율이 천천히 사라지고 있는 중이었지만 아군진영에 찾아온 사신단에게는 그 어떤 위해도 가하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였다.
물론, 사신단이 염탐행위나 파괴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상대 진영에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는 군주가 있다면 사신단에게 그런 일을 시키지는 않는다.
사신단 가지고 장난을 치는 건 사신의 주인이 했던, 적이 했든 온 세상의 질타를 받고 명예를 땅에 떨어뜨리는 행위였으니까.
'거기에 상대에게 사신단을 보냈다가 보복을 당할 걱정을 해야 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이 많이 될 것이다.
나를 사로잡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결국 나를 잡는 길을 선택하지 않을 거야.'
여기서 나를 잡으면 나를 지배할 수 있는 확률은 올라가겠지만 그녀가 천하를 얻을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결국 그녀는 나에게서 완전히 시선을 돌리고 사신단장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제대로 이야기를 나눈다고 해도 결국 전쟁밖에 답이 없다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러면 저희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지금 부터 3시간이 지난 이후에 공격하겠다."
저 말이 곧 3시간 후에 공격한다는 말은 아니었다.
3시간이 지난 시점에는 언제든지 자신들이 공격할 수 있으니 계속해서 긴장을 하고 있으라는 말이었다.
나는 그녀의 막사를 빠져나오며 그녀를 천천히 바라봤다.
코 앞까지 다가왔고 서로가 서로임을 알아 봤지만 말하나 섞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한 번 봤다.
그거면 된것이다.
'앞으로는 프레스티아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겠지.'
우리는 이번 전쟁으로 완전히 반대되는 노선을 탔다.
그녀가 계속해서 1황녀를 지지하지는 않을거다.
결국 1황녀는 죽을 테니까.
하지만 한 번 1황녀를 지지했던 과거는 족쇄처럼 남아 1황녀를 죽이는 데 가장 공조를 할 나와 아이작과 척을 지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겠지.
그 족쇄가 풀리기 위해선 못해도 몇년은 걸릴 거다.
'근데 아이작이 1황녀를 죽이긴 할까?'
1황녀를 공격하는 건 거의 부담이 없는 일이었지만, 1황녀를 죽이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이 세상에 황실의 핏줄이 단 둘 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아무리 아렌황녀님이 존재한다고 해도 언제나 만약에 대한 대비는 해야 하는 법이다.
결국 아이작이 1황녀를 죽이지 않는다면 내가 1황녀를 죽이게 되겠지.
그도 아니라면 아이작이 프레스티아에게 중앙을 빼앗기고 프레스티아가 1황녀를 죽일거다.
'뭐 그건 상황을 보면서 생각해 보면 되는 거고.'
사신단 속에 섞여서 성 안으로 들어가니 시에린이 우리를 반겨 줬다.
"잘 다녀왔어? 별 얘기 안했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에게 다가와서 내 몸을 꼭 안았다.
사신들이 이쪽을 보고 웅성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게 사신들에게도 내가 같이 가낟고 말하지 않았으니까.
쟤네 입장에서 보면 최고 행정관이 사랑하는 주군을 내버려 두고 사신하나를 꼭 끌어 안는 것 처럼 보이겠지.
"아 너무 걱정하지 마. 이분 플레아님이시거든."
"네?"
사신단 전체가 당황해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시에린이 내 머리에 쓰여져 있는 로브를 휙! 하고 벗기니 시원한 공기가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안녕?"
나는 수하들과 가깝게 지내는 남자.
맑은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자 다들 벌벌 떨면서 고개를 숙이는 게 보였다.
'내가 수하들한테 이런 이미지인가?'
아니, 내 몸의 어디를 보고 저렇게 떠는 거야.
프레스티아 같은 무인이라 키가 어마어마하게 크면 또 모를까 나는 이 모습 그대로 현대에 가면 중학생이라고 해도 아, 그렇구나~ 하면서 끄덕끄덕 거릴 정도의 외모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무서운 성격을 가지고 있는 군주여도 생긴 게 이모양이면 절대 안 무서워 할 것 같은데 나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내려져 있길래 다들 저렇게 있는지 모르겠...
'잠깐... 애네 참모진이지...'
내가 참모진들한테 시킨게...
물밑에서 전쟁을 일으킬 준비를 하라고도 했고, 다른 세력의 쌀들을 전부 없애 버리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고... 그래, 무서워 할 만 하긴 하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저는 여러분께 그 어떤 위해도 가할 생각이 없어요."
순수한 미소를 짓고 참모들을 바라보니 매력의 효과가 있었는지 어느 정도 나아진 표정으로 나에게 화답을 해줬다.
"그러면 오늘 있던 일 제대로 요약해서 나한테 보고하고, 오늘은 다들 들어가서 푹 쉬도록 해."
"알겠습니다. 마디안님."
그렇게 참모진들이 각자의 자리에 돌아가고 나는 시에린과 함께 집무실로 돌아왔다.
"프레스티아 헬링이랑 무슨 말 했어?"
"아니, 거기서 둘이서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어. 그냥 얼굴이나 한 번 보고 온 거지."
프레스티아가 언급한 침공의 시간은 3시간,
3시간 뒤에 갑자기 전면 공격을 해 오는 건 아직 공성병기가 없어서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그녀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3시간에서 4시간 정도가 지난 뒤 견제 차원에서 가벼운 공격을 해오긴 할 것이다.
"너 없는 동안 굉장히 중요한 정보가 하나 들어왔는데, 맞춰볼래?"
시에린이 지금 시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정보라고 이를 만한 것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아이작이 움직였다고?"
"어, 바로 총 공세를 가해 올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제대로 움직일 거라는 속보가 전해져 왔어."
전쟁에 격언이 하니 있지.
절대 전선을 두개로 만들지 말라.
물론 지역 단위에서 싸우는 게 아니라 하나의 도시에서 싸우는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두 세력과 동시에 전쟁을 벌이는 것은 부담이 되는 일임이 분명했다.
모든 힘을 사용해서 전쟁을 벌인다고 해도 결국 점점 약해지다가 패배하겠지.
하지만 상관 없었다.
나는 고의로 패배해서 최소한의 세력손실로 물러 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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