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272화 (272/312)

〈 272화 〉 제도 점령전­1

* * *

'아닐거야... 절대 그럴 리가 없어.'

아렌황녀가 몇번을 아닐 거라고 되내었지만 그녀의 마음에 완전한 평안을 얻는 것은 불가능했다.

헬링이 1황녀의 밑으로 들어간 척 하다가 1황녀를 암살하고 그 위상을 그대로 흡수할 거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아렌황녀의 머리에는 단 한 사람의 얼굴이 계속 생각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데스님은 그러실 분이 아니야.'

그녀가 알고 있는 아프룩스는 황실에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절대로 자신을 죽이고 그 위상을 얻으려고 하는 간악한 짓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 절대 그럴 리 없어.'

천천히 마음을 진정하고 생각하면 1황녀에게 일어날 뻔한 일이 막내 확녀에게 일어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는 사실을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프레스티아 헬링은 애초에 마음이 없다가 1황녀를 이용하기 위해서 몸을 움직인 것이었고 아이데스는 애초부터 황실을 지지하다가 황실에서 가장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아렌황녀를 지지한 것 뿐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황실을 위하지 않으면 보여줄 수 없는 모습 또한 자주 보여줬다.

'그래 아이데스님이 나를 죽이실 리가 없어...'

하지만,

진짜 만약에라도.

아이데스님이 나를 죽이려 하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지?'

이번에 새로 오신 스승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언제나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아이데스가 자신을 죽일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았지만, 진짜 만약에라도 자신을 공격해서 죽이려고 할 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미안해요 아이데스님, 절대로 아이데스님이 저를 죽일거라고 생각해서 대비하는 건 아니에요.'

그녀는 혹시라도 벌어질 심각한 일을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플레아가 짜 놓은 전략에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아주 작고, 발견하기만 하면 언제든 고칠 수 있는 옅은 금이었지만 그 금이 언제 커져서 모든 것에 균열을 낼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에프로트 경이 성문을 뚫고 안으로 들어갔고 1황녀를 사로 잡았대."

"진짜 무력 하나만큼은 무식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강하다니까."

다른 건 몰라도 에프로트의 무력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 있었다.

혼자 성문을 뚫고 들어간 것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그녀를 막는 수많은 적들을 단숨에 재쳐 버리고 1황녀를 포로로 잡았으니까.

아무리 1황녀의 휘하에 마스터급인재가 없다는 것을 감안해도 과할 정도로 빠른 일이었다.

자신의 주군이 사로 잡힌 것을 확인한 1황녀의 병사들은 재빠르게 항복했고 내 세력은 빠르게 제도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난장판이구만...'

내가 제도에 들어오자 마자 받은 인상이었다.

아무리 시간이 많이 흘렀고 수많은 세력들의 각축터가 되었다고 해도 제도의 상황은 너무 심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나앉아 있었고 제대로움직이고 있는 기관이 하나도 없었다.

주변에서 겨우 밭을 일구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었지만 조금만 조사해 봐도 1황녀가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모든 작물을 전부 빼앗아 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도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딱히 제도에 입성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제대로 제도에 찾아올 시기가 되면 이것보다는 훨씬 더 나은 상황이겠지.'

아이작이 제도를 차지한 이후에 꾸준히 관리해 줄 것이고 그 이후로도 제도를 먹은 세력들이 제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힘을 써 줄 것이다. 제도의 많은 시설이 파괴되긴 했지만 워낙 위치도 좋은 곳인데다가 외곽은 그래도 제대로 된 모습을 가지고 있었으니 제대로 된 자본이 투여되기만 한다면 금세 회복될 것이다.

이후에 수많은 세력들이 제도를 두고 싸우기는 하겠지만 그 전쟁은 제도 내에서 이루어지는 전쟁이 아니라 제도의 바깥에서 힘을 겨룬 후 힘이 다 빠진 이들을 제도에서 내 쫓는 형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 이상으로 더 나빠지지는 않고 계속해서 이전의 제도의 모습을 되찾게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정상화 된 제도를 최종적으로 먹으면 되는 일이고.

"이 개새끼들이! 내가 누구인지 알고 이러는 것이냐!!"

안으로 들어가니 익숙한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입 막아 두라니까 안 막아 놨어?"

"1황녀도 나름 무력을 가지고 있는 무인이잖아. 에프로트나 라이넬 정도가 아니면 제압하기도 힘든데 에프로트는 자기 공 세운다고 잔당처리하러 갔고 라이넬은 네 옆에 붙어 있어서 크리스틴 경한테 맡길 수 밖에 없는데, 너도 알다시피 크리스틴 경이 이런 일을 자기가 할 사람이 아니잖아? 기사단들한테일을 맡기고 자기는 힘들어 하는 시민들을 살피러 간다고 해서 일이 이렇게 된거지."

천천히 걸어서 1황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자 1황녀가 온몸을 꽁꽁 묵힌 채로 버둥 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말이야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거지 그녀의 체격은 무인 답게 대단한 수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에서 쩔쩔매는 기사들이 불쌍해 보일 정도였다.

"네...네 이놈!!!"

내가 들어온 것을 확인하자마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나를 노려 보는 모습은 순간적으로 내 오금이 저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녀의 눈빛에 담긴 엄청난 기세에 순간적으로 뒷걸음질을 칠 뻔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자리인데 고작 이런 것에 쫄아서 뒷걸음 질 칠 수는 없지.'

"오랜만입니다. 황녀님."

"배신자 새끼,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아느냐!"

"군사를 쓰시겠다고 해서 직접 병사까지 빌려드렸는데 아직도 배신자 취급을 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누가 들으면 착각할 것 같은 데 먼저 저를 공격한 것은 제가 아니라 황녀님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제가 먼저 황녀님을 공격하려고 선전포고 한 줄 알겠어요."

"너만 나를 배신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녀의 말을 상큼하게 무시하고 그녀가 갇혀 있는 방에서 빠져나왔다.

어차피 그녀의 역할은 아이작에게 포로로 넘겨져서 프레스티아와 아이작의 전쟁을 유도하는 것 뿐이다.

그녀와 이야기 해봤자 내 귀와 머리만 아플뿐인 일이었기 때문에 기차통이라도 삶아 먹은 것 같은 저 목소리를 더 듣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프레스티아 헬링은 지금 어디까지 쳐들어 왔지?"

"여기서 5시간 거리에 있다고 하는데... 진군하는 속도를 보면 3시간 안에도 뚫을 수 있을 것 같다는데?"

아무리 프레스티아의 병력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빠른 거 아니야?

일반적인 병력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빠르게 진군하고 있는 프레스티아의 소식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빠르게 점령해서 다행이네, 프레스티아 헬링이랑 야전을 벌였을 거라고 생각하면 벌써 머리부터 아파 오는 데."

"너 우리 참모들 못 믿어? 절대적인 병사의 수랑 정예도를 따지면 우리가 열세가 맞는 데 기사단 전력이랑 마스터 전력 까지 따지면 우리가 그렇게 꿀리지도 않아."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거야?"

"우리 세력에는 라이넬이랑 크리스틴, 에프로트 까지 총 세 명의 마스터와 우리 교수님이랑 미네타 이렇게 두 명의 고위 마법사가 있잖아."

프레스티아가 엄청 철저하게 숨겼나 보네.

"프레스티아세력에는 프레스티아랑, 벨리아, 루나라라는 세 명의 마스터가 있고 하이네스라는 고위 마법사도 있어, 우리 교수님은 제대로 된 전투 마법사가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정예 병력끼리의 전력에서 크게 앞서고 있는 것도 아니야."

"뭐? 헬링이랑 루나라가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는 말은 못 들어봤는데?"

"이번 전쟁에서 뽐내려고 하겠지, 너도 둘 중 하나가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 있다는 건 거의 상정하고 있지 않아?"

"둘 다 마스터일 확률은 낮다고 생각했지... 확실히 1황녀 쪽 인물들이랑 싸우면서 동시에 야전을 치루기에는 많이 부담스러운 병력이긴 하겠네."

우리가 수성을 하는 입장이 된 이상 프레스티아의 빠른 진군 속도는 사실상 의미가 없게 된 것이나 마찬 가지였다.

성문을 뚫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수많은 보명들이 아니라 공성병기였고 공성병기는 아무리 빨리 움직이려고 해도 그 한계가 명확했기 때문에 결국 공성병기를 가지고 올 때 까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우리한테 마스터급 전력이 없었다면 마스터를 공성 병기 처럼 운영하는 게 가능했겠지만 우리 전력도 그렇게 떨어지는 편은 아니니까.

'아이작은 언제부터 움직이려나?'

적어도 아이작이 우리 세력을 노릴 때 까지는 버텼다가 아이작을 막고 있는 성문이 뚫리는 방향으로 설계를해야 했기 때문에 그가 올 때 까지는 성문을 사수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참모들을 모아서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보니 프레스티아가 어느새 성문 앞까지 다가 왔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오랜만에 프레스티아 얼굴이나 한 번 볼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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