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9화 〉 세력을 위해서라면 친구도 죽일 수 있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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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너희 주군이 멋대로 알겠다고 해서 상황이 안 좋아졌다고?"
"어... 아이데스님이 주군의 말에 긍정한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알려주지 않은 내 잘못도 크긴 한데 그거때문에 일이 많이 꼬였어."
오랜 친구인 헤르엔의 말에 시에린이 푸하하 웃으면서 차를 마셨다.
갑자기 자기를 찾아와서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이런 일일 줄은 몰랐다.
"아니 다른 사람들은 다 안 참여 하는데 우리만 참여하며 어떻게 되겠냐고! 당연히 아이데스님의 직속부하인 걸로 알 거 아니야!"
"너는 플레아 밑에 들어오는 게 싫어?"
"나는 괜찮은데 우리 주군이 싫으시다잖아! 황녀님은 황녀님이니까 밑에 소속되어 있는 정도는 괜찮은데 아이데스님은 아무리 은인이라고 해도 다른 세력이니 만큼 절대 들어가기 싫대! 근데 그러면 그 때 무슨 수를 쓰다라도 거절을 했어야지!"
"어쩔 수 없지. 모든 군주가 정치적인 감각이 뛰어날 수는 없는 법이니까."
만약 헤르엔이 아이데스의 근처에 묶여 있는 에프로트가 아니라 그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정치적 감각을 가지고 있는 존재의 밑에 있었다면 시에린은 당장 도망치라고 했을 거다.
아무리 참모가 정치적인 일의 대부분을 처리한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일은 군주가 직접 처리해야 하니까.
그러데 스스로 그런 일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군주라면 온갗 위험한 일들이 닥쳐올 확률이 너무나 높았다.
시에린에게 있어서 헤르엔은 미네타와 라이넬, 플레아 보다 살짝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는 아주 친한 친구 였기 때문에 당연히 그녀를 위해서 도망치라고 했을 거다.
그런 그녀가 옅게 웃으면서 헤르엔을 놀리듯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결국 에프로트는 플레아의 아래에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에프로트가 모든것을 결정하는 결정권자가 아니라 그 위에 플레아가 있었기 때문에 헤르엔을 진심으로 걱정해 줄 필요가 없었다.
"그냥 사실상 군신 관계 쪽으로 흐름을 이끌어 가볼까? 다른 참모진들이 개지랄 할 것 같긴 한데 내가 너 만큼 잘나지는 않아도 제도 아카데미 출신이다보니 능력이 가장 뛰어나서 주군이 가장 믿어 주시거든? 군신관계 땅땅 찍은 관계가 아니라 은연 중에 상하 관계가 이루어져 있는 수준은 주군도 받아 드리실 것 같아."
플레아는 에프로트에게 참모를 소개시켜줄 때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 시켜줬다.
근처 지역에서 태어난 참모부터, 플레아의 이름을 듣고 먼길에서 찾아온 인재에 원래 부터 그가 알고 있던 인재까지 다양한 인재를 추천하고 그들 중 하나를 신임하라고 했는데 끼리끼리 논다고 시에린 만큼은 아니어도 1티어급 정도는 되는 참모인 헤르엔이 에프로트에게 신임을 받게 된 것이다.
사실 이는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는데 아무리 자신의 은인이라고 해도 남의 세력의 수장과 동문이며, 남의 세력 최고 참모의 절친급 정도 되는 인재를 자신의 최고 참모로 받아 들였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봐도 이게 좋을 것 같아. 어차피 주군의 실력으로는 제대로 된 세력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고 아이데스님이랑 사실상 군신관계로 지내다가 아렌황녀님이 황좌에 오르시면 그 때 천천히 분리되어서 우리 세력을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아."
"내가 도와줄까?"
"너보고 도와달라고 할 거 아니면 내가 왜 너한테 찾아와서 주저리 주저리 말했겠니?"
헤르엔은 애초에 시에린에게 이 말을 하기 위해서 온 것이었다.
그냥 플레아의 밑에 있는 셈 칠 때니 그곳까지 가기 위한 길을 도와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아이데스님의 세력한테도 이로운 일 아니야?"
"그래, 충분히 이로운 일은 맞는데..."
시에린이 씩 미소 지었다.
"누가 더 아쉬운지는 생각해 봐야 할 사안이 아닐까? 설마 맨입으로 내 도움을 바라는 건 아니겠지?"
"친구끼리 좀 도와달라고 하면 절대 안된다고 할 거지?"
헤르엔이 아는 시에린은 그런 사람이었다.
시에린과 헤르엔이 같은 세력이었다면, 자신이 좀 손해를 입어도 친분을 더 두텁게 하는 쪽을 선택하겠지만 근본적인 세력이 다른 이상 적에게 양보를 할리가 없는 인간이었다.
"친구라는 걸 그렇게 강조하면... 그래, 내가 맨입으로 좀 도와 줄게."
시에린이 사람 좋은 듯 말하자 헤르엔은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아까도 언급했듯 시에린은 세력이 다른 적이라면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해도 양보라는 걸 할 인물이 아니다.
그런 그녀가 헤르엔에게 양보를 했다는 건 헤르엔을 이미 같은 세력이라고 생각한다는 것과 다름 없었다.
시에린 역시 헤르엔이 시에린의 성격에 대해서 잘알고 있다는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헤르엔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에프로트를 사실상 같은 세력 취급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 시킬 수 있었다.
"그래, 고맙다."
헤르엔이 자리에서 일어나 시에린을 한 번 껴안았다.
만약 남녀역전 세계가 아니었다면 볼에 뽀뽀도 하면서 엄청난 하이텐션을 보여줬겠지만 이 세계에서 여자가 여자의 볼에 뽀뽀를 하면 굉장히 심각한 상황으로 보일 수 밖에 없기에 헤르엔은 애초에 그런 생각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면 나는 이만 돌아가 볼게. 나중에 보자."
"그래 나중에 봐."
헤르엔이 자신의 자리에 돌아간 걸 확인한 시에린이 기지개를 쭉 폈다.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네.'
헤르엔은 시에린에게있어서 정말 친한 친구였다.
플레아와 함께 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연락했고 그녀가 죽는다면 3일 정도는 엉엉 울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그렇게 친한 친구가 괜히 플레아한테 반항하지 않기를 정말 빌었다.
짧은 시간 동안 대화하면서 그녀가 이상한 소리를 하지 않을까 굉장히 긴장하면서 그녀를 보고 있다가 그냥 플레아의 밑으로 들어오는 방향으로 전략을 잡겠다는 헤르엔의 말을 듣고 진심으로 안도했다.
만약 그녀가 에프로트 혼자서 자생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짠다면 그 전략이 실행될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
전략을 아예 짤 수 없을 정도로 불가능한 일이 아닌라면 그녀의 뛰어난 전략으로 어떻게든 방법을 만들어 낼테니까.
그렇게 되면 에프로트를 적으로 간주해야 한다.
아렌황녀가 죽게 되면 결국 따로 세력을 차릴 테니까.
에프로트의 세력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에프로트의 머리를 없애는 것.
시에린은 자신의 친한 친구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죽여야할 필요성이 있다면 죽일 수 밖에 없겠지만 그런 상황이 오지 않게 만드는 게 가장 좋은 일이었으니까.
'씨발, 하마타면 죽을 뻔했네.'
같은 시간, 헤르엔은 시에린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이유로 가슴을 쓸어 내렸다.
시에린의 성격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헤르엔은 그녀가 에프로트를 독립시키려는 방향으로 움직이면 시에린이 자신을 죽이려고 들 거라는 걸 너무나 잘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에프로트를 완전히 독립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수가 있는데도 시에린의 앞에서 발설하지 않았다.
친한 친구라는 이유로 안심하고 그녀의 앞에서 괜히 입을 나불댔다간 마시고 있던 찻잔이 독에 물들지도몰랐으니까.
시에린만 속인 뒤에 에프로트를 독립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전략도 충분히 구상해 볼 수 있는 전략이기는 했으니 헤르엔은 그러기 싫었다.
애초에 에프로트를 독립시킨다고 해서 플레아를 따르는 것 보다 훨씬 더 큰 부귀 영화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자신의 친한 친구와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관계가 된다는 것도 썩 달갑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근데 참모진 년들은 어떻게 설득하지?'
대놓고 플레아의 밑에 들어간다고 말하지 않아도 일단 자신이 행동하는 방향을 보면 그녀가 플레아의 밑에 들어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을 텐데 어떻게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그녀의 의지대로 세력을 굴려나갈지가 걱정이었다.
'모르겠다. 일단 에프로트님만 잘 꼬시면 되겠지.'
헤르엔은 한숨을 푹푹 내쉬며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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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전쟁이 시작됐겠네."
동부 왕국과의 전쟁에는 직접 참여했던 플레아였지만 이번 전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가 무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장에 참여한다고 해도 큰 효과를 볼 수 없는 데다가 이번에는 플레아 밑에 있는 3대장 뿐만아니라 다른 수하들에게도 공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1황녀의 세력이 약해서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1황녀의 세력이 강성했다면 이렇게 여유를 부리는 것은 불가능했을 테니까.
"플레아, 전쟁이 끝나려면 얼마나 걸릴 것 같아?"
"글쎄..."
플레아가 창밖을 보면서 생각했다.
"한달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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