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애캐를 꼬시는 법-232화 (232/312)

〈 232화 〉 황좌­1

* * *

사모아의 군사들은 빠르게 전장에 익숙해져 갔다.

실전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이들이었지만 그렇다고 훈련을 대충한 것은 아니었다.

거대한 전장에서 깃발과 신호만으로 진영을 잡는 훈련을 사모아의 저택 지하에 있는 훈련장에서 수도 없이 반복했고 병사 개개인의 역량도 그렇게 나쁜 수준은 아니었다.

그나마 밀리는 것이 기사단 전력이었는데 기사단은 모든 세력에서 아주 중요하게 여겨지는 전력이었기 때문에 1황녀와 2황녀가 서로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기사단을 아껴 최소한의 피해를 입으면서 그들을 밀어버릴 수 있었다.

'드디어... 내가 황제가 된다.'

사모아가 입에서 피를 질질 흘리며 흘리며 웃었다.

몸 상태는 작살이 났고 지금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자신의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도 그녀는 마냥 기뻤다.

1황녀와 2황녀의 병력으로는 자신을 막을 수 없었고 제도에 다른 이들이 더 있지는 않았다.

자신들끼리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지방의 세력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아무리 귀족들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황제의 자리를 자신이 차지하는 게 백 번 옳은 일일텐데 그녀들은 자신들이 사모아를 이길 수 있다고 잘못 판단하여 그 어떤 도움요청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1황녀는 지방에서 올라온다는 자신의 수하들의 제안까지 거절을 했다고 하니 저런 년들이 황제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제국에 있어서 더 다행인 일일것이다.

"내가 드디어 이 곳에 서는 구나..."

이곳에 서기 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모른다.

오랜 시간 동안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하고 설계했다.

2황녀와 친척이라는 것을 이용해서 중앙파 귀족을 완전히 장악하고 제도와 그 주변의 시민들, 그리고 재산가들에게 금화를 뜯어냈다.

그렇게 쌓인 금화들로수많은 병력들을 키우고 인재들을 육성하고 등용했다.

제도에서 사모아 공작가라고 하면 그 위용이 이미 황가를 뛰어넘은지 오래였다.

일반인이 보기에도 공작가의 힘이 황가보다 더 셌고 실질적으로 따져도 사모아 공작가의 힘이 황가보다 훨씬 더 강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있는 자신이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없는 이유가 무었인가.

황제는 당연히 제국을 가장 잘 이끌 수 있는 자가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제국의 황제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사모아 공작이었다.

그녀가 온건하게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면 중앙파를 이미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그녀는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지게 될 것이고 강한 황권과 뛰어난 능력을 기반으로 제국을 다시한 번 부상 시킬 수 있을 것이다.

황실파, 개 중에서도 제국 전체를 위한다고 주장하는 제국파에 가까운 놈들이 왜 자신을 따르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제국을 완전히 살리기 위해서는 자신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그 무엇보다 빠르고 정확한 길이거늘 그 누구도 자신보고 황제가 되라고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혼자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녀가 육성한 병사들과 그녀가 키워낸 인재들이 그녀를 밀고 또 밀어서 황궁의 앞에 그녀가 설 수 있게 해줬다.

황녀들의 세력은 약했다.

정확히는 그녀가 약하게 만들었다.

둘이서 치열하게 싸우게 만들고 어느 하나가 우위를 점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약해진 황녀들은 아무리 연합했다고 한들 7만명이나 되는 사모아의 병력을 막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황궁을 사수하고자 했지만 덩치의 차이가 너무 크게 났기 때문에 결국 황궁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가 지금까지 노력해온 시기가 황녀들의 나이보다 많았는데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들이 자신을 막으려 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픈 몸이지만 긴장감과 환희는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심장이 터질 듯 빠르게 뛰었다.

이제는 죽어버린 첫 사랑을 만났을 때도 이렇게 까지 기쁘지는 않았다.

그녀가 병사들을 뒤로 하고 천천히 황궁 안으로 들어갔다.

"황궁에 있는 모든 이들을 죽여라."

그녀의 말에 기사들이 검을 뽑아 들고 황궁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황가의 친척, 그리고 그들을 모시는 수하들, 하나도 가리지 않고 전부 죽이기 시작했다.

황가가 오랫동안 만들어온 모든 역사를 지웠다.

황궁에 있는 자들은 자신의 미래에 아무런 쓸모가 없는 자들이다.

훗날 그녀가 자행했던 일이 엄청난 욕을 먹게되겠지만 그녀에게 그런 사소한 일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당장 자신의, 그리고 사모아 공작가, 아니 사모아 황가의 영향력을 키우지 않는다면 결국다른 이들에게 먹혀 버리고 말 것이다.

중앙이 치열하게 전쟁을 벌이고 있는 동안 지방의 세력들이라고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아아..."

황궁의 중심,

황제가 앉는 옥좌에 도달한 사모아가 탄성을 내뱉었다.

오랫동안 쓸모 없는 쓰레기를 지탱한 옥좌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듯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걸어 옥좌에 다가갔다.

옥좌가 마치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빛나는 것 처럼 보였다.

"쿨럭!"

갑자기 목에서 피가 솟구치자 그녀는 최대한 옥좌에 피가 튀지 않게 하기 위해서 고개를 확 돌렸다.

'이제 이 자리는 내거야.'

그녀가 천천히 옥좌에 앉았다.

의자로서의 효용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우월감이 그녀의 몸을 휩쓸었다.

나는 황제다.

제국의 중심인 제도를, 그리고 더 나아가서 제국 전체를 자신의 손아귀에 쥘 수 있는 황제다.

­주르르륵

그녀의 입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그녀가 살 수 있었다면 그녀가 생각한 대로 온전한 황제로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이 그녀에게 허용한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그녀는 옥좌 위에서 죽었지만 그녀의 딸 이르엘 사모아가 황제의 자리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옥좌에 앉은 찬탈자로서 기록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죽음까지 행복했다.

그녀는 황제로서 죽었으니까.

*****

사모아가 죽었다.

그녀가 황궁을 점령한지 얼마째 됐다는 날 조차 샐 필요가 없었다.

황궁을 점령하고 황궁에 있는 모든 이들의 목숨을 빼앗고 옥좌에 앉은 후 죽었다.

그녀가 자신을 황제라고 여겼던 것과는 별개로 사모아 공작정도 되면 죽었을 때 장례를 거하게 치루어야 하는 것은 맞았지만 지금은 전쟁 중이었다.

사모아 공작가는 자신이 이제 황가가되었다는 개소리를 읊어대기 시작했지만 그 누구도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아직 적법한 계승자들이 눈을 뜨고 멀쩡히 살아있었으니까.

황녀들을 모두 죽이고 지방에서 일어난 반란을 모두 제압하고 황제를 죽이고 그 자리를 뺏어간 반란군이라는 이름을 완전히 씻어낸 다음이 되어야 제대로 황제가 될 수 있었다.

이미 죽은 사모아 공작은 그게 가능했다.

그녀는 큰 야망만큼이나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였으니까.

그런데 이르엘 사모아가 그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

한 번만 삐끗하면 황제가 아니라 나락을 가게되는 그 길을 걸어 갈 수 있을까?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랑은 아무런 상관 없는일이지.'

중앙에서 대판 싸움이 날 동안 지방에서는 지방파 귀족들이 세력을 키워나갔다.

중앙이 지방에 간섭하지 못한 것은 하루이틀일이 아니었지만 제도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니 이제는 지방에서 뭘해도중앙이 제어할 수가 없었다.

거의 모든 지방 세력들이 자신의 병사들을 키우기 시작했고 중앙에 환멸을 가지고 떨어져 나온 기사들이나 세력들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몇몇 세력들은 중앙으로 가서 내전에도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세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은 중앙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세력들과는 다르게 지킬 것이 지방에 있었다.

제도에서 내전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지킬 것도 제도에 있고 뺏을 것도 제도에 있었기에 필사적으로 싸울 수 있었지만 지방파 귀족들은 지킬 것들이 자신의 영지에 있었기에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애초에 중앙에서 누가 승리한다고 해도 결국 지방에서 세력을 보존하고 있는 귀족들의 하수인이 될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도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플레아도 다르지 않았다.

자금을 모으고 군사를 키우며 난세를 대비했다.

제도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지방에서는 다가올 전쟁을 위해 준비를 하는 이 아슬아슬한 시대.

누구든 몰락할 수 있고 누구든 날아오를 수 있는 시대.

그것이 난세였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