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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캐를 꼬시는 법-132화 (132/312)

〈 132화 〉 멍청이 개선식­1

* * *

밤이 깊은 어느날 제국 아카데미의 기숙사에 검은 그림자가 들어섰다.

형체가 없는 그림자는 기숙사의 각방을 통과해 들어왔다.

지금까지 기숙사를 지키던 마력이 사라진 틈을 타서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빠르게 일을 진행해야 했다.

­스스스스슥

아무도 없는 빈방에 도착한 그림자는 자신의 몸을 깎아서 마법진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침대의 아랫쪽에 그려지기 시작한 마법진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완성됐고 마법진의 존재자체를 알리지 않겠다는 듯 침대 바닥과 동화되어 어떤 마나 파장도 나타내지 않았다.

***

"개선식을 하면 아카데미도 쉬는 구나."

"몰랐어?"

"대충 감이 잡히긴 했는데 진짜 쉴 줄은 몰랐지. 우리 도시에서는 개선식 같은 걸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까..."

오늘은 영광스러운 개선식이 있는 날이다.

북부의 야만족을 잠재운 영웅들을 환영하는 날... 이긴 한데 아마 개선식에서 가장 앞에 서는 건 실질적으로 가장많은 일을 한 아이작이 아니라 중앙파에서 가장 강성한 세력 중 하나인 후작가가 모든 공을 독차지하고 개선식의 선두에 선다.

'난세에서 아이작은 가장 큰 공을 세워놓고도 개선식의 선두는 커녕 참가도 못했는데... 이번엔 어떻게 되려나?'

중간에 파토가 나긴 했지만 황실 연회에 참여하기도 했고, 아이작의 머리가 되어줄 사람도 생긴 모양이니, 최소한 개선식에는 참가할 지도 모른다.

'선두는 아니더라도 중간 정도에만 있어도 아마 북부 반란은 안 일어날 거야.'

그런데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황실연회가 끝까지 치뤄지고 아이작이 진짜 높으신 분들이랑 친교를 맺은 게 아니라면 개선식엔 참가도 못하고 제도의 밖에서 대기나 하고 있거나 아예 제도로 오지 못했을 확률이 더 높지.

­빠라바라밤!!!

"시작 됐나보내."

한번 크게 나팔소리가 들린 이후에는 행진곡이 들려왔다.

난세에서 직접 만든 행진곡이었는데 그럭저럭 듣기좋고 뽕도 좀 차오르는 노래다.

가끔 노동요로 쓰면 좋을정도?

'직접 들으니까 느낌이 다르다.'

혈실에서 악단이 연주하는 소리를 들으니 스피커로만 듣던 소리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특히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섞여 들어가서 그런지 진짜 느낌이 달랐다.

"그런데 왜 개선식을 구경하러 오자고 한거야?"

"확인할 게 있어서."

개선식은 정말 커다란 행사고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용사들을 위한 자리이긴 하지만 필히 참석할 필요는 없다.

특히 이번 전쟁 같은 경우는 북부에서 일어난 야만족들의 공격정도만 막아냈을 뿐인데다가 중앙파 귀족이 공을 다 먹어버렸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있었기 때문에 평소에 비해서 더더욱 사람이 적었다.

사람이 진짜 많을 때는 온 제도의 사람이 다 튀어나와서 성문에서 황궁까지 가는 모든 길이 시민들로 가득 채워져 있기도 했지만 지금은 뭐... 성문근처, 그리고 중간에 띄엄띄엄 있을 뿐이지 사람이 그렇게 많이 있지 않다.

"북부의 영웅 아이작님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를 확인하러 온거야?"

"어, 그거 확인 하러 온거야."

"가장 앞에 있지 않을까? 이번에 가장 큰 활약을 했다고 말이 많았잖아. 북부의 일이 제도까지 퍼질 정도면 대단한 일 한 거 아니야?"

"그 소문이 한 달 전쯤부터 계속 퍼져있어야 대단한거란다."

북부에서 제도까지 병사들이 이동하면서 그들이 소문을 냈기에 제도에도 소문이 퍼진거지, 싸울 다이에 소문이 대단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리고 절대 맨 앞에 설일은 없어. 두번째로 들어올 순 있는 데 처음은 무조건 중앙파의 고위 귀족이 먹어. 다른 중앙파 귀족들한테 로비를 가장 많이 한 귀족이 개선식에서 선봉에 설 수 있는 영광을 가져 갈 수 있는거야."

"진짜 썪었네..."

"제도가 썪어있는게 하루이틀이야? 다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지."

"그러면 시에린 너는 아이작님이 어디쯤 계실 것 같아?"

"글쎄? 어디에 계시는지가 문제가 아니라 과연 개선식에 참가는 할 수 있을 까를 걱정해야 할걸? 아이작은 기본적으로 평민이고 북부의 인간이다 보니 괜히 새로운 세력이 나타나는 걸 반기지 않는 다른 중앙파 귀족들에 의해서 엄청 견제를 받을게 분명하거든."

"뭐? 아무리 그래도 이번전쟁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을 개선식에 참여도 안시키는게 말이돼?"

"당연히 말도 안되는 일이지, 그런데 실제로 벌어진 일이기도 하고 말이야. 어쩌겠어. 지금 제도 상황이 이런데."

입구쪽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던 우리의 앞으로 군대가 지나갔다.

삐까번적한 옷을 입고 진군하고 있는 데 전부 중앙파의 군대고 북부의 군대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개선식이 끝나기 전까지 말이다.

큰 전쟁이 아니었기 때문에 개선식은 간단히 끝났다. 황제가 나와서 수고했다고 인사치례도 하고 논공행상도 하고 지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지랄발광을 하고 있다.

'더 큰 위기가 찾아올 것도 모르고 말이야.'

당연히 모르겠지. 지금까지는 중앙파가 밟으면 그냥 다 밟혔으니까.

그런데 말이야. 아이작은 너희가 생각하는 것 만큼 만만한 사람이 아니거든?

'어쩌면 난세보다 더 빡쳤을 수도 있겠네.'

난세에서는 싸우기만 하다가 팽 당한 거니 충격이 크고 깊은 빡침도 우러나왔겠지만 이번엔 나름 노력도 했는데 이꼴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순수한 빡침의 정도는 아마 훨씬 더 심할거다.

"돌아가자. 아이작이 없는 거 확인했으면 굳이 더 남아있을 이유가 없잖아."

"그래, 돌아가야지."

시에린의 말에 따라서 개선식을 뒤로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왕 아카데미 쉬는 날인데 우리끼리 좀 놀까?"

"갑자기 생긴 시간이니까 노는 것도 괜찮은데, 다들 과제 바쁘지 않아?"

"과제는 몰아서 하면 돼. 정 시간 없으면 밤을 새면 되지 뭐가 문제야?"

다들 놀고 싶어 하는 분위기여서 저번에 갔던 노래방도 가고 저녁으로 같이 고기도 구워 먹고 즐겁게 헤어졌다.

'밤공기가 선선하고 좋구만...'

나름 선선해진 밤공기를 맞으며 길을 걷고 있을 때 주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몸은 영웅님이시라고, 응? 영웅님한테 몸 한 번 대주는 것도 못해?"

'개선식은 이래서 문제야.'

목소리와 대사로 유추해 보니 딱봐도 술에 취한 병사인 것 같은데, 모처럼 제도안으로 들어왔겠다 영웅이라고 칭송도 받겠다 성욕이 들끓어 오른 모양이다.

'평소라면 그냥 무시하고 가겠지만...'

같이 아카데미 기숙사로 돌아가고 있던 라이넬이 눈에 불을 키고 있었다.

"시... 싫어요... 읍!!! 컥!!"

겁에 단단히 질린 남성이 억눌린 비명을 지르자 라이넬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아냐, 같이 가자."

라이넬을 따라서 주변의 골목길로 들어가니 건장한 여성 5명이... 무려 아카데미 학생을 건드리고 있었다.

'저 새끼들 미친 새끼들 아니야? 건드릴 사람이 없어서 아카데미 학생을 건드려?'

아무리 평민이나 세가 약한 귀족가의 자제라고 해도 제국 아카데미의 학생신분은 높다.

심지어 학장이 반 중앙파인 만큼 중앙파에 속해있는 병사들이 아카데미의 학생을 건드렸다가는 대대적으로 비난을 걸것이고 상대 중앙파 귀족은 괜히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병사들을 잘라버리고 그 처분을 학장에게 맡길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가 영웅인 줄 아는 병사들이 하는 행위는 자기들은 감옥에 갇히고 학생은 평생 고통에 시달리게 하는 개 뻘짓이라고 볼 수 있었다.

"거기, 그만하지?"

"응? 넌 또 뭐야?"

5명의 병사 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비틀 대면서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지금 네가 건드는 놈이 어떤 신분인지는 알고 있는거야?"

"무슨 신분이긴, 우리 덕분에 목숨을 구한 머저리지."

"푸하하하하!!"

주변 병사들이 뭐가 그리 재밌는지 크게 웃었다.

'차라리 북부병력이었으면 어이는 챙겼겠다.'

지들은 아무것도 한 게 없으면서 목숨을 구하긴 뭘구해?

"하아... 단단히 취한 것 같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지?"

"돌아가긴 어딜 돌아가, 우리는 영웅이시니까 찐하게 스트레스를 풀고 싶거든?"

"네가 잡고 있는 사람은 제국 아카데미의 학생이다. 괜히 건드렸다가 너희 인생이 족창나는 수가 있으니까 건들지 않기를 추천할게."

"인생이 족창나기는 무슨..."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우리 뒤쪽에서 기름이 잔뜩 섞인 듯한 목소리가 울렸다.

쓸데 없이 버터스러운 목소리었지만 나름의 위엄이 가득한 목소리에 병사들이 굳었다.

'목소리가 아니라 얼굴때문에 굳은 건가?'

뒤를 슬쩍 쳐다보니 사모아가 병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들은 누군데 감히 내 파벌에 속한 이를 건드는 것이지?"

아무리 술이 취했어도 사모아 공녀님의 얼굴은 알아보시는지 병사들이 남자에게서 빠르게 떨어졌다.

'이래서 권력이 좋아.'

덕분에 큰 힘 안 들이고 일이 해결될 듯 보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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