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대자가 지옥에서 살아남는 법-46화 (46/61)
  • 〈 46화 〉 45. 카마엘

    * * *

    [초대자의 마력 수준을 검토 중... 검토 완료.]

    [초대자 김진운의 마력이 자격 요건을 충족하여 무기의 본질의 일부가 깨어난다.]

    [무기에 잠든 인격이 깨어남을 확인.]

    [‘웨폰 에고(Weapon Ego) ­ 카마엘(Camael)’이 일부 해방된다.]

    이 날 내 지옥에서의 여정 중 가장 중요한 변환점이 내게 찾아왔음을, 한참 나중에야 알 수 있었다.

    ***

    눈앞에서 끝없이 메세지창이 올라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조금씩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니 메세지의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차분하게 위쪽부터 읽어보기로 했다.

    일단 레벨이 40에 도달하니 기술세트가 좀 더 해금되었다. 사실 그동안 사냥을 하면서 3개 밖에 안되는 식의 개수에 좀 한계를 느끼던 참이었다. 그런 도중 식이 3개가 더 늘어났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었다.

    각각의 기술이 어떤 성능을 가졌는지는 쓰면서 알아 보아야겠지만, 일단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느낌이 가득했다. 일단 이 기술세트 자체가 상당히 우수한 편이니 실망스러운 성능일 리는 없었다.

    그런 긍정적인 변화를 담은 메세지창을 내리니 아래쪽에 적힌 다른 메세지가 보였다. 웨폰 에고(Weapon Ego)라는 게 해방되었다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을 읽어본 나는 잠시 뇌정지가 왔다.

    무기에 잠든 인격?

    웨폰 에고(Weapon Ego)가 깨어나?

    여기 적힌 인격이 내가 아는 그 인격인가?

    그럼 무기가 생각할 줄 안다고?

    온갓 의문이 머릿속을 채우는 와중에 한가지 특별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웨폰 에고(Weapon Ego) ­ 카마엘(Camael)’이 일부 해방된다.]

    웨폰 에고라는 말 뒤에 카마엘이 붙어있었다.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무기에 담긴 자아가 저 카마엘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그런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카마엘이 누구인지는 똑똑히 기억한다. 내가 기술 세트를 전수 받을 때 갑자기 난입했던 그 천사였다. 누군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상당히 아름다웠다는 것은 기억난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얼굴에 짙게 장난기가 베어 있던 것도.

    그리고 초지근거리에서 내 얼굴을 관찰하고 쉴 새 없이 볼을 주물럭 대던 것까지도 기억난다. 그때 표정관리 하느라고 정말 애썼었다. 마치 떡을 주무르듯이 야물딱지게 주무르다가 시간이 다 되서 아쉬워 하던 얼굴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아무튼 그렇게 카마엘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나니 진짜 이 웨폰 에고가 카마엘인지 상당히 궁금해졌다.

    나는 일단 메세지창을 전부 껐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팀원들에게로 향했다.

    일단 팀원들과 밖에 나와있는 지금은 확인 할 수 없었다. 만약의 일에 대비하여 나 혼자일 때 꺼내보아야 했다. 나는 팀원들에게 피곤하니 먼저 가보겠다고 말하고 숙소로 향했다. 그렇게 내가 빠지니 다른 팀원들도 하나 둘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숙소에 돌아온 나는 먼저 장비를 벗고 몸을 씻은 후에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부러진 검을 꺼냈다.

    잠시 그 깔끔한 검신을 바라보던 나는 무기 정보를 띄웠다.

    무기 정보

    이름: (잠김)(불완전함)

    내구도: ∞

    웨폰 에고(일부 해방): 카마엘(Camael) ­ 일인군단(一人??)의 광천사(???)

    무기 특성

    ­ 강력한 화염내성: 화염, 고열, 불속성 공격에...

    (잠김)

    (잠김)

    (잠김)

    무기 기술

    ­ 성스러운 불씨: 검신이 성화(?火)에 휩싸이며...

    (잠김)

    (잠김)

    (잠김)

    기술세트

    ­ 세라프 카마엘(Seraph­Camael)의 수호검술: 일품천사, 즉 세라프인 카마엘의 고유 검술이다. 기반은...

    · 수호 검술 12식

    · 카마엘(Camael)의 고유 비기

    ­ 각 위계에 해당하는 악마의 피를 묻힐 때마다 해금 가능.

    ­ 시스템으로 분석 불가능한 특징 및 기능 다수 존재.

    일단 생각만큼 커다란 변화는 없었다. 나머지는 이전과 같지만 웨폰 에고에 대한 정보가 추가된 것 뿐이었다. 그런데 그 웨폰 에고에 대한 정보에 카마엘에 대한 약간의 설명이 붙어있었다.

    사실 설명이라 하기도 뭣한 칭호같은 것이지만 내게는 중요한 정보였다. 카마엘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전무한 지금 그녀에 대한 설명은 한 문장이라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일인군단(一人??)의 광천사(???)’라는 범상치 않은 설명에 대해 생각해보려는 찰나,

    ‘어머. 나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많은 거야? 이거 기분 좋은 걸?’

    갑자기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에 난 모든 생각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마치 누가 내 머리로 들어와서 직접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생소하고도 낯선 느낌에 나는 순간 몸이 경직되었다.

    ‘그렇게 당황할 필요 없어. 너도 저 시스템인가 뭔가 하는 걸로 내가 깨어났다는 건 알고 있었잖아?’

    다시 그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리며 말을 걸었다. 일단 목소리는 상당히 아름다운 미성이었다. 그래도 그 목소리가 귀로 듣는 것도 아닌 머리에서 직접 울리는 것은 꽤나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침착해지려 노력했다. 그러자 내가 진정하려 한다는 걸 아는 건지 그 목소리도 잠시 잠잠해졌다.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리던 어쩌던 일단 이 목소리에 주인은 나를 해칠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지금 내가 진정할 때까지 조금 기다려 주기까지 하니 아마 이 목소리는 나와 대화가 하고 싶은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목소리가 들려온 때가 부러진 검을 꺼낸 이후이니 아마 그 웨폰 에고가 말을 거는 것일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면 지금 이 목소리는 카마엘의 자아가 내게 말을 거는 것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긴장이 조금 풀어졌다. 카마엘이라면 나에게 어느 정도 흥미와 호감이 있어 보였으니 위험할 일은 거의 없었다.

    ‘음, 맞아. 내가 너한테 흥미가 있는 건 사실이야.’

    그러다 갑자기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머릿속이 울리니 반사적으로 몸이 움찔거렸다. 하지만 나는 이번엔 그리 당황하지 않고 그녀와 말을 하려 시도해 보았다.

    ‘으음, 카마엘...님?’

    ‘응, 그래. 나야.’

    생각으로 말을 걸어보니 바로 대답을 해주었다.

    ‘일단 지금 저희가.. 생각으로 대화하고 있는 건가요?’

    ‘으응, 그런 셈이지? 정확히는 의지라고 할 수 있지만. 뭐 딱히 다르진 않아.’

    ‘어, 그렇군요...’

    정말 생각으로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 말이 잠시 끊겼다.

    ‘근데 말이야, 진운. 처음 만나자 마자 좀 실례이긴 한데 네 마력 좀 가져가도 될까?’

    다음으로 그녀에 대한 질문을 하려던 내게 갑작스레 카마엘이 부탁했다.

    갑자기 마력을 달라는 것이 살짝 이상했지만 딱히 못 줄 것도 없었기에 나는 허락했다.

    ‘음, 알았어요.’

    ‘정말? 고마워. 그래도 우리 정식으로 처음 만나는 건데 얼굴은 보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응? 얼굴을 보고 이야기 한다니?

    갑자기 마력을 가져간다는 것과 얼굴을 보고 말하는 게 무슨 상관이 있는지 궁금해졌지만, 카마엘은 그런 내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럼 일단 최대한 가져가볼게!’

    최대한 가져간다고? 카마엘이 말하는 최대한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 걱정이 되는 찰나, 나는 모든 생각을 멈추어야만 했다.

    ‘흐읏!’

    그녀가 독특한 기합성과 함께 무서울 정도로 내 마력을 뺏어갔기 때문이다.

    쫘아아아아악 ­

    “흐아아아아악?”

    마치 펌프로 뽑아내는 것처럼 내 몸에서 마력이 빠져나갔다. 몸을 가득 채우며 순환하던 마력이 순식간에 동나기 시작했다. 실시간으로 마력 탈진 증세가 찾아오는 와중에 나는 그 모든 마력을 검이 빨아들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카마엘, 카마엘님! 멈춰요! 멈춰봐요!’

    ‘음? 아직 좀 부족한데.’

    ‘저 진짜 죽어요! 급성마력탈진으로 죽는다구요!’

    말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는 죽음이 코앞에 다가온 것이 느껴졌다. 정신 없이 빨려나가는 마력과 함께 생명력도 같이 빨리는 것 같았다.

    ‘괜찮아. 내가 설마 내 계승자를 죽이기야 하겠니? 그냥 딱 죽기 직전까지만 빨리는 거야. 나만 믿어!’

    카마엘은 자기만 믿으라며 당당하게 말했지만, 당장 미친듯이 마력을 뺏기는 와중에 그게 귀에 들어올리가 없었다. 그리고 죽기 직전까지만 빨린다니, 알아들어도 안심이 되는 말은 아니었다.

    ‘이거 진짜 안 죽는 거 맞죠?!’

    ‘그럼, 그럼. 아, 이제 거의 다 끝났네.’

    그 말과 함께 지칠줄 모르던 흡수가 조금 잦아들었다. 그렇게 조금씩 기세가 줄어가던 마력흡수는 정말 딱 죽지 않을 정도만 남기고 멈추었다.

    나는 온몸에 마력이 동난 상태가 되었다. 상당한 탈력감이 전신을 지배했다. 그렇게 침대에 대자로 뻗어있으니 카마엘이 다시 말을 걸었다.

    ‘그럼 이제 준비 됬지?’

    ‘네? 무슨 준비요?’

    ‘된 것 같네. 그럼 이쪽으로 부를게~’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혼이 뽑히는 듯한 느낌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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